요괴 품은 퇴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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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31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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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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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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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신입생

DUMMY

“오자마자 그리 날뛰면 찍힐 텐데.”


지붕에서 가볍게 지면으로 착지해 전이안을 향해 걸어오는 송민지 특급.

달빛 아래서 더욱 빛나는 그녀의 붉은 두 눈이 점점 가까워지자, 전이안은 눈치껏 공포에 떨고 있던 선배로부터 떨어졌다.


“전 손도 안 댔는데요.”


“근데 쟤는 왜 사색이 된 채로 넘어져 있는 거야?”


송민지의 눈이 자신에게로 향하자 냅다 일어나 꽁지 빠지게 도망가는 선배.

선배뿐만이 아니라 주변의 구경꾼들도 소리소문없이 모두 자리를 떴다.

이것이 ‘특급 퇴마사’라는 명성으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주변 퇴마사들 사이 송민지 특급의 평판이 무서워서인지 전이안은 감을 잡지 못했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전이안은 그저 자신은 결백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을 뿐이었다.


“이게, 그러니까-”


조곤조곤 상황을 설명하는 전이안.

송민지는 다행히 고개를 끄덕이며 전이안의 말을 들어주었다.

그와 동시에, 전이안에게 한가지 조언을 해주었다.


“퇴마계(退魔界)에서 강함 없으면 시체야. 그러니 너는 앞으로 증명해야 할 일이 많을거야.”


증명.

송민지 특급과 이재욱 특급의 스카우트를 받아 퇴마계(退魔界)로 들어온 전이안에게 요구되는 것.

전이안 또한 그 무게를 잘 알았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순순히 송민지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됐네. 일단 이재욱 선배님께 이야기는 다 들었어. 오늘 대선배님은 여러모로 바쁘셔서 내가 너를 가르치기로 했어. 따라와.”


“네? 오늘은 그냥 이삿날 아니었어요?”


“내일부터 실전 연습도 하고 여차하면 임무도 나갈 수 있는데 쉴 시간이 어딨어?”


달은 뉘엿뉘엿 지고 있는데 아직도 할 일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전이안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렇다고 별 수 있나.

송민지 특급께서 지도해주신다는데, 눈 밖에 나고 싶지 않으면 따라야 한다.


송민지의 안내를 받아 배정된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어딘가로 향하게 된 전이안.

어느 방의 지하로 내려가니 광활한 모래 운동장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 구석에는 다양한 무기들이 걸려있는 진열장 또한 자리 잡고 있었다.

그 무기들이 앞서 언급됐던 퇴마구(退魔具), 퇴마를 위해 그 자체에 마력(魔力)이 깃들도록 제작된 무기들이다.


‘그보다, 얘네들 지하 되게 좋아하네.’


단순하디 단순한 전이안의 감상.

그도 그럴 것이, 일전에 자신의 처분을 두고 논쟁이 펼쳐졌던 회의장도 지하, 이재욱 특급과의 짧은 수련을 통해 퇴마술식(退魔術式)의 이름을 알게 된 장소도 지하.

계단을 타고 내려가는 행위에 슬슬 질릴 만도 하다.


“아 참, 생각해보니 우리 아직 통성명을 안 했네.”


이제야 전이안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송민지 특급.

성숙한 행동답게, 그녀의 나이는 전이안보다 한 살 더 많았다.


서로 간의 호칭은 ‘송민지 특급’, ‘전이안’으로 정해졌다.

송민지는 특급이 맞고, 전이안은 나이도 어린 데다 아직 검증받지 못한 상급 퇴마사이기에 그렇게 서로 부르기로 했다.

왜 그냥 선배라고 부르면 안 되냐고 전이안은 질문했다가 바로 거절당한 사실은 비밀이다.


“그럼, 퇴마구(退魔具)를 선택하기 전에 먼저 너의 퇴마술식(退魔術式)을 좀 봐볼까? 아직 그 이름밖에 깨우치지 못한 정도지?”


“그, 다룰 줄 압니다.”


“그럼 해봐.”


못 믿겠다는 말투와 함께 전이안의 뒤로 물러나는 송민지.

그녀의 차가운 말투에 살짝 기분이 상한 전이안이었지만, 특급은 특급, 선배는 선배이니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집-중.’


이재욱과의 수련 때 느꼈던 감각을 다시금 떠올리는 전이안.

손바닥이 저릿해지며 검은 공간을 만든 전이안은 지난번째보다 더 성장한 형태의 술식(術式)을 사용해 보기로 했다.

요괴조술(妖怪操術)의 형태는 무궁무진하니까.


“요괴조술(妖怪操術) - 사(巳), 요괴조술(妖怪操術) - 공(蚣).”


왼손에서는 거대하고 괴물 같은 이빨만이 가득한 형태의 뱀이, 오른손에서는 보기만 해도 비명이 나올 만큼 괴이하게 생긴 거대 지네가 튀어나와 공간을 어지럽혔다.

전이안의 술식(術式)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모래 먼지가 일렁였고, 괴물들이 지나간 흔적이 선명하게 남았다.


“생각보다 괜찮죠?”


완벽하게 술식(術式)을 구사해 한껏 으쓱해진 전이안은 어깨에 힘을 주고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그의 뒤에는 단검을 손에 쥔 채 전투 태세를 갖춘 송민지의 모습이 보였다.


“···선배? 아니, 송민지 특급?”


“···방금 그 요괴들, 너의 술식(術式)이야?”


흔들리는 송민지 특급의 동공.

전이안의 천진난만한 얼굴을 보고 다시 눈빛을 고친 그녀였다.

그러나, 일순간이었지만, 그 눈은 경계와 두려움이 잔뜩 흘러내렸다.


“이재욱 아저씨한테 다 들었다고 하지 않았나요···?”


전이안의 말에, 머쓱한 듯 헛기침하며 단검을 도로 검집에 집어넣는 송민지.

겉으로는 잠깐 놀랐을 뿐이라고 둘러대며, 어서 퇴마구(退魔具)를 선별해보자고 전이안을 재촉하였다.

전이안 또한 알겠다며 깡충깡충 무기 진열대를 향해 뛰어갔다.

사내자식은 무기를 보면 참지 못하는 법.


‘무기만큼은 낭만 있네~!’


그것은 전이안에게도 적용된다.

그리고, 그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송민지는 놀란 속을 달래며 생각에 빠졌다.


‘전이안이 빚어낸 저 요괴들···. 엄청난 양의 마력(魔力)을 품고 있었어. 그것도 요괴의 것을.’


아무것도 모른 채 헤벌쭉한 미소로 무기들을 하나하나 기웃거리며 살피는 전이안을 계속 응시하는 송민지.


‘퇴마사의 술식(術式)이라고는 전혀 볼 수 없는데···. 오히려 요괴의 요술(妖術)에 가까워. 이재욱 대선배님 말씀대로 그냥 내버려 두었다가 퇴마계(退魔界)의 적이 되었다면 골치 아팠겠어.’


본래, 퇴마사의 퇴마술식(退魔術式)에서는 당연히 퇴마사의 마력(魔力)이 느껴져야 하는 법.

그러나, 전이안의 퇴마술식(退魔術式)이 뿜어냈던 마력(魔力)은 요괴의 요술(妖術)에서나 느낄 법한 것이었다.

엄연히 극의 성질을 지닌 마력(魔力)이 인간에게서 느껴졌으니, 송민지 특급의 등에 오한이 서릴 만하다.


‘···분명 미륵지영(彌勒之影) 측에서 탐낼만한 녀석이야. 이재욱 대선배님께 녀석에 대한 방비를 더 단단히 해야 한다고 전해야겠어.’


자신을 향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리 없는 전이안은 밝은 목소리로 송민지 특급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선, 송민지 특급! 퇴마구(退魔具), 뭐가 저한테 어울릴까요?!”


장난감 코너에 도착한 어린아이처럼 설렘 가득한 전이안.

그는 송민지 특급의 도움을 받아, 그는 모든 무기를 이리저리 시험해 보았다.


첫 번째는 가장 보편적인 퇴마구(退魔具)인 검.

낭만 넘치는 그 모습과 아우라는 전이안의 심금을 울렸다.

아니, 어떤 남자도 검 자루를 손에 쥐어보면 없던 용기도 바로 생겨날 것이다.


두 번째는 창.

마치 삼국지에 등장하는 용장에게 빙의해 휘두르니 그 뽕맛은 가히 천상의 것이었다.


‘관공~. 어찌하여 목만 오셨소~?’


세 번째는 활.

한국인의 소울 무기.

원거리에서 원군을 봐주는 것은 전장에서 선봉이 아닌 후방에 배치되기에 목숨을 지키는 데에는 안성맞춤이다.

특히, 전이안처럼 도망에 능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네 번째는 단검.

판타지 게임의 암살자 느낌이 나서 좋지만, 리치가 너무나도 아쉬웠다.


다섯 번째는 건틀릿.

체술(體術) 능력이 군계일학인 퇴마사들이 사용한다고 한다.

백승훈 특급의 퇴마구(退魔具) 또한 건틀릿이라고 한다.

그의 이미지를 떠오르던 전이안은 저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같은 체격은 누가 봐도 건틀릿이 딱이다.


그 외의 퇴마구(退魔具)들도 모두 사용해 본 전이안.

그러나, 왠지 모르게 모든 무기는 그에게는 석연치 않았다.

송민지 특급은 전이안에게 검을 추천했지만, 아무래도 격하게 움직일 때 뭔가 거슬린다는 느낌을 받은 전이안이었다.

그동안 맨몸만으로 전투를 해온 것에 익숙해진 것이 그 이유였다.

그리고, 애초에 전이안에게는 퇴마구(退魔具)가 전혀 필요 없었다.


“그냥 퇴마구(退魔具) 없이 전투해도 상관은 없나요?”


퇴마구(退魔具)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전이안의 말에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짓는 송민지.

송민지는 어이없다는 목소리로 퇴마구(退魔具)가 필요한 이유를 줄줄이 나열했다.


퇴마사들이 지닌 마력(魔力)의 한계.

완전무결한 퇴마.

자유롭지 않을 수 있는 술식(術式) 환경 등.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은 전이안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요괴를 흡수해서 마력(魔力)을 채워나가야 하는 포지션인데.’


전이안은 요괴를 마주했을 때, 요괴를 퇴마해서는 안 되고 흡수해야만 한다.

그래야 사용할 수 있는 마력(魔力)이 늘어나면서 그의 힘이 더욱 강해진다.

그런 그에게 요괴를 없애는 퇴마구(退魔具)는 스스로의 힘에 제약을 두는 억제기인 셈이다.


송민지 특급의 설명에도 완곡하게 퇴마구(退魔具)를 사용하기를 거부하는 전이안.

그의 완강한 태도에, 몇 분이나 모든 수단을 다해 설득하던 송민지는 한숨을 내쉬며 손을 저었다.


“그래. 네 목숨은 네가 알아서 간수 해야지 뭐.”


송민지의 허락에 속으로 미소를 지은 전이안.

송민지는 전이안으로부터 등을 돌리며 그를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말투로 말을 뱉었다.


“굳이 맨몸으로 전장에서 싸우고자 한다면 체술(體術) 수련을 누구보다도 열심히 해야 할 거야. 죽도록 말이야.”


송민지의 조언에 대충 고개를 끄덕이는 전이안.

애초에, 퇴마구(退魔具)는 그에게 있어 최후의 발악을 위한 수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무기야, 요괴조술(妖怪操術)을 통해 형태를 빚어내면 그만이니까.

검을 사용하고 싶다면 검의 형태로, 창이 필요하다면 창의 형태로 만들어내면 된다.

그만큼 전이안의 술식(術式)은 그 범용성과 활용도가 무궁무진하고, 본인 또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술식(術式) 위주로 싸우면서 마력(魔力)을 늘려나가는 것이 전이안의 목적이기에 퇴마구(退魔具)가 그의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물론 체술(體術) 수련은 열심히 할 생각인 전이안.

그도 그럴 것이, 도망은 잘 치면서 싸워야 하니까.


끝맺음 없는 퇴마구(退魔具) 선별이 끝이 나고 다시 지상으로 올라온 둘.

내일부터 지옥의 일정이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하고는 본인의 방으로 돌아가는 송민지.

송민지가 떠난 후, 깊은 새벽이 되어서야 드디어 자기 방으로 들어가 짐을 푸는 전이안.

짐을 다 푼 그는 냅다 이부자리에 누워 어두운 천장을 바라보았다.

해가 뜨면 시작될, 퇴마계(退魔界)에서의 첫 하루를 상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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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 품은 퇴마사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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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벽화마을 전투 (5) NEW 10시간 전 2 0 12쪽
17 벽화마을 전투 (4) 24.09.17 3 0 12쪽
16 벽화마을 전투 (3) 24.09.16 3 0 12쪽
15 벽화마을 전투 (2) 24.09.15 5 0 12쪽
14 벽화마을 전투 24.09.14 6 0 12쪽
13 다시 혼돈 속으로 24.09.13 7 0 12쪽
12 스승과 제자 24.09.12 6 0 12쪽
11 끊이지 않는 위협 24.09.11 7 0 13쪽
10 새로운 애제자 24.09.10 7 0 12쪽
9 믿을 사람은 스승 뿐 24.09.09 7 0 12쪽
8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 24.09.08 8 0 12쪽
» 이상한 신입생 24.09.07 8 0 11쪽
6 첫 번째 날 24.09.06 10 0 12쪽
5 퇴마술식(退魔術式) 24.09.05 9 0 12쪽
4 퇴마사 24.09.04 9 0 13쪽
3 처형식 24.09.03 9 0 12쪽
2 잘못된 만남 24.09.02 15 0 12쪽
1 혼돈과 퇴마사 24.09.01 2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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