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 품은 퇴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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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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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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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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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위협

DUMMY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메뚜기 떼의 파도를 직면한 이재욱 특급.

그는 다시금 검을 고쳐잡은 후, 남은 손으로 검 날에 자신의 마력(魔力)을 부여했다.


- 촤아악


단 한 번의 일격.

마력(魔力)을 품은 검이 휘둘러지자 푸른 빛의 검격이 생기며 일대를 완전히 초토화 시켰다.

먼지 폭풍이 가라앉은 후, 메뚜기 떼들은 뭐 하나 해보지도 못하고 소멸되었고, 다시금 푸른 하늘과 땅에 요괴 새를 타고 있는 전이안과 검을 손에 쥔 이재욱 특급만이 남게 되었다.


‘퇴마구(退魔具) 자체에 깃든 마력(魔力)에 자신의 마력(魔力)까지 더해서 날리는 참격이라.’


보기에는 간단해 보이는 참격이었으나, 그 한방으로 전이안의 압박 계획은 효과가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자, 다음 수는 뭐냐? 아직 30분이나 남았다고?”


검을 지면에 꽂고 여유롭게 검 자루에 등을 기대는 이재욱 특급.

팔짱을 낀 그의 손에는 여전히 위압적이고 방대한 양의 마력(魔力)이 휘감겨 있었다.

이는 언제든지 상공의 전이안을 참격으로 베어낼 수 있다는 의미.

전이안이 무엇을 하든 결국 이재욱 특급의 손바닥 위라는 것을 알려주는 셈이었다.


‘흠···.’


고민에 빠진 전이안.

분명 상공이라면 안전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상공마저도 이재욱 특급의 참격 앞에서는 무력하다.


‘단순 버티기로는 안된다는 거네.’


물론, 상공에서 새를 탄 채로 참격들을 피해다니면 그만이긴 하지만, 상대는 이재욱 특급이다.

현 퇴마계(退魔界) 최강의 사내이다.

앞서, 자신의 생각을 모조리 예측하고 허를 찔렀던 상대이다.


‘그때 아저씨가 일부러 봐주지만 않았어도 진작 내 목은 축구공 신세였겠지.’


결국, 돌고 돌아 정답은 압박뿐.

그렇다면, 그 압박을 어떻게 구사해내야 저 최강 아저씨를 상대로 살아남을 수 있는가.

전이안은 침착하게 자신이 지닌 이점들을 머릿속에서 하나하나 나열했다.


물량, 마력(魔力)의 양, 자유로운 포지셔닝.

그러나, 이것들만으로는 부족하다.

뭔가 다른, 여기서 더 데벨롭이 된 무언가가 필요했다.


‘이번 대련의 요점은 퇴마술식(退魔術式)의 활용이나 전투 센스라고 했었지.’


전투 센스야 경험이 언젠가 채워줄 요소지만, 전이안은 스스로가 퇴마술식(退魔術式)을 잘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자만하고 있던 지금, 그의 머릿속에 한가지 실험 욕구가 생기기 시작했다.


‘요괴조술(妖怪操術)의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범위가 고작 손바닥 한정일까? 일단 손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지긋이 자신의 양손을 내려다보는 전이안.

방출하는 감각만을 다시금 양손에 집중시켜보니, 손 전체에 저릿한 감각이 느껴졌다.


‘손 전체. 손바닥만 아니라 손가락도 손이잖아. 그러면 요괴조술(妖怪操術)의 문이 2개에서 10개로 늘어나게 되는데.’


“전혀 하늘에서 내려올 생각이 없나 보네.”


다시금 자세를 고쳐잡고 칼날에 마력(魔力)을 집중시키는 이재욱 특급.


“난 하늘을 나는 것들이 싫더라. 전부 자기가 뭐라도 된 줄 알고 오만해지는 꼴이 너무도 보기 싫어.”


- 우우웅


일전의 참격보다 더 강력한 마력(魔力)의 울부짖음.

이재욱 특급은 상공의 전이안을 겨냥한 채, 수직으로 검을 휘둘렀다.


“내가 떨어뜨려 줄게. 그 오만한 하늘에서.”


- 촤아악


이재욱 특급의 참격은 참으로 쉽게 전이안이 타고 있던 요괴 새를 두동강 내었다.

그러나, 공중에서 자유 번지점프를 하는 신세가 된 전이안은 그 와중에도 계속해서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손가락에 공간을 만들어낸다면 문이 총 10개. 그리고, 만약 그 문들을 모조리 합쳐서 거대한 공간을 또 만들어낸다면···.’


‘뭐지? 포기한건가?’


무서울 만큼 반응이 없는 전이안을 유심히 바라보는 이재욱 특급.

그리고 이내, 그의 시야에 송곳니가 보이도록 미소를 지은 전이안의 얼굴이 비쳤다.


“요괴조술(妖怪操術)···.”


공중에서 자세를 고쳐잡으며, 양손을 쫙 펼치는 전이안.

그의 양 손바닥, 그리고 열 손가락에 모두 검은 공간이 생겨나, 하나의 거대한 검은 문이 되었다.


“······어?”


이전과는 다른 스케일을 보이는 전이안의 술식(術式)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이재욱 특급.

이전과는 다른 스케일을 보이는 자신의 술식(術式)에 쾌감을 느끼는 전이안.


“요괴조술(妖怪操術) - 성(星)!”


거대한 검은 문에서 튀어나오는, 하늘을 뒤덮을 정도의 크기를 자랑하는 이질적인 별.

요괴의 팔과 눈, 다리와 이빨 등이 표면에 촘촘히 박혀있는 거대한 운석은 폭음과 함께 이재욱 특급이 서 있는 지상으로 빠르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야, 야! 야!”


당황스러움이 다급함으로 바뀌어버린 이재욱 특급.

그는 곧바로 마력(魔力)이 깃든 참격을 여러 번 날리며 운석을 베어내고자 하였으나, 베어진 운석의 파편들은 파편대로 이재욱 특급을 향해 비 오듯 떨어졌다.


“내가 버티라고 했지, 대련장을 날려 먹으라고 했냐···!”


어쩔 수 없다는 한숨을 쉬면서, 양손으로 검 자루를 억세게 쥐어 잡은 이재욱 특급.

그가 담을 수 있는 최대의 마력(魔力)을 검에 불어넣어, 운석의 크기에 버금가는 참격을 날리고자 하였다.


‘이거면 압박을 넘어서서 역공 수준이네.’


자신이 만들어낸 운석우(隕石雨)의 하늘 위에서 스스로에게 감탄하는 전이안.

그러나, 그가 만들어낸 아름다우면서도 잔혹한 풍경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백화난만(百花爛漫)!”


엄청난 폭음이 천지를 뒤흔들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광범위의 폭발 때문에, 전이안은 순간 두 눈을 팔로 가릴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남은 손으로는 새를 소환해 빠르게 하늘 위로 다시금 솟아올라 폭발의 범위에서 벗어났다.


“들켜버렸네···.”


“산 한쪽 뭉개버리려고 작정이라도 하신 건가요, 대선배님?”


지상에서 들려오는 새로운 목소리.

익히 귀에 익은 목소리였다.


“너야말로 제법 힘 좀 쓴 거 아니야, 송민지? 이 정도의 폭발이면 진짜 산모퉁이 하나 정도는 날리겠는걸?”


“이 정도의 폭발 아니었으면 진작에 주변 일대가 운석에 당했을걸요.”


목소리의 정체였던 송민지 특급의 퇴마술식(退魔術式) 덕분에, 운석우(隕石雨)는 가벼운 우박 정도로 마무리되었다.

동시에, 이재욱 특급의 보강 수업 또한 급하게 마무리되었다.




***




지상으로 내려오자마자 송민지 특급에게 꾸중을 듣게 된 전이안.

전이안 뿐만 아니라 이재욱 특급 또한 후배의 잔소리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했다.


“아무리 그래도! 대선배님께서 저 녀석을 아낀다고 해도! 극(極)의 사용까지 허용하는 건 너무 위험하지 않나요? 퇴마술식(退魔術式) 허용 대련은 그렇다 쳐도.”


“아, 극(極) 말이냐?”


극(極).

모르는 단어가 등장하자 귀가 쫑긋해진 전이안.

이재욱 특급은 전이안의 눈치를 보며 목을 가다듬고는 송민지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한 후, 그녀의 귀에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저 녀석, 아직 극(極)에 대해 모르는 놈이야. 그런 거 아직 알려준 적 없어.”


“······네? 그럼 방금 그 운석은?”


“극(極)이 아니야.”


“저 수준의 술식(術式)이 극(極)이 아니라면···. 그렇다면 대선배님처럼 극(極)이 존재하지 않는 형태의 퇴마술식(退魔術式)인 건가요?”


“그건 나도 모르지. 내 눈으로도 볼 수 없는 녀석이니.”


짧게 비밀 이야기를 마친 이재욱 특급은 전이안에게로 다가가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자랑스럽다는 말투로 송민지 특급 앞에서 보란 듯이 그를 칭찬했다.

‘엄청난 재능이다.’ ‘전투 센스가 좋다.’등의 칭찬 세례 속, 정작 칭찬의 주인공인 전이안의 생각은 딴 데에 가 있었다.


‘극(極)이 뭐지?’


대충, 느낌상 퇴마술식(退魔術式)과 관련 있어 보이는 무언가라는 것은 확실한데,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인지는 감이 잡히지 않는 전이안.


“자~자~. 민지는 임무 갔다 와서 힘들 테니 숙소에 가서 좀 쉬고. 전이안, 너는 나랑 잠깐 이야기 좀 하자.”


뭔가, 일부로 송민지 특급을 이 자리에서 떼어내고자 하는 이재욱 특급의 의도가 느껴진 전이안.

전이안 또한 아직은 송민지 특급이 불편했기에, 굳이 그 의도를 파고들지 않고 조용히 고개만을 끄덕였다.

그러나, 송민지 특급은 이재욱 특급의 의도를 눈치챘는지, 곧바로 자리를 떠나지 않고 전이안에게 한가지 질문을 던졌다.


“너, 가기 전에 잠깐만.”


“네? 뭔데요?”


“평소에는 뭐든지 나 몰라라 하다가 꼭 중요한 순간에 소름 돋는 거 하나씩 던지는 게 마음에 걸려서 그런데···. 우리 이전에 미륵지영(彌勒之影)이랑 접촉이 있었던 건 아니겠지?”


전이안을 향한 의심.

일전에 전이안의 처분 관련 회의 때, 전이안이 ‘자신이 죽게 된다면’이라는 상황을 통해 협회의 사람들을 상대로 협박을 했던 것과 방금 대련 때 대형 운석을 떨구는 등.

송민지 특급의 입장에서는 날이 갈수록 전이안은 경계의 대상이 되어만 갔다.

게다가 이재욱 특급의 옆을 계속해서 지키고 있으니.


실제로는 이재욱 특급이 전이안의 옆을 지켜주는 상황이지만, 그것을 모르는 타인들은 계속해서 전이안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요술(妖術)이라고 착각이 들 정도의 기분 나쁜 마력(魔力)의 소유자.

요괴를 흡수하고 마음껏 부리는 자.

기존의 퇴마사들이 지닌 색과는 너무나도 다르니까.


“전 미륵지영(彌勒之影)하면 강우현이라는 사람이 있다 정도밖에 몰라요. 그것마저도 이재욱 특급 아저씨가 알려준 거라서.”


“···그래.”


전이안의 허물없는 반응을 본 후, 탐탁지 않다는 티를 팍팍 내며 자리를 뜨는 송민지.

이재욱 특급은 전이안에게 너무 마음 쓰지 말라며, 다시 차나 한잔하러 가자며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겼다.

전이안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이재욱 특급의 등을 따라갔지만, 그가 보지 않는 사이 흘깃 고개를 돌려 송민지 특급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지들이 끌고 와 놓고는.’




***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후, 이재욱 특급의 별관에서 다시금 티타임을 갖게 된 둘.

차를 마시며, 전이안의 퇴마술식(退魔術式)의 발전과 대련 과정에 있어서 그가 보인 장단점에 대해 이재욱 특급이 하나하나 집중적으로 알려주었다.

전체적으로 호평이 많았던 덕에, 전이안은 내심 뿌듯해했다.


“그리고, 사실 이게 본론인데-.”


이재욱 특급은 깊게 한숨을 쉬더니 입에 담배를 꼬나물었다.

그리고, 평소와는 다르게 무거운 목소리와 눈빛으로 전이안을 응시하더니, 종이 한 장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종이의 상단에는 [전이안 처형 연기]라는 문구가 대문짝만큼 크게 적혀있었고, 그 아래에는 작은 글씨들이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이게 뭐예요?”


자신을 향한 퇴마계(退魔界)의 행동이 이젠 새삼 놀랍지도 않은 전이안은 무덤덤하게 이재욱 특급에게 종이의 내용에 관해 물어보았다.

이재욱 특급은 잠시 말이 없다,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번에, 네가 퇴마술식(退魔術式)을 깨우친 후 내가 협회에 들르고 오겠다 한 날, 협회 사람들이랑 의논해서 나온 결론이다. 아무래도, 윗사람들의 마음은 진작에 정해졌던 모양이야. 대충 내용은 너는 어디까지나 쓰다 버리는 사냥개고, 주의해야 할 인물이라는 거 정도다.”


이재욱은 깊게 담배 한 모금을 들이마시고 주요 내용들을 읊어나갔다.


[전이안을 임시 아군으로 간주한다.]


[전이안은 오로지 현 사태를 진압하기 위한 수단이다.]


[전이안을 이용해 요괴들을 흡수하고, 미륵지영(彌勒之影) 및 요괴 집단을 파멸시킨다.]


[서울의 상황이 80%, 혹은 이에 가까운 수치만큼 안정 궤도로 돌아올 시, 전이안을 급습하여 처형한다.]


[전이안이 죽은 후, 그가 품었던 요괴들의 처리 방법을 모든 사태가 진압되기 전에 찾아낸다.]


증명하면 될 줄 알았다.

주인공이 되고자 하였을 뿐이다.

그러나, 그는 요괴를 품은 인간이기에 인간에게도, 요괴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이거 자칫하면···.’


입을 닫은 채 조용히 자신의 처분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는 종이를 내려다보는 전이안.

냉정함을 잃을 법한 상황임에도, 그는 눈 한번 흔들리지 않으며 침착함을 유지했다.


‘비극 드라마의 주인공이 돼버리겠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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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 품은 퇴마사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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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안녕하세요. 잘 부탁 드립니다. 24.08.31 10 0 -
18 벽화마을 전투 (5) NEW 10시간 전 2 0 12쪽
17 벽화마을 전투 (4) 24.09.17 3 0 12쪽
16 벽화마을 전투 (3) 24.09.16 3 0 12쪽
15 벽화마을 전투 (2) 24.09.15 5 0 12쪽
14 벽화마을 전투 24.09.14 6 0 12쪽
13 다시 혼돈 속으로 24.09.13 7 0 12쪽
12 스승과 제자 24.09.12 6 0 12쪽
» 끊이지 않는 위협 24.09.11 8 0 13쪽
10 새로운 애제자 24.09.10 8 0 12쪽
9 믿을 사람은 스승 뿐 24.09.09 7 0 12쪽
8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 24.09.08 8 0 12쪽
7 이상한 신입생 24.09.07 8 0 11쪽
6 첫 번째 날 24.09.06 10 0 12쪽
5 퇴마술식(退魔術式) 24.09.05 10 0 12쪽
4 퇴마사 24.09.04 10 0 13쪽
3 처형식 24.09.03 10 0 12쪽
2 잘못된 만남 24.09.02 15 0 12쪽
1 혼돈과 퇴마사 24.09.01 2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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