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 품은 퇴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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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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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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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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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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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날

DUMMY

수련을 끝내고, 일출과 함께 건물 밖으로 나온 전이안과 이재욱 특급 퇴마사.

비록 수련 시간은 반나절 채 되지 않았지만, 그 성과는 가히 어마어마했다.

전이안은 그 자리에서 곧바로 상급 퇴마사로 인정받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그의 이질적인 퇴마술식(退魔術式)을 다룰 수 있다는 이유였다.


심지어, 그저 다루는 것을 넘어 활용까지 가능한 모습을 보여줬으니 이재욱 입장에서는 그를 고평가할만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이재욱마저 꿰뚫어 볼 수 없는 전이안의 속마음.

요괴들로 가득한 그의 내면세계가 위협적이라고 생각해, 곧바로 상급 퇴마사로 임명해 퇴마계(退魔界)에서 발을 떼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이 사실은 전이안 또한 자각하고 있었다.

애초에, 그 누구보다 먼저 검붉은 지옥도를 체험한 사람은 술식(術式)의 주인인 본인이니까.


‘말이 좋아 고속 승진해서 상급 퇴마사지, 여전히 위협이라고 분류되는 건 똑같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속으로는 여전히 이재욱을 경계하고 있는 전이안.

비단 이재욱뿐만이 아니라, 퇴마 협회(退魔協會)의 모두가 여전히 전이안의 완전한 우군은 아니다.

그가 퇴마계(退魔界)로부터 받는 모든 의심을 떨쳐낼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증명하는 것뿐이다.


누구보다 많은 임무를 해내서 위로 올라가는 것뿐.

그렇게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 된다면, 본인을 향한 의심도 적어지고 본인도 목소리를 좀 높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이안은 생각했다.


‘하지만 그전까지는 계속 사려야지.’


슬슬 이재욱에게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전이안.

이재욱은 그런 그를 잠시 붙잡더니, 주머니를 뒤적여 무언가를 전이안에게 건넸다.

바로 자그마한 부적 모양 펜던트가 달린 목걸이였다.


“나는 협회 측에 너에 관한 이야기를 올리고 오마. 아마 내일 모래부터 여러모로 바빠질 거야. 각오 단단히 해라. 이제는 정말 목숨을 걸고 수련하며 전장으로 나가야 하니.”


“네~.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면 바로 쉬지 말고 짐부터 싸고 쉬어라. 실전에 투입되기 전, 이사를 해야 하니.”


“네~. 네~. 잘 알겠-. 잠깐만, 이사요?”


벼락같이 떨어진 보금자리 이동 소식.

이재욱은 갑작스러운 이사 소식에 당황한 전이안을 내려다보며 피식 웃었다.


“살얼음판을 걸어 다녀야 하는 퇴마사가 자기 집에서 편하게 쉴 수 있으리라 생각한 거냐? 네가 앞으로 살 곳은 저쪽에 있다.”


이재욱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향에는 산밖에 보이지 않았다.


“뭐, 어디요?”


“북한산.”


“북한이요? 월북하는 거예요?”


“아니 북한산, 새끼야. 위험한 소리를 하고 있어.”


북한산.

서울 내에서 가장 높다고 알려진 산.

그리고 그 산 어딘가에 퇴마사들만의 거처가 마련되어 있다고 한다.

상급 퇴마사가 된 전이안 또한 앞으로 그곳에서 생활하게 될 것이고.


‘난 아직 속세에 남고 싶은데.’


이제는 혼자 코인 노래방을 간다거나, 술집을 간다거나, 그런 일은 없겠구나 싶었던 전이안은 대놓고 땅이 꺼지라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이재욱은 앞으로 청춘이 사라질 전이안을 옆에서 살살 골렸다.


“어차피 여자친구도 없잖아, 너. 그냥 와서 수련이나 열심히 해.”


“···네.”


본인을 향한 퇴마계(退魔界)의 의심이고 나발이고, 내일이면 속세를 벗어나야 한다는 사실에 좌절한 전이안은 힘 다 빠진 몸을 이끌고 택시를 잡았다.

그리고, 택시와 함께 멀어지는 전이안을 바라보던 이재욱은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고는 거칠게 연기를 뿜어댔다.


‘너도 잘 알고 있겠지. 너를 향한 수많은 의심과 경계심을.’


어둠을 걷히고 떠오른 태양을 조금이나마 담배 연기가 가렸다.


‘그래도 나는 너의 천성과 야망을 믿는다. 어디 한번 잘 해봐. 내 마지막 제자야.’




***




두세 개의 캐리어를 한꺼번에 들고 남몰래 야밤에 산을 오르는 전이안.

맑은 밤공기를 마시면서 삶의 터전을 옮기는 것은 제법 신선한 경험이었다.


‘대충 이쪽이 맞는데.’


마력(魔力)의 흐름을 따라 경사가 가파른 언덕과 절벽을 어찌저찌 오르는 데 성공한 전이안.

분명, 이곳으로 오는 사람은 없겠구나 싶을 정도로 가는 길은 험난했고, 위치는 베일에 꼭꼭 숨겨져 있었다.

그래도 용케 목적지까지 찾아온 그의 눈앞에는, 특수한 결계 속에 자리 잡은 전통적이고 아름다운 디자인의 거대한 고택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오오~. 무슨 무협지에서 나올 거 같은 비주얼인데?’


푸르디푸른 숲.

별과 함께 높은 하늘을 채우는 나무들.

거대하고 웅장한 절벽.

그 가운데에 자리한 거대한 대 고택.

산 정상에 오른 이들이 아름다운 자연의 선물을 통해 등산의 고생을 보상받는 거처럼, 전이안 또한 지금 그 보상을 만끽하며 넋 놓고 대 고택과 풍경을 둘러보았다.


“야, 네가 그 신입이냐?”


입 벌린 채로 감상에 젖은 전이안을 깨우는 거친 목소리.

목소리의 근원지에는 얼굴에 흉터 가득한, 깡패와 같은 외모를 한 남자가 짝다리를 짚은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퇴마사가 되자마자 상급이라길래 누군가 해서 직접 나왔건만, 그냥 애새끼잖아?”


“스물셋이면 애새끼는 아니지 않나요?”


“···스무 살이 아니고?”


“···네.”


“생긴 건 무슨 급식 기생오라비 새끼같이 생겨서···. 머리 좀 잘라, 새끼야. 따라와.”


입이 거친 사내.

그는 보란 듯이 씩씩거리며 고택 안으로 들어갔다.

전이안 또한 그런 그를 측은하게 바라보며, 그를 따라갔다.


고택 내부는 밖에서 봤을 때 보다 훨씬 더 넓었다.

공원부터 수련이 가능한 운동장, 가지각색의 시설들과 숙소.

웬만한 절보다도 훨씬 규모가 컸다.

그리고, 규모가 큰 만큼 많은 퇴마사가 그곳에서 생활했으며, 모두가 전이안을 보기 위해 창문을 열거나, 공원 밖으로 나와 있었다.


[쟤가 신입?]


[임무 경험도 없는 놈이 상급 퇴마사래.]


[들어보니 송민지 특급이 직접 스카우트하러 찾아갔었다는데.]


[백승훈 특급이랑 이재욱 특급도 그 자리에 있었다더라.]


[실전 경험 일도 없으면서 상급이라. 더럽게 재수 없네.]


[내일 임무 나가면 쟤가 제일 먼저 죽을 듯.]


[존나 약해 보이는데.]


[느껴지는 마력(魔力)은 무슨 하급 퇴마사급인데?]


전이안을 반겨주는 수많은 악담.

전이안을 안내해 주던 남자도 들리라는 듯이 크게 혼잣말했다.


“나도 내가 훨씬 선배인데 신입 새끼 안내나 해주는 신세라니 참.”


‘거, 선배님의 하늘 같은 배려에 감개무량할 따름입니다. 예.’


전이안은 아무 생각 없었다.

그저, 고생해서 산을 탔으니 빨리 본인의 숙소로 들어가 눕고 싶을 뿐, 굳이 사서 갈등을 초래하기를 꺼렸다.

그러나, 주변 환경은 전이안의 평화를 원하지 않았다.


- 삭


전이안의 눈 바로 앞에 짧은 단검 하나가 날아와 꽂혔다.

전이안이 제때 반응하고 피해서 망정이지, 만약 피하지 못했더라면 그대로 머리가 관통되었을 것이다.


“오~! 피했네?! 아하하하~!”


단검을 던진 이로 추정되는 남자는 주변 사람들과 깔깔 웃으며 다른 단검을 준비했다.

동경하던 퇴마사들의 낮은 수준에 실망한 전이안은 벌레라도 본 듯한 표정으로 자신을 안내하던 선배에게 한마디 했다.


“선배. 이런 건 막아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음~. 글쎄~?”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 기분 나쁜 미소를 짓는 선배.


“우리 퇴마사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강함이거든? 강해야만 인정받고, 신뢰받지. 근데, 너는 그 강함을 증명한 적이 없잖아?”


선배의 말에 호응하는 공원의 퇴마사들.

물론, 모두가 격해지는 분위기에 동참한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5할 이상은 전이안을 노리는 분위기였다.


“원래대로라면 난 너의 숙소를 안내해 주고, 퇴마구(退魔具) 선별을 돕는 역할인데···. 그냥 이참에 증명해 봐~! 네가 정말로 상급 퇴마사급에 걸맞은 인재인지, 아니면 그냥 하찮은 낙하산 새끼인지~!”


선배의 말에 멍해진 전이안의 표정.

그런 그의 표정을 보고 다시 한번 전이안을 크게 비웃는 퇴마사들.


“왜~?! 쫄리냐~?! 그딴 정신으로 퇴마사가 될 수는 있겠냐~? 참 나, 아무리 요즘 사람이 없다고 해도 이런 문외한을 들이다니, 그것도 상급으-”


“아니, 그, 퇴마구(退魔具)라는 게 뭐예요?”


“······시발, 그것도 모르면 어쩌자는 거냐. 됐고, 그냥 나가서 저기 얘들하고 한번 체술(體術)로만 싸워봐. 아, 너만 체술(體術)로. 저기 얘들은 대부분 중급 퇴마사, 너는 상급 퇴마사. 차이를 증명해야지~! 너는 무기 없이 오로지 맨몸으로 퇴마구(退魔具)로 무장한 우리 하찮은 중급 퇴마사들을 상대로 증명해봐~! 그럼 조금은 인정해줄 수도~?”


점점 더 격해지는 분위기.

전이안과 싸우기 위해 각자의 퇴마구(退魔具)를 꺼내는 이들과 싸움의 구경꾼으로 몰린 이들로 공원은 가득 찼다.


‘이건 뭐 짐승의 소굴인데. 아무리 내가 신입에 상급으로 낙하산 특진했다지만 이 정도로 난리 날 일인가···.’


이런 상황마저도 하찮다고 느낀 전이안.

그는 상대들의 도발을 무시하고, 그냥 알아서 숙소를 찾고자 했다.

그러나, 발걸음을 차마 돌리기도 전에 자신을 안내하던 선배의 말이 머릿속에서 되새겨졌다.


[증명해봐.]


전이안은 증명해야 한다.

임무에서든, 어디에서든, 본인을 향한 의심과 경계심을 풀기 위해.

그리고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


‘딱 한 번만 해볼까···.’


퇴마구(退魔具)로 무장한 수십 명의 중급 퇴마사들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는 전이안.

전이안이 도발에 응하자, 주변의 반응은 더욱 뜨거워졌다.


“시발놈이 존나 건방 떠네. 가자-!!”


앞장서 있던 중급 퇴마사의 외침과 함께, 수십 명의 퇴마사가 전이안에게 돌진하며 각자의 무기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략 10분이 지나자 기세등등하던 수십 명의 중급 퇴마사들은 모두 지쳐 바닥에 쓰러졌다.

별다른 타격이나 공격에 당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10분 동안 전이안에게 단 한 번의 공격도 성공하지 못하고 체력이 바닥난 것이었다.


‘중급이면 이 정도구나. 아니, 그냥 내가 잘한 건가?’


바닥에 널브러진 이들을 대충 훑어보는 전이안.

‘내가 잘한 거겠지~.’


그의 몸에는 작은 생채기 하나 없었다.


전체적인 신체 능력은 실전 경험이 더 많은 기존의 퇴마사들이 당연히 우세하다고 생각되었으나, 전이안도 나름대로 자잘한 경험들이 많은데다 그동안 무기 하나 없이 요괴들을 유인하고 사냥해왔다.

자기 몸을 활용하는 데에는 도가 텄다는 것이다.


“대충 상황도 끝난 거 같은데 숙소까지만 안내 좀 도와주세요.”


조용한 목소리로 요청하며, 다시 자신을 안내하던 선배에게로 다가가는 전이안.

그리고 첫인상과는 사뭇 다른 모습의 전이안에게 겁을 먹어, 사색이 된 얼굴로 뒷걸음질 치다가 문턱에 걸려 넘어진 선배.


그 장면은 소리를 듣지 못한 남들에게는 충분한 오해를 일으킬 만했다.

남몰래 홀로 지붕 위에서 상황을 내려다보던 송민지 특급 퇴마사에게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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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벽화마을 전투 (5) NEW 10시간 전 2 0 12쪽
17 벽화마을 전투 (4) 24.09.17 3 0 12쪽
16 벽화마을 전투 (3) 24.09.16 3 0 12쪽
15 벽화마을 전투 (2) 24.09.15 5 0 12쪽
14 벽화마을 전투 24.09.14 6 0 12쪽
13 다시 혼돈 속으로 24.09.13 7 0 12쪽
12 스승과 제자 24.09.12 6 0 12쪽
11 끊이지 않는 위협 24.09.11 7 0 13쪽
10 새로운 애제자 24.09.10 7 0 12쪽
9 믿을 사람은 스승 뿐 24.09.09 7 0 12쪽
8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 24.09.08 8 0 12쪽
7 이상한 신입생 24.09.07 7 0 11쪽
» 첫 번째 날 24.09.06 10 0 12쪽
5 퇴마술식(退魔術式) 24.09.05 9 0 12쪽
4 퇴마사 24.09.04 9 0 13쪽
3 처형식 24.09.03 9 0 12쪽
2 잘못된 만남 24.09.02 15 0 12쪽
1 혼돈과 퇴마사 24.09.01 2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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