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 품은 퇴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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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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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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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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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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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만남

DUMMY

퇴마사가 친 거대한 결계 내부로 들어와,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정체 모를 여자와 조우한 전이안.

퇴마사와 접점을 만들고 싶지 않았던 그에게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러나, 모순되게도 전이안은 천천히 쓰러져 있는 여성에게로 몸을 굽혔다.

당장이라도 현 상황을 못 본 척하고 자리를 뜨고 싶은 욕망을 애써 억누르면서 말이다.


‘마력(魔力)이 느껴져. 역시나 퇴마사인가. 결계의 것과 똑같은 걸 보아하니 결계도 이 여자가 만든 모양이네.’


처음에는 두려움이 앞섰던 그였지만, 막상 여성의 상태를 살피면서 전이안은 웃음기 없는 얼굴로 바뀌었다.

그 후, 천천히 지면에 엎드려 있던 여성이 하늘을 향하도록 몸을 돌려보았다.


‘깊은 외상은 없어 보이는데 의식도 없네. 도대체 뭐에 당한 거지?’


- 사악


갑작스럽게 등 뒤에서 느껴지는 오한.

전이안은 쓰러져 있던 여자를 품속에 안은 후, 바쁘게 눈을 굴리며 경계 태세를 갖췄다.


‘이 여자와는 다른 마력(魔力)···. 요괴의 것인가?’


만약, 이 결계 안에 여전히 요괴가 남아있다면 전이안 입장에서는 낭패다.

전문 퇴마사로 보이는 여자를 반죽음까지 몰고 간 요괴이다.

평소 전이안이 처리하던 요괴들과는 확실하게 결이 다를 것이다.

심지어, 여태까지 일반인 신분으로 살아와 제대로 된 전투 경험 한번 없는 전이안이 전문 퇴마사를 때려눕힌 요괴를 능히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다.


- 스윽


그러나, 그 사실은 전이안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지금 그의 품속에는 크게 다친 여자가 있고, 그는 그 상황에 존재한다.

이렇게 된 이상, 내뺄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는 전이안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며 오한이 느껴지는 마력(魔力)을 계속해서 경계하고, 탐색했다.


‘마력(魔力)의 흐름이 빠르면서 점점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네. 내부에서 벽이라도 타면서 고속 이동을 하는 건가.’


홍길동처럼 사방팔방에서 감지되는 요괴의 마력(魔力).

아마도, 계속해서 움직이면서 교란을 주다가, 적절한 때에 기습을 가할 생각일 것이라고 전이안은 판단했다.


- 타악


마력(魔力)이 가까워지는 것을 느끼자마자, 여자를 품에 안고 뒤로 도약한 전이안.

그리고, 전이안이 원래 자리에서 벗어난 지 1초도 지나지 않아 무언가가 그 자리를 휩쓸고 지나갔다.


“크르르르···.”


예상대로 그 정체는 요괴.

그러나, 일전에 전이안이 상대한 것들과는 뭔가 달랐다.

이목구비는 없으나, 인간의 형태를 띠고, 팔에는 크나큰 낫과 같은 칼날이 달린 요괴.

적어도 전이안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형태의 요괴였다.

그렇기에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위험하다.’는 사실을.


‘인간의 모습에 속도도 빠르고···. 상위 개체 요괴인가.’


칼날의 요괴를 정면으로 응시하던 전이안은 팔을 앞으로 뻗어 상대를 견제했다.

자기 능력이 상대에게 통할지, 상대의 속도에 반응에 제때 반응할 수 있을지 모두 의문이나, 뭐든지 시도는 해 봐야 안다.


“크르르···.”


전이안을 노려보며 기분 나쁜 소리를 내는 요괴.

이내, 전신을 비틀면서 다시 한번 소리 내더니, 전이안을 향해 빠르게 돌진했다.


전이안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하나는 회피에만 집중하는 것.

또 다른 하나는 ‘흡수’에 집중하는 것.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 두 갈림길에서 망설였겠지만, 전이안은 별 고민 없이 빠르게 자기만의 방법을 택했다.


- 훅


여자를 안은 채, 자기 상반신을 향해 달려드는 요괴의 칼날을 아슬아슬하게 점프하며 피하는 전이안.

그와 동시에, 공중에서 요괴를 향해 손을 뻗으며 ‘흡수’를 발동시켰다.


- 우우우웅



“크르르아아아-!!!”


전이안의 손바닥에서 생성되는 검은 공간.

그 주변으로 생기는 아지랑이는 칼날의 요괴를 덮쳤다.

그동안 전이안이 상대해 온 수준의 요괴들이라면 진작에 전이안의 능력에 의해 사라졌겠지만, 칼날의 요괴는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제법 오랫동안 흡수되지 않고 버텨냈다.


그러나, 칼날 요괴의 객기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지면에 착지한 전이안이 여자를 안던 남은 손까지 가세해 ‘흡수’를 진행하자 칼날의 요괴는 이내 쉽게 그의 손에 떨어졌다.


‘···이게 되네?’


범상치 않다고 여긴 요괴가 흡수되자, 조금은 놀란 표정을 짓는 전이안.

그는 자신의 양손을 유심히 바라보다, 이내 씩 웃으며 스스로에게 취했다.


‘크으~. 내가 이 정도구나~?’


전문 퇴마사도 퇴마하지 못한 칼날의 요괴를 비전문가가 퇴마했다.

이 사실이 전이안에게는 충분한 자화자찬의 요소가 되었다.

전이안은 자신의 성과에 실실 웃으면서 의식을 잃은 여자에게 다시금 다가갔다.

결계 내에는 더 이상의 낯선 마력(魔力)이 느껴지지 않았다.

즉, 내부의 적은 방금 흡수한 칼날 요괴가 마지막이었다는 것이다.


‘으쌰’


의식 불명의 여자를 예의 있게 양손으로 안은 전이안.

우선 결계에서 빠져나와, 여자를 응급실에 맡기고 자신은 유유히 사라질 계획이다.

다행히도 여자의 의식은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에, 그리고 주변에 보는 눈 또한 없었기에 자기 신변도 안전하다.

그저, 빠르게 뒤처리를 마무리 짓고 집에 돌아가서 팀플 과제에 돌입하면 될 뿐.


긴장을 풀고, 머릿속으로 팀플 과제의 리포트 작성에 대해 고민하는 전이안.

팀원들이 조사해 온 방대한 자료들을 한데 묶어 작성하는 것만큼 귀찮은 일은 또 없다.


‘봤는데 위키에서 긁어 온 자료 있으면 그땐 죽여버려야지.’


칼날 요괴를 상대하는 것보다도 두려운, 이상한 자료들을 들고 오는 팀원들.

특히나, 이번 팀원 중에는 똥통이 몇 명 껴있기에 그의 불안은 더욱 커져만 갔다.


‘제발 퀄리티 높은 자료. 퀄리티 높은 자료. 나 오늘 좋은 일 했잖아. 제발 좋은 자료들만 모았기를. 난 똥통도 아닌데 맨날 똥통만 걸려서 평판만 깎이냐 매번-.’


“···역시 너였구나?”


“난 똥통 아니라니까? 따른 똥들 때문에 내 이미지가 망가진 거지.”


“아니, 그거 말고.”


자연스럽게 이어진 대화.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부자연스러운 상황.

전이안은 말없이 목소리가 들린 근원으로 시선을 돌렸다.

말을 섞은 자는 바로 가까이 있었다.

바로 전이안의 품에.


“···어머나~. 누님 일어나셨구나~?”


큰일 났다.

완전히 의식을 잃은 줄로만 알았던 여자가 똘망똘망한 눈으로 전이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가로등의 불빛 덕에 이제는 확실하게 보이는 여자의 모습은 전투에서 패배해 다친 자의 모습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자세히 보니, 피가 부자연스럽게 흐르고, 상처 또한 확인했던 거 보다 더 가벼웠다.

머리도 스스로 헝큰 듯하였고, 목소리 또한 쌩쌩했다.

마치, 일부로 부상병 코스프레라도 한 거처럼 모든 것이 작위적이었다.


여자는 전이안의 품속에서 벗어나,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옷에 묻은 먼지를 털며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녀의 움직임은 전혀 상처 입은 자의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차분하고 자연스러웠다.


“후우-.”


기지개를 켜는 의문의 여자.

동시에 그녀의 눈은 전이안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저···. 무사해서 다행이네요~.”


전이안은 머쓱해 하면서, 애써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반대로 속으로는 현 상황에 대한 가설을 홀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저 여자. 다친 게 아니야. 다친 척을 하고 있었던 건가.’


짧은 시간 안에 전이안이 내린 가설은 이러하다.

여자는 요괴에 의해 당한 척, 다친 척 위장하였다.

애초에 방금 전이안을 상대한 칼날 요괴 정도는 여자에게 있어서는 껌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런 연극을 펼친 것인가.


[···역시 너였구나?]


이 말 한마디로 결론이 나온다.

여자가 연극을 펼친 이유는 바로 전이안을 만나기 위해서였다는 결론이.


‘그렇다는 말은, 나와 내가 지닌 능력, 그리고 내 활동 반경에 대해 진작에 알고 있었다는 건데.’


퇴마사의 눈을 피하고자 그동안 밤에 홀로 활동해 왔건만, 퇴마사 측은 이미 자신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에 전이안의 두 눈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전이안은 두 다리에 서서히 힘을 주며, 재빠르게 도망갈 준비를 하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의문의 여자 또한 전이안의 마음을 알고 있는 눈치였다.


“도망갈 생각은 하지 마. 내가 직접 너에게 온 이상, 너는 나를 따라와야 해.”


“아하하하~. 무슨 말씀이세요~? 저는 그냥 밤 산책이나 하던 도중에-”

“전이안. 나이는 스물셋.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는 *******. 현 가족들의 거주지는 강릉, 본인은 홀로 서울에서 대학 생활 중. 유독 밤에 성수동 근처를 배회하며 요괴들을 ‘흡수’하는 중. 맞지?”


아니나 다를까, 의문의 여자는 전이안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여자가 본인에 대한 프로필을 열거하자, 전이안의 적당히 얼버무리고 도망가고자 했던 계획은 완벽하게 무산되었다.

이미 상대가 모든 정보를 지니고 있으니, 여기서 빠져나온다 해도 추적은 계속될 테니까.


“···당신 누구야?”


전이안은 억지 미소를 그만두고 차가운 표정으로 의문의 여자를 노려보았다.

여자는 그런 전이안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는지, 피식 웃으면서 친절히 그의 질문에 답했다.


“앞으로 네가 몸담을 곳의 상사려나? 그러니 너무 날 세우지는 마. 나중에 내 얼굴을 어떻게 보려고 그래?”


“상사?”


“그래. 이래 봬도 특급 퇴마사거든. 전국에서 단 세 명만이 존재하는,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퇴마사. 그중 하나가 나야.”


특급 퇴마사.

전이안은 처음 들어보는 정보이다.

당연히 그는 퇴마사라는 존재에 대해서만 얼추 아는 것이지, 그 안에서 서열이 어떻게 갈리는지는 모른다.

그보다, 그 정도의 실력자가 어째서 자기와 같은 사람을 기다렸는지가 의문이었다.


“어쨌든, 지금 네가 마주하고 있는 사람이 퇴마계(退魔界)에서 가장 큰 거물 중 한 명이라는 말이니까 도망가거나 무례하게 행동하거나 그러지는 마. 나중에 수습하기 힘들어져, 너 스스로가.”


“그런 건 잘 모르겠고, 원하는 게 뭐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고? 뭐, 그럼 나야 편하지.”


의문의 여자는 손가락으로 전이안을 가리켰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전이안.

혹은 전이안이 지닌 능력.

전이안 또한 당연히 그러리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전이안은 퇴마계(退魔界)에 속하기를 거부한 사람이다.


“미안하지만, 난 지금 학업에 열중하느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서 말이야. 지금도 팀플 과제 하러 가야 하고···. 그러니까-”


허벅지부터 발바닥까지 힘이란 힘은 다 끌어모은 전이안.

이제 남은 것은 힘차게 지면을 박차 날아가는 것뿐이다.


“도망갈 생각은 버리라고 했을 텐데.”


그러나, 곧바로 전이안의 행동을 막아서는 여자.

그녀는 마치 잘 확인해보라는 듯이 전이안을 가리키던 손가락을 흔들었다.

여자의 손가락 끝에 도달하는 곳은 전이안의 가슴팍이었다.

그곳에는 순백의 고운 빛깔에 엄청난 양의 마력(魔力)이 느껴지는 꽃잎이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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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 품은 퇴마사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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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벽화마을 전투 (5) NEW 10시간 전 2 0 12쪽
17 벽화마을 전투 (4) 24.09.17 3 0 12쪽
16 벽화마을 전투 (3) 24.09.16 3 0 12쪽
15 벽화마을 전투 (2) 24.09.15 5 0 12쪽
14 벽화마을 전투 24.09.14 6 0 12쪽
13 다시 혼돈 속으로 24.09.13 7 0 12쪽
12 스승과 제자 24.09.12 6 0 12쪽
11 끊이지 않는 위협 24.09.11 7 0 13쪽
10 새로운 애제자 24.09.10 7 0 12쪽
9 믿을 사람은 스승 뿐 24.09.09 7 0 12쪽
8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 24.09.08 8 0 12쪽
7 이상한 신입생 24.09.07 7 0 11쪽
6 첫 번째 날 24.09.06 9 0 12쪽
5 퇴마술식(退魔術式) 24.09.05 9 0 12쪽
4 퇴마사 24.09.04 9 0 13쪽
3 처형식 24.09.03 9 0 12쪽
» 잘못된 만남 24.09.02 15 0 12쪽
1 혼돈과 퇴마사 24.09.01 2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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