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 품은 퇴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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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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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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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마을 전투 (3)

DUMMY

상귀하천(上貴下賤).

어둑시니의 요술(妖術).

자신이 높은 위치를 점한 상태에서 낮은 위치에 있는 상대와 눈이 마주쳤을 때 발동되며, 어둑시니의 신체와 마력(魔力)이 급격하게 거대해진다.

그리고, 어둑시니가 상(上)에 위치하는 이상, 하(下)에 위치한 존재가 어둑시니를 뛰어넘는 마력(魔力)을 지닌 것이 아닌 이상, 상대의 공격에 아무런 타격을 입지 않는다.

즉, 어둑시니와 같이 1급 요괴의 강자로서는 상대보다 위에 서기만 할 수 있다면 무적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어둑시니기 지붕 위로 올라가 잠깐 상황을 끊고 전이안의 시선을 빼앗은 것은 이를 위한 것이었다.

그 덕분에, 전이안의 ‘눈’을 파괴할 수 있었다.


“다시 시작해도 돼, 금돼지.”


“크하하하~!! 역시 넌 똑똑해서 좋아~!!”


환한 미소를 서로에게 전한 어둑시니와 금돼지.

금돼지는 다시 극한의 체술(體術)로 전이안을 몰아붙였다.


‘눈’이 사라지자 다시금 금돼지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전이안.

그대로 수십 번은 금돼지의 주먹과 발차기를 허용하며 순식간에 몸이 너덜너덜해졌다.


‘하-. 하아-.’


호흡마저도 원하는 대로 하지 못할 지경.

시야 또한 충격으로 인해 어지러웠고, 몸 곳곳에서는 출혈이 일어나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고통이 찾아왔다.


“으랴~!!”


황금빛 마력(魔力)이 휘감긴 주먹으로 전이안의 가슴을 정확하게 가격한 금돼지.

전이안은 다시금 무염지욕(無厭之慾)의 끝자락으로 날아갔다.


지면에 대자로 쓰러진 전이안.

그의 상태는 이미 행동 불능에 가까웠다.

눈동자는 위로 쳐져 있었고, 벌려진 입에서는 진득한 피가 잔뜩 흐르고 있었다.


“이 정도면 됐으려나?”


양 주먹에서 ‘뚜두둑’ 소리를 내며 널브러진 전이안을 내려다보는 금돼지.

밤하늘을 가린 어둑시니 또한 흘깃 그를 스치듯 바라본 후, 고개를 끄덕였다.


“좋았어! 영차! 드디어 열쇠를 얻었군! 그 빌어먹을 년에게 전달한 후 계집애들로 원기 보충 좀 해야겠어!”


전신을 두른 금빛 마력을 해제하고, 전이안을 회수하기 위해 다가가는 금돼지.

그 사이, 전이안은 조금씩, 아주 조금씩 하늘을 향하던 손바닥을 지면을 향해 티 안 나게 돌렸다.


“너 하나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르지? 뭐, 이젠 들리지도 않겠지만.”


전이안에게 다다른 금돼지는 실실 웃으며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전이안은 기다렸다는 듯, 쉰 목소리와 함께 술식(術式)을 발동시켰다.


“···요괴조술(妖怪操術) - 연(煙).”


급작스럽게 전이안과 금돼지 주위를 자욱하게 감싸는 짙고 매스꺼운 연기.

돼지코로 인해 발달한 후각을 지닌 금돼지는 연기로 인해 고통스러워하며 수도 없이 기침했다.

그 틈에, 매캐한 연기를 뚫고 요괴 새 한 마리가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또 잔재주를···. 질리지도 않나.”


거대한 어둑시니는 하늘로 솟아오르던 요괴 새를 향해 팔을 뻗었고, 새는 그대로 그의 손에 잡혀버렸다.


“어차피 새를 타봤자 상하로만 움직일 수 있을 뿐, 무염지욕(無厭之慾)의 경계를 넘나들지는 못해. 안타까운 발악이네, 열쇠.”


새를 잡은 손을 천천히 펼쳐보는 어둑시니.

그러나, 그의 예상과는 달리 손안에는 요괴 새만 있을 뿐, 전이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좋은 정보 알려줘서 고맙네.”


어둑시니가 낚아챈 새의 반대편.

또 다른 요괴 새가 반 박자 늦게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그의 등에 전이안을 태운 채로.


일전에 먼저 날린 새는 어둑시니의 시선을 끌기 위한 속임수.

진짜는 이쪽이었다.


“그리고, 애초에 내 목적은 이 짜증 나는 금빛 영역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었거든?”


조커처럼 피로 얼룩진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띤 전이안.

그의 요괴 새는 어느새 거대해진 어둑시니의 손조차 닿을 수 없는 속도로 빠르게 비행하고 있었다.


“너···. 쓰러져 있던 건 단순히 틈을 만들어내기 위한 연기였던 거냐?!”


“반은 맞고 반은 아니야.”


고통이 가시지 않는 가슴팍을 부여잡는 전이안.

지면에 쓰러져 있었던 것은 확실히 누적된 고통과 체력 고갈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전이안은 머리를 굴린 것이다.


위기라는 단어를 기회라는 단어로 이어내기 위해서.


어느새 어둑시니의 뛰어넘을 정도로 높은 하늘에 도달한 요괴 새와 전이안.

전이안은 힘이 다 빠진 두 다리를 일으켜 세우며 거대해진 어둑시니를 내려다보았다.


“이젠 내가 상(上)이고 네가 하(下)네.”


“·········한낱 인간 새끼가.”


상귀하천(上貴下賤)의 약점까지 눈치챈 전이안.

두 명의 눈이 마주치자, 거대해졌던 어둑시니의 몸과 신체는 서서히 작아지기 시작했다.

줄곧 여유로워 보였던 어둑시니는 긴박한 표정과 함께 작아지는 와중에도 전이안을 향해 손을 뻗어 검은 마력(魔力)을 한데 모았다.


전이안 또한 양손을 최대한 위로 뻗으며, 본인 자체가 지닌 마력(魔力)을 전부 끌어모아 거대한 공간을 형성했다.


‘금돼지의 말도 안 되는 치유력을 상쇄할 만큼의 공격. 그리고 지원 요청까지 가능한 수는 이거밖에 없어.’


“이대로 다시 작아질 거 같으냐-!”


미처 본래의 크기로 돌아가기 전, 모아둔 검은 마력(魔力)을 전이안을 향해 방출하는 어둑시니.

매캐한 연기에서 벗어나 정신을 차린 후, 황급히 상공의 전이안을 향해 날카롭고 흉측한 입에 금빛 마력(魔力)을 모아 방출하는 금돼지.


1급 요괴들의 공격이 자신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는 와중, 전이안은 오히려 두 눈을 감으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더 크게···. 서울에 있는 모든 퇴마사가 볼 수 있게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두 눈을 부릅뜬 전이안.

그는 피를 튀기며 포효하면서, 자신이 당장 낼 수 있는 최대 출력의 술식(術式)을 발동시켰다.


“요괴조술(妖怪操術) - 혈광태성(血光太星)-!!”


푸른 달을 가리는 거대하고 괴이한 붉은 별.


어둑시니와 금돼지의 공격이 별을 정통으로 뚫었으나, 조금의 흠집만 낼 뿐 별의 낙하를 막을 수는 없었다.


“이런 썅···.”


“열쇠···. 도대체 얼마나 많은 요괴를 품고 있길래······.”


‘잔혹함’을 형상화한 듯한 붉은 별이 서서히 자신들을 향한 지상으로 떨어지자, 절망 가득한 표정에 잠긴 금돼지와 본래 크기로 되돌아온 어둑시니.


‘으윽-.’


전이안 또한 품속에 지닌 요괴의 마력(魔力)을 극한의 출력까지 끌어당긴 탓에 끔찍한 두통을 호소했다.

다시금, 그의 시야에는 적색의 지옥도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우오오-!!]


이제는 들리기까지 시작했다.

지옥도의 검은 바다 위, 요괴들의 목소리가.


‘이 새끼들이···.’


지끈거리는 이마를 부여잡으며 이를 가는 전이안.

느껴졌기 때문이다.

요괴들이 지닌 자신을 향한 분노와 저주가.

그러나, 그 목소리들은 전이안에게는 주인을 향한 개의 짖음 정도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뭐, 뭐든지 리스크가 있기 마련이니까.’


시야가 천천히 맑아지자, 전이안은 진이 빠진 몸을 요괴 새의 곪아 빠진 등에 누이며 붉은 별의 지상 폭격을 관람하였다.


굉장한 폭음과 함께, 일대를 박살내며 거대한 먼지 폭풍을 일으킨 혈광태성(血光太星).

혈광태성(血光太星)이 지상과의 충돌로 파괴된 후에도, 표면을 이루던 혈(血)은 무염지욕(無厭之慾)의 금빛 지면 위를 붉은 피로 적셨다.


‘이걸로 두 놈 모두 처리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겠지. 모두 1급 요괴들인데.’


전이안의 예상대로, 어둑시니와 금돼지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금돼지는 치명상, 그에 반해 어둑시니의 상처는 조금 깊은 수준이었다.


“하아···. 하아···. 이래서 사내 새기는 싫다니까···. 열쇠 주제에 왜 이렇게 질긴 거야···.”


이전의 거칠고 야성미 있던 자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큰 상처와 함께 축 늘어진 금돼지.


“그래도 보아하니 녀석도 한계야. 아래로 끌어내리면 우리가 다시 유리해져.”


금돼지와는 달리 침착한 어둑시니.

분명 본래의 크기로 돌아갔을 그였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이전보다는 작았지만, 어느 정도 다시 거대해진 크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 찰나의 순간에 금돼지의 시선을 이용해 상귀하천(上貴下賤)을 사용하여 어느 정도 상쇄시킨 건가···.’


역시나 만만하게 볼 수 없는 1급 요괴.

괜히 퇴마사 측의 주요 전력이 대거 움직이게 된 것이 아니다.


“이제 그 수밖에 없네. 넌 그만 자리를 떠라, 금돼지. 나머지는 내가 처리할게.”


“뭐? 아직 나도 팔팔하-”


“넌 이미 녀석에게 진 거나 다름없어. 네 몸 꼬라지를 봐. 거기서 더 무리하면 네 몸이 버티질 못하고 터지고 말 거다. 그리고, 네 극(極)은 녀석에게 사용할 수 없지 않나?”


어둑시니의 차가운 일침에 의기소침해지는 금돼지.

분함으로 인해 일그러지는 얼굴과 함께, 그는 몸을 바들바들 떨며 중얼거렸다.


“한낱 인간 상대로···. 씨발, 자존심 상하네.”


어둑시니의 말을 따라 무염지욕(無厭之慾)을 해제하고 장소에서 벗어나는 금돼지.

치명상을 입은 몸 상태에도 불구하고, 그는 빠른 속도로 광장에서 사라졌다.

반면에, 어둑시니는 우두커니 선 채로, 전이안의 눈을 피하며 짧은 한숨과 함께 전신을 마력(魔力)으로 휘감기 시작했다.


“···인간 주제에 멋대로 내 위에 서는 놈은 딱 질색이야.”


목소리에서 날카로운 칼날이 숨겨져 있다 느껴질 정도로, 그의 말에는 서슬 퍼런 저주가 서려 있었다.

느껴지는 마력(魔力)의 강함 또한 가히 압도적이었다.

주체 없이 분출하는 저 기운에 스치기만 해도 골고 가겠다고 여겨질 정도였다.


‘또 뭐가 있는 건가.’


호흡을 가다듬으며 둘을 내려다보는 전이안.

압도적인 마력(魔力)을 분출하던 어둑시니는 그제야 전이안을 올려다보았다.


“극(極)···. 그것이 너희 인간들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 알고 있나?”


극(極).

일전에, 이재욱 특급과 송민지 특급 사이에서 오고 갔던 단어.

전이안은 아직 모르는 개념.

그 개념을, 어둑시니와 금돼지는 사용하고자 했다.


“마력(魔力)은 자연의 것. 지상의 것이든 지하의 것이든, 이를 느낄 수 있는 자라면 누구든지 다룰 수 있는 것이지. 허나.”


어둑시니를 중심으로 퍼지는 칠흑의 그림자.

그 그림자는 지면도, 혈광태성(血光太星)의 핏자국도 모조리 뒤덮었다.


“극(極)은 자연으로부터 얻은 마력(魔力)을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것. 얻은 것을 놓아주는 행위이다. 양분을 흡수하고, 섭취하여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에 익숙해진 인간 놈들은 쉽게 도달하지 못하는 개념이지. 보여주마, 마력(魔力)의 본모습을.”


지면을 뒤덮은 어둠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꿈틀대기 시작하더니, 천지를 가릴 것 없이 주위를 전부 삼켜버리기 시작하더니 하늘마저 가려냈다.

칠흑 같은 어둠에 갇혀버린 전이안.

빛 한줄기 없는 칠흑에 공간 속에서, 오로지 어둑시니의 목소리만이 들려왔다.


“해와 달 없는 하늘 아래, 상하(上下)의 개념은 무의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몸이 붕 뜨는 감각을 느낀 전이안.

육감적으로 알아챌 수 있었다.

그 공간 안에서, 전이안과 어둑시니의 위치는 뒤바뀌었음을.


분명 좌표상, 전이안이 상공, 어둑시니는 지상에 머물고 있었지만, 그 공간 안에서만큼은 마치 세상이 거꾸로 된 거처럼 어둑시니가 상(上)으로, 전이안이 하(下)로 위치가 뒤틀렸다.


“상귀하천(上貴下賤) - 극(極), 암중천지부지(暗中天地不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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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벽화마을 전투 (5) 24.09.18 5 0 12쪽
17 벽화마을 전투 (4) 24.09.17 6 0 12쪽
» 벽화마을 전투 (3) 24.09.16 6 0 12쪽
15 벽화마을 전투 (2) 24.09.15 6 0 12쪽
14 벽화마을 전투 24.09.14 7 0 12쪽
13 다시 혼돈 속으로 24.09.13 9 0 12쪽
12 스승과 제자 24.09.12 8 0 12쪽
11 끊이지 않는 위협 24.09.11 9 0 13쪽
10 새로운 애제자 24.09.10 9 0 12쪽
9 믿을 사람은 스승 뿐 24.09.09 9 0 12쪽
8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 24.09.08 9 0 12쪽
7 이상한 신입생 24.09.07 9 0 11쪽
6 첫 번째 날 24.09.06 10 0 12쪽
5 퇴마술식(退魔術式) 24.09.05 11 0 12쪽
4 퇴마사 24.09.04 11 0 13쪽
3 처형식 24.09.03 10 0 12쪽
2 잘못된 만남 24.09.02 15 0 12쪽
1 혼돈과 퇴마사 24.09.01 2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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