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 품은 퇴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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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사
작품등록일 :
2024.08.31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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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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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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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받지 못하는 존재

DUMMY

이른 아침부터 야외 수련장에 모여 있는 퇴마사들.

그 수는 그리 많지 않았고, 등급도 대다수의 하급, 그리고 소수의 중급과 상급 퇴마사들이었다.

대부분의 중급, 그리고 상급 퇴마사들은 임무에 나가 있거나, 임무 전후로 휴식을 취하고 있거나 둘 중 하나였다.


‘아으 졸려.’


잠이 덜 깬 두 눈을 비비는 전이안.

천천히 야외 수련장으로 기어 나오는 그를 향해 진작에 야외 수련장에 모인 이들의 이목이 쏠렸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나타난 시간은 아침 수련이 끝난 후이기 때문이다.

분명 새벽에 크나큰 종소리가 한차례 울려 퍼졌으나, 전이안은 그것이 퇴마사들의 알람 소리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 결과, 아침 수련이 다 끝나서야 그는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얼떨결에 야외 수련장으로 나온 것이다.


“···자넨 뭔가?”


어이없다는 눈빛과 함께 전이안에게 질문하는 어느 교관.

전이안 또한 현 상황이 파악되지 않았기에 뭐라 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어제 온 신입이라고 신변을 밝힐 뿐이었다.


그리고, 답을 들은 교관 또한 뭐라 답해야 할지 몰랐다.

어젯밤에 막 온 신입의 정체를 알 리가 있나.


그래도 명색이 교관이니, 일단 전이안의 지각 건에 대해 혼부터 내보는 그였다.

전이안은 공손한 태도로 교관의 꾸중을 하나하나 귀담아들으며 고개를 숙였다.

최대한 자기 잘못을 인정한다는 티를 내었다.


뒤에서는 힘겨운 아침 훈련을 마친 퇴마사들이 땀을 흘리며 전이안을 노려보고 있었기에 확실하게 전이안을 벌하지 않으면 안 될 분위기였다.

그러나, 교관도 교관대로 할 말이 없어지자 점점 난처해져만 갔다.

그러던 찰나, 비교적 말끔해 보이는 한 퇴마사가 천천히 교관의 옆으로 걸어왔다.


“퇴마사가 훈련을 게을리해서는 안 되지. 설령 신입이라고 해도.”


한 자루의 검을 든, 무사와 같이 날카로운 이목구비를 지니고 긴 머리를 한 남자.

다른 퇴마사들과 다르게, 그는 혼자 지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여기 오자마자 상급 배지 달았다는 새끼가 너지? 아직 몸도 제대로 못 풀었는데 잘됐네. 나랑 겨뤄보자.”


날카로운 미소를 지으며 전이안을 도발하는 무사 사내.

전이안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감히 신입인 본인이 어떻게 선배를 상대하냐며 자리를 피하고자 했다.

그러나, 빠르게 전이안의 옆으로 이동한 사내는 그의 목에 검을 겨누고는 매서운 눈빛으로 전이안을 응시하며 속삭였다.


“한번 겨뤄보자고···. 쫄았냐, 새끼야?”


급속도로 차가워지는 수련장의 분위기.

냉기가 느껴지는 것은 수련장의 분위기에서 그치지 않고, 전이안의 목까지 전해졌다.


‘피할 수 없는 상황인 모양이네.’


전이안은 조심히 자신의 목을 겨눈 칼날에 손가락을 얹어 천천히 밀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승낙에, 사내는 쾌활하게 웃으며 전이안의 어깨를 여러 번 때렸다.


“좋아, 좋아~! 상급이라면 꼬리 말고 튀어서는 안 되지~! 새끼가 꼴에 자존심은 있네~!”


가벼운 발걸음으로 수련장의 중심으로 향하는 사내.

검을 어깨에 지고, 이리로 오라는 손짓을 하는 그를 전이안 또한 따라갔다.


“통성명부터 할까? 배민기. 너와 같은 상급 퇴마사다. 굳이 순위를 나누자면 상급에서 세 손가락 안에는 들어가는 그런 놈이다~.”


얼떨결에 자신이 상대하게 된 자가 상급 퇴마사 안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든다는 사실에 잠이 깬 전이안.


“네 이름은 이미 알고 있으니까 닥치고 전투 준비나 해. 진짜 ‘상급’이 어느 수준인지 보여줄 테니까. 이 운만 좋은 버러지 새끼야.”


“입이 좀 거치시네요.”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전이안 또한 뻣뻣한 몸을 애써 스트레칭을 하며 전투 태세를 갖췄다.


“···뭐, 그럼 이렇게 된 김에 시작해보도록 하지. 겨루기···.”


교관은 허둥지둥 주변의 퇴마사들을 장외로 물러나게 한 뒤,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종을 쳤다.


- 타악


종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빠르게 전이안의 품으로 파고드는 배민기 상급.

수평으로 휘둘러지는 칼날을 전이안은 아슬아슬하게 몸을 내빼며 피했다.

그러나,


‘잠깐만. 상급 퇴마사면 퇴마술식(退魔術式)을 사용할 텐데.’


찰나의 순간, 전이안의 머릿속을 꿰뚫은 사실,

그리고, 그 사실은 곧바로 현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배민기가 휘두른 검의 그림자 속에서.


“영검(影劍)-!!”


전이안이 반응하기도 전에, 배민기가 휘두른 검의 그림자 속에서 검은 칼날이 튀어나와 그의 배를 꿰뚫었다.

정확하게, 전이안의 상반신을 관통했다.


“이놈아-!! 야외 대련장에서 퇴마술식(退魔術式)을 사용하는 것은 금기지 않느냐-!!!”


당황한 장외의 퇴마사들과 교관.

그러나, 배민기는 실실 웃으면서 피를 토하며 지면에 쓰러진 전이안을 내려다보았다.


“낙하산이 맞았네~. 하기야, 경험도 없는 새끼가 갑자기 ‘상급 퇴마사’라니, 말이 안 되지.”


쓰러져 있는 전이안의 머리를 발로 툭툭 치는 배민기.

그의 짙은 살기에, 교관을 비롯한 그 누구도 감히 끼어들지 못했다.


“마땅한 실전 경험 제로. 퇴마계(退魔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몸소 체험하지도 않은데다 극(極)에 대해서도 모르는 ‘상급 퇴마사’라. 진짜, 그렇게 인재가 없나, 우리.”


멈출 줄 모르는 배민기의 오만.

멈출 줄 모르고 흐르는 붉은 피.


그러나, 지면을 적신 붉은 피는 전이안의 것이 아니었다.


“요괴조술(妖怪操術) - 사(巳).”


- 쿠구구구


눈 깜박할 새 배민기를 덮쳐버린 괴물 이빨의 뱀.

가까스로 이에 반응한 배민기는 검술과 영검(影劍)을 통해 전이안의 사(巳)를 갈기갈기 찢어냈다.


“···씨발, 죽은 거 아니였어?!”


아무 일 없다는 듯 일어나는 전이안을 바라보며 당황해하는 배민기.

먼지를 털며 일어난 전이안의 상반신에는 칼날이 관통한 흔적이 없었다.

다만, 그가 누워있던 지면에는 붉은 액체가 여전히 남아있었다.


“큐르르······.”


배민기가 자세히 보니, 지면을 적셨던 붉은 액체의 정체는 슬라임 형태의 요괴였다.


“뭐가 어떻게-”


“갑작스러운 공격이었던 터라 미처 빚어내지 못하고 상황에 맞는 요괴만 빠르게 소환했을 뿐이에요.”


배민기의 영검(影劍)이 전이안의 상반신을 꿰뚫기 전, 전이안은 본래 인간의 피를 흡혈하던 슬라임 형태의 요괴를 빠르게 소환하여 배민기의 술식(術式)을 대신 맞도록 하였다.

흡혈 슬라임 요괴가 거의 액체에 가깝다는 특징을 이용해, 마치 본인의 상반신이 관통당해 피를 흘린 연출을 낸 것이다.

그 후, 쓰러진 척을 하며 배민기의 술식(術式)을 파악, 빈틈을 노렸지만 아쉽게도 유효타는 먹이지 못했다.


‘그림자에서 나오는 칼날이라. 주변에 거목들이 많으니 더 활개를 치겠네.’


곳곳의 그림자들을 빠르게 훑어보는 전지안.

그리고, 그의 침착한 태도를 보며 당황해하는 배민기.


‘저 새끼가···.’


검 자루를 꽉 쥔 그는 다시금 전이안을 향해 달려들었다.


‘상대를 자유롭게 내버려 두었다간 내가 당해. 어떻게든 빠르게 끝내야겠어.’


짧은 시간 안에 배민기를 쓰러뜨릴 방법을 구축한 전이안.

망설임 없이, 그는 자신의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요괴조술(妖怪操術) - 벽(壁).”


전이안은 배민기의 진로에 거대한 요괴의 벽을 생성하여 그의 움직임을 방해했다.


“이딴 게 통하겠냐-?!”


- 촤라락


배민기 본인의 검과 그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칼날이 전이안이 만든 벽을 깔끔하게 베어냈다.

그렇게, 돌진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었던 배민기의 앞에, 이전의 침착한 모습의 전이안이 아닌 송곳니를 보이며 미소를 짓는 전이안이 눈에 들어왔다.


“요괴조술(妖怪操術) - 혈루(血淚).”


배민기를 덮치는 붉은 파도.

피로 얼굴과 온몸이 적셔진 그의 움직임은 한순간 멈췄다.


‘오케이. 시야 막았고.’


곧바로 다음 수를 준비하는 전이안.


“요괴조술(妖怪操術) - 쇄(鎖).”


빠르게 배민기의 몸을 포박하는, 기괴한 형태의 쇠사슬.

배민기는 그대로 힘도 못 쓰고 강제로 지면에 무릎을 꿇었다.


“이런 씨발-!”


얼굴을 흔들어 피를 털면서 분해하는 배민기.

그런 배민기로부터 거리를 둔 채 그를 지켜보는 전이안.


‘거목들의 그림자에서는 검은 칼날이 튀어나오지 않았어. 나중에 쓰고자 했거나, 시야가 막혀서 불가능했던 건가, 둘 중 하나였겠지.’


겨루기에서의 승리가 명확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전이안은 좋아하는 내색을 내지 않고 계속해서 주변의 그림자들을 훑어보았다.


애써 안면에 묻은 피를 털어내는 배민기.

그리고, 운 좋게 한쪽 눈의 시야가 트자마자, 그는 곧바로 호흡을 가다듬었다.

물론, 이를 눈치챈 전이안은 요괴조술(妖怪操術)로 뱀을 소환하여 배민기의 행동을 저지했다.


‘역시 시야였어.’


배민기의 퇴마술식(退魔術式) 발동 원리를 완전히 알아채서야, 전이안은 승리했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너···. 어린 놈의 새끼가······.”


“너무 분해하지 마세요. 저도 반응이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첫 공격 때 진작에 죽었을 몸인지라. 치열했던 싸움에요, 나름.”


이를 갈며 분해하는 배민기를 달래보는 전이안.

당연히 그의 말이 귀에 들어올 배민기가 아니었다.

배민기가 분해하는 이유는, 자신의 패배가 아니라 전이안의 퇴마술식(退魔術式)이었기 때문이다.


“어째서···. 어째서 이딴 요괴 새끼가······!”


배민기의 말에, 전이안은 당혹스러워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변에 있던 퇴마사들 또한 각자 놀람, 당황, 두려움, 경계, 그리고 증오의 눈빛으로 전이안을 노려보고 있었다.


“인간의 탈을 쓴 요괴 새끼가 퇴마사라고···?! 그것도 상급 퇴마사······?! 이 씨발놈이 잘도 우리를 등쳐먹으려고-! 잘도 내 친구들을 죽여놓고도-!!”


자신을 속박한 요괴 쇠사슬마저 부숴버릴 정도로 분개하는 배민기.

전이안은 배민기를 비롯해 자신을 요괴 취급하는 모두를 상대로 난처해하였다.


‘단단히 오해가 생긴 거 같은데.’


애써 목을 가다듬으며 자신의 퇴마술식(退魔術式)에 관해 설명해보는 전이안.

그러나, 그 자리에 있던 모두는 전이안의 말을 무시하며, 서서히 그를 요괴의 힘을 빌린 자로 몰아갔다.

그 여파는 야외 수련장에 있던 이들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 있던 사람들에게도 전해졌고, 어느새 수많은 퇴마사가 그곳으로 몰려와 전이안을 몰아세우기 시작했다.


다수에게 질타를 받자, 전이안의 평정심과 침착함도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본인 또한 자신이 지닌 능력이 ‘축복’인지 ‘저주’인지 헷갈리는 상황에, 타인들의 부정 섞인 말들이 수십 또는 수백 개씩 가슴에 날아와 꽂히니 단단했던 그의 마음에도 서서히 금이 갔다.


“네가 죽였어!”


“내 가족과 친구들 돌려내!”


“그냥 저 녀석을 퇴마하자!”


‘아니···. 그게 아니라···.’


저주와 울분이 섞인 감정들을 온몸으로 받은 전이안.

그와 동시에, 그의 시야가 점점 붉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그가 자기 퇴마술식(退魔術式)의 이름을 알게 된 날.

그날 보았던 지옥도가 서서히 붉어지는 시야 속에서 비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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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벽화마을 전투 (5) NEW 10시간 전 2 0 12쪽
17 벽화마을 전투 (4) 24.09.17 3 0 12쪽
16 벽화마을 전투 (3) 24.09.16 3 0 12쪽
15 벽화마을 전투 (2) 24.09.15 5 0 12쪽
14 벽화마을 전투 24.09.14 6 0 12쪽
13 다시 혼돈 속으로 24.09.13 7 0 12쪽
12 스승과 제자 24.09.12 7 0 12쪽
11 끊이지 않는 위협 24.09.11 8 0 13쪽
10 새로운 애제자 24.09.10 8 0 12쪽
9 믿을 사람은 스승 뿐 24.09.09 8 0 12쪽
»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 24.09.08 9 0 12쪽
7 이상한 신입생 24.09.07 8 0 11쪽
6 첫 번째 날 24.09.06 10 0 12쪽
5 퇴마술식(退魔術式) 24.09.05 10 0 12쪽
4 퇴마사 24.09.04 10 0 13쪽
3 처형식 24.09.03 10 0 12쪽
2 잘못된 만남 24.09.02 15 0 12쪽
1 혼돈과 퇴마사 24.09.01 2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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