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 품은 퇴마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새글

사바사
작품등록일 :
2024.08.31 22:14
최근연재일 :
2024.09.18 12:10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142
추천수 :
0
글자수 :
96,196

작성
24.09.13 12:10
조회
6
추천
0
글자
12쪽

다시 혼돈 속으로

DUMMY

전이안이 북한산의 퇴마 고택으로 온 지 약 한 달.

그동안 별다른 큰일은 없었다.

전이안은 퇴마사로서의 생활에 적응하며 하루하루 빠짐없이 수련하였고, 간간이 이재욱 특급에게 직접 두들겨 맞으며 가르침을 받기도 하였다.

또한, 요괴와 관련된 서적과 도감을 밤낮으로 읽기도 하며, 홀로 간간이 간단한 임무를 맡아 도시에 출현한 3급 이하의 요괴들을 흡수하기도 하며 마력(魔力)의 양을 늘렸다.

보통 마력(魔力)은 정신 수련을 통해 자연으로부터 얻는 것이 정통이지만, 전이안은 선천적으로 지닌 소수의 마력(魔力)의 이상을 얻을 수 없는 몸인지라 착실하게 요괴를 사냥하며 마력(魔力)을 늘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주변에서의 전이안에 대한 평판은 점점 안 좋아졌다.

배민기 상급과의 전투로 인해, 요괴를 다루는 퇴마술식(退魔術式)의 소유자라는 것이 알게 되며, 많은 사람이 전이안을 기피하고 따돌렸다.

그리고, 그의 처형에 관한 극비 정보를 알게 된 다른 특급 퇴마사들인 송민지 특급과 백승훈 특급 또한 전이안의 행동 하나하나를 경계하였다.

대선배인 이재욱 특급이 직접 나서서 전이안을 두둔해줄 수준으로, 퇴마계(退魔界)에는 전이안이 마음 편히 있을 곳이 없었다.

그나마, 새벽에 홀로 정자나 누각을 오가며 밤공기를 쐬는 것으로 전이안은 나날이 쌓여가는 마음속의 화를 삭였다.


그냥 때려치울까 고민도 했던 전이안이었지만, 자신의 야망과 이재욱 특급의 신뢰를 저버릴 수 없었기에, 그는 묵묵히 눈과 귀를 닫고 수련에만 몰두했다.


[자기를 앞에서 깔보는 이들을 뒤에서 더럽히기 위해.]


[마지막에는 누구보다도 높은 위치에 올라서기 위해.]


[증명하기 위해.]


이러한 오기들을 마음속에 새기며, 품속에 단검을 지닌 방랑자처럼 절제된 마음가짐으로 언행에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

그리고 드디어, 전이안에게 있어서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퇴마계(退魔界)에 크나큰 소식이 전해졌다.


“드디어 녀석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그림자 속에 숨어있던 1급 요괴들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소식.

본격적으로 그들이 퇴마계(退魔界)에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소식이 전해지고 이틀 후, 이재욱 특급이 협회 측 사람과 함께 방문하자 퇴마 고택은 대혼란에 빠졌다.

광장에 모여있던 퇴마사들은 등급을 막론하고 모두가 손과 입술을 벌벌 떨며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단순 임무도 목숨 걸고 해야 하는데 전쟁이라니···.”


“1급 요괴들이랑 싸워야 한다고···? 우리가···??”


“···이젠 진짜 죽겠구나.”


두려움에 떠는 퇴마사들.

그도 그럴 것이, 당장 2급 요괴를 퇴마하는 임무에만 상급 퇴마사 최소 두 명은 투입되어야 한다.

그런데 상대가 1급 요괴라니.

심지어, 단순히 1급 요괴 한 체를 상대하는 것이 아닌, 다수의 1급 요괴들과 그들이 이끄는 요괴들까지 상대해야 한다니.

여타 다른 퇴마사들에게 있어서는 재앙이 아닐 수 없다.


말 그대로 전쟁.

죽거나 죽이거나, 지옥의 이지선다만이 기다리는 지옥이 곧 펼쳐진다는 것이다.


“너무 두려워하진 마라. 아직까진 총력전의 느낌은 아니니까.”


다행인 점은, 1급 요괴들을 포함한 적들이 한꺼번에 쳐들어오는 것이 아닌, 각개로 행동한다는 것.

덕분에, 그동안 해왔던 임무대로 요괴가 출현한 곳으로 출전하여 임무를 수행하면 될 뿐이다.

큰 틀은 달라지지 않았다.

임무의 무게가 더욱 무거워졌을 뿐이다.


“지금부터 이곳을 지킬 병력 및 약자들을 제외한 전원은 조를 짜서 행동한다. 기존에 짜여 있던 조는 그대로 유지하고, 그 외의 인원들의 조를 새로 편성하겠다.”


이재욱 특급의 옆에 있던 협회 측 인물이 두꺼운 명부를 펼치며 퇴마사들의 이름을 하나씩 호명했다.

대부분이 삼인 일조, 혹은 오인 일조로 편성되었다.

송민지 특급과 백승훈 특급마저도 하나의 조에 속하게 되었다.


그리고, 조에 속하지 않은 채 홀로 임무를 수행하게 된 인원은 단 두 명.

바로 이재욱 특급과 전이안이었다.


이재욱 특급이야, 현 퇴마계(退魔界) 측 최강이자 협회의 행정 업무까지 병행하고 있기에 홀로 움직이는 것이 납득이 됐지만, 전이안의 경우는 특이했다.

송민지나 백승훈 같은 특급 퇴마사도 아닌데다, 퇴마사가 된 지 이제 한 달 조금 넘은 신입이다.


‘뭐, 이것도 아저씨가 미리 판을 다 짜놓은 거겠지.’


전이안만이 조 편성에 속뜻을 알아채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재욱 특급은 그의 제자가 자기 뜻을 알아주자 흐뭇해하는 미소로 그에게 화답했다.


“이재욱 특급 퇴마사와 전이안 상급 퇴마사는 자유로이 움직이며 적을 퇴마하도록 한다. 다른 조 지원 및 급습 등, 모두 각자의 판단에 맡긴다.”


신입치고는 제법 무거운 짐을 지게 된 전이안.

그러나, 그 짐의 무게는 전이안에게는 달콤한 정도였다.

단순 조 편성만으로 자신의 레벨이 다른 이들과는 다르다는 것이 모두의 앞에서 증명이 된 셈이니까.

물론, 본인의 퇴마술식(退魔術式)이 이질적인 것 또한 이유 중 하나지만.


“전원 즉시 무장하도록.”


협회 측 사람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광장에 모여있던 모든 퇴마사가 산산이 흩어졌다, 각자의 의복과 퇴마구(退魔具)로 무장한 채 다시 광장에 모였다.

전이안 또한 이재욱 특급에게 선물 받은 도사복으로 갈아입은 후, 광장의 뒷자리로 돌아왔다.


“각 조의 리더들은 앞으로.”


협회 사람과 이재욱 특급의 지시에 따라 나간 조 리더들은 퇴마사들 사이에서 쓰이는 연락 수단인 ‘참새’와 각 조의 관할 구역에 관한 내용을 전달받았다.

일 인조인 전이안 또한 참새를 전달받았으나, 그것이 정확히 뭔지 몰랐기에 이재욱 특급을 뻔히 바라보았다.


“이따 알려줄게.”


이재욱 특급은 나지막이 속삭이며 전이안에게 빨리 돌아가라고 손짓했다.


“만악의 근원인 1급 요괴들이 드디어 이빨을 보이기 시작했다.”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가자, 이재욱 특급은 목을 가다듬으며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고 진지한 목소리와 함께 짧은 연설을 시작했다.


“그동안 우리가 흘린 피와 땀, 죽은 동료들과 가족들의 영혼 모두를 달래줄 때가 왔다. 그러니 두려움은 지워라. 두려움은 지우고, 냉정함만을 남겨라. 우리가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이 의복을 입고 이 무기를 손에 쥐었는지 기억해라.”


“1급 요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는 우리 알 바 아니다. 무조건 한발 먼저 녀석들을 찾아내고, 철저하게 부시고 퇴마한다. 단지 그뿐이다.”


“기억해라. 우리는 퇴마사다. 이 나라와 사람들을 구할 책임을 짊어진 ‘축복’받은 자다.”


“요괴들을 퇴마하고, 되찾은 서울 땅 위에서 승리를 만끽하자.”


이재욱 특급의 드높은 목소리가 잠잠해지자 광장은 급격하게 고요해졌다.

그러나, 그 고요함은 두려움, 혹은 부정의 고요함이 아니었다.

퇴마사들은 조용히 한명 한명씩 각자의 무기를 하늘 위로 치켜세우며 이재욱 특급의 연설에 응답하였다.


“퇴마하고 승리한다-!!!”


“우아아아아-!!!!”


백승훈 특급의 포효와 함께, 모든 퇴마사가 소리를 내질렀다.

비장함, 두려움, 긴장 등의 다양한 표정들이 있었으나, 그들의 고함 속에는 퇴마사로서의 ‘자존’이 깊게 배어있었다.


“······가자.”


떨림이 숨겨진 송민지 특급의 목소리와 함께, 그 자리에 있던 퇴마사들은 각 조의 관할 구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고택 밖으로 흩어졌다.


전이안은 조용히 뒤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고요한 밤, 여름의 끝을 달리는 때, 빽빽한 거목들의 그림자마저 짙어지는 경치와 함께.



***




정해진 관할 구역이 없던 전이안은 이재욱과 단둘이 운치 좋은 정자로 향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이재욱 특급은 전이안에게 참새에 대해 알려주었다.

참새는 결계와 같은 퇴마사의 기본 술식(術式)을 형상화 시킨 연락 수단으로 마력(魔力)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력(魔力) 안에 내용을 담으면 전달되는, 이동형 메시지와 같다.

그러나, 전이안은 그보다도 더 궁금한 것이 있었다.


“1급 요괴들의 목적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급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었을까요?”


“목표는 보나 마나 뻔하지. 지하국대적(地下國大敵)의 부활.”


“그러니까, 그걸 위해서 무엇을 노리는지가 포인트인데 우리는 그것도 모른 채 냅다 들이박는 거잖아요. 제대로 판단한 거 맞아요? 아니면 협회 측에서 그렇게 정한 거예요?”


“제대로 판단한 것이 맞다.”


이재욱 특급은 담배를 입에 물고 차근차근 자신과 협회가 내린 결정을 알려주었다.


그동안, 퇴마사들은 수동적으로만 움직여왔다.

요괴가 출현해야만 퇴마를 위해 움직여왔다.

그러나, 그런 식의 운영은 도리어 함정이나 기습을 맞이했을 때 큰 피해를 보는 결과를 낳았다.

그렇기에, 이번만큼은, 1급 요괴들이 작정하고 건 도발에는 이전과는 달리 한발 앞서 행동하며, 능동적으로 대응하기로 한 것이다.

조를 편성하고, 관할 구역을 지정해 서울 내에 미리 포메이션을 짠다.

이것이 이재욱 특급과 협회가 내린 결론이었다.


자신의 설명을 잘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이는 전이안에게 이번에는 이재욱 특급이 질문을 하였다.


“내가 너를 홀로 움직이게 한 이유는 알겠나?”


“제 퇴마술식(退魔術式)이 남들 보기 꺼린 거니까-.”


“···토라지지 말고.”


“잘 알죠. 제 능력과 별개로, 미륵지영(彌勒之影) 또한 견제하기 위함이 아니에요?”


그렇다.

지금 서울의 대국은 삼파전.

퇴마계(退魔界)와 요괴, 그리고 미륵지영(彌勒之影).

세 세력이 서울을 두고 싸우고 있다.

그리고, 퇴마계(退魔界)와 요괴 측이 먼저 부딪히게 되었다.

미륵지영(彌勒之影) 입장에서는 지금만큼 본인들만의 움직임을 가져가기 좋은 기회가 없다.

필시 보이는 움직임이 있을 것이다.

심지어, 그들은 한번 전이안에게 눈독을 들인 바 있으니 더더욱 그럴 것이다.


“너와 나는 요괴와 미륵지영(彌勒之影) 둘을 모두 견제하고 상대해야 해. 오히려 남들보다 어려운 역할을 맡게 된 셈이야.”


“뭐, 그만큼 제가 능력이 있다는 거니까. 그거면 됐어요.”


“그새 많이 거만해졌네. 그 녀석처럼.”


“강우현이요?”


“그래. 아마, 조만간 너도 녀석을 대면하게 되겠지. 딱 보면 알 거다. 너랑 비슷한 놈이라는 걸.”


씁쓸한 미소를 짓는 이재욱 특급.

그는 잠시 담배를 꽂은 손을 멈추고, 똑똑하게 두 눈으로 전이안을 바라보며 당부했다.

절대로, 강우현에게 감화되지 말라고.


전이안은 괜한 걱정이라며 손사래를 쳤으나, 이재욱 특급이 다시 한번 똑같은 당부를 반복하자 전이안 또한 진지한 눈빛으로 알겠다고 다짐했다.


“됐다. 너는 내 등을 따라오기로 약속했으니까. 믿는 거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지.”


“걱정 붙들어 매세요. 이 판을 엎으려고 했다면 진작에 엎었을 테니. 그럼 전 슬슬 가보겠습니다.”


“간다니? 벌써? 어디로?”


“어디로든요. 일단 저도 전장에 나가야죠.”


무작정 자리에서 일어나던 전이안의 손목을 잡는 이재욱 특급.

그는 꼬깃꼬깃 접힌 종잇조각을 전이안에게 건네주더니, 언젠가 자신의 한계가 느껴질 때 도움이 될 거니 챙기라고 당부했다.

전이안은 영문 모를 종잇조각을 품속에 간직하고, 이번에는 정말로 고택을 빠져나가고자 했다.


“갈 거면 그곳으로 가봐라. 분명 뭔가 있을 거다.”


남은 담배를 마저 피우는 이재욱 특급.

그는 전이안에게 좋은 전장 하나를 추천해주었다.

그 장소는 바로 이화동 벽화마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요괴 품은 퇴마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안녕하세요. 잘 부탁 드립니다. 24.08.31 9 0 -
18 벽화마을 전투 (5) NEW 10시간 전 2 0 12쪽
17 벽화마을 전투 (4) 24.09.17 3 0 12쪽
16 벽화마을 전투 (3) 24.09.16 3 0 12쪽
15 벽화마을 전투 (2) 24.09.15 5 0 12쪽
14 벽화마을 전투 24.09.14 6 0 12쪽
» 다시 혼돈 속으로 24.09.13 7 0 12쪽
12 스승과 제자 24.09.12 6 0 12쪽
11 끊이지 않는 위협 24.09.11 7 0 13쪽
10 새로운 애제자 24.09.10 7 0 12쪽
9 믿을 사람은 스승 뿐 24.09.09 7 0 12쪽
8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 24.09.08 8 0 12쪽
7 이상한 신입생 24.09.07 7 0 11쪽
6 첫 번째 날 24.09.06 9 0 12쪽
5 퇴마술식(退魔術式) 24.09.05 9 0 12쪽
4 퇴마사 24.09.04 9 0 13쪽
3 처형식 24.09.03 9 0 12쪽
2 잘못된 만남 24.09.02 14 0 12쪽
1 혼돈과 퇴마사 24.09.01 24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