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급 헌터 해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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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쟁이
작품등록일 :
2024.09.01 00:40
최근연재일 :
2024.09.15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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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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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첫 던전 공략(1)>

DUMMY

<첫 던전 공략(1)>


넓은 공동에 도열한 언데드 군대.

꼴에 장군이랍시고 칼 차고 연설하는 놈도 보였다.

어찌나 목소리에 담긴 힘이 강한지 여기까지 들렸다.


‘그러니까 저놈의 감각 범위는 여기까지 닿는단 거지?’


힘이 닿는 범위는 곧 언데드의 인식 범위.

아마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이 거리에서 놈의 감각을 피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허나 녀석은 이쪽을 경계하지 않는다.

그야 나도 해골이니까.

부대에 끼지도 못하는 예비 병력 정도로 생각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해골 장군의 군대는 곧 출정을 떠날 모양새다.

진짜로 저것들이 떠난다면 내게는 다시없는 기회일 터.

싸우지 않고, 안전하게 빠져나갈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게 헌터로서 올바른 행동인가?

당연히 아니지.

적어도 내가 목표로 하는 헌터라면 절대 안 할 짓이다.


헌터란 몬스터를 사냥하는 자.

던전과 몬스터의 위협에서 사람들을 구하는 이들이다.

적어도 위기에 놓인 사람을 놔둔 채 도망치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도망칠 생각은 없다.


“언데드 군대에 지휘관 클래스의 가디언이라.”


어떻게 해야 할까?

오래 고민할 시간은 없다.

해골 장군의 말로 보아, 한유정을 강력한 언데드로 바꾸려는 게 분명하니까.

그렇게 되면 돌이킬 수 없다.


“춘식아. 어째야 할까? 너 혼자 몇 놈까지 맡을 수 있겠어?”


힘을 아주 때려 넣은 덕분에 해골 장군의 지배를 받지 않은 춘식이.

어지간한 해골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지만, 그렇다고 100기가 넘는 해골 군대를 이길 정도는 아니다.

춘식이는 혼자니까.


‘상성이 유리하긴 한데 말이지.’


해골들의 약점은 두개골.

고로 비슷한 능력치라면, 체격이 큰 쪽이 유리하다.

하물며 지금 춘식이는 힘의 크기만 따지면 해골 장군과 엇비슷한 수준.

춘식이 친구를 하나만 더 만들었다면 가능했을까?

제어하기 까다로울 것 같아서 포기한 게 아쉬울 따름이다.


‘지금부터 만들기엔 시간이 부족해 보이고.’


다른 무엇보다 후배님이 위험하다.

데스 오러는 결국 죽은 자의 기운이니까.

산 사람에게는 극독이나 다름없을 터.

하물며 100인분이 넘는 양은 예비 헌터가 견딜 수준이 아니다.

솔직히 저건 그냥 오러였어도 탈이 날 걸?

해골인 내가 보기에도 먹음직. 아니, 끔찍-.


[사악한 지혜가 속삭입니다.]


‘어라?’


산 사람에겐 맹독이라도, 난 해골이잖아?

난 즉시 쭈그렸던 허리를 펴고 춘식이에게 손짓했다.


“가라, 춘식아! 가서 깽판 쳐!”


“!?”


“걱정하지 마라. 머리만 멀쩡하면 고쳐줄게! 어차피 안 아프잖아!”


“!”


춘식이는 한 차례 곡괭이를 보더니 체념하듯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털레털레 공동을 향해 전진했다.

처음에는 천천히.

좁은 통로에서, 어깨를 숙인 채 조심조심.


그러다가 동공에 들어선 순간.


쿵!


최소한 3미터의 거구가 마침내 허리를 폈다.

동족이라면 적대하지 않는 게 바로 언데드.

해골 군대는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해골 장군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야 저놈은 지능이 있으니까.


녀석이 당황해서 내뱉는 소리가 들렸다.


“본 골렘?! 왜 저런 게 여기에?!”


그때, 춘식이가 여덟 개의 팔을 하늘로 뻗으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성대가 없어서 소리가 나지 않는 포효.

그럼에도 효과는 제법 있었다.

새까만 오러가 넘실넘실 파도쳤다.

자세히 살피면 내 파란색 오러도 일부 섞였다.


‘이래야 내 역작이지!’


덜그럭! 덜그럭!

해골 군대가 방황한다.

분명 동족이건만, 본 골렘의 힘이 그들을 억눌렀다.

그럼에도 해골들은 아직 춘식이를 적대하지 않았다.


반면 춘식이는 달랐다.

녀석의 본능에는 내 손이 많이 닿았으니까.

그 거지 같은 목소리가 새긴 본능은 거의 다 지웠다.

덕분에 춘식이는 해골들을 적으로 인식했고, 지면을 박차며 돌진했다.


쿵! 쿵!


“마, 막아! 놈을 막아라!”


콰드득!


장군의 지휘에 일부 해골들이 대응했으나, 조금 늦었다.

춘식이의 팔이 해골 부대를 헤집었다.

녀석의 팔뼈에 달린 갈비뼈 방패가, 해골들의 빈약한 몸뚱이를 분쇄했다.


빠각빠각빠각빠각빠각빠각!

수없이 많은 뼈가 부딪히고, 무너졌다.

해골 군대의 선봉이 골리앗을 상대하는 이스라엘의 병사들처럼 분쇄됐다.

솔직히 어지간한 하급 던전의 보스 수준이다.


그러나 역시 언데드 군대는 만만치 않았다.

통증도 없고, 공포심도 거의 없는 몬스터들. 팔이 부러지고, 다리가 깨지고, 척추가 접혀도.

놈들은 대오를 유지한 채 춘식이를 에워쌌다.

해골 장군의 지휘가 놈들을 유능한 군대로 바꿔놓았다.


“둘러싸! 놈에게 올라타서 머리를 공격해라!”


놈의 시선은 완전히 춘식이에게 쏠렸다.

바로 그 순간이, 내가 노린 빈틈이었다.


‘지금이다.’


즉시 공동에 들어섰다.

죽순들 사이로, 가능한 눈에 띄지 않게.

아무리 사기로 적을 파악하는 언데드라도, 이런 접전에서 해골의 사기를 감지하는 건 어려울 테니까.


실제로 해골 장군은 지휘에 온 신경을 쏟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이 던전에 생명체라고는 후배님이 전부니까.

덕분에 아무런 방해 없이 그녀 옆에 도착했다.

한유정의 장비도 바로 옆에 떨어져 있었다.


‘다행이야. 늦진 않았어.’


후배님은 눈을 감은 채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입술은 쩍 갈라진 지 오래.

호흡도 불규칙하고, 느껴지는 오러도 너무 흐릿하다.

죽은 자의 오러가 그녀를 속에서부터 파괴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살아있다.

심지어 큰 상처도 없었다.

아마도 언데드로 만들기 위해 놔둔 것일 터.

놈의 욕심이 지금은 호재였다.


쿵쾅거리는 소음으로 가득한 공동.

해골 장군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릴 때, 기회를 틈타 조용히 후배의 귀에 속삭였다.


“후배님. 의식이 있어?”


“선-?!”


나는 잽싸게 아무 천이나 주워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쉿. 의식이 있으면 됐어. 몸 상태는 어때? 싸울 수 있겠어?”


질문과 함께 그녀의 속박을 풀어줬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조심히 전황을 살폈다.

아직 춘식이는 분전하고 있다.

다행히 해골 장군의 시선도 그곳을 향한 채였다.


풀려난 한유정은 잠시 눈을 끔뻑거렸다.

그러나 얼마 남지 않은 오러로는 어둠을 꿰뚫어 보기 어려울 터.


내가 어떻게 붕괴 사고에서 살아남았는지.

왜 이제야 등장했는지.

지금 저 소란은 어떻게 벌어진 일인지.

정말이지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유정은 의문을 꾹 삼키고 필요한 말만 했다.

역시 제법 쓸만한 후배였다.


“사기 때문에 몸이 마비됐어요. 당장은 무리에요.”


“그건 내가 해결할 수 있어.”


“네?”


대답 대신 손을 뻗었다.

목표는 그녀의 팔목.

그녀의 몸을 노리는 맹독을 내게 거두기 위함이다.


한유정은 깜짝 놀라 조용히 외쳤다.


“선배님! 위험-!”


“됐어.”


사아아-.

100인분이 넘는 데스 오러.

물론 말이 100인분이지, 100명의 진원지기와 같은 수준은 아니다.

그래도 내가 가진 힘의 총량보다는 확실히 많았다.

혼자서 이걸 모으려고 했다면 도대체 얼마나 걸렸을까?


[데스 오러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현재 D.]


‘벌써 D랭크!’


오러가 복사가 된다고!


나는 이곳에 떨어진 이후로 가장 큰 환희를 느꼈다.

솔직히 말해서, 웃음을 참는 게 너무 힘들었다.

오러 불능자였던 내가, 단번에 D랭크급의 힘을 손에 넣었으니까.


다만 상황이 마냥 좋지는 않았다.

춘식이는 이미 해골 군대에게 집단 린치를 당하고 있다.

한유정의 몸에 깃든 사기를 전부 가져가기에는 시간이 모자랐다.


‘이 정도면 저놈이랑 싸울만한가?’


힘의 총량만 놓고 비교하면, 가능성은 높다.

다만 나는 각성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뉴비.

전투 경험이 부족하고, 장비도 빈약하며, 동료도 적다.

승산은 낮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정석으로 싸운다면 말이지.


나는 이 싸움의 열쇠인 한유정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후배의 표정도 결의에 차 있었다.


“좋아. 시야는 괜찮겠어?”


“아직 감각이 온전하진 않지만, 싸울 정도는 돼요. 선배야말로 괜찮아요? 그 끔찍한 걸 가져가시다니···.”


“아, 됐어. 그 얘긴 나중에 하자. 내가 선공할 테니까, 빈틈이 생기면 바로 공격해.”


“-네.”


그녀의 대답을 들은 뒤, 슬금슬금 장군에게 다가섰다.

지휘에 정신이 팔려있던 장군이지만, 내가 지척에 다가가니 반응을 보였다.


“뭐냐, 병사? 이 전황에서 후방에 빠져있다니! 대체 무슨 짓이지?”


일개 해골 병사가 지휘관 가까이에 접근하다니.

이런 개판인 군대가 또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저놈이 뭐라고 하는 게 이해가 된다.

어디까지나 내가 말단 병사였다면 말이지.


“실례합니다, 장군님.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뭐냐?”


반사적으로 되물었던 장군은 금새 깜짝 놀라 소리쳤다.


“아니, 잠깐. 네놈, 어떻게 인간의 말을?”


놈이 뒤늦게 이상함을 눈치채고 장군도를 치켜들었다.

다만 내 곡괭이가 조금 더 빨랐다.

뾰족한 강철이 장군의 머리를 노리는 순간, 놈은 반사적으로 말에서 굴렀다.


콰직! 파사삭!

깨진 건 해골마의 머리였다.


“크악!”


“칫, 피했나?”


낙마한 해골 장군이 꼴사납게 바닥을 뒹굴었다.

그야말로 빈틈투성이.

나는 재차 곡괭이를 휘둘렀다.


“감히 병사 따위가 지휘관인 날 공격해?!”


노성과 함께 아래에서 위로 솟구치는 장군도.

길쭉한 날붙이에 담긴 오러가 이내 칼날 바깥으로 삐져나와 일렁거렸다.

D+랭크는 돼야 슬슬 가능하다는 검기(劍氣)였다.


‘빠르다!’


타인의 제어하에 놓인 힘은 흡수할 수 없다.

그렇다고 기세를 탄 지금 물러설 수도 없다.

그랬다간 놈이 자세를 바로잡을 테고, 싸우기에 훨씬 까다로워질 테니까.

이 기회를 놓쳤다간 애써 얻어낸 이점이 사라지고 만다.

전투 경험이 뒤처질 내게는 끔찍한 악수다.


차갑게 일렁거리는 그 힘을 보며, 나는 각오를 다졌다.

그래, 어디 한 번 잘라봐라.

대신 난 네놈의 대가리를 찍어주마.


뼈의 내구력을 위해 분산했던 오러를 척추와 팔, 다리에 모조리 끌어모았다.


[일점집중.]


서걱!

장군도가 내 갈비뼈를 자르며 위로 솟구쳤다.

그 찰나의 순간에 드러나는 빈틈.

경악으로 물든 창군의 새까만 눈구멍에, 내 푸른색 안광이 살짝 비췄다.


“생자의 힘?”


장군이 중얼거렸지만, 난 대답하지 못했다.

이미 모든 사기를 회피와 공격에 쏟아부었기 때문에.

대신 직선으로 그어지는 곡괭이가 장군의 머리를 향했다.


“이익!”


장군은 또다시 바닥을 굴러 그 공격을 피했다.

곡괭이는 지성체와 싸우기엔 효율이 안 좋은 무기다.

면이나 선이 아닌 점으로 타격해 범위가 너무 좁으니까.

그러나 이 동공의 헌터는, 나만 있는 게 아니었다.


“죽엇!”


그간의 울분이 가득 담긴 소리.

장군의 뒤에서 엄청난 속도로 나타난 한유정.

그녀는 온힘을 다해 검을 연거푸 휘둘렀다.


파바박!


“크악! 이 자식, 감히 동족이면서 생자를 풀어줘?!”


해골 장군은 발버둥 쳤다.

바닥을 굴러다니며, 추하게 버둥거렸다.

장군의 체면이고 뭐고 다 집어 던진 모습이다.


그러나 효율적이다.

한유정의 공격이 점점 힘을 잃어가는 중이었으니까.

이미 한계인 그녀와 달리, 언데드의 체력은 무한대.

회피만 계속해도 놈이 유리해진다.


‘이대로는 위험해.’


내가 거들어도 비슷할 것이다.

실제로 저놈은 계속 내 공격을 피했으니까.

그렇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사악한 지혜가 속삭입니다.]


코앞에서 벌어지는 언데드 군대와 춘식이의 골투(骨鬪).

나는 즉시 그곳에 뛰어들었다.


“춘식아! 아빠 왔다!”


명령 없이는 동족을 적대하지 않는 언데드 군대.

고로 길을 뚫는 건 쉬웠다.

장군은 아직 병사들에게 날 공격하라고 지시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말이 좋아 100마리가 넘는 군대지.

길을 뚫으려면 10마리만 해치우면 된다.

춘식이를 포위하느라 벽 자체가 얇아졌기 때문이다.

이미 해치운 개체도 있으니, 결국 남은 거리는 생각보다 가까웠다.


춘식이는 내 부름에 고개를 들었다.

녀석의 키는 제법 줄어있었다.

3미터를 넘겼던 덩치가, 이제는 기껏해야 2미터 남짓.

남은 팔과 다리도 각기 두 개가 전부였다.


그래도 저 정도면 충분하다.


“춘식아, 뛰어! 저놈 밟아버려!”


“!!!”


춘식이의 눈이 목표를 포착했다.

중후한 갑옷을 입은 주제에, 볼품없이 바닥을 뒹구는 장군에게로.

녀석은 먹이를 포착한 맹수처럼 포효하더니, 탱크처럼 우당탕 돌진했다.


“후배님! 거기서 비켜!”

“큭! 선배님? 여기 좀 도와-.”


다 쉰 목소리로 반문하던 한유정.

뒤로 살짝 시선을 돌린 그녀의 표정이 이내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게 대체 무슨?!”


그녀는 비명을 지르면서도 황급히 도망쳤다.

다만, 바닥을 뒹굴던 장군은 그럴 수가 없었다.

한유정이 비킨 자리로 달려온 춘식이가 그를 덮쳤다.


“아, 안 돼!”


해골 장군의 짧은 비명과 함께.


쿠르릉- 쾅!

춘식이가 놈을 깔아뭉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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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D등급 뱀파이어의 유산.> 24.09.09 45 1 13쪽
11 <황성호 소장(4)> 24.09.09 49 1 14쪽
10 <황성호 소장(3)> 24.09.08 56 2 12쪽
9 <황성호 소장(2)> 24.09.07 66 2 12쪽
8 <황성호 소장(1)> 24.09.06 72 2 13쪽
7 <정산> 24.09.05 80 2 16쪽
6 <첫 던전 공략(2)> 24.09.04 86 3 15쪽
» <첫 던전 공략(1)> 24.09.03 99 3 13쪽
4 <네 이름은 춘식이> 24.09.02 118 5 15쪽
3 <헌터 해골 김원효> 24.09.02 129 4 14쪽
2 <죽음? 각성?> 24.09.02 128 3 15쪽
1 <프롤로그> 24.09.02 139 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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