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급 헌터 해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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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쟁이
작품등록일 :
2024.09.01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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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5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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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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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황성호 소장(1)>

DUMMY

<황성호 소장(1)>


“선배님. 이거 받아요.”


“이게 뭔데?”


“인식 저해 목걸이랑 신용카드요.”


“응?”


신용카드랑 인식 저해 목걸이?

카드는 둘째치고, 목걸이는 어디서 구했는데?


당황해서 눈빛만 끔뻑거리는 내게 후배님이 직접 시연해 보였다.


파앗!


“어때요?”


“인기척이 거의 없긴 한데, 평범한 사람 같아. 아니, 잠깐. 이미지가 기억에 남지 않는데? 목소리도 기억이 안 나. 의식하지 않으면 없어진다는 사실도 모를 정도야.”


“잘됐네요. 스승님이 C랭크까지는 통한대요.


“스승님?”


“박도화 교수님이요. 그분 제자로 들어가기로 했거든요. 제 실력 부족도 알았고, 선배님한테 이것저것 갚으려면 그것밖에 방법이 없겠더라고요.”


나는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대마법사 박도화.

박단테와 더불어 한국의 현역 헌터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괴물.

단테 영감에게 배울 때도 종종 봐서 알고 있다.

그 할머니가 엄청, 엄청 이상하다는 사실을.


“그렇게 돼서, 당장 도와드릴 수 있는 건 이게 전부예요. 전 이제 스승님한테 마법을 배워야 하니까요.”


“크흠. 이건 오히려 내가 과하게 돌려받은 것 같은데? C등급까지 먹히는 아이템이라니. 이런 걸 받을 정도는-.”


“대마법사 박도화의 제자가 고작 C랭크 아이템 값어치는 아니잖아요?”


“······.”


그건 그렇지.

정말이지 할 말이 없게 만드는 대답이었다.


“일이 끝날 때까지는 생존 기사를 올리지 않을 테니까, 소장한테 제대로 복수하고 연락해 주세요.”


그렇게 후배님은 내게 목걸이와 자기 이름으로 된 신용카드를 쥐여주고 떠났다.

처음엔 황당했지만, 생각할수록 썩 나쁘지 않았다.


“후배님이 그 할머니의 제자가 됐다고? 오우 미친, 나까지 죽을 뻔했잖아?”


대마법사 박도화.

명실상부한 S랭크 마법계열의 헌터.

그 할머니가 등장하면 전부 끝장이다.

그 걸어 다니는 핵무기가 과연 내 처지를 봐줄까?

어림도 없지. 사건을 조사하다가 내가 언데드로 부활했단 걸 알면, 당장 날 죽이려 들 것이다.


“아니면 해부하던가.”


아, 그건 뼈만 남아서 괜찮나?

뭐가 됐든 내 몸으로 이런저런 실험을 하긴 하겠지.

그딴 꼴이 되느니, 아예 안 오게 된 이 상황이 낫다.

그래, 황성호 소장이 정체불명의 난적일지라도 박도화 교수에 비하면 너무나 하찮은 피라미에 불과하다.


“쓰읍. 피라미보단 피라냐에 가깝나?”


사실 혼자서 상대하기 벅차다는 건 인지하고 있다.

그놈이 버튼을 눌렀을 때를 떠올리면 그럴 수밖에 없다.


‘안개화로 후배님의 공격을 피했지.’


물리 공격을 회피하는 종류의 스킬이겠지.

물론 그것도 무적은 아니다.

검사 계통의 헌터라면 검기를 두르면 되고, 마법계통은 화염계나 빙결계 마법으로 공격하면 그만이니까.


다만 문제는 그걸 사용하는 난이도.

D랭크의 헌터는 1분 이상 집중해야 쓸 기술들이다.

실전에서 제대로 쓰려면 적어도 C랭크 수준은 돼야겠지.


“이 목걸이만 있으면 어떻게든 될지도?”


무려 C랭크 각성자한테도 통하는 개사기 아이템.

사용하는 방법도 간단하다.

목에 거는 즉시 상태창에 인식 저해 스킬이 등록되니까.

그걸 발동하면 끝이다.


“이제 바깥을 돌아다녀도 된다는 거지!”


인지 저해 목걸이는 신이고, 나는 무적이다.

자, 복수의 시간이다.


* * *


스마일 피플.

파주 북부 일대의 폐던전을 관리하는 사무소.

불과 1주일 전까지만 해도 내가 일하던 곳이다.

분명 열 명이 넘는 광부가 매몰돼 사라졌건만, 이 빌어먹을 곳은 아무 탈 없이 정상 영업 중이다.

애초에 폐던전 여러 곳을 보유한 사무소라서 광부들은 여전히 많았다.


부아앙-!

오늘도 트럭에 올라타 광산으로 향하는 광부들.

며칠을 지켜봤지만, 이상한 부분은 없었다.

소장도, 광부들도 평소와 비슷했다.

다른 건 하나뿐이다.


‘오늘은 기자들도 안 오네.’


폐던전의 붕괴가 딱히 좋은 기삿거리는 아니긴 하지.

마을이 몰살당했을 때의 뉴스도 오래 나오진 않으니까.

후배님이 얽히지만 않았어도 기자들이 오지도 않았을걸?


그런고로 1주일이 지난 지금은 결국 약빨이 떨어졌다.

이제 본격적으로 돼지를 지켜볼 수 있겠다.

왜 지켜보기만 하냐고?

약점을 파악하고 함정을 팔 생각이거든.

상대방의 능력도 모르는데 다짜고짜 달려들 이유는 없잖아?


여하튼 방해되는 기자들이 없어져서 좀 편해지나 싶었는데, 갑자기 돌발 사태가 일어났다.

소장이 사무소에서 나오더니 자기 차를 타는 게 아닌가?


“하여튼 도움이 안 되는 놈. 내가 이럴 것 같았지.”


저놈이 언제 내 마음에 드는 짓을 한 적이 있던가?

단언컨대 10년이 넘는 동안 단 한 번도 없었다.

기자들이 몰렸을 땐 일하는 척 사무소에 짱박힌 주제에, 관심이 사라지니까 바로 튀는 꼬라지를 봐라.

저놈은 진짜로 해충이다, 해충.


그리고 나로 말하자면 그 해충과 10년을 넘게 안 사이.

어쩌면 이런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했지.

그래서 미리 다 조치를 해뒀다.


“춘식아. 어디로 갔는지 알겠냐?”


“해골!”


배낭 속에서 대답이 돌아왔다.

역시 춘식이.

누굴 닮았는지, 자기 몸에 대한 집착은 끝내주는 녀석이다.


“네 갈비뼈를 돌려받으러 갈까?”


“해골!”


소장의 차에 놔둔 춘식이의 갈비뼈.

이름하여 생체 GPS.

아니지, 언데드를 생체라고 해도 되나?

그럼 사체 GPS인가?

어쨌든 춘식이는 자기 몸이 어디로 가는지 귀신처럼 알아채는 재주가 있었다.


“내비 잘해라.”


나는 며칠 전에 구매한 자전거에 올라타 즉시 추격을 개시했다.

자전거로 차를 어떻게 추격하냐고?


부아앙-!


“이거 강철 패달이야!”


헌터용 강화 자전거.

미친 듯이 밟으면 최대 시속 120km/h까진 나온다!

물론 난 아직 거기까진 무리고, 시속 60km/h 정도?

고속도로도 아닌 만큼 이 정도면 충분하다.


아무리 밟아도 근육이 파열되거나 심장이 터질 일은 없다.

없는 게 어떻게 터지냐고.

대신 혈액처럼 소중한 내 사기가 쭉쭉 떨어졌지만.

그래도 저 돼지를 놓치는 것보단 나았다.


“이 더러운 갈비뼈 도둑놈! 기다려라!”


감히 춘식이의 갈비뼈를 훔치다니, 용서할 수 없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문득 주변 환경이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


아니, 여기 내가 죽었던 폐던전이잖아?

무슨 범죄 현장에 이렇게 빨리 돌아와?

저놈이 내가 알던 겁쟁이 소장이 맞나?


참으로 황당했지만, 놈은 정말 무너진 폐던전의 앞에서 차를 세웠다.

나도 적당히 떨어진 위치에서 자전거를 멈추고 천천히 걸어서 접근했다.


‘언젠가 여기 돌아올 줄은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놈이 이곳에 돌아오리란 것은 진즉 눈치챘다.

사람들을 매장하면서까지 던전의 생성을 숨겼으니까.

인류 반역급 대죄를 저지른 데엔 이유가 있을 터.

헌터에게 들키면 재판 없이 사형이니, 그 위험을 감수할 정도의 보상을 노렸으리라.


‘아마도 차원석을 독차지하고 싶었겠지.’


헌터들이 수거하는 코어는 국가가 전량 매입한다.

대도시를 지키는 차원방벽의 동력원이니까.

그러나 덩어리가 큰 고기에는 결국 벌레가 꼬이는 법.

차원석의 힘을 탐하는 세력은 많고, 블랙마켓에서 거래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생긴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아냐고?

중소기업의 오러약을 어디에 팔겠어?

다 블랙마켓이지.

당시에 이것저것 조사해서 알고 있다.


뭐, 나쁘기만 한 상황은 아니다.

조금이지만 안에 함정도 만들어놨으니까.

녀석을 감시했을 때부터 이곳을 심판대로 쓰려고 했다.

투자한 시간이 짧아서 아쉽지만, 그래도 여긴 내 필드다.


쿠구궁-!

소장은 무너진 던전 근처에서 서성이다가 큰 바위를 옮겼다.

그러자 지하로 이어지는 동굴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내가 나온 곳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장소.

아마 소장이 진즉 숨겨둔 통로이리라.


터벅터벅.

놈은 그 안으로 망설임 없이 들어섰다.

전투 훈련을 받은 적 없는 게 분명한 둔탁한 걸음걸이.

그런데 어딘가 이상하다.

어두운 동굴에 들어가는 주제에 조명도 없고, 바닥을 살피는 기색도 없다.


“뭐지?”


각성자니까 바위 정도는 치울 수도 있지.

그건 전혀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안개화나 지금의 행동은 매우 이상하다.

뭔가 내가 놓친 게 있는 것 같았다.


‘가까이 접근해서 살펴봐야 하나?’


안전한 거리에서 관찰하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 같다.

아무것도 모른 채 싸운다면, 어찌 될지 모르니까.


나는 천천히 녀석의 뒤를 따라갔다.

어둡고 좁은 동굴.

완만한 내리막길을 내려가는 녀석은, 무척 빠르게 걸었다.


사실 외길이라서 방향을 잡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바닥이나 벽면은 전부 울퉁불퉁한 모양이다.

미행하는 나야 숨을 곳이 많아서 좋았지만.

저놈은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빨리 내려가는 걸까?


그런 의문을 품고서 조금 더 내려왔을 때.

녀석이 갑자기 멈추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군. 왜 해골이 하나도 없지?”


‘······.’


“마력은 분명히 느껴지는데···.”


불행 중 다행이다.

함정을 만들면서 차원석도 던전에 다시 놔둬서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놈이 눈치챌뻔했다.


“전부 아래에 몰려있나? 그렇게 멍청한 짓을 할 놈은 아니었는데?”


‘무슨 소리야?’


소장의 말은 꼭 이 던전에 있던 누군가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이를테면 그 해골 장군이라거나.

그런데 그거 몬스터잖아.

뭐야, 이거?


내가 형언하기 어려운 감정을 느낄 때, 소장이 다시 길을 따라 내려갔다.

이제는 슬슬 내가 떨어졌던 위치.

빛이라고는 한 점도 없는 곳이었다.

그러나 소장은 여전히 앞이 보이는 것처럼 움직였다.


‘너무 이상한데. 설마?’


D랭크 실력의 후배님도 이 어둠을 완전히 꿰뚫어 보지는 못했다.

그런데 오러 훈련도 제대로 받지 않았을 민간인이, 이렇게 쉽게 던전에서 돌아다닌다고?

이게 지금 말이 되는 상황인가?


설마, 아니지?

아무리 세상이 막장이라도 그렇지, 아닐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그게 아니어야 한다.


이동은 한참 더 이어졌다.

던전 두 개가 이어져서 제법 깊었으니까.

심지어 녀석은 중간중간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살폈다.


주로 내가 구춘식즈를 조립하다가 남은 뼈다귀를 살피느라고 말이다.


‘염병. 이럴 줄 알았으면 싹 다 치울걸.’


누가 이렇게 될 줄 알았나?

난 억울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소장이 알아서 착각을 해줬다는 사실이다.


“그 계집의 짓인가? 이쪽으로 올 수도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강했나 보군.”


‘그래, 후배님이라고 생각하겠지. 계속 그렇게 착각해라.’


그때, 놈이 갑자기 주변을 열심히 두리번거렸다.

그 좌우 폭이 점점 커지는 게, 꼭 뒤를 돌아볼 것만 같다.

나는 급히 눈에서 불을 끄고 벽에 기대 누웠다.


‘나는 해골이다. 나는 움직이지 않는 해골이다. 나는-.’


히든 스킬, 죽은척하기!

인기척이나 생기, 심장박동 따위는 하나도 없는 궁극의 위장술이다.

오러까지 감추면 솔직히 같은 언데드라도 못 알아본다.

그리고 혹시 모르니까 인식 저해까지 지우자.

이건 다 좋은데, 단둘이 남았을 땐 오히려 적이 대비하게끔 만드니까.

이미지를 남기지 않는 건 좋지만, 예민한 각성자는 그 ‘현상’을 눈치챌 수 있다.


[인식 저해 해제]


이 정도면 속아 넘어가겠지?


“저 해골은 조금 전엔 못 본 것 같은데, 이상하군.”


빌어먹을.

놈이 이쪽으로 천천히 걸어오는 게 느껴진다.

점점 더 터벅거리는 발소리가 커졌다.

이대로 가만히 있어야 하나?

아니면 지금이라도 몸을 일으켜서 기습할까?


‘바로 공격하면 통하지 않을까?’


아니, 아직이다.

함정을 파둔 장소는 여기가 아니라 공동이다.

차원석의 바로 옆자리.

그곳이 아니라면, 기습하더라도 승산을 장담할 수 없다.


나는 초조함을 속으로 감췄다.

다행히 맥박이나 혈색 따윈 없으므로, 긴장했단 사실이 들킬 위험은 없었다.


“흐음. 이 해골은 아무 외상도 없나?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내 앞에 다가온 황소장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런데 내 본능이 무언가를 눈치챘다.

뭔가, 이상하다.


‘이 새끼, 설마 진짜로?’


경악이 내 사고를 멈췄다.

정말이지 오늘 해골이 아니었다면 들킬 일만 몇 번인지 모르겠다.


놈은 내 몸을 관찰하더니 이내 시선을 돌렸다.


-쿠오오오오오.


저 아래의 깊은 곳.

해골 장군이 머물렀던 공동에서, 데스 오러로 인한 귀곡성이 올라왔다.


“뭐지? 침입자라도 나타났나?”


소장은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갑자기 안개처럼 흩날려 사라졌다.

나는 긴장으로 뻣뻣해진 뼈마디를 매만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만치 아래로 내려간 소장.

그 생기라곤 하나도 없는 모습을 보며, 난 형언할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빌어먹을. 저 새끼도 언데드였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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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황성호 소장(3)> 24.09.08 5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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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성호 소장(1)> 24.09.06 73 2 13쪽
7 <정산> 24.09.05 80 2 16쪽
6 <첫 던전 공략(2)> 24.09.04 86 3 15쪽
5 <첫 던전 공략(1)> 24.09.03 99 3 13쪽
4 <네 이름은 춘식이> 24.09.02 118 5 15쪽
3 <헌터 해골 김원효> 24.09.02 130 4 14쪽
2 <죽음? 각성?> 24.09.02 128 3 15쪽
1 <프롤로그> 24.09.02 140 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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