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급 헌터 해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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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쟁이
작품등록일 :
2024.09.01 00:40
최근연재일 :
2024.09.15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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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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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유체이탈자 1>

DUMMY

<유체이탈자 1>


뒷골목 한구석에 있는 5층짜리 빌딩.

<안전약품>이라는 이름의 회사가 소유한 건물이다.

그러나 이 골목의 모두가 알고 있다.

이곳이 절대로 의약회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출퇴근하는 사원이 없는 회사가 어떻게 있냐고.’


그런 주제에 사람이 없지는 않았다.

아니, 사람은 아니구나.

어쨌거나 이 건물에서 지내는 놈들이 있기는 하다.

지금 문 앞의 계단에 걸터앉아 희희낙락한 놈들 말이지.


“헤헤. 고기들을 놔두고 열흘이나 굶어야 한다니. 이것도 못 할 짓이라니까?”


“닥쳐, 병신아. 내키는 대로 잡아먹으면 클랜에는 어떻게 들어가려고?”


“헤헤. 나도 알아. 그러니까 여기서 이러고 있지.”


“어쨌든 한스나 황소장 앞에서는 말조심해. 괜히 나까지 찍히면, 그땐 너부터 죽일 테니까.”


“푸헷! 나한테 이길 순 있고?”


“되다 만 돼지 잡는 게 뭐가 어렵다고?”


“헷헷헤. 녹색 피부 난쟁이가 하는 말이라 그런가? 잘 안 들리네. 좀 서서 말해보지 그래?”


선글라스와 챙 넓은 모자. 그리고 복면.

얼굴을 최대한 가린 그것들은 서로를 비웃었다.

그중에 다소 경박하게 웃는 쪽이 조금 더 여유로웠다.


“네놈 피부도 똑같은 주제에 헛소리는? 그리고 피부색은 위장하면 그만이야. 가죽 하나면 되는데 왜 그딴 걸 따져?”


“헤헤. 인간 냄새가 나잖아, 바보야. 인간의 가죽을 오래 뒤집어쓰면 배고파진다고. 아, 배고픈데 안에 들어가서 하나만 잡아먹을까?”


“그만 좀 처먹어, 돼지 새끼야. 몰래 처먹다가 걸리면 다 죽는 거야.”


“헤헤. 배고프다.”


오크와 고블린인가?

몬스터 중에서 제법 흔하게 나타나는 종류다.

그런데 저 정도로 인간의 말을 배운 개체는 처음 본다.

오크는 그냥 거구의 남자로, 고블린은 왜소증을 앓고 있는 사람 정도로 보인다.


‘그게 더 역겹네.’


말하는 내용을 들어보니, 인간의 가죽을 걸친 모양.

솔직히 보는 것만으로도 고역이다.


[몬스터 적대 활성.]

[몬스터를 상대로 공격성이 증가합니다.]

[몬스터를 상대로 방어 및 회피 성향이 감소합니다.]


당장 때려죽이고 싶다.

하지만 계획은 그게 아니니까, 조금만 참자.

나는 가방에서 춘식이를 꺼내 조립했다.


아주 정성껏, 힘도 듬뿍 넣어줬다.


[해골 강화 발동.]

[귀속 언데드 춘식이를 강화합니다.]

[춘식이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현재 C.]

[주의. 이 상승은 일시적입니다.]


자, 골목길에 등장한 3미터짜리 해골 거인이다.

잘들 상대해 보라고.


“가라, 춘식아! 몇 놈은 후임으로 만들어 줄 테니까, 마음에 드는 놈은 뭉개지 마.”


그러다 해골장군 꼴 날라.

그놈은 거의 다 깨져서 써먹기도 애매했다.


“나나머머지지는는막막죽죽여여도도돼돼?”


“당연하지. 나머진 다 실험용이야. 뼈를 부숴도 돼고, 아예 가루로 뭉개버려도 돼. 대신 최소한 한 놈은 남겨.”


“춘춘식식이이는는말말잘잘들들어어.”


쿵! 쿵! 쿵!


해골 거인이 빌딩을 향해 천천히 접근했다.

춘식이의 인간 세상 데뷔, 그 화려한 시작이다!

라고 하기엔 관객이 너무 없네.


‘다 겁먹고 숨었네.’


무리도 아니지.

지금 춘식이의 랭크는 C.

그것도 언데드인 해골이다.


평범한 인간이 C랭크의 데스 오러에 저항할 수 있을까?

어림없는 소리.

E랭크 각성자도 버티기 힘들 걸?

일반인은 오줌이나 지리지 않으면 다행이다.


‘이러면 플랜 A가 되려나?’


플랜 A는 구경꾼 겁줘서 아무도 관심 안 가지게 하기.

플랜 B는 어그로가 끌린다면 춘식이에게만 집중시키기.

사실 플랜 A와 B가 좀 섞였는데, 급하게 짠 계획이라서 그렇다.


“어? 저게 뭐지?”


“푸흡. 달리는 스켈레톤이잖아.”


“씨발. 너도 보이지? 내가 잘못 보고 있는 거 아니지?”


“맞아, 맞아. 나도 보여.”


“저거 설마 우리처럼 신입인가?”


“그렇지 않을까? 여기를 정확히 알고 달려오는데?”


“염병. 그럼 또 TO 경쟁이잖아! 이 개 같은 놈들! 정규 멤버 후보만 몇이냐고!”


뭔 몬스터 클랜이 정규직 비정규직으로 나뉘냐?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고블린은 성을 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크도 마찬가지.

E랭크 주제에 아주 여유작작한 태도였다.

3미터의 스켈레톤이 뛰는 걸 보는데도 말이지.


‘애초에 스켈레톤도 아니고 본골렘이지만.’


나한테나 그냥 해골일 뿐.

춘식이는 이미 중급 이상의 강력한 몬스터다.


“이봐! 스켈레톤 너 신입이지? 여기 와 봐라.”


“헤헤. 뼈만 남았으니까 음식은 안 먹겠지? 입이 늘진 않았네.”


병신과 머저리의 말은 그대로 유언이 됐다.


서걱!


“춘춘식식이이는는신신입입아아니니야야. 너너희희가가신신입입-!”


“오우, 생각보다 강해졌는데? 오러를 너무 많이 넘겼나?”


저 정도면 혼자서도 짭성호와 싸울 정도는 될 것 같네.

시간제한만 아니면 말이지.


내가 감탄하는 사이, 나머지 몬스터 네 마리가 전부 뛰쳐나왔다.


“이 스켈레톤은 또 뭐야!”


“돼지랑 난쟁이가 죽었다! 제기랄, 뭐하는 놈이지?”


“······.”


“설마 다른 몬스터 클랜인가?”


고블린과 오크의 시체를 보고 경악하는 몬스터들.

평화(?)로운 노동에 찌들었던 놈들인 만큼 상황 대처나 파악이 너무 느렸다.

저놈들을 보니까 한스나 짭성호가 왜 정규 멤버인지 알 것 같다.


뭐, 상관없다.

나야 몬스터가 무능하면 오히려 좋은 일이니까.

유능한 노예 해골로 만들어 주자.


‘보자. 안에 있는 몬스터의 기척은 다 나온 것 같은데?’


건물 안에 느껴지는 기운은 전부 살아있는 인간.

몬스터는 다 밖으로 나온 상황이다.

나는 후다닥 놈들을 피해 뒷문으로 돌아갔다.


당장 죽이지 않는 이유?

혹시나 위에 내가 감지 못 한 몬스터가 있으면 위험하니까.

붙잡힌 사람들이 인질로 잡히면 내가 곤란해진다.


“춘춘식식이이는는실실망망했했다다-!”


“저 미친 해골바가지가 뭐라는 거야?”


“떠들 시간 있으면 죽여!”


“명령하지 마, 등신아! 네가 뭐라도 된 것 같아?”


“전전부부폐폐급급! 쓸쓸만만한한부부하하없없어어-!”


쿵!

춘식이의 장군도가 몬스터들을 노렸다.

하지만 몬스터들은 오크와 고블린처럼 호락호락 당하지 않았다.


“스켈레톤 따위가 감히 우릴 공격하다니!”


“저 병신들은 저런 공격에 죽은 거야?”


연거푸 휘젓는 장군도.

그러나 몬스터들은 아슬아슬하게 그 공격을 비했다.


‘춘식이 연기가 저 정도였나?’


솔직히 놀랐다.

저렇게 일을 잘할지 몰랐으니까.

일시적인 강화인데도 불구하고 신들린 힘조절이다.


그래, 그거다 춘식아.

적어도 구출이 끝날 때까지는 계속 싸우는 소리를 주변에 들려줘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안전하게 탈출하거든.

빨리 끝내버리면 겁먹었던 범죄자들이 얼굴을 내밀 터.

구출된 사람들의 얼굴이 알려지면 이것저것 피곤해진다.


이게 바로 플랜 A와 B가 뒤섞인 계획이다.


“인기척이 있는 건 5층인가?”


다른 층에는 생명체의 기척이 없다.

잘됐네.

빠르게 사람들 챙겨서 나가자.


1층을 지나 2층으로, 그리고 3층으로.

올라가면서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그 층을 직접 살폈다.

그러나 사람이나 몬스터는커녕, 쥐뿔도 보이지 않았다.


“이런 미친 새끼들.”


아무것도 없다!

저 대가리 텅 빈 몬스터 새끼들은 기껏 회사라는 허울을 만들어 놓고도 쓸 줄 모르는 게 분명하다.

아니, 최소한 제약회사를 표방할 정도면 기자재는 챙겨놔야 할 것 아니냐고.


그런데 여기엔 정말 아무것도 없다.

책상도, 컴퓨터도 없이 텅 빈 사무실이 날 환대했다.


이 머저리놈들.

기껏 5층짜리 건물을 가졌는데 5층만 쓴다고?

이거 진짜야?


“사람 세상에 적응은 개뿔. 처먹을 줄만 아는 병신들.”


오히려 다행인가?

돈놀이는 할 줄 모르는 것 같으니까.

하긴. 돈이 얼마나 무서운 건데.

저것들이 이런 말단의 아지트까지 정상적으로 굴린다면 그게 더 위험하긴 하지.


그렇게 3층을 지나 4층으로 올라왔다.

여기도 뭐 다를 게 있겠어? 빨리 5층이나 가자.

-라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나는 생각도 못 한 사태와 직면했다.


“어라? 누구세요?”


“······.”


4층 한구석에 숨어있는 사람.

아니, 숨으려고 한 것 같기는 한데.

뭔가 묘하게 어설픈 자세로 무방비하게 드러누웠다.


이상하네.

왜 내가 감지를 못했지?


“저기요. 다른 사람들은 5층에 있는 것 같은데, 여긴 어떻게 왔어요?”


나는 그 사람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인식 저해 출력을 낮추고, 존재감만 드러낸 채로.

그러자 저쪽도 날 알아챘는지 고개를 들었다.


“어?”


“···헉!”


우리는 조용히 서로의 얼굴을 응시했다.

서로 말은 없었다.

없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정다린. 네가 여기 왜 있냐?”


“이, 이게 뭐야? 해, 해골?”


“씨발. 발은 또 왜 없-.”


“끼야악-! 해골이 말을 한다!”


부우웅-.

숨어있던 여자, 정다린은 내 얼굴을 보더니 깜짝 놀라 펄쩍 뛰었다.

흐릿해진 발끝과 공중에 부유하는 모습.

설상가상으로 몸통도 살짝 투명하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야! 정다린! 너 여기서 뭐 해! 서, 설마 귀신이냐?”


“끼약! 해골이다! 스켈레톤! 아아아-악!”


“야! 나 강원효야, 이 자식아! 지도 유령 꼴이면서 해골 좀 봤다고 그러기냐?”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움직이는 해골이 무서운지, 아니면 유령이 무서운지.

누구나 유령이 무서울걸?

해골이 얼마나 친근한데!


“아악-. 어라? 김원효?”


“버르장머리 없는 것. 그래. 광부 아저씨 김원효다.”


“결혼 못 한 노총각 김원효 아저씨?”


“못 한 게 아니고 안-. 아니, 그건 둘째 치자고. 넌 여기서 뭐 하는 거냐?”


“아저씨 죽었어?”


“얘는 살았을 때나 죽었을 때나 달라진 게 없네. 존댓말, 짜샤. 돌아가셨어요? 라고 해야지.”


“윽, 꼰대. 뭐야. 진짜 아저씨야?”


부우웅-.

귀신. 아니, 정다린은 허공에 둥둥 뜬 채로 내게 다가왔다.

유령임에도 불구하고 신기해하는 표정에는 생기가 가득하다.


벌써 3년 전에 실종됐던 여자애.

스마일 피플 보육원에서, 당시 가장 친했던 녀석이다.

저 버르장머리는 죽어서도 못 고친 모양이지만.


“아저씨는 어쩌다 해골이 된 거야? 죽었다 살아났어?”


“설명하자면 좀 긴데. 그냥 며칠 전에 약 잘못 먹었다고 생각해라.”


“아! 좆소약? 헌터가 될 거라고 큰소리치더니, 결국 그런 걸 먹었어? 으엑.”


“이년이? 그런 넌 귀신이 돼서 뭐 하는 건데?”


“나? 귀신 아닌데?”


아아.

안타깝게도 실종 당시 17세, 살아있었다면 지금 20세일 정다린은 본인이 귀신임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이대로 놔두는 건 못 할 짓이지.

죽었으면 천국 가서 편히 쉬게 해 줘야 한다고.

가슴은 아프지만 사실을 말해줘야겠다.


“다린아. 다리 없어 떠다니고, 몸이 투명한 사람을 보통 귀신이라고 해.”


“으엑. 왜 말투가 그래? 나 안 죽었다고. 멍청한 아저씨야. 맨날 광질만 하다가 뇌도 근육 된 거야? 앗! 해골이 되면서 뇌가 없어졌겠구나!”


“······.”


[분노 소폭 상승.]


허허.

생전의 인연을 사후에 만나는 건 썩 좋은 일이 아닌 모양이다.

나는 숨을 고르고 다시 말했다.


“네 꼴 보고 말해, 이년아! 죽었으면 구천 떠돌지 말고 가서 쉬라고. 원통한 게 있으면 내가 풀어줄게. 응? 말만 해. 밖에 저놈들이 너 죽였냐?”


“진짜 분위기 잡을 줄 모르는 아저씨네. 그리고 나 진짜 안 죽었다고. 이거 생령이야, 바보 아저씨.”


“응?”


“유체이탈이라고 들어봤어? 나 3년 전에 각성하면서 생긴 스킬인데.”


뭐요?

유체이탈?


“나 각성했어. 아저씨보다 3년 빨리.”


3년 전에 실종됐던 소녀 정다린.

그런데 알고 보니 각성해서 나간 거라고?


“아저씨 환상이나 환영 스킬 쓰고 있지? 생령되면 그것도 안 통하더라. 그래서 아저씨가 해골인 것도 한 번에 알았지.”


“뭐 그딴 스킬이 있어?”


자체 투명화에 부유, 지형지물 관통에 환영 면역이라고?

개사기 스킬이잖아?

보아하니 전투 능력은 없는 모양이지만.

정찰이나 정보 획득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스킬이다.


젠장. 누군 해골 몸뚱이인데, 누군 선택적 귀신이라고?

부러워 미칠 것 같다!


“아저씨 불쌍해. 기껏 각성했는데 언데드라니.”


“닥쳐.”


“난 3년 전에 각성해서 편하게 일하고 있었지롱.”


“이 씨-. 후우. 그래, 각성자 정다린. 그러면 여기선 뭘 하고 있었는데?”


“나? 의뢰받고 저 몬스터들 감시하고 있었지.”


“의뢰?”


“응. 뒷골목 프리랜서 해결사로 일하고 있거든.”


녀석은 이건 비밀인데, 하며 소곤소곤 말했다.


“박씨 집안이 음흉한 꿍꿍이가 있는 것 같더라고.”


아이고, 다린아.

요새 그거 모르는 사람도 있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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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짭성호의 부하들 2> 24.09.11 38 1 12쪽
13 <짭성호의 부하들 1> 24.09.10 43 1 15쪽
12 <D등급 뱀파이어의 유산.> 24.09.09 45 1 13쪽
11 <황성호 소장(4)> 24.09.09 49 1 14쪽
10 <황성호 소장(3)> 24.09.08 57 2 12쪽
9 <황성호 소장(2)> 24.09.07 66 2 12쪽
8 <황성호 소장(1)> 24.09.06 72 2 13쪽
7 <정산> 24.09.05 80 2 16쪽
6 <첫 던전 공략(2)> 24.09.04 86 3 15쪽
5 <첫 던전 공략(1)> 24.09.03 99 3 13쪽
4 <네 이름은 춘식이> 24.09.02 118 5 15쪽
3 <헌터 해골 김원효> 24.09.02 130 4 14쪽
2 <죽음? 각성?> 24.09.02 128 3 15쪽
1 <프롤로그> 24.09.02 139 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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