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코트 위, 폭군에게 도전하는 천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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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우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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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우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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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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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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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한서원

DUMMY

한서원


나이 : 16세

키 : 178cm

외모 : 눈에 띄는 파란 머리의 파란 눈동자

특징 : 감각파 천재


천재란 말을 들어봤어?

아니, 아니. 살면서 당신이 들어본 적 있는지를 묻는 거야.

매일 들었어. 쉴 새 없이.

좋았겠다고? 헛소리하지 마.

코트에 올라서서 토스를 던지는 순간부터 생각하게 돼.

‘지금 난 누구보다 천재 같아 보여야 해. 꼭 대단한 무언가를 보여줘야 해.’

천재는 토스를 올리는 그때부터 모든 순간이 지옥이야.

그러니 입 닥치고 너도 느껴봐.

내가 갖는 공의 무게를.


어느 추운 겨울, 양월군에서 열리는 주니어 선수권 대회. 결승전 한 경기를 남겨놓고 싸리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16세 주니어 선수였던 서원이는 여러 도전 끝에 드디어 결승전에 서게 됐다. 늘 4강의 벽을 넘지 못했던 이 아이가 드디어 세상 밖에 이름을 알리는 날이었다. 12세의 나이에 라켓을 쥔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가 천재임을 의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열여섯 번이란 4강의 벽에 무너지면서 서원만이 유일하게 자신을 의심했다. 그런 4강의 벽을 뚫고 드디어 결승전이다. 비로소 소년은 자신을 의심하는 일을 멈췄다,

내리던 싸리 눈이 멈췄다.

시합을 알리는 앰프 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월강중 한 서원 선수, 군암중 나 원재 선수는 결승전 시합을 준비해주시기 바랍니다.”


방송이 꺼지고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가기 시작한다. 대충 훑어보아도 100명은 족히 넘어 보이는 사람들이 이 경기를 구경한다.

오늘의 경기는 빅매치였던 것일까?

아마 선수보다는 관중석에 있는 인물 때문에 이 많은 사람이 모였을 것이 분명했다. 한 스페인 사람이 지나가자 당연하단 듯 사람들은 길을 터서 가장 잘 보이는 일등석을 양보한다. 그는 한국식으로 감사 인사를 하며 익숙하단 듯 일등석 자리에 서서 결승을 치르는 두 아이를 바라본다.

후안 칸. 스페인에서 아니,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테니스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코치다. 테니스 선수였던 그는 선수 시절 뛰어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세계 랭킹 100위 권 후반의 그저 그런 평범한 선수. 그런데도 마흔의 나이까지 포기하지 않고 4대 메이저 대회에 도전했다.

그 결과, 마지막 윔블던 경기에서 준우승이란 쾌거를 이루고 나서야 그는 은퇴했다.

그리고 그는 새로운 꿈을 꾸었다. 평범했던 자신도 했기에 조금만 재능이 있는 주니어라면 분명 우승을 시킬 수 있다고 자부했다. 그런 자부심만으로 그는 아카데미를 차렸고 결과는 지금의 그를 있게 만들었다.

선수일 때보다 더 유명해진 그는 전 세계를 돌며 재능이 있는 아이들을 찾아다닌다. 해마다 세 명의 아이를 발탁한다. 그리고 그중 한 명에게 그 어떠한 조건도 없이 프로 무대까지 최고의 훈련을 시켜준다.

이런 칸의 자선사업에 첫 번째 수혜자는 영원한 레전드라 불리는 로베르토 카를로스다. 열아홉이란 어린 나이에 프로 무대에 도전했다. 완벽하기 전까지 프로 무대를 밟지 못하게 하는 칸의 성격 때문에 오히려 그의 데뷔는 늦어진 거라고 평가한다.

그런데도 군소리 없이 그를 따르던 카를로스는 4대 메이저 대회인 호주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게 카를로스 커리어의 전부였다면 후안 칸은 이리도 유명해지지 못했을 것이다. 그 해에 카를로스는 4대 메이저 대회 모두를 우승했다.

데뷔한 첫해에 캘린더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그 후 3년 뒤, 이탈리아 출신의 조반니 보스코 역시 그랜드 슬램 달성.

모두가 불가능이라 말하던 아시아 선수 장차오의 그랜드 슬램 달성.

그리고 현재 떠오르는 랭킹 1위 미국의 토니 클린턴까지.

현존하는 최고의 선수 빅4가 모두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그런 그가 어쩌다 작은 나라 한국까지 오게 된 것일까?

전 세계 주니어 랭킹 1위에 천재 선수 얀 오닉 이후로 그는 3년간 새로운 주니어를 발굴해내지 못하고 있다.

칸의 멈출 줄 모르는 성공은 그에게 만족이라는 것을 빼앗아 갔다. 처음엔 재능이 없는 선수라도 우승시킬 수 있다고 믿던 그는 지금, 재능이라는 무기에 심취해 있다.

그 누구도 우승시킬 수 있으나, 그 누구도 독보적이지 못한 모습에 그는 크게 실망하고 있던 찰나였다. 빅4라는 수식어도 그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저 온니원을 만들고 싶은 욕망만이 마음속에서 계속 꿈틀거렸다.

최강이라는 타이틀.

그는 그게 필요했다. 그래서 재능 없이도 우승시킬 수 있다고 말하던 그가 이제는 최고의 재능을 찾고 있다. 절대 지지 않을 최강의 병기를 탄생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이런 소문은 테니스계에 이미 수년째 퍼져있다. 그런 그가 한국에도 와준다는 데 한국에 있는 부모들이 가만히 있겠는가?

자기 자식을 혹사시켜서라도 이 대회에 내보내고 우승시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겨울에 열리는 주니어 대회에 사상 최고로 많은 주니어가 지원했다. 대부분 겨울 대회는 피하는 추세이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그 기회가 지금 서원이에게 돌아가고 있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재능이라 코치들에게 인정받았지만 왜인지 늘 4강에 머물러야 했던 소년이 드디어 빛을 보게 되었다. 그것도 최고의 코치인 후안 칸이 지켜보는 경기에서 말이다.

서원의 아빠 한병용은 칸의 옆에서 마른 침을 삼키고 있었다.

상대 선수 원재의 엄마인 이미연도 칸의 옆에서 조심스레 말을 붙인다.


“코치님. 저기 노란 옷을 입은 아이가 우리 아이입니다. 4살 때부터 조기 교육으로 기본기도 탄탄하고 발도 빨라요. 꼭 좀 눈여겨 봐주세요.”

“흠흠. 그 상대 선수가 제 아이입니다. 이름은 서원 한이고. 저 아이는 완전 감각파로서 어디서도 보실 수 없던 재능일 겁니다.”


칸은 부모들의 설명에 재밌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곤 병용에게 먼저 말을 건넨다.


“한 선수는 8강부터 계속 팔로우하고 있었습니다. 좋은 재능을 가졌더군요.”

“그렇지요? 좋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코, 코치님. 제 아이도 좀 지켜봐 주세요.”


미연은 서원을 향한 칸의 관심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칸은 그런 미연의 손을 잡으며 이야기한다.


“열린 눈으로 보겠습니다. 그 누구보다 간절한 것은 저입니다.”

“네네. 꼭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코치님.”


병용은 그런 미연을 탐탁지 않다는 듯 바라본다.

미연이라고 다를까? 서로를 앙숙처럼 바라보는 그들의 열기가 아이들의 열기보다 뜨겁다.


투웅, 투웅-.


바닥에 볼을 튀기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칸은 눈을 부릅뜨고 한 장면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코트 위를 바라본다.

서브를 준비하는 서원의 루틴. 볼을 땅에 가볍게 두 번 두드린다. 그리고 상대를 응시한다.

원재는 리턴 자세를 취한다. 원재는 습관처럼 라켓의 그립을 돌린다.

상대가 그립을 돌리는 짧은 순간, 서원의 공격이 시작된다. 아주 찰나라도 리턴 자세가 무너진다면 서원은 바로 물어뜯는다. 그런 잠깐의 순간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서원은 눈이 좋다. 서원의 토스가 올라가고 첫 서브부터 강력하게 내리꽂는다.


탕-!


주니어 선수가 던지는 서브가 맞는가? 197km. 서브에이스. 공도 건드리지 못하고 서브로 득점한 것을 테니스에서는 서브에이스라 부른다.

보통의 선수들도 첫 서브는 적당한 스핀을 섞어 안정적으로 보낸다. 첫 서브부터 폴트로 시작된다면 분위기를 가져오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속도를 살짝 조절하여 스핀으로 받기 까다롭게끔 넣는다.

그러나 오늘 서원의 서브엔 망설임이 없다. 이미 수차례 떨어진 4강을 통과한 이후부터 그는 두려움이란 걸 잊었다. 뭔 짓을 해도 오늘은 모두 성공할 거 같은 강한 확신이 들었다.

감각파 선수의 무서움은 이런 것이다. 숫자로 증명된 근거 있는 플레이가 아닌 그저 그날 느껴지는 확신에 따라 움직인다. 극도의 감각파 선수인 서원은 확신이 들었다.


‘드디어 우승이다.’


그에 반해 원재는 허울 좋은 랭킹 1위였다. 주니어란 타이틀에 걸맞은 어린 선수. 랭킹 1위를 유지하는 동안 이런 속도는 보도 듣지도 못했다.

원재는 그 첫 구에 꺾여버렸다. 그리고 시작부터 바닥을 드러냈다. ‘저딴 걸 어떻게 받아?’라는 표정으로 허탈하게 고개를 숙이고 웃는다.


“어딜 봐!? 집중 안 해? 나 원재!”


소리치며 코치하는 미연을 후안 칸은 무섭게 노려본다. 코트 밖 코치의 개입. 이것은 칸이 제일 싫어하는 행위다.

미연도 그걸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어차피 저대로 진다면 기회 따위는 없다. 어떻게든 분위기를 끊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것은 코트 안의 원재가 아닌 코트 밖의 미연이었다.

병용은 그런 미연을 한심하게 쳐다본다.


“쯧쯧. 기본도 없는 여자 같으니라고.”


미연은 그런 병용의 말을 무시하고 더 크게 소리친다.


“첫 구는 잊어! 우연일 뿐이야.”


칸은 자신을 무시하고 코칭을 하는 미연이 어이없지만, 그냥 두기로 한다. 재능이란 것은 그따위 낡은 코칭에 사라지지도, 드러나지도 않으니까 말이다. 그저 그는 저 미친 감각파 선수에게 집중할 뿐이다.


‘자 뭘 더 보여 줄 수 있나? 서원. 저 여자의 말대로 첫 구는 우연일 뿐인가?’


코트 위의 서원은 지금이 재밌다. 그는 이 추운 겨울,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낸다. 첫 서브로 인해 몸에 열까지 오르고 있다. 굳은 몸이 풀린다. 하얀 입김이 아니라면 그는 겨울이란 사실을 잊었을 것이다.

서원은 다시 공을 튀긴다.


탕, 탕-.


토스를 올린다. 서원의 입가에 미소가 가득하다. 또 그 느낌이다. 두 번째도 분명히 된다. 토스가 정점으로 올라갈수록 서원의 오른발도 서서히 따라온다. 압정으로 핀을 찍듯이 양발이 한 지점에 뭉친다. 그리고 그 추진력을 이용해 더 힘차게 뛰어오른다. 그리곤 라켓의 헤드를 등 뒤로 내리고 공이 떨어지는 지점으로 세차게 휘두른다.

후안 카를로스는 그 모습에 씩 웃는다.


‘2연속 플랫? 속도는?’


201km. 이전의 기록을 뛰어넘는 서브가 서비스 라인 안쪽에 꽂힌다. 굉장히 빠른 속도지만 방향까지 컨트롤 되진 못했다.

원재는 치기 좋은 포핸드 위치로 오는 볼을 가볍게 면만 맞춘다.


퉁-.


원재의 라켓에 볼이 맞고 높게 뜬다. 원재는 리턴 했다는 기쁨에 눈이 반짝거린다.

그것은 코트 밖의 미연도 마찬가지다. 미연은 자신의 핸드백 줄을 꽉 잡는다.

볼은 높게 뜨고 모두가 볼을 쳐다본다.

볼이 아닌 선수에게 시선을 두고 있는 것은 칸뿐이었다. 칸은 서원을 뚫어지라 쳐다본다. 그리곤 광기 어린 표정으로 웃는다.


‘더, 더 보여줘.’


서원은 볼이 높게 떴음에도 앞으로 달려 나온다. 꼭 어디 떨어질지 정확히 아는 아이처럼 한 지점에 서서 볼을 기다린다. 그리곤 서브할 때와 같은 자세를 잡고 공을 응시한다.

공이 정점을 찍고 낙하하자 그제야 사람들은 서원을 본다.

그 모습을 보는 것은 미연도 마찬가지다. 미연은 다급하게 원재를 바라본다.

원재는 리턴을 받고 자연스레 베이스라인 앞쪽으로 한발 들어와 있다.

미연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친다.


“물러나! 나원재!”


원재는 급하게 뒷걸음질 친다.

그 모습을 보고 서원은 작게 말을 내뱉는다.


“늦었어.”


탕-!


서원의 공은 정확히 원재가 서 있는 방향의 반대쪽 코트에 꽂힌다.

총을 쏘는 듯한 공 소리에 관중 모두가 경악을 감추지 못한다.

상대 선수인 원재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렇게 게임이 시작된 4분 만에 경기의 승패가 정해졌다.


작가의말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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