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코트 위, 폭군에게 도전하는 천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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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우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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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우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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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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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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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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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내딛는 첫발

DUMMY

군암중 테니스장. 하드코트 여기저기 얼룩이 진다. 아이들의 땀으로 코트에 그림이 그려진다. 각자의 위치에서 훈련받는 아이들.

테니스부 주장인 영도와 테니스부 에이스 원재는 랠리를 주고받는다.

테니스장의 코트는 총 4면이다. 그렇기에 총 8명의 아이만 먼저 가볍게 랠리하며 몸을 푼다. 4면을 가장 먼저 사용하는 순서는 실력순으로 정해진다.

그렇기에 가장 강한 원재와 영도는 늘 첫 번째 랠리 파트너가 된다.

영도는 손목의 시계를 본다. 그리곤 원재에게 가볍게 볼을 넘기며 말한다.


“나원재. 너랑 랠리 타임 짧으니까 시작부터 스피드 올리자.”

“네. 영도 형.”


원재는 늘 이런 식으로 몸을 푸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짧은 랠리부터 긴 랠리로. 가볍게 넘기는 랠리부터 코스를 정해 강하게 때리는 랠리. 천천히 넘어가야 몸에 무리가 오지 않는다.

그러나 늘 첫 번째 랠리 파트너로 영도가 정해진다. 영도는 에이스 원재의 구질을 받아내기 위해 항상 원재에게 무리한 요구를 한다.

그런데도 영재가 말 한마디 못하는 이유는 단 하나.

영도가 3학년에서 알아주는 일진이기 때문이다. 영도가 일진 놀이를 하며 양아치같은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늘 영도에게 문제가 생기면 그 주변 친구들이 득달같이 달려와 문제를 해결한다. 그러나 영도는 그러한 사실을 전혀 모른다는 듯 행동한다.

원재도 그런 양아치들의 괴롭힘이 두려운 15세 소년일 뿐이었다.

원재는 영도가 원하는 대로 첫 구부터 아주 강하게 볼을 넘긴다.


탕-!


원재가 날린 볼을 영도는 가까스로 받아넘긴다. 영도는 욱신거리는 손목을 한번 탈탈 털고서 소리친다.


“나원재. 볼 좋다. 계속 이렇게 줘. 속도 적응하게.”

“네. 알겠습니다.”


원재는 볼을 더 강하게 넘기기 위해 준비 동작인 테이크 백을 더 크게 가져간다. 그리곤 힘차게 앞으로 라켓을 던지듯이 스윙한다. 또 한 번의 경쾌한 소리가 울리며 원재와 영도의 랠리가 시작된다.

그 모습을 멀리서 코트를 사용하지 못하는 무룡이가 보며 혀를 찬다. 무룡이는 코트 옆에 훈련을 위해 그어놓은 흰색 줄을 따라 스텝 연습을 한다. 숨을 헐떡이며 말한다.


“저 자식은 왜 이렇게 쪼는거냐? 그냥 한번 들이받지.”

“영도 형 친구들 무섭잖아.”


대답하는 것은 비찬이다. 비찬도 무룡의 옆에서 열심히 스텝을 밟으며 말한다.

무룡은 그런 비찬을 보며 비장하게 웃으며 대답한다.


“잘 도망 다니면 돼. 지들이 어쩔거야?”

“너 그러다가 저번에 발목 부러졌잖아. 오늘도 조심해. 아까 영도 형하고 한바탕했으니까 또 선배들 찾아올지도 모르잖아.”

“으헤헤. 괜찮아. 그럴 줄 알고 아빠한테 오늘 데리러 오라 했지롱.”

“참 대단하다. 너도.”

“이 정도 깡따구는 있어야 코트 위에서 안 밀린다 이 말이야. 원재 저 자식도 깡따구 있었으면 한서원 그놈한테 안 졌어. 그랬으면 스페인행 티켓을 끊은 건 한서원이 아니라 나원재였을 거다.”

“그러면 원재 어머니도 좋아하셨겠다.”

“아주 업고 다니셨을 거다.”


무룡은 먼저 끝 지점을 찍고 돌아선다.

비찬도 빠르게 끝 지점을 찍고 따라 붙는다.


삐이이이-.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고 코트에서는 랠리 파트너를 교체한다.

4번 코트에 있던 박일우와 김민희가 코트 밖으로 나온다. 그 자리를 다른 선수들이 옮기며 채운다. 그리고 1번 코트 쪽으로 무룡이 뛰어가며 비찬과 인사한다.


“먼저 간다. 비찬이 너도 오늘은 코트 안으로 들어올 거야. 파이팅!”

“그랬으면 좋겠다. 먼저가!”


비찬은 스텝 연습하는 반대 코트 쪽으로 넘어가 봉에 걸려있는 줄을 잡아 들고 스윙 연습한다. 늘어나는 고무 형태의 줄을 잡고 포핸드 자세로 스윙을 휘두른다. 비찬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


삐이-, 삐이-.


휘파람 소리가 짧게 두 번 울린다. 모두가 코치인 만희 앞으로 달려간다.

아이들은 땀을 비 오듯 쏟아내며 죽어가는 시늉을 한다.

만희는 땀이 잔뜩 흐르는 아이들을 보며 흐뭇하게 웃는다.


“짜식들이 벌써 지치기는.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


아이들은 고개를 돌려 테니스장에 걸려있는 시계를 본다. 시계는 오후 1시를 가리키고 있다.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우와! 정말요?”

“웬일로 이렇게 빨리 끝난대요?”

“나이스. 야 분식집 갔다가 가자.”


만희는 호루라기를 두 번 크게 불며 아이들을 조용히 시킨다.


“너희 차민 아카데미 가는 첫날이잖아. 그래서 일찍 정리하고 넘어가라고 끝내주는 거다. 나도 갈 거니까 훈련 열심히 받고 있어라.”

“네!”

“그렇다면 2시까지 한 시간이 남았지?”

“아아. 코치님 제발요. 좀 일찍 일찍 끝내줍시다. 기분 좋게.”


무룡은 무언가를 더 할 거 같은 만희를 보며 앙탈을 부린다. 모두가 무룡과 한 편이 되어 만희에게 항의한다.

그들 중 비찬만이 훈련을 더 못하는 것을 아쉬워한다. 비찬은 차민 아카데미도 가지 않을뿐더러 오늘 코트 랠리조차 한 번도 못 했기 때문이다.

군암중 선수는 총 12명 남학생 9명, 여학생 3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짝이 맞는다. 그런데도 비찬은 테니스부에 입부하고 한 번도 코트 랠리를 하지 못했다. 언제나 기초훈련만을 하며 긴 시간을 견디고 있다. 그런 비찬이기에 훈련이 일찍 끝나는 것이 아쉽고 서운하다. 그러나 다른 아이들을 보며 하고 싶은 말을 삼킨다.

만희는 구시렁대는 아이들에게 말한다.


“자자. 조용히 하고. 오늘은 1세트 매치 연습게임 한 경기를 진행한다.”


아이들은 서로를 쳐다보고 웃기 시작한다.


“오오오! 재밌겠다.”

“코치님 저요! 저 할래요!”


다들 연습게임을 하고 싶어 소리친다.

만희는 아이들을 다시 한번 조용히 시키고 묻는다.


“조용조용. 코치님이 늘 얘기하지? 테니스는 뭐다?”

“실력순이다.”

“우우우우!”


아이들은 대답하면서도 야유를 보낸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가장 먼저 원재와 영도가 일어난다. 언제나 당연하단 듯 그 둘은 코트 위로 걸어 나온다.

만희는 둘 사이로 동전을 던지며 다가온다. 만희는 먼저 원재를 쳐다본다.


“저는 앞면이요.”

“그럼 제가 뒷면.”


만희는 높게 동전을 던진다. 동전은 만희의 손 등 위로 올라간다. 반대 손으로 동전을 덮는다. 그리고 손을 들어 동전을 보여준다.

앞면. 원재의 서브로 게임이 시작된다.

원재와 영도는 코트의 양 끝으로 걸어간다. 원재는 서브 준비를, 영도는 리턴 준비를 한다. 영도는 원재를 무섭게 노려보며 중얼거린다.


“할 수 있어. 오늘은 반드시 잡는다.”


원재 역시 중얼거린다. 그러나 원재는 상대가 아닌 자신의 손에 들린 공을 보며 중얼거린다.


“늘 하던 대로. 한서원은 잊어.”


원재가 눈을 감는다. 코트 위에서 비웃듯 서 있는 한서원이 나타난다. 원재가 눈을 뜬다. 코트에 서 있던 한서원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그 자리에 영도가 보인다.

원재는 영도의 리턴 위치를 살핀다. 평소 원재는 와이드로 깊숙하게 보내는 슬라이스 서브를 좋아한다.

그런 원재의 성향을 아는 영도는 과감하게 T존을 버리고 와이드 쪽에 서 있다.

원재는 그런 영도를 보며 뚱한 표정을 짓는다.


“와이드를 좋아할 뿐. T존에 못 넣는 것은 아니라고. 저렇게 비워두는 건 기분 상하는데?”


원재는 토스를 머리 위로 올린다. 그리고 무릎을 살짝 굽힌 뒤 면을 플랫하게 맞춰 처음부터 강력한 서브를 T존을 향해 날린다.

리턴 준비를 하던 영도는 원재의 토스가 올라가자 T존으로 뛰고 있었다. 3학년에 테니스부 주장인 영도는 영리하다. 원재의 습관을 역으로 노려 T존을 유도했다.

원재는 날아가는 공을 보며 말한다.


“으아. 당했다.”

“흥. 아무리 강한 서브라도 어디로 올지 알면 코스를 정하고 칠 수 있어.”


영도는 원재에게서 가장 먼 듀스 코트 끝쪽으로 공을 리턴한다.

다운더라인. 선수가 자신이 서 있는 위치에서 일자로 뻗은 코스를 향해 날리는 샷을 말한다. 다운더라인은 크로스가 아닌 스트레이트로 치는 샷이다. 그렇기에 공이 더 빨리 코트 위에 떨어진다.


퉁-.


공이 튀기고 영도가 바라보는 코스에 원재는 없다.


“좋아. 한 점.”

“어림없어.”


텅텅 빈 코스에 원재가 나타난다. 원재는 영도가 복귀하지 못한 크로스 코트로 공을 길게 보낸다. 공은 빠르게 날아가 영도의 듀스코트에 떨어진다.

만희는 소리친다.


“피프티 러브”


구경하던 아이들은 환호성을 내지른다. 아무래도 원재의 빠른 발은 볼 때마다 감탄을 내두르게 한다.

원재는 테니스 라켓을 처음 잡던 4살에 가르치던 코치로부터 재능이 없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런 원재를 꾸준히 선수로 키우고 싶어 했던 것은 테니스 코치가 아닌 육상 코치였다. 그는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100m 달리기를 뛰는 원재를 보고 육상 선수로 키우고 싶어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미연은 재능이 없는 라켓을 계속해서 들게 했다. 미연은 재능이 없다는 원재를 보고 늘 이야기했다.


“너한테 재능이 없다는 쓰레기가 있다면 그 쓰레기는 버려. 테니스에서 원하는 곳에 공을 집어넣는 스트로크는 재능의 영역이 아니야. 노력의 영역이지. 그 반면 달리기와 순간 가속력은 재능의 영역이다. 넌 그걸 타고났어.”


그렇게 미연의 가르침 대로 원재는 수백 번 라켓을 휘둘렀다. 정확한 스트로크를 위해. 그 결과 원재는 코트에 공이 어디로 떨어지든 다리만 닿는다면 원하는 곳으로 공을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주니어 선수가 되어 있었다.


“마이콜. 네 친구 진짜 끝내준다. 진짜 다리 한 번만 놔달라니까?”


무룡에게 말을 건네는 친구는 구하림. 검은색 긴 생머리. 늘씬한 몸매, 테니스 선수 같지 않은 하얀 피부가 돋보인다. 3학년 테니스부인 하림은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군암중에서 영도와 원재 다음으로 볼을 잘 치는 주니어 선수다. 본인 말로는 얼굴이 타는 게 싫어 나가는 대회마다 예선전에서 일부러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무룡은 하림을 보며 어림없다는 듯 귀를 두드리며 말한다.


“아, 안 들린다. 안 들려. 악마의 속삭임은 들리지 않는다.”


하림은 무룡에게 속삭인다.


“마이콜. 내 동생 하연이 소개해줄게.”

“아 들린다. 잘 들린다! 선배.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그래그래. 내일 차민 아카데미 끝나고 태양 떡볶이집으로 와. 하연이도 데리고 올게.”

“충성!”


장난치는 무룡과 하림 옆에서 비찬은 경기를 하는 둘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비찬은 혼자서 중얼거린다.


“원재의 저 발은 단순한 재능의 영역이 아니야. 첫발. 원재는 항상 시작하는 첫발을 가는 방향의 발로 내디디고 있어. 저거라면 테니스 코트 규격 안에서는 어디든 따라잡을 수 있어.”


만희는 경기하는 원재와 영도가 아닌 비찬을 바라보고 있다.


“얼른 눈에 모두 담아라. 이게 다 뼈와 살이 된다.”


탕-.


시원한 타구음과 함께 원재가 첫 게임을 가져간다. 테니스에서는 0점 게임을 러브게임이라 부른다.

만희가 외친다.


“게임 바이 원재!”


영도는 짜증이 잔뜩 섞인 소리를 테니스장에 내뿜는다.


“하, 시팔!”


영도는 짜증이 난다는 듯 원재의 다리를 째려본다.

테니스장 2층에는 영도를 기다리는 영도의 양아치 친구들이 보인다. 양아치 친구 중 한 명은 다른 친구에게 말한다.


“야 영도랑 붙고 있는 저 자식이 에이스라고? 다리가 좀 빨라 보이는데?”

“크크. 미친 장광일. 또 무슨 생각이냐?”

“아니. 그냥 빨라 보인다고 미친놈아. 크크.”


무룡은 하림과 장난치다 2층에 있는 양아치들 4명을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비찬은 코트 위의 두 사람을 보며 멈추지 않고 중얼거린다.

아이들은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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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부러진 라켓 24.09.11 20 2 13쪽
9 경계 24.09.10 22 2 12쪽
8 친구 24.09.09 21 3 12쪽
7 함정 24.09.08 28 2 11쪽
6 스탠스 24.09.07 28 3 13쪽
» 내딛는 첫발 24.09.05 34 2 12쪽
4 군암중학교 24.09.04 38 2 13쪽
3 나원재 24.09.04 48 3 13쪽
2 온비찬 24.09.04 58 3 13쪽
1 한서원 24.09.04 8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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