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코트 위, 폭군에게 도전하는 천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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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우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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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우꾸우
작품등록일 :
2024.09.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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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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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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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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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부러진 라켓

DUMMY

스페인의 작은 마을.

칸 아카데미의 코트장엔 커다란 타격음이 울려 퍼진다.


탕-!


시작부터 201km. 서원이 그동안 넘지 못한 200km의 벽을 넘었다. 그것도 모두가 주목하는 지금 이 경기에서.

200km가 넘은 서원의 볼은 와이드 깊숙한 라인으로 회전없이 바운드되며 얀의 옆으로 빠르게 지나간다. 반응도 하지 못한 얀은 그저 끝 라인에 묻은 볼 마크를 바라본다.

칸을 제외한 주변인 모두가 입을 벌리며 경악한다.

토니 역시 예외는 아니다.

오로지 칸만이 별일 아니란 듯 평온하게 그 장면을 보고 있다. 칸은 웃으며 말을 내뱉는다.


“15:0(피프티러브).”


서원은 모두의 표정을 살핀다.

자신의 재능에 경악하는 사람들.

서원은 그 모습에서 희열을 느낀다. 그들의 표정에서 서원은 확신하며 중얼거린다.


“내 재능은 독보적이야. 의심하지 않아.”


서원은 절망하고 있을 얀의 표정을 보기 위해 고개를 돌린다.

얀은 그저 평온하게 라켓의 줄을 매만지며 에드코트로 걸어갈 뿐이다. 얀은 먼저 준비 자세를 잡으며 서원을 본다. 그 표정에서 처음 경계하던 눈빛이 사라지고 여유 있는 웃음이 드러난다.

서원은 그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분명 경악하고 좌절해야 할 얀이 자신을 비웃듯 쳐다보고 있다. 서원은 공을 더 꽉 쥐며 자신의 에드코트로 걸어간다. 그리곤 얀을 노려보고 생각한다.


‘우연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건방진 놈. 서브에이스로 이번 게임을 끝내줄게.’


서원은 토스를 높게 던진다.

보통 공이 라켓에 맞는 임팩트 시점에 상대 선수는 공이 어디로 올지 예상할 수 있다.

이 이야기를 왜 하는가?

얀의 이해하지 못할 비정상적인 행동 때문이다. 임팩트 시점이 아닌 토스를 던지는 단계에서 이미 와이드로 공이 올 것을 예상하고 움직였다.

이미 공이 그곳으로 올지 알고 있다는 듯.

보통 빠른 플랫 서브는 게임을 끝낼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맞다.

그러나 그 코스를 예측 당한다면 빠른 속도의 공을 받아친 만큼 더 빠른 속도로 리시버의 리턴이 들어온다.

얀은 정확히 서원의 서브 코스를 예측했고 서원이 보낸 와이드 각보다 더 큰 각을 내며 서원의 코트에 강력한 포핸드 위닝샷을 꽂아 넣었다.


탕, 탕-!


“리턴에이스. 15:15(피프티올).”


칸의 나지막한 음성이 울려 퍼지고 모두가 서원의 서브를 볼 때처럼 경악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얀은 서원의 서브에 놀라지 않았지만, 서원은 얀의 리턴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무려 204km 서브였다. 이전의 서브 속도보다 더 빠른 서원 본인의 신기록을 갱신했다.

그러나.

서원은 리턴을 대비하지 못했다. 아니 대비하지 않았다. 서브에이스로 게임이 끝날 거라 확신했으니.

코스가 읽힌 서원의 강한 서브는 얀이 사용하기 좋은 도구에 불과했다. 그렇게 완벽한 리턴을 구사한 얀이었다.

다만, 의아한 것은 칸의 반응이다.

칸은 리턴에이스를 꽂아 넣은 얀이 아닌 리턴에이스를 당한 서원을 쳐다보고 있다. 서원의 당황하는 표정에 칸은 생각한다.


‘쯧. 이번에도 꽝인가?’


서원은 고개를 돌려 칸을 바라본다.

찰나, 칸의 혀를 차는 모습이 서원의 눈에 들어왔다. 서원은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자신의 재능을 의심하는 칸의 표정에서 극복했다고 생각한 멘탈 문제가 돌아온다.

4강만 가면 손이 떨리고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며 4강의 문턱에서 좌절했던 그때가 떠오른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서원의 손이 떨려온다.


‘안돼. 한서원. 정신 차려. 제발. 얀 저놈은 찍어서 맞췄을 뿐이야. 내가 와이드 밖에 못 보낸다 생각하고 찍은 거야. T존에 꽂아 넣으면 돼.’


서원은 다시 토스를 올려 T존으로 서브를 넣는다. 178km. 여전히 강한 서브이나, 얀에게는 수도 없이 받아본 평범한 서브에 불과했다.

얀은 서원에 발밑에 깊숙하게 리턴한다. 서원은 발밑까지 들어오는 볼에 당황하며 높게 로브로 볼을 띄운다. 하지만 생각보다 짧은 로브에 얀은 네트 앞까지 들어와 발리로 가볍게 마무리 짓는다.


“15:30(피프티써티).”


서원은 라켓을 꽉 쥐며 여유 있는 얀을 쳐다본다.


‘이번 턴에 T존은 좀 뻔했나? 다시 와이드? T? 젠장. 저놈은 지금 어디에 서 있는 거야?’


얀은 서원의 당황한 모습에 승리를 확신한다.

그러고는 리턴 위치를 바꾼다. 천천히 코트 중앙 쪽으로 걸어와 T존을 지키기 위한 위치에 선다. 초반에 보여줬던 괴물 같은 서브를 와이드로 보내보라는 듯.

서원은 얀의 행동에 분노한다.

자신의 재능을 무시 받는 느낌.

서원이 가장 견디기 힘들어하는 순간이다.


“이 새끼가?”


서원은 있는 힘껏 와이드를 향해 서브를 날린다.


“폴트! 더블 폴트! 폴트! 폴트! 게임 바이 얀”


평소에 하지 않던 서브 실수로 무려 2포인트를 연달아 주며 그대로 얀에게 1게임을 헌납한다.

얀은 코트체인지를 하기 위해 걸어간다. 그러다 네트 옆에 서 있는 칸을 보며 이야기한다.


“데뷔전 미리 신청해두세요. 10분 안에 끝내드릴게요.”


칸은 못마땅해하며 얀을 쳐다보지도 않고 손으로 휙휙 가라는 제스처를 보낸다.

서원은 칸의 눈을 피하며 걸어간다.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걸어가는 서원의 옆을 얀이 스쳐 간다.

얀은 작게 속삭인다.


“병신. 짐 싸라.”


서원은 부들거리며 주먹을 쥔다. 열받지만 참아내는 서원이다.

서브는 서원이 갖은 많은 재능 중 하나일 뿐이다. 아직 1세트 매치 게임이 끝나기 위해서는 5게임이나 남았다.

서원은 고개를 세차게 흔든다. 꼭 이번 게임을 브레이크 시키겠단 다짐을 하며 얀을 노려본다.

얀의 서브가 시작된다.

정말 우아하고 아름답게 라켓으로 공을 문지르듯 스윙한다. 공은 선 밖으로 나갈 듯 뻗어간다. 서원은 생각한다.


‘병신. 처음부터 폴트냐?’


나갈 거로 생각했던 얀의 공이 밖에서 안으로 휘어 들어오며 정확히 T존 라인에 걸치며 서원의 머리 위로 바운드 되어 튀어 오른다.

당황한 서원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헛스윙하며 넘어진다. 서원은 T존 라인에 찍힌 볼 마크를 보며 당황한다.


“분명 나가는 공이었는데?”


그때, 작은 음성들이 구경꾼들 사이에서 들려온다.


“끝났네.”

“그런 거 같지?”

“이번에도 금방 짐 싸서 돌아가겠네.”

“다 봤다. 가자.”


서원은 쓰러진 채 클레이코트의 모래를 한 움큼 집어 들고 허공에 뿌린다. 그리곤 일어나 다시 준비하며 크게 소리친다.


“쫄지마! 한서원!”


얀과 서원의 경기가 빠르게 진행된다.

얀은 퀵서브와 슬라이스, 플랫 서브를 번갈아 하며 볼 배합만으로 서브 게임을 지켜낸다.

반대로 서원은 자신의 서브 게임을 쉽게 브레이크 하는 얀을 보며 절망한다.

서원의 두 눈은 땀으로 뒤덮여 시야가 가려진다. 팔로 땀을 훔쳐낸 서원의 앞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 너무도 여유 있는 얀의 모습이 보인다.

정확히 6:0 스코어.

서원은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게임은 종료된다.


“1세트 매치, 위너 얀.”


칸은 점수를 외치고 자리를 뜬다.

서원은 분을 이기지 못하고 손에 쥔 라켓을 있는 힘껏 바닥에 내리친다. 서원의 자존심은 라켓과 함께 부러져 버린다.


‘그럴 리 없어. 내가, 나의 재능이 여기까지일 리가 없잖아. 고작 여기가 나의 끝이라고?’


서원은 고개를 들어 얀을 바라본다. 그의 눈앞에 얀은 그 어떤 벽보다도 높게 서 있다. 서원은 얀이란 벽 앞에 좌절하며 고개를 떨군다.


**


군암중 코트장에는 더러운 발자국이 길게 이어지며 비찬의 앞까지 도착한다. 비찬은 자신의 앞에 선 일진 무리 어깨너머의 발자국을 쳐다본다.

광일은 그런 비찬의 턱을 붙잡고 자신을 바라보게 만든다.


“어이 친구. 난 우리가 꽤 비슷한 구석을 가졌을 거라 생각했어.”

“부탁드릴게요. 이런 짓 안 하시면 안 될까요?”


비찬의 말에 뒤에 있던 휘연이 걸어 나오며 비찬의 멱살을 잡는다.


“이런 짓? 건방진 새끼가 뒤질래?”

“나와.”


광일은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휘연에게 무섭게 말한다.

휘연은 고개를 돌려 광일의 표정을 보고 겁을 먹어 비찬의 멱살을 잡은 손을 풀며 광일에게 아양을 떤다.


“아니. 광일아. 이 자식이 건방지게 떠들잖아.”

“나오라고. 말하고 있잖아.”

“응응. 미안.”


광일은 비찬에게 다가가 커다란 손으로 비찬의 뺨을 잡으며 말한다.


“친구. 내가 가장 후회되는 게 뭔지 알아? 그때, 이런 짓을 하지 않았다는 거야. 딱 한 번만 이런 짓을 했다면 난 아직도 경기장 위에 설 수 있었을 텐데.”

“늦지 않았어요. 지금이라도···.”


비찬의 말이 끝나기 전에 광일은 유도 기술을 써서 비찬을 넘어뜨린다.

코트장에는 쿵 소리와 함께 비찬이 나뒹군다. 비찬은 앉은 채로 몸을 일으켜 자신의 손목, 발목을 급하게 확인한다. 다친 곳이 있는지 없는지. 비찬은 불안이 가득한 표정으로 꼼꼼하게 자신의 몸을 관찰한다.

그 모습의 일진 무리는 비아냥거리며 키득댄다.


“프로 선수 납셨다.”

“지랄을 해라 지랄을. 크크.”

“로베르트 카를로스님. 병원이라도 모셔다드릴까?”


모두가 비아냥거리는 순간에 광일만이 어딘가 찝찝한 표정을 지으며 비찬을 본다.


“그러니까. 그 잘난 몸뚱이 지키고 싶으면 나원재 발목만 아작 내. 그럼 다 끝나.”

“못해요.”


비찬은 천천히 일어나 광일을 노려본다.

겁을 잔뜩 먹었지만 꺾이지 않는 눈으로 광일에게 대항한다.

광일은 비찬을 안쓰럽게 쳐다본다. 그리곤 긴 한숨을 내쉬며 비찬의 손목을 잡아든다.

비찬은 뿌리치려 하지만, 유도선수 출신 광일의 손아귀 힘은 어마어마하다.

미동도 없는 광일은 비찬의 오른손을 빤히 본다.


“오른손잡이 맞지? 오늘은 왼손부터 시작한다.”


덜컹-.


“이 건방진 새끼들이 뭘 시작해?”


코트장 문이 열리고 군암중 코치 만희가 걸어들어온다. 일진 무리에게 걸어오며 말한다.


“테니스 코트에 들어올 땐, 테니스화만 신는다. 발자국이야 닦으면 그만이지만 어디서 굴러먹었을지도 모르는 너희 신발들이 코트에 상처를 내면 공의 바운드가 달라지고 그게 경기 결과로 직결된다. 알아?”


광일은 비찬의 잡은 손목을 놔주며 말한다.


“후. 흥분했다. 미안. 이번 주까지는 시간을 줄게.”


광일은 뒤를 돌아 걸어오는 만희를 본다.

그리곤 비찬 옆에 널브러져 있는 라켓으로 코트장 바닥을 내리찍는다. 쾅 소리와 함께 라켓은 부러진다. 하드 코트로 되어있는 바닥은 움푹 깎이며 상처가 남는다.

광일은 부러진 라켓을 비찬에게 던지며 말한다.


“경고는 없어. 다음은 네 손목이야. 가자 얘들아.”


광일은 문 쪽으로 걸어가며 만희를 지나친다. 광일은 웃으며 인사한다.


“코치님. 죄송합니다. 친구랑 테니스 좀 쳐보려 했는데 영 재능이 없나 봐요. 실수로 코트장 바닥을 상하게 했네요. 어디서 굴러먹었을지도 모를 놈이. 크크.”


광일은 만희를 조롱하며 테니스장 밖으로 나간다.

만희는 금방이라도 사고 칠 거 같은 표정으로 부러진 라켓을 보며 서 있다.

비찬은 만희의 눈치를 살핀다.


“코치님. 참으세요. 그 화나신다고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마시고···.”


쾅-.


테니스장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어휴. 무서워 죽는 줄 알았네.”


만희는 코트에 주저앉으며 광일 무리가 나간 입구를 바라보며 말한다.


“비찬아. 간 거 맞지? 아따. 요즘 애들 무섭다. 저, 저 코트 내리찍은 거 봐. 아니 하드코트라는 게 저게 저렇게 찍는다고 저렇게 안 돼. 저거, 저거 중학생 맞냐? 엄마야. 살 떨려.”


비찬은 한심한 눈으로 만희를 본다.

만희는 비찬을 보며 어깨를 으쓱한다.


“뭐, 뭐 인마. 뒤지려고. 어디 코치를 그런 눈으로 흘겨봐?”

“됐습니다.”

“되긴 뭐가 돼 새끼야. 일단 내 남는 라켓으로 훈련부터 하고 훈련 끝나고 다 말해. 무슨 일인지 하나도 빠짐없이.”

“됐다고요. 랠리나 해주세요.”


비찬은 못 미덥단 듯 말하며 일어난다.

그러나 그를 보는 만희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장난기가 빠진 만희의 모습에 비찬은 당황하며 말한다.


“알았어요. 끝나고 말하면 되잖아요.”


만희는 씩 웃는다.


“그래 이놈아. 훈련하자.”


뒤돌아 걸어가는 만희의 표정에는 잔뜩 분노가 서려 있다.


작가의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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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첫 세트 : 높은 벽 24.09.14 22 2 13쪽
12 게임의 시작 : 서브 24.09.13 20 2 13쪽
11 동상이몽 24.09.12 22 2 13쪽
» 부러진 라켓 24.09.11 21 2 13쪽
9 경계 24.09.10 22 2 12쪽
8 친구 24.09.09 21 3 12쪽
7 함정 24.09.08 28 2 11쪽
6 스탠스 24.09.07 28 3 13쪽
5 내딛는 첫발 24.09.05 34 2 12쪽
4 군암중학교 24.09.04 38 2 13쪽
3 나원재 24.09.04 48 3 13쪽
2 온비찬 24.09.04 58 3 13쪽
1 한서원 24.09.04 83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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