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코트 위, 폭군에게 도전하는 천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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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우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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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우꾸우
작품등록일 :
2024.09.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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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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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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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나원재

DUMMY

나원재


나이 : 15세

키 : 176cm

외모 : 밝게 빛나는 노란 머리의 노란 눈동자

특징 : 노력


포기하면 쉬울까?

남들 못지않게 라켓을 휘둘렀다. 아니, 남들하고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휘둘렀다.

그 결과가 이것인가? 라이벌이라 생각했던 친구는 자타공인, 세계가 인정하는 최고의 무대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것도 수차례. 기쁜 표정조차 짓지 않는다.

나는 어떠한가? 토스 하나를 제대로 올리지 못해서 스무 살에 은퇴라니.

이딴 것도 코치라고 저 어린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니.

그보다 나 코치는 하고 싶은 게 맞나?

그럴 리가 있나. 할 게 없으니까. 해온 게 이거밖에 없으니까.

나도, 나도, 다시 한번 코트 위에 서고 싶다.


쾅, 쾅-!


“나원재 안 일어나?”


문 두드리는 소리에 원재는 잠에서 깬다. 몸을 벌떡 일으켜 거울을 본다. 원재의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다.


‘나 왜 울지?’


문밖에서는 원재를 향한 엄마의 잔소리가 또 쏟아진다.


“나원재! 일어나라고. 지금 벌써 새벽 5시야. 지금 경쟁자들은 벌써 운동장을 열 바퀴 돌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근데 아직도 잠을 자? 당장 안 나와?!”


귀청 떨어질 거 같은 엄마의 목소리는 문이 닫힌 게 맞는지 의심이 들게 한다. 그리고 원재는 자신이 울고 있는 이유를 더는 찾지 않기로 한다. 그저 꿈속에서 ‘저 목소리에 또 혼나고 있었겠지.’라고 생각해 버린다.

거친 발언과는 다르게 미연의 손은 섬세하다. 원재가 일어나자마자 따뜻한 차를 마시게끔 한다. 원재는 차를 들고 베란다로 나가 바깥 풍경을 보며 명상을 시작한다. 사실 눈을 감고 있을 뿐이다.

그런 원재를 보며 미연은 다그치듯 말한다.


“눈 감고 잠만 자봐. 상상해. 네가 호주 오픈부터 US오픈까지 모두 우승하고 대한민국 최초로 랭킹 1위를 하는 상상 말이야.”

“네. 엄마.”

“대답하지 말고 명상!”

“네.”


원재는 그저 눈을 질끈 감고 잠들지 않게 자신의 허벅지를 세게 꼬집을 뿐이다. 대한민국에서 랭킹 1위라니? 가당하기나 한가? 그저 원재는 그랜드 슬램 무대에 발을 디딜 수 있다면 평생의 술안주로 삼을 만큼 욕심이 없는 아이다. 원재는 호흡을 가장해 마음속 깊은 한숨을 밀어낸다.

원재가 명상하는 동안 미연은 샐러드를 준비한다. 다양하고 신선한 채소들로 모든 반찬을 채운다. 채식주의자냐고? 그럴 리가. 영양사로 일하는 미연은 뇌가 활발하게 돌아가고 피로가 덜 쌓일만한 식단을 준비할 뿐이다.

그래야 원재가 강도 높은 훈련에도 그저 휘두르는 것이 아닌, 생각하며 휘두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한창 자라야 할 시기이기 때문에 단백질과 유제품도 빠질 수 없다.

아침밥이 완성될 때쯤, 원재가 베란다에서 들어온다. 미연은 검사하듯 묻는다.


“오늘은 어디까지 갔다 왔어?”

“클레이 코트. 롤랑가로스요.”

“우승했어?”

“네. 세트스코어 3:0 완승이요.”

“잘했어. 그렇게 구체적으로 상상해야 해. 그래야 의미가 있어. 알겠지?”

“네. 엄마. 꼭 그렇게 할게요.”


이런 엄마의 노력 덕분에 원재가 어느 정도 머리가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처음 이 짓을 했을 때 아무 대답도 못 하던 원재가 지금은 거짓말이 술술 나올 지경이니 말이다. 그렇다고 이런 거짓말이 전혀 효과가 없는 건 아니다. 실제로 지금은 수없이 읊어댔던 대한민국 주니어 랭킹 1위가 되어있으니 말이다.

원재는 엄마가 차려놓은 밥상을 나름 맛있게 먹는다. 익숙하기도 하고 다른 음식들에 비해 몸이 가벼운 것은 사실이다. 엄마의 극성이 싫은 거지 원재가 테니스를 싫어하는 건 아니니까. 밥을 먹으며 오늘 하루 또 테니스를 칠 생각에 벌써 신난다. 그런 원재는 오른 다리를 달달 떨기 시작한다.

미연은 식탁을 ‘탕’ 소리가 나게 치며 말한다.


“오른 다리 몇 번 떨었어?”

“모르겠어요. 한 30번 정도?”

“그럼 왼 다리도 30번 떨어. 항상 근육 밸러스가 잘 맞아야 해.”


원재는 먹던 음식을 다 뱉어낼 뻔했다.


‘으아. 질린다. 얼른 먹고 나가야지.’


**

군암중학교 앞.

미연의 빨간색 소나타가 학교 앞에 멈춰선다.

비찬은 걸어오며 미연의 차를 본다.


‘원재다!’


비찬은 원재가 반가워 달려간다.

원재는 트렁크에서 테니스 가방을 꺼내며 미연에게 인사한다.


“다녀오겠습니다.”

“루틴!”

“하.”


원재는 주변을 살핀 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크게 소리친다.


“난 오늘도 승리한다! 파이팅!”

“나원재 파이팅!”


미연은 원재에게 파이팅을 외치고 좁은 골목을 빠른 속도로 빠져나간다. 차가 떠나는 뒷모습을 원재는 말없이 쳐다본다.

비찬은 달려와 원재에게 어깨동무한다.


“나원재 파이팅!”

“다 봤냐? 놀리지 마. 창피하다.”

“야 뭐가 창피하냐? 난 너희 어머니처럼 테니스 하라고 팍팍 밀어주면 신나서 날아갈 거다. 아마.”


원재는 짠하게 비찬을 본다.


“그래. 내 배가 불렀지. 그래도 창피한 건 창피한 거다.”

“그나저나 원재야. 좀 있다가 방과 후에 깜짝 놀랄만한 일이 있을 거다.”

“방과 후에 바빠. 나 훈련이야.”

“넌 하던 훈련 마저 하세요. 그냥 깜짝 놀랄 거라고.”


알 수 없는 말을 내뱉는 비찬을 원재는 이상하단 듯 쳐다본다.


“뭐 알아서 해. 그나저나 너 왜 이렇게 일찍 왔어?”

“아, 그냥 잠을 못 잤어. 신나서.”

“도통 뭔 소리를 하는 건지. 난 아침 운동 간다. 바빠서 못 놀아줘. 이번에 우승 못 해서 우리 집 대장님이 뿔이 단단히 나셨거든. 훈련 영상 찍어 올려야 해. 간다!”


원재는 시간을 보고 급히 인사하고 뛰어간다. 비찬은 그런 원재를 보고 코를 훔친다.


“음. 저것도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네.”


덜컹-.


테니스장 문이 열린다. 아무도 없는 테니스장.

원재는 삼각대에 핸드폰을 연결한다. 그리곤 스트레칭을 시작한다. 목부터 손목, 어깨, 허리, 무릎, 발가락까지. 위에서부터 아래로 차례로 몸을 풀어나간다.

스트레칭이 끝나면 가볍게 구보, 빈 스윙 연습, 스텝 연습을 진행한다.

시간을 본다. 어느새 1시간이란 시간이 지나있다. 그제야 볼 카트를 끌고 와 처음으로 공을 만진다.


“흠. 그 서원이란 아이. 이렇게 했던가?”


원재는 자신에게 강력한 서브를 넣었던 서원의 모습을 떠올린다. 루틴부터 천천히. 명상할 때는 절대 되지 않던 상상이 코트 위에서는 자유롭게 펼쳐진다.

아니면 이미 본 장면이라 더 쉽게 떠올리는 걸까?

코트 반대편에는 서원이 서 있다. 원재의 말을 따라 서원은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날을 반복하듯.


“처음에는 분명 공을 두 번 튕기고 나를 쳐다봤어. 바로 서브를 넣지 않고 나를 잡아먹을 듯이 째려봤지. 왜 그랬을까?”


원재가 입술에 손을 가져다 대며 생각한다. 그 찰나, 자신이 리턴을 위해 라켓을 돌리던 모습이 떠오른다.


“아, 그거구나. 빈틈. 라켓을 돌리는 내 습관을 잡아내고 집중이 살짝 풀리는 그 순간에 서브 동작이 시작됐어. 그 빠른 공이 더 빨라 보였던 건 그 이유였구나.”


그리곤 반대편 상상 속 서원의 서브 동작이 시작된다.

원재는 그런 서원을 뚫어지라 쳐다보다. 토스 올리는 손끝의 각도, 닫혀 있는 어깨의 정도, 굽혀지는 무릎의 깊이, 튀어 오르는 타이밍, 공이 라켓에 맞는 위치, 마지막으로 깔끔하게 스윙이 끝나며 앞으로 살짝 들어오는 왼발의 위치까지.

거기서 상상의 공간은 깨진다. 앞에 있던 서원은 사라지고 새벽 공기가 스산한 코트 위 원재만이 남는다. 원재는 나오는 입김을 힘차게 한번 불어낸 뒤, 볼 카트에서 공 하나를 꺼내 잡는다. 그리곤 서원처럼 코트에 공을 튀긴다.


투웅, 투웅-.


공을 높이 올린다. 행동 하나하나 똑같이 따라 하고 서원처럼 발을 모은다. 핀포인트 서브. 그리곤 힘차게 라켓을 휘두른다.


틱-.


라켓의 프레임에 공이 잘못 맞으며 공이 위로 솟구친다. 원재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공을 찾는다. 그러자 위에서 공이 똑 하고 떨어지며 원재의 머리를 친다.


“아야!”


데구루루-.


자신의 머리를 맞고 흘러가는 공을 보며 원재는 웃는다.


“에고고. 갈 길이 멀구만. 쫄지마. 나원재. 할 수 있다! 엄마는 아니라고 하지만 난 알잖아. 나한테 재능 따위는 없다는 거. 그저 걱정할 시간에 한 번 더!”


원재는 공을 들어 올리고 핀포인트 자세가 아닌 어깨너비로 발을 벌리고 치는 플랫폼 자세로 서브를 넣는다. 자신이 하던 대로.


타앙-!


시원한 타구음이 훈련장에 울려 퍼진다.



리라리라 니고릴라다-.


학교 종소리가 울린다. 지금은 교실 안. 시간은 지나서 어느새 시계는 2시 50분을 가리키고 있다.

원재는 빠르게 가방을 들쳐메고 테니스장으로 달려간다. 지루한 수업이 끝나서일까? 원재의 발걸음은 한결 가볍다.

원재는 한달음에 달려와 테니스장 문을 연다.


벌컥-.


이미 달려와 몸을 풀고 있는 아이들이 보인다. 아이들은 원재를 보며 환호성을 한다.


“이야. 이게 누구야? 준우승자 나원재 선수 아니야?”

“축하한다! 나원재.”


반가운 아이들의 목소리에 원재의 얼굴은 함박웃음이다. 미소를 짓는 원재의 옆으로 마이콜을 닮은 차무룡이 은밀하게 다가온다.


“추웅성! 아이고. 이게 누구십니까? 미래의 그랜드 슬램을 휩쓸 차세대 루키, 후안 칸 앞에서 주름 좀 잡았다는 나원재 선수 아닙니까? 영광입니다. 싸인 좀?”

“마이콜. 하지 마라.”


원재는 무룡에 헤드록을 건다. 무룡이는 캑캑대며 잘못했다고 빈다. 원재는 이런 친구들의 장난에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 이 순간만은 엄마란 압박을 벗어던지고 마음껏 자유로운 시간이다.

그때, 군암중 테니스 코치 박만희가 들어온다. 늘 하얀 모자에 선글라스를 걸치는 그는 오늘도 같은 차림이다. 원재는 무룡을 보며 이야기한다.


“도대체 코치님은 쓰지도 않을 선글라스를 왜 들고 다니시는 거야?”

“몰랐어? 저거 처음부터 저렇게 붙어서 나오는 모자야.”

“정말?”

“정말이겠냐?”

“이 자식이 진짜.”


원재는 또다시 무룡에게 헤드록을 건다.

만희는 앞에 선 주니어 선수들의 얼굴을 차례차례 둘러본다.


“원재. 인사.”

“차렷! 경례.”

“코치님. 안녕하십니까!”


우렁찬 부원들의 소리에 만족하는 만희다. 만희는 씩 웃으며 대답한다.


“안녕한다. 자자, 대회 끝나고 일주일간 잘 쉬었겠지?”

“네!”

“오늘은 전달 사항이 많다. 그전에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나원재. 앞으로.”


짝짝짝-.


아이들의 박수 소리와 함께 원재가 쑥스럽게 걸어 나온다.

만희는 원재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원재. 소감.”

“아, 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친구, 선배들이 열정을 가지고 테니스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런 열정 넘치는 테니스부에 들어올 수 있어 영광이고 앞으로는 군암중이 더 많은 상을 휩쓸길 바랍니다!”

“훌륭하다. 박수.”


아이들의 박수 소리가 테니스장을 떠나갈 듯이 울린다. 박수 소리가 줄어든다.

코치 만희는 시계를 들여다보며 중얼거린다.


“슬슬 올 때가 됐는데.”


원재는 그 옆에 서서 만희를 바라본다. 그때,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덜컹-.


만희는 밝게 웃으며 고개를 돌린다.

원재도 문을 바라본다.

나머지 부원들도 모두 테니스장의 문을 바라본다.

문이 열리고 찬란한 햇빛 사이로 비찬이 들어온다.


터벅터벅-.


테니스 가방도 없이 그저 라켓만 덜레덜레 들고 비찬은 걸어온다. 그런 그의 걸음에는 묘한 무게가 실린다. 긴장되는지 비찬은 입을 모아 길게 숨을 몰아 내쉰다.

원재는 들어오는 비찬의 모습 뒤로 롤랑가로스 클레이코트 위 수많은 관중과 함성이 보인다. 원재는 비찬을 보며 침을 삼킨다.

비찬은 어느새 원재와 코치님 옆으로 와 있다. 씩 웃으며 원재에게 속삭인다.


“짜식. 내가 놀랄 일이 있을 거라 했지?”


원재는 상황이 정리되지 않아 어리둥절하며 만희를 쳐다본다.

만희는 그런 원재의 눈을 읽었는지 크게 외친다.


“오늘부터 테니스부원으로 활동하게 될 강비찬이다. 테니스를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다들 긴장해라. 꽤 쎈 놈이 들어왔다. 박수!”


테니스부원들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손뼉을 친다.

원재도 그들과 함께 손뼉을 친다. 그러곤 인사하는 비찬을 보며 밝게 웃는다.

원재는 이날 바보같이 밝게 웃던 자신을 평생 후회한다.

원재는 알지 못했다. 이 웃음이 최고의 뒷모습만을 바라보며 웃게 될 씁쓸한 웃음이 될 줄은.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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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친구 24.09.09 2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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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스탠스 24.09.07 29 3 13쪽
5 내딛는 첫발 24.09.05 34 2 12쪽
4 군암중학교 24.09.04 39 2 13쪽
» 나원재 24.09.04 49 3 13쪽
2 온비찬 24.09.04 59 3 13쪽
1 한서원 24.09.04 83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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