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코트 위, 폭군에게 도전하는 천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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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우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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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우꾸우
작품등록일 :
2024.09.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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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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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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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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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버리

DUMMY

무룡의 외침이 끝나자 적막이 흐른다.

심판을 보던 정철은 주변을 살펴 사람들의 표정을 본다.

어안이 벙벙한 표정의 관중들.

정철은 심판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창피함과 더불어 어린 중학생이 기어올랐다고 생각하자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는 어른스럽지 못하다. 사과보다는 권위를 선택한다. 핸드폰을 집어 던지며 걸어가 무룡의 멱살을 잡는다.


“이 조그마한 새끼가 뭐라 했냐?”

“몇 번 말해? 심판 똑바로 보라고.”


정철은 주먹을 들어 무룡을 치려 한다.

그때, 차민이 정철의 주먹을 잡는다.

정철은 고개를 돌려 차민을 본다. 차민의 표정에서 얼핏 웃음을 본 거 같다. 그러나 다시 본 차민은 무섭게 정색하고 있다.


“나가.”

“네? 대표님.”

“나가라고.”


차민의 시선은 정철에게서 무룡으로 옮겨진다.

무룡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킨다.


“저요?”

“그래. 너. 건방지게 어디서 심판한테 덤벼? 기본도 안된 새낀 필요 없어.”


무룡은 어이없단 듯 머리를 쥐어뜯으며 소리친다.


“으아아아!”


무룡은 가방에 라켓을 쑤셔 넣고 테니스장 밖으로 뛰쳐나간다.

원재는 그 뒤를 따라나선다.


벌컥-.


문이 열리고 그 앞에는 미연이 서 있다.

무룡은 이미 멀리 뛰어가고 있다.

미연은 잔뜩 독이 올라 원재를 보고 있다.

원재는 엄마를 뒤로하고 무룡에게 달려가고 싶지만, 미연의 화가 잔뜩 난 얼굴에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나원재. 엄마가 모를 줄 알았어?”

“죄송해요. 근데 엄마, 일단 무룡이한테 가보면 안 될까요?”

“너 미쳤어? 지금 엄마 속인 것도 모자라서 엄마가 보는 앞에서 테니스를 포기한다고 말하는 거야?”


원재는 미연의 극단적인 단어 선택에 당황한다.


“그게 어떻게 테니스를 포기하는 거예요? 오늘 경기는 그저 연습 게임일 뿐이에요.”

“나원재! 너 진짜 이렇게 엄마 실망하게 할 거야? 이따위 정신력 갖은 놈을 도대체 어떤 코치가 가르치고 싶겠어? 정신 똑바로 차리고 들어가.”

“그렇지만 엄마.”

“두 번 말 안 해. 지금 저놈 따라가면 테니스 라켓 다시는 못 잡을 줄 알아.”


원재는 달려가는 무룡을 쳐다만 본다. 그리곤 고개를 떨구고 등을 돌린다.

미연은 포기한 원재의 손목을 잡고 테니스장 안으로 들어간다.

코트 안의 어수선한 분위기는 이미 끝나 있다.

차민은 마이크로 외친다.


“본선 16강 2조 시작합니다. 남은 여덟 명의 선수들은 모두 정해진 코트 위에 서시기 바랍니다.”


**


군암중 테니스장.

코트 곳곳에 테니스공이 널브러져 있다.

만희는 코트 앞쪽 의자에 앉아 유튜브를 보며 깔깔대고 있다.

그 앞으로 플라스틱 재질로 된 가로로 넓은 삽을 들고 비찬이 공을 치우고 있다.

비찬이 지나가려고 하자 만희는 의자 위로 발을 살짝 들어준다.

비찬은 그런 만희에게 서운함을 느낀다. 공을 밀다 말고 만희를 빤히 본다.

만희는 그런 비찬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진다. 그는 핸드폰을 하다말고 고개를 들어 묻는다.


“뭐? 뭐? 도대체 뭐가 불만인 건데?”


비찬은 원망스러운 눈으로 만희를 쳐다본 뒤, 만희 뒤쪽에 벽에 걸린 시계를 향해 손을 뻗는다.

만희도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본다.

시간은 5시 30분을 가리키고 있다.


“저 시계가 왜?”

“아니. 시간이요. 6시까지잖아요. 왜 벌써 끝내요?”

“그걸 네가 정하냐? 내가 정하는 거지.”

“아 치사해.”

“이게 어디서.”


만희는 벌떡 일어나 비찬의 머리에 꿀밤을 때린다.

비찬은 삽을 내려놓고 아픈 듯 꿀밤 맞은 머리를 꽉 잡는다.


“으아!”

“야 인마. 누가 수업 끝났대?”

“랠리 더 해줄 거예요?”

“랠리만 수업이냐?”

“네?”


만희는 앞에 있는 의자를 치우고 뒤에 있는 화이트보드를 질질 끌고 온다. 그리곤 화이트보드 상단에 [단식 전략]이란 단어를 적는다.


“하루 이틀 랠리 하면서 느꼈는데 넌 이쪽이 더 필요한 거 같다.”

“저한테 뭐가 필요한데요?”

“지식, 경험.”

“제가 취미반으로 들었어도 나름 유튜브랑 책보고 공부 많이 했어요.”

“좋아. 그러면 여기서 질문.”


만희는 화이트보드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삐뚤빼뚤 코트를 그리고 파란색 마커를 비찬에게 건넨다.


“자, 너는 지금 서브를 받아치고 리커버리(코트 중앙으로 돌아가는 행위)를 할 거다. 어디 서 있어야 하지?”

“진짜 너무하시네요.”


비찬은 파란색 마커를 받아들고 엉망으로 그려진 코트 아래, 정중앙 베이스라인에 점을 찍는다. 무슨 이런 쉬운 문제를 내냐는 표정으로 우쭐하며 만희를 쳐다본다.

만희는 그런 비찬의 꿀밤을 다시 세게 때린다.


딱-.


“아 좀!”


비찬은 머리를 쥐어 잡으며 만희를 노려본다.

만희는 비찬에게서 파란색 마커를 뺏어 든다. 그리곤 화이트보드 위에 비찬이 찍어 놓은 파란 점을 주먹을 쥔 손날로 쓱쓱 지운다.

그리곤 비찬이 찍었던 점보다 손가락 반 마디 왼쪽에 점을 찍는다.

비찬은 삐뚤빼뚤한 코트 그림과 만희가 찍어 놓은 파란 점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한다.


“코치님.”

“그래. 이 녀석아. 이제 알겠냐?”

“그림이 엉망이라 정중앙 위치를 잘못 찍으신 건가요?”


빡-.


이번 꿀밤은 평소보다 소리가 크다.

만희는 비찬의 그림 지적에 자존심이 상했다. 의외로 이상한 곳에서 자존심이 상한 만희는 힘 조절에 실패했다.

비찬은 이번엔 코트 바닥에 쓰러지며 앓는 소리를 낸다.


“으아. 신고할 거야.”

“흠. 그러니 이 자식아. 누가 헛소리하래?”

“그럼 설명을 해달라고요! 도대체 왜 여기다 점을 찍었는데요?”


만희는 비찬을 보며 음흉하게 웃는다.

비찬은 어쩐지 불안해진다.


“오늘은 나머지 수업이다. 공마저 치우고 반대편 코트로 넘어가. 왜 거기 서 있어야 하는지 알 때까지 랠리 한다.”

“아 진짜. 그냥 좀 알려주지.”


비찬은 궁시렁대며 삽을 들고 다시 공을 치우기 시작한다.

하지만 비찬의 뒷모습은 누구 보다 들떠있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공을 치운다.

만희는 그런 비찬을 보며 흐뭇하게 웃는다.


**


탕, 탕, 탕-.


차민 아카데미.

실내 코트 여기저기서 공이 라켓에 맞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실내라 그 소리는 더 경쾌하게 들린다.

2층 벤치에서는 관중들이 경이로워하며 선수들을 내려다본다.

미연 역시 다른 학부모들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미연 옆에 앉은 은희의 엄마, 영숙은 원재가 게임 중인 3번 코트를 가리키며 미연에게 말을 건넨다.


“원재 엄마는 좋겠어. 저 스코어봐. 벌써 5:1이야. 정말 잘한다. 원재.”

“엉망이야. 지금 머릿속에 딴생각이 있어서 그런가? 다리도 느리고 밸런스도 다 깨진 채로 스트로크하잖아. 은희 엄마. 그렇게 경기를 못 보니까 은희가 발전이 없는 거야.”

“아, 그렇지? 내가 좀 더 많이 알아서 은희 폼도 봐주고 하면 좋을 텐데···.”

“좀 더 공부해. 아이들 못하는 건 백 퍼센트 부모 탓이야.”

“응응. 알겠어. 잘 좀 알려줘. 부탁할게.”


미연은 영숙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영숙은 민망해하며 괜히 옷매무시를 가다듬는다.

그런 영숙을 반대편 벤치에서 은희가 발견하고 손을 흔든다.

영숙도 은희를 보며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든다.


“은희 엄마. 지금 원재 상대편에 있는 키 큰 남자아이. 저 아이가 좋은 서브로 왜 자기 서브 게임을 하나 밖에 못 지킨 거 같아?”

“응응? 미안. 방금 못 봤는데. 저 애가 그렇게 서브가 쌔?”


미연은 영숙을 경멸스럽단 눈으로 바라보며 한숨을 내뱉는다.


“알려달라며? 하 정말. 그럴 거면 말 걸지 마. 집중해야 하니까.”

“미, 미안 진짜 집중해볼게. 미안해. 원재 엄마.”


미연은 원재 반대편에 서 있는 군화를 뚫어지라 쳐다본다.

군화는 애드코트에서 자신의 서브게임을 준비하며 스코어를 바라본다.


“1:5에 0:15(러브피프티). 꼴이 말이 아니네. 하, 쪽팔린다.”


군화는 반대편 코트에서 서브를 받을 준비를 하는 원재의 포지션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분명 내 서브를 힘겹게 받아넘기고 있다. 근데 도대체 왜 3구 위닝샷에서의 대처가 저렇게 빠른 거지? 어디로 올지 알고 있나?’


원재는 라켓을 휙휙 돌리며 군화의 서브를 기다리고 있다.

군화는 머리를 박박 긁으며 소리친다.


“으아!”


답답해하는 군화를 보며 관중들은 모두 3번 코트에 집중한다.

원재는 잔뜩 약이 올라 있는 군화를 보며 어쩐지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비찬과의 경기에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다.

늘 즐거운 테니스, 원재에겐 그뿐인 테니스이다. 정말 목숨이라도 걸고 달려드는 거 같은 상대를 보면 괜히 미안해지기도, 부담스럽기도 하다.


“역시 적응 안 된단 말이야. 저렇게 분노한 모습들은. 얼른 끝내자.”


군화는 소리를 힘차게 내지르고 난 뒤 공을 꽉 쥐며 중얼거린다.


“언제부터 내가 머리를 썼냐? 늘 하던 대로 풀파워로.”


군화는 어떠한 루틴도 없이 그저 토스한다.

정점에 멈춘 공을 향해 도약하며 서브를 있는 힘껏 내리친다. 큰 키로 인해 말도 안 되는 타점에서 공이 날아온다.

원재는 묵직하게 들어오는 공을 팔을 앞으로 길게 뻗어 가까스로 받아친다.

공은 머리 위로 살짝 높게 뜨며 날아간다.

원재는 공을 받아치자마자 코트 중앙으로 리커버리한다. 그러나 정중앙보다 살짝 왼쪽으로 멈추어 선다.

군화는 높이 뜬 공을 향해 달려들며 소리친다.


“내 공이 어디로 갈지 예상한다면 더 세게 치면 그만이야!”


탕-!


군화는 큰 키에 어울리는 긴 팔로 포핸드 3구샷을 때린다.

총 쏘는 굉음이 들리며 원재의 백핸드 쪽으로 깊숙하게 공은 날아간다.

원재는 발 빠르게 투 스텝으로 공을 따라잡으며 일자로 다운더라인 샷을 보낸다.

그 모습을 본 군화는 광기 어린 웃음을 지으며 소리친다.


“또 어떻게 안 거냐? 주니어 넘버원!”


군화는 긴 팔을 이용해 발리를 하지만 공은 프레임에 맞고 아웃된다.


**


같은 시각.

만희가 때린 공이 비찬의 백핸드 쪽으로 깊게 날아가 꽂힌다.

비찬은 가까스로 따라가 볼을 쳐내지만, 다리가 조금 모자란다. 그 볼은 밀려서 맞으며 사이드라인에서 살짝 벗어난다.

만희는 비찬을 보며 씩 웃는다.


“아직도 모르겠냐? 똥 멍청이야?”

“한 번 더.”


비찬은 고개를 들어 웃는다. 얼굴에는 모든 것을 알았다는 확신이 있다.

만희는 그런 비찬을 보며 더 확신에 찬 얼굴로 웃는다.


“지겨운 자식. 일어나.”


비찬은 일어나 애드코트로 걸어간다.

만희는 비찬에게 힘찬 서브를 넣어준다.

비찬은 서브를 리턴하고 코트 중앙으로 리커버리한다. 이번에는 코트 중앙에서 한 발 못 미치는 곳에 있다.

만희는 그런 비찬을 보며 음흉하게 웃는다.


“뻔하면 재미없잖아?”


만희는 이번엔 비찬의 백핸드 쪽이 아닌 포핸드 쪽으로 강력하게 3구 샷을 친다.

비찬은 스플릿 스텝을 가볍게 뛰고 전광석화처럼 오른쪽 사이드로 빠지는 공을 따라잡아 다운더라인을 꽂아 넣는다.

공은 군암중 코트 완충재에 부딪혀 통통통 굴러온다.

만희는 굴러오는 볼을 본다. 그리곤 라켓을 휙휙 돌려 겨드랑이에 끼며 손뼉을 친다.


짝짝짝-.


“훌륭해. 역시 난 잘 가르쳐.”

“제가 잘하는 겁니다.”

“건방진 자식이. 이제 설명해봐. 왜 그 포지션이어야 하는지.”


작가의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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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동상이몽 24.09.12 23 2 13쪽
10 부러진 라켓 24.09.11 21 2 13쪽
9 경계 24.09.10 23 2 12쪽
8 친구 24.09.09 22 3 12쪽
7 함정 24.09.08 28 2 11쪽
6 스탠스 24.09.07 30 3 13쪽
5 내딛는 첫발 24.09.05 34 2 12쪽
4 군암중학교 24.09.04 40 2 13쪽
3 나원재 24.09.04 49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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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서원 24.09.04 8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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