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코트 위, 폭군에게 도전하는 천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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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우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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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우꾸우
작품등록일 :
2024.09.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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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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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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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DUMMY

군암중 테니스 코트장.

여기저기서 헉헉대는 소리와 으악 하는 비명이 울려 퍼진다. 아이들은 매트 위에 인어공주 자세로 앉아있다. 여자아이들은 편안하게 한쪽으로 몸을 기울여 스트레칭을 하는 반면, 남자아이들은 궁둥이를 땅에 제대로 붙이지도 못한 채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땀을 흘린다.

그들 앞에 서 있는 사람은 군암중 체육교사 정실. 그녀는 고통스러워하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며 해맑게 웃으며 소리친다.


“잘 들어라. 새싹들아. 축구, 농구를 포함해 테니스도 마찬가지. 종횡을 왔다 갔다 하며 뛰는 스포츠에서는 관절의 가동이 생명이다.”


정실은 말하면서 무룡의 뒤로 다가간다.

무룡은 인어공주 자세로 앉아 우아한 척하며 주변 친구들을 웃기고 있다.

정실은 그런 무룡의 오른팔을 잡고 반대 방향으로 쭉 늘리며 말을 이어나간다.


“오늘 진행한 동작들은 발목 가동과 골반, 척추 주변의 근육들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이다. 항상 필수로 생각하며 부상을 방지한다. 그러니까 엄살 부리지 말고 쭉쭉 늘려주라고.”

“으아아악! 선생님 저 발목, 발목 부러졌었어요. 저 죽어요!”

“부상을 당해 본 놈들일수록 스트레칭은 필수다. 알았어?!”

“네!”


아이들은 큰 소리로 대답한다.

영도와 원재, 그리고 비찬은 다른 아이들에 비해 스트레칭에 더 진지하게 임한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정실은 흐뭇하게 웃는다.

테니스장 문이 열리고 만희가 들어온다. 정실은 손뼉을 치며 수업을 마무리하고 만희에게 걸어간다.


“박 코치님. 따로 수당 챙겨주시는 거죠?”

“공 쌤. 사람이 그렇게 야박하게 굴고 그러면 안 돼요.”


정실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핸드폰을 꺼내 연락처에서 교감 선생님 번호를 찾아 만희를 보여주며 말한다.


“어쩔 수 없네요. 근무 외 수당은 교감 선생님께 말씀드려볼게요.”


정실은 만희를 보며 씩 웃는다.

만희는 고개를 떨구며 묻는다.


“시급을 얼마를 쳐 드려야 할까요···?”

“술 사요. 토요일 저녁.”

“저 그날 풋살 모임 있는데.”

“뒤질래요?”

“있는데, 그 모임 주최자가 저라 제가 파투내면 돼요. 네, 제가 모았으니까 제가 해체시켜야죠. 그렇게 하겠습니다.”

“잘 좀 합시다.”


정실은 만희의 어깨를 툭툭치고 웃으며 지나친다.

만희는 그런 정실의 뒷모습을 노려본다.

무룡은 만희의 옆으로 다가와 까불기 시작한다.


“그린라이뚜?”


무룡은 검지를 입술에 대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만희를 쳐다본다.

만희는 무룡을 보고 웃으며 말한다.


“초록색 빛이 보고 싶은 거야? 말을 하지.”


만희는 있는 힘껏 무룡의 머리에 꿀밤을 때린다.

무룡은 코트장 바닥에 누워 하늘을 본다. 하늘에서 초록색 별이 빙글빙글 돈다.

원재와 비찬, 그리고 은희가 무룡의 옆에 다가오며 무룡을 살핀다.


“비찬아, 마이콜 괜찮은 거 맞냐?”

“그런 거 같은데. 웃고 있잖아?”


무룡은 웃으며 혼자 헛소리를 한다.


“아아. 그린라이뚜.”


**


한창 스텝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모두가 돌아가면서 훈련을 진행할 때, 영도가 비찬의 옆으로 다가온다.


“잘 돼 가냐?”


한 번도 비찬에게 말을 건 적이 없던 영도이기 때문에 비찬은 당황하며 영도를 쳐다본다.


“네?”

“잘 돼 가냐고?”

“아, 네. 몸도 가볍고 잘 돼 가고 있습니다.”

“그래? 아닌 거 같은데.”


비찬은 영도의 말에 하던 동작을 멈추고 영도를 쳐다본다. 영도 역시 그 자리에 서서 비찬을 노려본다.

만희의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고 모두가 만희 앞으로 뛰어간다.

영도 역시 비찬을 지나쳐 만희에게 걸어가며 속삭인다.


“잘 좀 하자. 얼른얼른.”


비찬은 고개를 휙 돌려 지나쳐 가는 영도의 뒷모습을 본다.

만희는 멍때리며 서 있는 비찬에게 소리친다.


“야 인마! 안 뛰어와?”

“아, 네!”


비찬은 후다닥 달려가 원재와 무룡 옆에 가서 선다.

만희는 땀 흘리는 아이들을 한 번 바라보고 만족한다는 듯 웃는다.

무룡은 그의 표정을 보며 속삭인다.


“악마도 울고 갈 코치 아니냐? 인정?”

“다 들린다~.”

“귀도 밝아.”

“크크.”


원재는 무룡의 말에 웃는다.

비찬은 따라 웃지 못하고 자신에게 알 수 없는 말을 던진 영도만을 쳐다본다.

만희는 그런 비찬을 한 번 쳐다본 뒤 아이들을 향해 소리친다.


“오늘부터 2시에 훈련 마무리하고 잠시 쉬었다가 4시부터 6시까지 랠리 훈련을 진행한다.”


만희의 말에 모두가 갸우뚱하며 서로를 쳐다본다. 영도가 손을 들고 묻는다.


“코치님. 저희 3시부터 모두 아카데미에 갑니다. 그런데 4시 훈련을 어떻게 참여하란 말씀입니까?”

“좋은 질문이다. 랠리 훈련은 의무가 아닌 자율이다. 나는 그 시간에 나올 테니 아카데미가 아닌 너희들의 훌륭한 코치인 나를 선택할 놈들이 있다면 여기로 4시까지 와라.”


아이들은 웅성거리며 서로를 쳐다본다.

비찬은 만희를 본다.

만희도 비찬과 눈을 맞추며 다시 한번 말한다.


“단 한 명만 오더라도 훈련은 시작한다. 그럼 해산!”


원재는 주변을 둘러보고 소리친다.


“차렷. 코치님께 경례!”

“감사합니다!”


아이들이 뿔뿔이 흩어진다.

비찬은 자신의 라켓을 잡으며 웃는다.

원재는 비찬의 어깨를 감싸며 말한다.


“박 코치님이 네 생각 많이 하는 거 같다. 다행이다.”


무룡도 비찬의 반대쪽 어깨를 감싸며 말한다.


“스읍. 악마 같다가도 이럴 때 보면 인간미가 있단 말이야?”

“뭐. 나한테는 좋지.”

“아, 나도 아카데미 그만두고 비찬이랑 랠리나 하러 올까? 원재야, 그게 더 도움 될 거 같지 않냐?”

“난 엄마 때문에 패스.”

“오케이 인정. 난 고민 좀 해봐야지. 그럼 비찬이 넌 여기 있을 거지?”

“응. 마땅히 갈 데도 없고.”

“오케이. 우리 먼저 간다.”

“그래그래. 고생했다.”


모두가 떠나고 빈 코트에 비찬만이 남아 라켓을 휘두른다. 오랜만에 랠리를 할 생각에 설렌다. 더군다나 코치와의 랠리는 좀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기에 비찬은 다가올 랠리훈련이 잔뜩 기대된다.


“후. 아무래도 코치님하고 랠리하면 오픈스탠스를 지적할 테니까 클로즈 스탠스로 빵.”


비찬은 자세를 닫아놓는 클로즈스탠스 자세를 유지하며 허공에 스윙한다. 영 어색한지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리고 시간을 본다.

3시.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았다. 비찬은 자리에 누워버린다.


“시간아~. 제발 얼른 지나가라.”


덜컥-.


테니스장 문이 열린다. 시간이 한참 남았지만, 문이 열리는 소리에 비찬은 잔뜩 기대하며 테니스장 입구를 바라본다.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것은 광일과 일진 무리. 그들은 코트 위에 더러운 발자국을 남기며 비찬에게 걸어온다.

비찬의 표정은 일그러진다.


**


같은 시각 스페인. 스페인 어느 한 마을의 커다란 코트장.

클레이코트로 10면과 하드코트 4면으로 이루어져 야외 테니스장. 그리고 그 코트를 감싸는 붉은색 벽돌 빌라들이 꼭 멋진 요새를 방불케 하는 모습이다.

그 중심에서 노란색 스포츠머리를 깔끔하게 잘라 놓은 건장한 체격의 토니 클린턴과 모자를 깊게 눌러쓴 꽤 말라 보이는 체구의 얀 오닉은 랠리를 주고받고 있다.

순간적으로 깊게 들어오는 토니의 볼에 얀은 살짝 당황하며 공을 띄웠고 짧아진 공을 토니가 어프로치 샷으로 마무리 지으며 랠리가 끝난다.

토니는 라켓을 네트 위에 올리며 얀을 부른다.


“수고했어, 얀.”


얀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한다.


“여전히 볼이 밀리네요. 토니.”


토니는 어이없단 표정으로 얀을 보며 말한다.


“이봐. 너의 체력문제로 마지막 한 구 밀렸어. 그전까지는 대등하거나 혹은 네 볼이 압도적으로 강했어. 알고 있어?”

“체력은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죠.”

“그래도 메이저 대회가 아니라면 체력적으로 부족할 일은 없을 거야. 칸에게 말해서 ATP 250부터 데뷔전 잡아달라고 말해.”

“허락할지 모르겠네요.”

“이 선수와의 1세트 매치 경기에서 6:0으로 압도한다면 너의 프로무대 데뷔를 허락하마.”


뜬금없는 후안 칸의 목소리에 토니와 얀은 고개를 돌린다.

계단 위에서 칸과 그가 대동한 코치진이 내려온다. 서원도 그들과 함께 내려온다.

얀은 경계심이 가득한 눈으로 서원을 쳐다본다.

서원은 토니를 보자마자 얼굴이 빨개지며 흥분한다.


‘저 사람이 16년 만에 나타난 미국의 영웅, 현재 세계 랭킹 1위 토니 클린턴. 실제로 보니 키도 크고 무엇보다 진짜 잘생겼다.’


칸과 서원은 그들 앞에 선다.

칸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토니를 본다.

그와는 반대로 서원은 동경의 눈으로 토니를 바라본다.

토니는 칸의 눈에 압도되며 시선을 피한다.


“토니. 지금 네 놈이 남 걱정할때야? 랭킹 2위인 늙다리 조반니 보스코와 포인트가 고작 200포인트 차이다. 알아?”


토니는 침을 꿀꺽 삼키며 말한다.


“코치님. 그건 조반니가 리그를 더 많이 뛰니까···.”

“핑계대지마. 알아둬. 나는 1위에서 밀려난 놈은 관심 없어. 난 너희가 전설이라 부르는 로베르토 카를로스 역시 1위에서 밀려나자마자 내쳤다. 너도 예외는 아니야. 최소한 얀이 네놈 타이틀을 뺏기 전까지는 유지해야 하지 않겠어? 고작 내가 만든 최악의 쓰레기 조반니에게 뒤꽁무니를 잡히다니. 한심한 자식.”


토니는 주눅 든 얼굴로 고개를 떨군다.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는 그의 모습에서 서원은 동경하던 토니 클린턴의 환상이 무너진다. 그리고는 토니의 일그러진 모습을 보며 생각한다.


‘미국의 영웅이 고작 저 정도의 인간이라니. 아닌가? 후안 칸이라는 인간이 더 대단한 것뿐인가?’


서원은 고개를 돌려 칸을 바라본다. 그의 깊고 무서운 눈을 보며 서원은 침을 꿀꺽 삼킨다.


‘확실히 저건 좀 무섭긴 하네.’


그런 서원을 계속해서 경계하며 노려보는 것은 얀이다.

서원도 그런 얀의 표정을 읽었는지 얀을 노려본다.

칸은 그들에게 서원을 소개시킨다.


“인사해라. 이번에 자질 테스트 및 재능 테스트를 통과한 아시아 선수 한서원이다.”


토니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헤벌쭉하게 웃으며 서원에게 손을 내민다.


“반갑다. 궁금하네. 넌 또 어떤 선수일지.”

“반갑습니다. 정말 만나 뵙고 싶었어요. 존경합니다.”


칸은 서원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그에게 말한다.


“이봐 한. 기억해. 다시는 누군가에게 함부로 존경한다는 말을 입에 담지 마라. 그 즉시 너와 그의 격차가 정해지고, 그 격차를 깨부수는 데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알았어?”

“네. 조심하겠습니다. 코치님.”


서원은 칸의 말에 긴장하지 않은 채 여유있게 웃으며 대답한다.

칸은 그런 서원을 보며 웃는다.

그 모습에 얀의 표정은 더 일그러진다. 얀은 칸에게 말한다.


“아까 말씀하신 건 지키세요. 바로 시작하죠. 6:0 경기가 끝난다면 이번 2월 아들레이드 오픈에 바로 지원하겠습니다.”


칸은 웃으며 대답한다.


“그러든가.”


얀은 자신보다 작은 서원을 내려다보며 말한다.


“준비해 애송아.”


서원은 얀을 노려본다.


‘고작해야 두 살 밖에 차이 안 나는 새끼가 건방지게. 토니 클린턴 다음 세계 랭킹 1위는 나다 새끼야.’


얀과 서원은 바로 코트로 들어간다.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코트 밖으로 물러난다.

칸은 동전을 던지기 위해 네트 위에 선다.

얀은 칸이 동전을 던지기 전에 먼저 서원에게 공 두 개를 건네며 말한다.


“서브권 따위 필요 없습니다.”


얀은 인사도 없이 베이스라인으로 걸어간다.

서원도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자신의 베이스라인으로 걸어간다.

칸은 재밌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코트 밖으로 나가 소리친다.


“플레이어 레디. 서브 한, 리시버 얀. 플레이.”


서원은 토스를 높게 던진다.


‘보여줄게. 나의 재능을.’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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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부러진 라켓 24.09.11 21 2 13쪽
» 경계 24.09.10 23 2 12쪽
8 친구 24.09.09 22 3 12쪽
7 함정 24.09.08 28 2 11쪽
6 스탠스 24.09.07 28 3 13쪽
5 내딛는 첫발 24.09.05 34 2 12쪽
4 군암중학교 24.09.04 39 2 13쪽
3 나원재 24.09.04 48 3 13쪽
2 온비찬 24.09.04 58 3 13쪽
1 한서원 24.09.04 83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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