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코트 위, 폭군에게 도전하는 천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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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우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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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우꾸우
작품등록일 :
2024.09.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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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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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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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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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이기기 위한 전략 : 로브

DUMMY

차민 아카데미의 실내 코트.

이 코트의 특별한 점은 층고가 워낙 높아 2층에는 관중석도 마련되어 있다. 꼭 콜로세움 경기장을 연상케 하는 모양의 테니스장. 실내 코트 4면을 둘러싼 2층의 벤치들 역시 파란색으로 색칠되어 있다. 호주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 테니스장을 연상케 한다.

2층 문이 열리고 무려 50명이 넘는 주니어 선수들이 관중석에 줄지어 앉는다. 그 반대편에는 이미 들어와 있는 동호인들부터 학부모로 보이는 어른들까지 앉아 있다.

또한, 주니어 선수들 주변으로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도 보인다. 그들 사이에 광일의 무리도 자연스레 끼어 있다. 그들은 모두 코트를 내려다보고 있다.

코트 중앙에는 차민을 비롯한 8명의 코치진이 서류를 들고 검토하며 선수들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바라본다.

파랗게 물들인 실내 코트 위로는 이미 8명의 주니어 선수가 올라와 몸을 풀며 대기하고 있다.

차민은 코치들과 이야기하다 2층을 둘러본다. 그 넓은 벤치가 얼추 다 채워졌다. 차민은 만족해하며 마이크에 대고 이야기한다.


“아아, 반갑습니다. 차민입니다.”


짝짝짝-.


관중석에서 손뼉 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차민은 고개를 숙여 앞뒤 양옆으로 인사하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차민 아카데미 배 본선 16강을 진행하겠습니다. 아이들의 기본 역량을 확인하기 위해 갑작스럽게 연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중이 와주신 점에 먼저 감사함을 표합니다. 순수 재미만을 위한 분들도 계실 거고, 아이들의 장래를 확인하기 위해 앉아 계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또는 지금은 비록 본선에 오지 못했지만 언젠간 이 자리를 차지할 경쟁자들도 있겠죠.”


차민은 말을 멈추고 주니어 선수들이 앉아 있는 곳을 바라본다. 그 안에는 은희도 있다. 그런데 당연히 있어야 할 거 같은 무룡이 어쩐지 보이지 않는다.

무룡은 의외로 코트 위에서 몸을 풀며 준비하고 있다. 무룡은 관중석에 앉아 있는 은희를 보며 윙크한다. 은희는 미간을 잔뜩 구기며 불쾌함을 표현한다.

그 옆에 앉은 군암중 3학년 선수 일우가 은희에게 말한다.


“쟤 예선 통과 어떻게 했냐?”

“저랑 붙었어요.”

“개꿀이었네.”

“무슨 말을 그따위로 하냐? 은희도 잘하거든? 남자인 주제에 올라가지도 못한 게.”


옆에서 듣고 있던 3학년 민희가 동생 같은 은희를 감싸며 말한다.

은희는 민희 품에 안겨 일우를 째려본다.

일우는 당황하며 어버버 댄다.


“아니, 여, 여기서 남, 여가 왜, 왜 나오냐? 어차피 그런 거 없는 대회잖아.”

“어쩔.”

“저쩔.”


민희랑 은희는 죽이 딱딱 맞는다. 그들이 그렇게 웅성거리며 지방방송을 틀고 있을 때 차민은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그 모든 이들이 보는 앞에서 당당히 준결승까지 간 아이 중 두 명만을 선발해, 저 차민이 직접 지도하고 세계로 보내겠습니다.”

“영도야 윔블던 가자!”


광일의 무리는 차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영도를 응원한다.

영도는 친구들을 보며 한심하단 듯 한숨을 내뱉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또 다른 관중석에 앉아 있는 연화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여자아이들은 플랜카드를 들며 소리친다.


“연화고의 하늘, 전하늘 파이팅!”


실내 코트 뒤에 준비된 선수 대기석에 눈을 감고 누워 있는 하늘은 안대를 풀며 2층 벤치를 보고 손을 흔든다.


“안녕. 얘들아 아직 내 차례 아니야!”

“이군화 힘내라!”

“웅철아 가자!”


16강에 올라간 선수들을 관중들이 응원한다.

하늘과 같이 선수 대기석에 앉아 있는 원재는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핀다. 다행히 2층 벤치에 미연이 보이질 않는다. 원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휴. 다행이다. 1등하고도 못 뽑히면 엄마가 무슨 말을 하실지 끔찍하다.”


혼잣말을 내뱉는 원재 옆에 짧은 머리의 군인 같아 보이는 군화가 앉으며 말한다.


“당연히 네 놈이 1등 할 것처럼 말하네?”


원재는 고개를 들어 군화를 바라본다.

군화의 말투는 시비조이나 사람 좋은 얼굴로 웃으며 원재를 보고 있다.

원재는 머쓱해 하며 사과한다.


“기분 나빴다면 미안. 중요한 건 1등이 아니었어, 못 뽑히는 거지.”

“네가 주니어 랭킹 1위 나원재 맞지?”

“응. 날 알아?”

“반갑다. 주니어 넘버 원. 난 말이야. 그따위 코칭보다 네놈이 앉아 있는 그 자리가 탐난다.”

“여기 앉을래?”


원재는 자리를 슬쩍 비켜주며 말한다.

군화는 어이가 없어 박장대소한다.


“으하하! 너 정말. 재밌는 놈이구나? 네가 가진 주니어 넘버 원 타이틀을 말하는 거다. 조만간 그 자리를 내가 앉을 거다. 엉덩이 따뜻하게 데워 놓고 있으라고.”

“아아, 랭킹 1위?”

“그래. 1위.”


원재는 묘한 한숨을 내뱉는다. 그리곤 비찬을 떠올리듯 웃는다.


“음. 그건 내 것이 맞는데 주니어 넘버 원 타이틀은 아마 내 것이 아닌 거 같긴 한데.”

“그게 무슨 소리냐?”


원재는 그저 말없이 웃는다.

군화는 그의 표정에서 어쩐지 더는 묻지 않고 싶어진다. 그리고 그저 원재의 어깨를 잡으며 말한다.


“근데. 나 3학년이다.”

“아, 죄송합니다. 형.”

“이군화다. 주니어 랭킹 9위.”

“나원재입니다.”


그들은 모든 이야기가 오고 간 후에야 악수를 한다.

원재는 훗날 군화의 첫인상을 기억할 때 이렇게 답한다. 손이 매우 큰 친구였다고. 그렇게 원재는 늘 자신의 꽁무니를 무섭게 쫓는 스토커 같은 친구를 만나게 된다.


휘이-!


호루라기 소리와 동시에 실내 코트 4면에서 게임이 시작된다.

차민을 포함한 4명의 코치는 코트 밖으로 나가 서류와 아이들을 비교하며 빠르게 분석을 시작한다.

그리고 남은 코치 4명은 한 코트씩 맡아 시합의 심판으로 참여한다.


**


양옆으로 한창 바쁘게 게임이 진행되고 있다. 그중에는 땀을 한 바가지 흘리며 소리를 지르는 군암중 3학년 구하림이 보인다.


“으아아아!”

“게임 셋 앤드 매치, 원 바이 하림.”

“아자! 가자!”


하림의 옆 코트에서 서브를 넣으려던 무룡이 서브를 넣다 말고 하림의 괴성을 듣고 엄지를 올린다.


“오오오. 하림 선배 섹시한데요?”

“시팔. 존나 불공평한 거 아니냐? 남자랑 여자랑 붙여 놓는 거?”

“크크. 그건 인정. 근데 누나 나랑 붙어도 이기잖아요.”

“그건 그렇지. 공평하네.”


탁-!


무룡의 반대편 코트에서 라켓으로 바닥을 내리치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가 난 쪽에는 영도가 리턴 자세를 잡은 채로 무룡에게 말한다.


“어이 마이콜. 집중하지? 안 끝났다. 게임.”


2번 코트에서 게임을 진행하고 있는 무룡의 뒤로 3:4로 스코어가 올라가 있다.

무룡은 영도를 보고 까불기 시작한다.


“질까 봐 쫄리나봐요. 선배?”

“아가리는 이기고 나서 털어라.”

“그럼요. 처발라 드릴게요.”


무룡은 토스를 던진다.

무룡의 토스는 상대적으로 낮다. 그만큼 낮은 타점에서 아래서 위로 밀어 올리듯 서브를 한다. 서비스 라인 안쪽에 꽂히며 높게 튀어 오르는 퀵서브에 영도는 뒤로 두 발 무르며 로브로 리턴한다.

무룡은 높게 올라가는 볼을 보며 인상을 쓴다.


“아이 씨. 진짜로. 오늘 온종일 저 양반 로브만 쓰네. 더럽게.”


무룡은 로브가 떨어지는 타점에서 천천히 발을 잡아두고 있는 힘껏 공을 때린다.


“뜬 볼은 처맞아야지!”


그러나 무룡의 예상과는 다르게 공은 더 높게 날아가며 2층 벤치에 광일이 있는 곳으로 날아간다.

광일은 날아오는 공을 여유 있게 한 손으로 잡으며 무룡을 본다. 받은 공을 다시 무룡에게 던져준다. 그리고 무룡의 다리에 손가락질하며 부러트리는 시늉을 한다. 그런 광일의 행동에 일진 무리는 낄낄댄다.

무룡은 굴러오는 공을 잡고 영도를 보고 묻는다.


“선배. 진심으로 궁금해서 그러는데 안 창피해요?”

“로브 못 받는 놈한테 로브만 보내는 게 창피할 일이냐?”

“그 소리 하는 게 아니잖아.”


무룡은 어울리지 않게 정색하며 영도를 본다.

영도는 고개를 돌려 친구들을 살핀다. 영도에게 파이팅을 외치는 광일 무리가 보인다.


“별 걸 다 걱정한다. 이 경기 지고 쪽팔릴 네 걱정이나 해.”


무룡은 라켓을 겨드랑이에 꽂고 양손으로 자신의 뺨을 세게 친다.


짝-!


무룡은 라켓을 다시 똑바로 들고 서브를 준비하며 속삭인다.


“절대 안 져. 쓰레기한테는.”


무룡은 다시 한번 토스를 낮게 던지며 퀵서브를 보낸다. 데칼코마니로 똑같은 비디오를 틀어 놓은 듯 영도는 또다시 두 발을 뒤로 무르며 로브를 띄운다.

그들의 경기를 눈여겨보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차민과 정수이다.

정수는 무룡과 영도 두 명을 보며 고개를 갸웃한다.


“대표님이 신경 쓸 만한 애들은 없는 거 같은데 유독 저쪽 코트를 많이 보시네요?”

“그러게, 헤이 차. 둘 중 누구를 보는 거야?”


정수와 같이 코치로 일하고 있는 복식 전문 쿤 타나벳이 와서 묻는다.

쿤은 태국 사람으로서 차민과 종종 복식조로 활동하던 친구다.

차민은 쿤과 정수에게 묻는다.


“둘 중 누굴 일 거 같아?”

“그래도 좀 영리하게 게임을 하는 영도가 아닐까?”


쿤이 답한다.

정수는 팔짱을 끼며 답한다.


“선배. 그래도 무룡이가 가능성은 더 뛰어나지 않아요? 영도는 폼도 별로고 한계가 명확하달까···?”

“정수야. 내가 투어 시절 중에 어떤 놈들을 제일 재밌어 했는 줄 알아?”

“글쎄요.”

“한계가 명확한데 그걸 극복해 보겠다고 발악하는 놈들. 난 그걸 바로 앞에서 보고 있는 게 너무 재밌어. 꼭 드라마 보는 거 같잖아. 그런 놈들은 패배하든 승리하든 재밌는 걸 들고 오기 마련이야.”

“헤이 차. 로브만 하는 게 재밌어? 난 재미없어.”


쿤이 답한다. 정수도 쿤의 말에 동의한단 듯 고개를 끄덕인다.

차민은 그들의 말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영도를 재밌게 바라본다. 영도는 앞뒤로 달리며 끝까지 볼을 높게 띄운다. 단 한 구도 무룡의 공을 놓치지 않고 어떻게든 공을 높게 띄운다.

한 포인트에서 총 열여섯 번의 랠리가 이어진다.

무룡은 참지 못하고 라켓을 높게 들고 그라운드 스매시를 때린다. 빠르게 날아가는 공은 네트에 걸리며 영도의 포인트로 이어진다.


“5:3. 내 서브다. 한 게임 남았다. 마이콜.”


무룡은 땀이 잔뜩 난 채로 씩씩대며 영도에게 볼을 건넨다.

영도 역시 온몸에 땀이 비 오듯 쏟아지지만 애써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다. 볼을 잡고 무룡을 쳐다본다.

무룡이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채 목을 돌리며 마음을 다잡는다.

그때, 영도는 빠르게 플랫 서브로 무룡의 몸쪽으로 서브를 보낸다.

준비되어 있지 않은 무룡은 당황하며 공을 쳐 내고 소리친다.


“선배! 뭐 하는 겁니까? 아직 준비 안 됐다고요!”

“난 공을 들었고 네가 고개 끄덕였잖아.”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 목 풀고 있었는데.”

“15:0(피프티러브).”


영도는 무룡의 말을 무시하고 셀프 점수를 내고 애드코트로 자리를 옮긴다.

무룡은 심판을 보는 정철 코치를 쳐다본다.

정철은 관심이 없다는 듯 핸드폰만 보고 있다. 그러다 자신을 쳐다보는 무룡을 보고 묻는다.


“뭐? 왜?”

“저 준비 안 돼 있는데 서브 넣었어요.”

“아 대충해. 어차피 너 안 뽑혀.”

“아니, 코치님.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심판이면 게임에 집중해요. 핸드폰 내려놓고.”


정철은 자신에게 따지는 무룡을 보고 말한다.


“패널티 무룡. 스코어, 30:0(써티러브).”

“뭐라고요? 갑자기 무슨.”


영도는 난리 치는 무룡을 보며 웃는다.

영도의 머리 뒤 2층에 앉아 있는 광일 무리도 같이 웃는다.

무룡은 그들을 보며 분노한다. 그리고 그 분노의 화살은 코치를 향해 날아간다.


“아 시팔. 심판 똑바로 봐.”


평소 장난기 넘치는 무룡의 발언에 모두가 숨죽이고 그 상황을 쳐다본다.

2층 벤치에 앉은 은희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무룡을 본다.

선수 대기석에 앉은 원재도 다르지 않다. 원재는 발을 동동 구르며 무룡에게 속삭이듯 소리친다.


“차무룡! 참아. 마이콜 참으라고.”


정철은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모자를 집어 던지고 머리를 박박 긁는다.


“지금 뭐라고···.”

“심판. 똑바로 보라고 이 개새끼야!”


떠나갈 듯 소리치는 무룡의 목소리가 코트 안을 가득 채운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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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리커버리 24.09.16 15 2 12쪽
» 이기기 위한 전략 : 로브 24.09.15 23 2 13쪽
13 첫 세트 : 높은 벽 24.09.14 21 2 13쪽
12 게임의 시작 : 서브 24.09.13 20 2 13쪽
11 동상이몽 24.09.12 22 2 13쪽
10 부러진 라켓 24.09.11 20 2 13쪽
9 경계 24.09.10 22 2 12쪽
8 친구 24.09.09 21 3 12쪽
7 함정 24.09.08 28 2 11쪽
6 스탠스 24.09.07 28 3 13쪽
5 내딛는 첫발 24.09.05 34 2 12쪽
4 군암중학교 24.09.04 38 2 13쪽
3 나원재 24.09.04 48 3 13쪽
2 온비찬 24.09.04 58 3 13쪽
1 한서원 24.09.04 83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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