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코트 위, 폭군에게 도전하는 천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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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우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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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우꾸우
작품등록일 :
2024.09.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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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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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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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온비찬

DUMMY

온비찬


나이 : 15세

키 : 175cm

외모 : 남들보다 진한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

특징 : 괴물


단언컨대 비극이다.

그날 양아버지가 내 작은 손에 라켓을 쥐여 준 건 비극이다.

이 작은 라켓을 시작으로 난 모든 것을 이뤘고 모든 것을 잃었다.

다시 돌아간다면 내 손에 라켓을 건네던 그 커다란 손을 부러뜨릴 것이다.


사람들의 함성과 박수 소리가 들린다. 우승을 차지한 서원은 트로피를 들고 서서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자리에 참석한 칸과도 함께 사진을 찍는다. 한껏 멋진 포즈를 잡는 서원에게 칸은 말을 건넨다.


“영어를 할 줄 아니?”

“조금요. 대신 스페인어는 잘합니다.”

“하하. 스타성마저 재능 못지않구나.”

“꼭 성공할 거라 믿었으니까요.”

“좋다. 집에 돌아가면 준비해라. 하루라도 빨리 넘어가야 하니 말이다.”

“아버지와 상의해 보겠습니다.”

“좋다. 뭐 아버지는 결정을 끝내신 거 같지만.”


칸과 서원이 병용을 바라본다.

병용은 그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서원의 포토 타임이 끝난다.

개최 측에서는 준우승자인 원재에게도 사진을 찍으러 오라는 손짓을 한다. 그러나 미연은 심통이 잔뜩 난 채로 원재의 팔을 끌고 자리를 떠나 버린다.

칸은 오히려 잘됐다는 듯 자리를 마무리하고 이동한다.

병용은 미연을 한심하게 쳐다본다.

미연의 손에 이끌려가던 원재는 자신의 트로피를 보며 엄마에게 묻는다.


“엄마. 근데 준우승도 잘한 거 아니에요? 칭찬해주세요.”

“시끄러워. 뭘 잘했다고. 악착같이 버텼어야지. 지더라도 네 재능을 보여줬어야지. 바짝 얼어서 아무것도 못 한 게. 뚫린 입이라고 뭐? 칭찬을 해줘?”

“죄송해요.”


원재는 고개를 돌린다. 시무룩해진 그의 얼굴은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거 같다. 고개를 돌려 바라본 곳에서 시원한 타격음이 울린다.


펑, 펑, 펑-.


“굿 샷. 나이스, 나이스.”

“어라? 비찬이다.”


미연은 멈춰선 원재를 바라본다.

원재는 철망 사이로 코트 안쪽을 본다.

그곳에 공을 주우러 달려오는 강영만이 보인다. 그리곤 코트 쪽을 바라보는 원재와 눈을 맞춘다. 영만은 밝게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너 원재구나?”

“아저씨. 안녕하세요. 비찬이랑 운동하러 나오셨나 봐요?”

“응응. 너도 운동하러 왔니?”

“아니요. 시합하고 돌아가는 길이에요.”


영만은 원재 손에 들려진 트로피를 본다.


“너 입상했구나?”


원재는 시무룩해지며 힘없이 대답한다.


“네. 준우승이요···.”


영만은 철망이 무너질 정도로 꽉 잡으며 힘차게 이야기한다.


“인마. 왜 주눅 들어있어? 준우승이라니! 그거 정말 대단하잖아.”

“준우승이라고?! 축하한다. 나원재. 진짜 멋있다.”


뒤에서 비찬도 달려온다.

영만과 비찬의 칭찬에 원재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그런 그들 앞으로 미연이 걸어오며 묻는다.


“누구니? 원재야.”

“아, 학교 친구 비찬이랑 비찬이네 아버지예요. 엄마! 비찬이 테니스 정말 잘해요.”

“아, 안녕하세요. 원재 엄마입니다. 아드님도 테니스부인가 봐요? 얼굴을 처음 보는 거 같은데.”

“아닙니다. 제 아들은 그냥 취미로···.”

“나원재. 가자.”


미연은 영만과 비찬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돌아서 가버린다.

영만은 어쩐지 민망해 머리를 긁적인다.

비찬도 그런 아버지의 얼굴을 보며 머쓱하게 웃는다.


“원재 어머니가 매우 바쁜 일이 있으신가 보다.”

“아마 제가 테니스부원이 아니어서 그럴 거예요. 원재 어머니가 워낙 엄하시다고 들었어요.”

“아, 그렇구나.”


비찬은 괜스레 자신의 라켓 스트링을 잡는다. 어쩐지 아이의 표정이 조금은 슬퍼 보인다.

영만은 그런 비찬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비찬아.”

“네, 아버지.”

“혹시 테니스부에 들어가고 싶니?”

“아, 아니에요! 저는 지금도 재밌고 좋아요.”


영만은 자신의 손에 들린 테니스공을 바닥에 여러 번 튕긴다. 그리곤 공을 반대쪽 코트로 힘차게 던진다.

비찬은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말없이 쳐다본다. 영만은 굴러가는 테니스공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혹시 돈 때문에 아빠한테 말을 못 한 거니?”

“네?”


비찬은 당황하며 라켓 스트링을 더 세게 잡아당긴다. 당황하는 비찬의 손에 이미 낡을 대로 낡아진 라켓 스트링이 툭 하고 끊어진다. 비찬은 자신의 입을 앙다물며 말을 아낀다.

그런 비찬의 모습을 보며 영만은 흐뭇하게 웃는다. 그의 눈시울이 살짝 붉어져 있다.


“짜식.”


그는 비찬의 앞머리를 세차게 흔들며 코를 훔친다.


“언제 이렇게 커서는. 너희 엄마랑 결혼할 때 이 아빠는 약속했다. 너를 너희 엄마보다도 더 사랑해주기로.”

“아버지···.”


영만의 말에 비찬은 고개를 떨군다.

그런 비찬을 영만은 안아주며 말을 이어나간다.


“요 녀석아. 세상 어느 아빠가 사랑하는 아들이 하고 싶다는 것을 말리겠냐? 늦지 않았다. 테니스 시작해보자.”

“그래도 많이 늦지 않았을까요?”

“누가 너보고 윔블던 우승하라던?”

“그냥. 대학 가서 비슷한 사람들과 이기고 지면서 즐겁게 쳐라. 그러면 되는 거야.”

“테니스 돈 정말 많이 든대요.”


비찬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영만을 쳐다본다.

영만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비찬의 어깨를 잡고 빤히 쳐다본다.


“누가 공짜로 빌려준대? 커서 갚아 이놈아. 동전 하나까지 이 아빠가 다 받아낼 거야.”


비찬은 그런 영만을 보며 수줍게 웃는다. 비찬의 환한 미소에 영만의 마음이 따뜻해진다. 영만은 비찬의 볼을 세게 한번 흔든 뒤 라켓을 집어 든다.


“시간 아깝다. 어서 가서 한 게임 더하자. 이번엔 절대 안 진다.”

“아버지. 저 라켓 줄이 끊어졌는데요?”

“그러면 이 아빠가 이기면 되는 거 아니겠냐?”

“아, 치사해요!”


영만은 그렇게 비찬을 놀리고는 도망간다.

비찬은 줄이 끊어진 라켓을 들고 영만을 뒤쫓으며 테니스 코트를 뛰어다닌다.

칸은 테니스장을 돌아다니다 그 부자의 모습을 바라본다. 그리고 두리번거린다.

그 모습에 칸의 비서 자스민이 그에게 묻는다.


“코치님. 무슨 일이세요?”

“이쯤 어디에서 분명 경쾌한 타구음이 들렸는데? 어디 선출이라도 있는 줄 알고 구경 좀 하려 했는데. 금세 가버렸나 보군.”

“선출이요?”

“응. 분명 프로 선수의 타구음이었어. 아주 경쾌했는데. 좋은 구경을 놓쳤네. 어쩔 수 없지 뭐. 가자고.”


칸과 자스민은 테니스장을 빠져나간다.

한참을 장난치던 비찬과 영만은 코트에 누워 하늘을 바라본다. 비찬은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영만에게 묻는다.


“그나저나, 엄마가 허락해줄까요?”


영만의 표정이 굳어지며 비찬을 바라본다. 그리고 심각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기 시작한다.


“아 그걸 생각 못 했네. 네 엄마가 안 된다고 하면 어떡하지?”


비찬도 울 거 같은 표정으로 영만을 바라보며 말한다.


“아, 아버지. 엄마보다 더 사랑해준다면서요. 설득해주세요.”

“응. 엄마보다 널 더 사랑하긴 하는데 그게 너희 엄마를 이길 수 있단 뜻은 아니란다.”


영만은 평온한 미소로 비찬을 바라본다.


**


영만의 평온한 미소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다만 장소만 바뀌었다.

이곳은 비찬의 집. 앞치마를 두르고 마늘을 빻던 비찬의 엄마, 신연수의 손에는 방망이가 들려져 있다. 연수는 쉴 새 없이 방망이질하며 영만을 훈계하고 있다.

영만은 손을 들고 여전히 평온한 미소만을 유지한다.

그 옆에서 비찬도 손을 들고 아버지와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아니, 당신 애한테 왜 책임지지도 못할 약속을 해요? 테니스라니! 그게 돈이 얼마나 많이 드는 운동일 줄 알고?”

“여보. 이 녀석 재능이 있어. 오늘은 날 이겼다니까?”

“당신! 오늘 애 데리고 목욕탕 간다면서 또 놀다 온 거예요?”


영만은 손을 내리고 벌떡 일어나며 무서운 표정으로 소리친다.


“어허! 이 사람이. 하늘 같은 남편을 뭐로 보고?”


연수는 영만의 하찮은 버럭질이 어이없다.

비찬은 흥미롭다는 듯 아버지를 쳐다본다.

영만은 금세 굽신거리며 미연에게 한발 다가간다.


“이 사람아. 당연히 테니스 끝나고 목욕탕 갔지. 목욕탕 가기 전에 아주 잠깐 친 거야.”

“여보!”


연수의 호통에 영만은 다시 손을 들고 평온한 미소를 유지한다.

그러자 연수의 타겟은 비찬에게 돌아간다.


“야! 강비찬. 네가 얘기해봐. 너 테니스 선수 할 거야?”


비찬은 우물쭈물하며 입술을 꿈틀거린다.

영만은 그런 비찬의 등을 ‘탕’ 치며 말한다.


“자신 있게. 남자답게. 말해. 엄마, 저 테니스가···.”

“당신은 조용히 해요.”


연수가 방망이를 높게 든다.

영만은 언제 그랬냐는 듯 그저 평온하다. 그저 웃는다.

비찬은 그런 아버지를 원망스럽게 째려본 뒤 말한다.


“엄마. 나 테니스 잘 친대. 오늘 준우승한 원재라고 테니스부인 친구 있거든? 선수 준비하는 애 있어. 주니어 랭킹 1위야. 나 걔랑 붙어도 안 져. 나 어쩌면 재능이 있는 거 아닐까?”

“얘가 진짜.”


연수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비찬을 본다.

비찬의 얼굴에 간절함이 가득하다.

가난한 집안. 그러나 화목하게 지내왔다. 매일 시끄럽고 정신없지만 그리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연수에게 오늘은 꽤 큰 문제였다.

아버지가 남기고 간 빚. 그것을 알고도 자신과 결혼해 그 빚을 함께 갚아나가는 남편. 집 사정을 알아서일까 어려서부터 자신이 원하는 것 한번을 이야기해 본 적 없는 아들. 그런 착하기만 한 부자가 오늘 처음으로 떼를 쓰고 있다. 쭈뼛대며 이야기를 시작한 터에 꽤 반대하는 분위기를 잡는 연수였지만 사실 반대할 생각은 없었다.

어떻게 반대하겠는가? 못난 할아버지, 못난 장인의 죄를 그저 죄 없는 이 두 남자가 치르고 있음을 모르는 연수가 아니었다.

그래서 부탁을 하는 두 부자를 보며 마음이 놓였다.

자신이 짊어질 짐을 말없이 같이 떠안아 준 이 두 남자가 처음으로 부탁한 일이니까. 다만 걸리는 게 있다면 ‘왜 하필 테니스일까? 정말 피라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걸까?’라는 의구심뿐이다.

그러나 장난도 치고 싶은 마음에 반대하는 척을 하고 있다.

그리고 사실 허락은 해주지만 분명 어려운 일임을 비찬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다. 어렵게 시작한 만큼 뒤돌아보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더 간절하게 만들어 주고 싶었다. 엄마, 아빠의 힘든 모습을 보며 포기라는 단어보다는 간절함이란 단어를 먼저 떠올려주길 바라는 마음에 이 작은 쇼를 하고 있었다.

연수는 긴 한숨을 내쉬며 비찬에게 말한다.


“강비찬.”

“네, 엄마.”

“딱 한 번만 말할 거야. 잘 들어. 당신도 그만 손 내려요.”


영만과 비찬은 손을 내리고 연수의 말에 집중한다.


“허락해줄게. 단 이거 하나만 약속해. 테니스를 시작하면 절대 뒤돌아보지 마. 너로 인해 분명 엄마, 아빠는 더 힘들어질 거야. 더 열심히 살아야 할 거야.”


비찬은 무거운 마음에 고개를 떨군다.


“고개 들어. 강비찬.”


비찬은 고개를 들어 다시 연수의 말을 듣는다.


“그런 순간이 오면 넌 두 눈 꼭 감고 밖으로 나가서 라켓을 한 번 더 휘둘러. 엄마 등골이 휘고 아빠 팔다리가 후들거려도 너는 라켓을 휘둘러. 네 엄마가 힘들어서 제발 비찬아 그만하면 안 되겠니? 라고 물어보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나가서 라켓을 휘둘러. 네 아빠가 말없이 널 보면서 한숨을 쉬는 날이 오면 나가서 라켓을 휘둘러. 엄마는 그걸 못해서 평생 후회했어. 그날 뒤돌아서 할아버지에게 돌아온 게 인생에 최고로 후회되는 순간이야.”


영만과 비찬의 표정에서 장난기는 사라진 지 오래다.

영만은 그저 안타깝게 연수를 바라본다.

비찬은 무거운 마음으로 벽에 세워진 라켓을 쳐다본다.

그런 비찬을 연수가 부른다.


“강비찬! 대답해. 할 수 있어? 그 정도로 테니스가 좋아?”


비찬은 연수의 소리침에도 그저 라켓을 바라본다.

그리곤 그 반짝거리는 라켓을 보며 웃는다.


“미안 엄마. 나 할 수 있을 거 같아. 엄마, 아빠가 아무리 힘들어도 라켓을 휘두를 수 있을 거 같아.”


그 말에 연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다시 걸어가며 말한다.


“그럼 뭐 그 잘난 테니스부 등록하든지.”


비찬과 영만은 신이 나서 방방 뛴다.

연수는 부엌에서 말없이 방망이로 마늘을 다시 빻기 시작한다. 뒤돌아 있는 그녀의 얼굴에는 미소가 한가득하다.

그렇게 세계를 놀라게 할 한 소년이 자신만의 코트 위로 올라선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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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동상이몽 24.09.12 23 2 13쪽
10 부러진 라켓 24.09.11 21 2 13쪽
9 경계 24.09.10 23 2 12쪽
8 친구 24.09.09 22 3 12쪽
7 함정 24.09.08 28 2 11쪽
6 스탠스 24.09.07 29 3 13쪽
5 내딛는 첫발 24.09.05 34 2 12쪽
4 군암중학교 24.09.04 39 2 13쪽
3 나원재 24.09.04 48 3 13쪽
» 온비찬 24.09.04 59 3 13쪽
1 한서원 24.09.04 83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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