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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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음여류
작품등록일 :
2012.11.16 14:10
최근연재일 :
2018.03.26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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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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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7,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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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9.29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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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대격변의 시[검주]마환 vs 송광극

DUMMY

검주의 평이 마음에 들지 않은 마환이 인상을 쓸 때, 어찌됐던 단 일 검으로 경지를 증명한 백발 청년이 보무도 당당하게 걸음을 옮겼다. 얼어붙은 육신을 녹이는 염화 사이로 산책하듯, 아름다운 미소를 머금은 채 다가왔다. 그 걸음걸음에서 미약하나마 조화를 읽어낸 검주는 오래전 그를 소개했던 부호를 떠올렸다.


‘이 아이야말로 일엽의 재를 이은 유일한 인간이오. 그러니 송엽인, 부탁건대 마안의 후계로 내정해 힘을 실어 주시오.’


아직은 세상을 호기심으로 보던 맑은 눈망울에 정의와 무력에의 갈증을 한가득 품고 있던 소년은, 이제 여유로서 심을 감추고 눈빛마저 숨긴 채 자신을 위협할 만한 전사로 성장했다. 고작 20대 초중반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말이다. 이를 설명할 단어는 오롯이 하나였다.


‘일엽의 재.’


검주는 마안의 주인으로 내정된 채 잉태되고 태어나서 자라난 계승자를 보며 착잡한 마음을 애써 무심으로 감췄다. 뒷머리를 긁적이던 제자의 어리숙한 웃음이 왜 그와 겹쳐진단 말인가?


‘그놈이 억지로 산을 넘으려고 하지 말아야 할 텐데. 그건 그렇고 저 아이가 추적해서 사냥하겠다던 짐승이 이스가리옷이었나?’


서글픈 자위 같은 의문이 떠오르자 검주는 쓴웃음을 흘렸다. 그리곤 환한 미소를 띤 계승자에게 인사라도 하려고 걸음을 옮기다가 불현듯 인상을 굳히며 멈춰섰다. 그의 외눈에 감출 수 없는 분노가 어린다.


‘왜? 도대체 언제?’


개안하지는 않았지만, 계승자의 왼쪽 눈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이 무엇인지를 어찌 그가 모를 수가 있으랴? 오히려 지금 안 게 이상할 정도였다. 그런 그의 반응을 본 계승자의 미소가 짙어짐에 비례해서 검주의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았다. 마환의 인사에 살짝 고개를 끄덕여 답한 계승자는 그의 서늘한 시선을 마주보며 태연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내심 더 격렬한 반응을 보일 거라 여겼는데, 크게 동요치 않으시는 걸 보니 여전하십니다, 송 사부님.”


검주는 눈빛만큼이나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답했다.


“왜 먼저 찾아오지 않았느냐?”

“후계를 정하신 것으로 들었습니다.”

“그 아이는 내 제자이지, 계승자가 아니다.”

“차이를 두셨음을 몰랐습니다. 제가 생각이 짧아서 거기까지는 읽지 못해 큰 결례를 범한 것 같군요. 하나 송 사부님, 어차피 상관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사명은 하나고 결과는 같을진대.”


지그시 이를 악물던 검주는 흔들리는 눈으로 그를 보다가, 힘없이 되뇌며 외눈을 감았다.


“사명과 결과.”


전대로서 마안을 오롯이 전해줘야 하는 자신의 사명.

정통 계승자로서 마안을 품어 전신의 뜻을 이어야 하는 계승자의 사명.

전달자로 강제된 남명진이 무조건 받아들여야만 하는 사명.

그 모든 사명이 바로 오늘 운명이란 놈에 엮여 하나로 만났음에, 지극히 올바른 결과를 도출해냈으니 그로선 할 말이 없었다. 하나..


“그 아이는 어찌하였느냐?”


불길한 생각을 억누른 검주가 눈을 떠 정통계승자를 직시하며 묻자, 그는 당연한 질문을 왜 하느냐는 얼굴로 웃으며 답했다.


“전대가 망설여 외면한 일을 당대가 함이 도리겠지요.”

“하지 못한 일?”


노성이 터져 나올 거라 여겼던 계승자는 혼잣말처럼 중얼댄 송사부의 눈빛이 깊숙이 침잠해가자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그의 조각 같은 얼굴에 어린 미소가 자연스럽게 지워진다.


“이미 삼도천에 발을 들이셨다고 들었는데 낭설이었나 봅니다. 그새 진일보하셨군요.”


대답 없는 검주를 보며 계승자는 마른침을 삼켰다. 그의 전성기를 기준으로 잡아도 자신이 약간 우위에 있다고 여겼는데, 막상 마주하고 보니 저 눈빛만큼이나 무력의 깊이를 가늠할 수가 없다.


‘그가 디딘 곳이 어딜까?’


처음 그를 대면했을 때, 송사부가 강자임은 분명하나 최강의 호칭을 받을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양아버지에게 얘기했다. 그때 들은 답의 속뜻이 이제야 이해가 된다.


‘송광극? 그는 엽인이다. 사냥꾼은 사냥터에서 강하면 그것으로 족하지. 언젠가 너도 알게 될 거다. 그가 정녕 완벽한 사냥꾼이라는 걸.’

‘그저 덫을 잘 치는 줄 알았더니, 사냥터에서만 본 실력을 드러내는 건가?’


상대의 실력을 전혀 가늠치 못한 계승자가 내심 긴장을 삼킬 때, 검주는 속에서 터져 나오는 분노를 누르고 또 억눌렀다.


‘이놈, 명진아.’ 자신의 중재가 없는 상태에서 그 우둔한 놈이 후계와 부딪혔다면 벌어질 일은 불을 보듯 뻔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진주를 머금은 조개가 조개잡이 앞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어설프게 여문 껍질이 남아날 리 있겠는가? 또한, 눈에 선하게 그려지는 전투를 굳이 묻고 들을 필요도 없었다.


‘네가 그리 가다니.’ 소리 없이 뱉은 기나긴 숨결에 겨우 슬픔을 담아낸 검주는 계승자를 바라봤다.


이 빌어먹을 놈의 상황이 저 아이의 잘못일까? 아니었다. 그의 말대로 정해진 일이었다. 자신의 계획아래 일어난 지극한 수순이었기에, 이는 제자를 지켜내지 못한 어리석은 스승의 과오이며 죄업이었다.


'그저, 미안하구나.'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은 찰나가 흘러 머릿속이 정리되는 순간, 스승은 제자를 위한 진혼사를 뱉었다.


“자격 없는 스승을 만나 덧없이 명을 달리한 제자에게 한잔 술을 올리지는 못할 터. 이제부터 보일 초라한 몸부림을 그놈에게 바칠 테니, 혹여 저승에서 만나면 결코 나를 용서하지 말거라.”


전혀 생각지 못한 한탄에 계승자의 눈에 당혹이 어릴 때, 검주는 자신이 마지막으로 디딜 걸음을 천명했다.


“마안이 무사히 전승된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이로써 내가 짊어지고 제자에게 떠넘긴 사명이 완수되었음을 알리니, 내 이만 허물을 벗도록 하마.”


그의 몸에서 말할 수 없이 짙은 살의가 스멀스멀 흘러나오기 시작하자, 옆에 서있던 마환이 놀라 주춤 물러섰다. 또한 차갑게 가라앉던 외눈에 다시 열기가 어리는 걸 본 계승자의 얼굴은 급격히 굳어간다.


“송사부, 지금 제자의 복수라도 하시겠다는 겁니까? 전대 마안주로서 그게 가당찮은 일이라고 여기십니까?”


검주는 흑검을 늘어뜨리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답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나는 인을 버리지 못했더구나. 해서 내 오늘 제자를 잃은 분풀이나 한 못난 스승으로 이 자리에 설까 한다.”


최후의 변명을 뱉어낸 그가 지그시 이를 악무는 순간, 피와 폭력으로 일생을 써내려 온 괴물이 본모습을 드러냈다. 인간의 것이 아닌 살기에 놀라 반사적으로 흑암의 법을 발현한 계승자는 다급히 검을 뽑아 들다 말고 한 걸음 물러섰다. 그리곤 여유롭게 말문을 열었다.


“송사부, 제가 상대해드리는 것이 도리겠지요.”


그는 슬그머니 움직이는 마환과 시선을 주고 받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당신과 결착을 짓고 싶다는 자가 있어 양보하기로 했습니다. 얼!”


아무런 대답 없이 계승자를 향해 걷던 검주는 머리를 향해 쏘아져 오는 은밀한 살기를 감지함과 동시에 팔꿈치를 휘둘렀다. 팔이 마비될 정도로 저릿한 충격에 비틀 물러서자 마환의 거친 목소리가 들려온다.


“역시, 우리 대단한 송사부님 그걸 다 막아내시네.”


과장된 손짓으로 엄지를 치켜들던 마환은 그를 후려 찼던 오른발에 통증이 있는지 흔들며 빙그레 살소를 흘렸다. 그를 본 검주는 크게 동요치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가면을 벗지 말라 하지 않았더냐?”

“가면은 개뿔.."


뚜벅뚜벅 걸어 계승자의 앞을 막아선 마환은 슬쩍 고개 돌려 계승자를 보며 말했다.


“이, 여기는 약속대로 내가 처리 할 테니까, 너는 계획대로 움직여. 육림 혼자서는 잘웨니를 감당하지 못해.”


검주의 표정변화를 흥미로운 눈으로 살피던 이는 손을 뻗어 얼의 어깨를 두드렸다.


“얼, 어쨌든 그는 송광극이다. 여차하면 제신이 올 때까지 버티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

“알겠으니까, 넌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고 계획에나 신경 써.”


광극은 친구처럼 대화를 주고받는 둘을 보며 서글픈 웃음을 흘렸다. 자신에게 마안을 계승받은 자와 무의 천재라는 호칭을 이은 자가 나란히 배신하다니.. 죽은 제자를 비롯해 미래와의 모든 접점이 사라지는 순간에 그의 심정은 어떠할까?


‘결국에는 홀로 남는구나.’


비상구를 향해서 몸을 날리는 계승자와 자신의 동선을 막아선 마환을 번갈아 살피던 그는 허탈함을 뱉었다.


“언제부터냐?”


얼은 브레스 너클에 묻은 살점을 털어내곤 기지개를 켰다.


“아이고 이 양반아, 오늘 갈 건데 알아서 뭐 하시려고? 그냥 당대를 이끌어 갈 청춘들이 의기투합했다고만 알아두세요.”

“의기투합이라면서 얼과 이는 무엇이더냐? 슈지는 마몬의 별동대다."


마환은 답답한지 크게 한숨을 내셨다.


“아, 거 귀찮게 말꼬리를 계속 잡으시네. 그냥 적과의 동침 같은 거라고 생각하세요. 기브 앤 테이크, 뭐 그런 거 있잖아?”


검주의 눈빛이 분노에서 안타까움으로 변했다가 이내 스러진다.


“어리석은 놈, 먹잇감과 장난감이 다른 게 무엇이더냐? 공존과 지배는 다르다 했거늘.”


얼은 황당해 웃음을 흘렸다.


“이 양반이 아직 날 모르네, 이 광견이 설마 지배나 당하겠어? 지금은 어쩔 수가 없어서..”


광극이 손을 들어 그의 말을 잘랐다.


“그래, 무슨 말인지 알겠다.”


엽인과 포인터들이 생각보다 쉽게 빠져드는 오류이자 모순이었지만, 그는 더 설득하려 들지 않았다. 저런 종류의 신념이나 사상이 깃들면 스스로 깨달아 빠져나오지 않는 이상 절대로 변할 수 없었다. 저 드높은 곳에 있다는 3대 성인조차도 대중을 옭아맨 이념을 깨트리는 것에는 실패하지 않았던가?


“안타깝구나.” 실은 교회에 도착했을 때부터 어느정도 예상은 했었다. 하지만 정말로 안타까웠기에 아니길 바랐다. 하나 이 또한 현실이었다.

“다가올 세대의 큰 가능성 중 하나를 내 손으로 끊어야 한다는 것이.. 내가 너를 가르쳐 이곳으로 이끌었으니 오늘 거두겠다.”


그러자 마환이 한가득 조소를 머금었다.


“가르쳐? 사부, 사부 해줬더니 아주 염병을 하시네. 일선에서 물러난지 오래라 감이 안 오는가 본데, 약한 애들 때려잡는 게 어디 맞다이랑 같습니까? 오늘 내가 한수 가르쳐 드릴게.”


마환의 노골적인 도발을 보며 광극은 흑검의 날을 넣어 조끼에 장착했다. 그러자 마환이 너스레를 떨며 성큼 다가선다.


“어이쿠, 이거 자신감이 넘치십니다. 한데 이러시면 제가 죄송해서 정식으로 인사라도..”


그는 말끝을 흐리며 크게 한 발 내디딘다 싶더니 오른발을 그대로 차올려 광극의 머리를 강타했다. 비겁하다 할지 몰라도 확실히 허를 찌른 공격이었기에 피하지 못한 광극이 이를 악물자 육중한 충돌음이 터져 나왔다. 그런데 맞은 자가 아닌 때린 마환의 얼굴이 일그러졌으니..


‘무게도 싣지 못했는데 무슨 이런..’


발이 타점에 이르기 전 광극이 이마로 먼저 들이받았는데, 허벅지를 타고 허리로 전해지는 충격이 만만치가 않아서 일순 다리가 마비될 정도였다.


‘그래도 이름값은 한다 이거지?’


이를 악문 채 자세를 바로잡으려 하자 광극이 불쑥 손을 뻗어 그의 오른발을 붙잡아 고정했다. 그리곤 반대쪽 주먹을 휘둘러 쳐 그의 발목을 강타했다. 역시나 이번에도 무게가 실리지 않은 공격이었건만, 주먹에 가격당한 관절이 뒤틀리고 부서져서 복사뼈의 일부가 피부를 찢고 튀어나왔다.


‘빌어먹을!’


예상치 못한 데미지에 당황한 마환이 격렬한 통증을 씹어 삼키며 반격을 도모하려 들 때, 상처로 파고드는 우악스러운 손길에 놀라 두 눈을 부릅떴다.


‘이런 씨 팔.’


이대로 상처를 헤집어 힘줄을 뽑고 아예 발목을 뜯어서 게임을 끝내려는 심산이 분명했기에, 그는 붙잡힌 발을 지렛대 삼아 휘돌며 왼발로 상대의 가슴을 차려고 했다. 적에게 큰 타격은 주지 못해도 떨칠 수는 있으리라.


‘이대로 거리를 벌린 뒤에 강화술을..’ 하지만 안타깝게 상대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으니..


광극은 손에 무게가 실리는 순간 붙잡은 발을 짧게 흔들어 상대의 균형을 흐트러뜨린 뒤 그대로 밀어냈다. 중심을 잃은 채 꼴사납게 나뒹굴던 마환은 혹여 그가 따라붙어서 결정타를 날릴까 봐 오뚝이처럼 일어서며 가드를 쳤다. 하지만 광극은 처음 그 자리에서 가만히 쳐다보고 있을 뿐 움직이지 않았다.


“이런 씨 팔!”


농락당했다는 생각에 신경질적으로 바닥을 내려친 마환은 두 주먹을 꽉 말아 쥔 채 천천히 허리를 들었다. 귓가로 듣기 거북한 쇳소리가 들려온다.


“시작하면 단 한 번의 숨결에도 필살의 의지를 담아라.”


그의 목소리가 과거 어느 한 시점을 떠올리게 하자 마환은 그를 거부하듯 거칠게 숨을 내뱉었다.


“개소리.”


흥분한 마환을 빤히 쳐다보던 광극은 갑자기 성큼 다가서며 말을 이었다.


“길어야 3분 정도 견딜 수 있게 상처를 벌였다. 발목의 출혈이 느껴지지 않느냐?”

“개소리하지 마! 아직 시작도 안 했으니까.”


말은 그렇게 했다지만, 상처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라 마환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 숙여 발목을 살폈다. 처참하게 망가진 상처와 쏟아지는 핏물이 눈에 들어오자 새삼스럽게 통증이 느껴진다.


'이대로 그를 이길 수 있을까? 술을 발현할 시간 같은 건 주지도 않을 텐데.'


절로 약해지는 마음을 되잡으며 이를 악물 때, 바로 옆에서 익숙한 쇳소리가 들려왔다.


“상대의 약점을 파악하고, 헤집고, 흔들어서 집중하지 못하게 해라.”

‘집..중?’


등골이 오싹해진 마환은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해 발악하듯 오른팔을 휘둘렀다. 소리 없이 그의 측면으로 흘러간 광극은 살짝 고개를 젖혀 주먹을 피하고 그의 쫙 펴진 팔을 붙잡아 젖힌 뒤 반대쪽 손바닥으로 팔꿈치를 가격했다.


“인간의 육신은 나약해 종잇장과 같으니 단련을 멈추지 마라.”


허무하게 관절이 부서지면서 팔이 뒤로 접히자 마환은 비명 같은 괴성을 토하며 왼 주먹을 뻗어 적의 턱을 가격했다. 오른쪽 발목에 이은 팔까지 망가져서 암울한 상황에 보인 썩 괜찮은 반응이었고, 휘두른 일격에는 기의 자락을 잡은 자 다운 속도에 힘도 실려 있었다.


‘제발, 스치기라도 해라.’


만일 그 한 방이 적에게 닿았다면 전세를 뒤집었으리라, 그만큼 강렬한 공격이었으니까. 하지만 어느새 휘둘러진 광극의 손날이 그의 울대를 가격하는 게 더 빨랐으니.. 숨이 턱 막혀오고 절로 눈앞이 흐려지자 생존본능이 비명을 질러대며 위기를 알렸다. 이성은 앞으로 2초는 움직일 수 없을 거라며 절망을 토한다.


‘안 돼, 나는 아직 시작하지도 못했어.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단 말이야!’


가진바 무력을 조금도 끌어내지 못한 상태였기에 더 억울했지만, 최후를 알리는 목소리는 여지없이 들려왔다.


“가진바 모든 걸 끌어낸 채 전투에 임하라고 했던 것마저 너는 잊었나 보구나. 그것도 감히 내 앞에서 말이다.”


그사이 호흡을 되잡고 억지로 눈을 떠 앞을 살피던 마환은 차갑게 가라앉은 외눈이 코앞으로 쇄도해오는 걸 보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이러려고 한 게 아닌데.’ 가슴 어림이 후끈해지는 순간 그의 세상이 하얗게 바래졌다.


작가의말

지난 며칠 문피아 인기소설을 살펴봤습니다. 저는 도저히 그렇게 쓸 수가 없기에, 제 글이 설 자리가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독자가 찾지 않는 글은 삼류라고 했던 원로 작가의 말이 계속해서 귓전을 맴돌더군요. 변명할 여지가 없기에 서글프지만, 그게 또 현실이니 받아들일 생각입니다. 그래도 제 마지막 판타지 소설이 될 포식자는 중단하지 않고 끝낼 계획이니까 걱정마십시오. 더 열심히 쓸 생각입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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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9

  • 작성자
    Lv.61 호검
    작성일
    17.09.29 12:13
    No. 1

    지금이 아니더라도 꼭 빛을 봤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시작하시기 전에도 가끔씩 이 글을 찾고 기다렸던 독자도 있으니까요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79 회색지대
    작성일
    17.09.29 12:42
    No. 2

    감사합니다. 두번째 보고 있습니다
    힘내세요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Lv.58 Labter
    작성일
    17.09.29 14:18
    No. 3

    글쎄요. 고흐나 피카소의 작품 당대엔 아무도 알아주지 못해 작가들 모두 좋지 못한 결말을 가졌습니다만 그들 작품은 영원히 남아 살아가겠지요. 선작이 적은 것은 아쉽지만 지금 작가님의 글의 짜임새는 1만 선작에 못지 않은 글이라 봅니다. 이 작품이 아니더라도 계속 써나가신다면 언젠가 빛을 볼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5 Cha0s
    작성일
    17.09.29 15:06
    No. 4

    ㅠㅠ 정말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작가님 힘내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8 g2******..
    작성일
    17.09.29 18:12
    No. 5

    나 또한 독자들 성향은 어떠한 지 모르나 정말 감탄을 하며 보고 있습니다.
    일반 소설이 아니라 장르 소설은 흥미위주와 주인공을 위주로 한 내용에 눈이 많이 간다는 것 또한 알고 있습니다. 작가님의 글은 내 개인으론 너무 좋으나 다른 이들이 보지않고 있음은 주연과 조연들의 이야기가 구분이 없고 생뚱맞은 액스트라까지 동원함에 그 원인이 있지않나 싶습니다. 결코 작가님의 글이 잘못되어 그런것이 아니라 한 편에 100원의 의미는 대리만족과 속시원함에 있겠지요. 또한 내용의 재미.
    제가 이 문피아에서 유일하게 돈을 주며 보는 글은 "중헌 그의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으론 이 글의 끝을 보고싶고 작가님께 힘을 내라는 격려외엔 없다는게 안타깝네요.

    작가님의 글은 장르소설에선 정말 보기힘든 작품이라고 봎니다. 단지 100원의 의미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작가님께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중헌의 이야기는 매 편당 4000명 이상이 돈을 내고 보고 있더군요.

    이 필력을 버리지않고 독자들이 돈을 내게 할 플롯과 에피소드를 짜야 할 고민을 해야합니다.

    저도 여러 글을 보면서 가끔 못 마땅할 때 댓글들을 보면서 다른 독자들은 어찌 생각하나 하나 하며 열어보기도 합니다.

    작가님의 글과 내용, 그 세일항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8 g2******..
    작성일
    17.09.29 18:28
    No. 6

    독자들의 관심은 너무 가벼워도 무거워도 공짜로는 보나 돈을 내고 보라면 안보게 될겁니다.
    근데 말입니다, 내가 여태 회귀물이나 헌터물에 돈 내고 본 적이 없었습니다만(무료편만 보고 끝냈다는) 돈을 내고 본 글이 있습니다. "경험이 계속 올라"란 글인데 너무 가벼움에 웃기기도 하고 엉뚱맞은 그 상상에 돈을 내고 보고 말았네요.
    글을 쓰는 이가 벌이가 못되고 있다면 큰일이지요. 이런 글은 80% 이상을 완성을 해 두고 벌이가 될 수 있는 글을 쓰셔야합니다.
    나에게도 정말 재밌는 글이지만 매일 올리지않아도 괜찮습니다.

    고민이야 많았겠지요. 오늘도 머리 쥐뜯고 하겠지만 돈이 되지않는 작풍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9 광음여류
    작성일
    17.09.30 17:37
    No. 7

    정말 좋은 의견과 걱정, 관심 감사합니다. 하나하나 다 머릿속에 새겨두겠습니다.

    그리고 절필한다는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학창시절, 일기 대신에 추리소설을 써냈다가 처맞은 경험이 있을 정도로 글 쓰는 걸 좋아하니까요.

    다른 글을 준비하기 위해서 (판타지는 아닙니다.) 제 머릿속을 가득 메웠던 방대한 포식자 속 세계와 인물을 쳐내고 있는 현실이 씁쓸해서 한탄을 했나 봅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4 파이보스
    작성일
    17.10.27 19:07
    No. 8

    너무 재밌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6 jack12
    작성일
    18.05.23 14:32
    No. 9

    재밋게 보고 이씁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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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 대격변의 시[전투]사제의 연. +2 17.10.11 293 9 11쪽
264 대격변의 시[전투]제신 +7 17.10.10 307 14 14쪽
263 대격변의 시[전투]우물 밖 +2 17.10.10 247 10 15쪽
262 대격변의 시[검주]흔적 +12 17.10.04 327 17 15쪽
261 대격변의 시[검주]검주vs제신 그리고 혼돈 17.10.04 288 11 14쪽
260 대격변의 시[검주]검주vs제신, 깨달음 +3 17.10.02 369 12 16쪽
259 대격변의 시[검주]검주vs제신 17.10.02 264 8 13쪽
258 대격변의 시[검주]엽인 +15 17.09.29 358 13 10쪽
257 대격변의 시[검주]찰나의 연, 사제 +2 17.09.29 291 11 10쪽
256 대격변의 시[검주]보답 17.09.29 235 10 10쪽
» 대격변의 시[검주]마환 vs 송광극 +9 17.09.29 321 15 16쪽
254 대격변의 시[검주]조우 +2 17.09.28 296 11 13쪽
253 대격변의 시[검주]무적{無敵} +8 17.09.27 322 8 13쪽
252 대격변의 시[전투]송광극 +10 17.09.26 237 11 12쪽
251 대격변의 시[전투]일보직전 17.09.26 728 10 13쪽
250 대격변의 시[전투]슈지, 마지막 도주로 +4 17.09.25 246 11 12쪽
249 대격변의 시[전투]진입 +6 17.09.24 246 12 13쪽
248 대격변의 시[전투]증명 +4 17.09.22 238 11 13쪽
247 대격변의 시[전투]의지 +2 17.09.22 221 8 13쪽
246 대격변의 시[전투]자각 +8 17.09.21 232 10 14쪽
245 대격변의 시[전투]필연 +8 17.09.20 286 7 13쪽
244 대격변의 시[전투]마안주, 그리고.. +5 17.09.19 245 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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