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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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건
작품등록일 :
2014.07.20 23:57
최근연재일 :
2015.10.05 00:51
연재수 :
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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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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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4.09.1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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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글자
8쪽

3장 어디에나 항구는 있다. (2)

DUMMY

불상사로 끝난 축구인생에 다시 불이 붙었다.

제대로 된 축구 경기는 7년, 경기장에서 공을 만져 보는 것은 3년만이었다.

김홍준은 흥분된 마음을 품고 포츠의 지시에 따라 자신의 위치로 이동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소설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김홍준은 변함없는 기량을 보여줬고 팀원들, 코치들은 기대하지 않았던 만큼 별다른 충격을 받지 않았다.

한마디로 김홍준을 빼고 모두가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김홍준은 교체되어 벤치에 앉아 경기장을 쳐다봤다. 막 창 타오가 세트피스 상황에서 공중볼을 걷어내고 있었다.

걷어낸 공은 정확히 왼쪽 풀백인 멜빈에게 연결 되었다.

공을 갖고 올라가는 그를 보며 수비진은 라인을 끌어 올렸고 김홍준이 서있던 포지션에 교체되어 투입된 선수는 전력 질주를 해 상대편 페널티 에리어까지 침투해 들어갔다.

김홍준은 그 모습을 빤히 바라봤다.

창 타오가 경기 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고깝게 들었던 그의 지적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공격 밖에 모르는 공격 바보 멜빈은 수비시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역습 상황에서는 쓸만한 공격 카드였다.

창 타오가 걷어낸 공을 받아낸 멜빈은 그대로 측면 라인을 따라 돌파해 올라갔고 몇 번의 원투 패스 끝에 상대편 측면 라인을 무너뜨렸다. 그리고 상대편 왼쪽 코너 라인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다.

김홍준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복잡한 심사를 담아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김홍준과 교체 투입된 선수가 골망을 흔들었다. 큰 키를 활용한 헤딩슛이었다.

강력한 신체 능력을 활용한 박력 넘치는 오버래핑에 의한 골이었다.

팀원들 모두가 그 골에 환호했다.

코치들도 박수를 치고 상대편 선수들도 휘파람을 불며 축하해줬다.

팀으로 나뉘었지만 본디 한 팀이다. 그런 마음이 여실히 묻어나는 모습들이었다.

그 속에서 김홍준만이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인상을 찌푸리는 것만이 아니라. 속에서 구역질이 올라오기 까지 했다.

팀원의 골에 환호하는 선수들에게서 벗어나 김홍준은 화장실로 달려갔다.

팀원들이 모여 세레모니를 하는 모습에 김홍준이 화장실로 뛰어가는 모습이 겹쳐졌다.

창 타오는 팀원들 속에서 골을 넣은 선수를 축하해 주며 달려가는 김홍준을 쳐다봤다.

그 날의 경기는 김홍준이 있던 팀의 2:1 패배로 마무리 되었다.



창 타오는 중국인이다.

유럽인들 사이에서는 통칭해 아시아인으로 불리는 황색 살결의 사람이었다.

그가 처음 네덜란드에 발을 디뎠을 때, 빈 말로도 첫 대면부터 호의적이었던 사람은 없었다.

네덜란드는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이 적다고 하지만 적은 것과 없는 것은 같은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 축구 협회의 원조를 받아 해외 축구 연수를 온 창 타오는 국가의 돈을 받아 생활하는 만큼 결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 압박감 때문인지 처음 네덜란드에 도착했을 때는 에레디비지에 명문 클럽인 AZ알크마르에서 시작 되었던 생활이 1년 사이 쥬필러 리그 하위권 클럽인 스톰포겔스 텔스타까지 떨어졌다.

환경의 급변과 동시에 원조금이 줄었고 창 타오를 향하던 중국내 관심도 식었다.

행인지 불행인지 줄어든 원조금과 관심만큼 창 타오의 압박감도 줄어들었다.

그 시점부터 창 타오는 조금씩 제 실력을 발휘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럼에도 아직 2군 후보 자원에 불과 했지만 창 타오는 그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왜인지 중국 선수에 대한 적대감으로 충만해 있던 스톰포겔스 텔스타에서 이 정도 입지를 다진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한 일이라고 자평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창 타오의 스톰포겔스 텔스타에서의 생활이 6개월을 넘어갈 무렵 한 명의 동양인이 클럽을 찾았다.

선수들의 탄탄한 몸만을 보아온 창 타오가 보기에 그 동양인의 모습은 너무도 왜소해 보였다.

또한 너무 무모했다.

척 봐도 그는 공백 기간이 길어보였다. 수석코치인 스티비 포츠가 이야기 하던 걸 들어보면 대략 7년 동안 제대로 된 훈련을 받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창 타오는 멀리서 피지컬 훈련을 수행하는 그를 보며 그 말을 실감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정말 겨우겨우 훈련을 따라가고 있었다. 7년의 공백이 있던 걸 생각하면 훈련을 따라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한 일이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프로 선수에게 요구되는 것은 90분을 뛰고 쓰러지는 체력이 아니라 90분을 뛰고도 여유가 남는 체력이었기 때문이었다.

창 타오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그를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에게 프로 선수의 자질은 없다고 생각해서 였다. 그런 창 타오의 생각이 바뀐 것은 피지컬 훈련이 끝나고 공을 가지고 하는 훈련을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아무도 그에게 주목하지 않았다.

그를 데려온 스티비 포츠 조자도 무관심했다.

하지만 창 타오는 국적을 넘어 같은 인종이라는 사실에 그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훈련을 하면서도 무심결에 시선이 가고는 했다. 1년 6개월이 넘는 타향살이에 사람이 그리워졌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드리블은 어설펐다.

달릴 때마다 좁은 간격으로 세워진 콘이 넘어지기 일수 였다.

콘을 다시 세우는 코치들의 투덜거림 속에서 그는 갈수록 위축되어갔다.

공을 다루면서 그는 계속 실수를 했고 코치들의 불만스런 표정을 대면해야 했다.

창 타오는 그 모습을 보며 글렀다고 생각했다. 2주일만 보고 끝나겠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모두가 그에게 실망하고 각자의 훈련에 집중하고 있을 때, 패스 훈련을 하던 선수가 실축을 했다.

공은 높이 떠올라 본래 받아야 할 선수를 넘어 한 명의 동양인을 향했다.

그때 그는 등을 돌린 채 바닥을 보고 있었다.

변수가 없다면 공은 그의 뒤통수를 칠게 분명했다. 창 타오는 그 모습을 보고 서둘러 그를 부르려 했다. 하지만 첫 날, 아직 그의 이름을 모른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창 타오가 그 사실에 혀를 찰 무렵 공은 그의 머리에서 한 뼘도 떨어지지 않은 위치까지 도달해 있었다.

그 순간 창 타오는 손으로 눈을 비볐다.

뭐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공이 그의 뒤통수에 도달했다고 생각한 순간 공은 코치들이 흩어진 공을 주워 담고 있던 통에 들어가 있었다.

창 타오는 눈으로 봤던 모습을 해석하기 위해 노력했다.

헤딩인가?

아니었다.

공이 통을 향할 때 보였던 궤적은 헤딩으로 만들어지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창 타오는 순식간에 스치고 지나간 마법 같은 현상에 대해 생각했다.

그게 무엇이었는지 창 타오로서는 도저히 알 길이 없었다. 다만 그 과정 중에 기묘한 트래핑이 있었다는 것만을 어렴풋하게 떠올릴 수 있었을 뿐이었다.

이후 창 타오는 스티비 포츠에게 다가가 그에 대해 물었다.

그의 이름이 김홍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가 대한민국에서 유명한 유튜브 스타(?)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관심의 종류가 바뀌었다.

창 타오는 이후 훈련 시간이 되면 김홍준을 면밀히 살폈다.

고작 4일이었지만 창 타오는 김홍준이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작가의말

 이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 될 것 같습니다.

 주인공의 성장에 목마르신 분들은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 주세요.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오류 및 오타 지적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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