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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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건
작품등록일 :
2014.07.20 23:57
최근연재일 :
2015.10.05 00:51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388,759
추천수 :
9,206
글자수 :
200,772

작성
14.09.06 19:54
조회
12,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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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
글자
6쪽

2장 lul (1)

DUMMY

공항 취조실에 앉아 김홍준은 눈앞에 앉아 있는 외국인을 바라봤다.

그는 장장 1시간에 걸쳐 김홍준이 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물론 말이 통하지 않았기에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저... 이제 끝인가요?”

즐거운 기분으로 유럽 배낭여행을 왔다가 졸지에 통역사가 된 여성, 김보영은 김홍준과 외국인 경찰 사이에서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짧은 금발머리의 외국인 경찰은 검은 머리의 두 동양인을 번갈아 쳐다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lul."

김홍준은 고개를 숙인 채 외국인이 읊조리는 단어를 귀담아 들었다.

그러며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김보영을 쳐다봤다. 무슨 의미냐고 묻고 있는 듯 했다.

김보영은 김홍준의 질문에 고개를 흔들었다. 모른다는 의미였다.

아무래도 영어가 아닌 이 나라의 언어 인 듯 했다.

“물어 볼까요?”

과도한 친절함이었다.

김홍준은 호기심이 일었지만 경찰의 날카로운 눈초리에 고개를 저었다.

“한국에서 경찰을 했다고?”

경찰이 질문을 해오자 김보영이 바로 통역을 했다.

김홍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연은 이해가 갑니다. 불륜에 이혼이라. 화가 날만하지. 헌데 이해가 안 가는 건 마지막 이야기요. 정말 그 명함이 서울 유나이티드 라는 팀의 수석코치가 준 게 맞소? 이야기에 비약이 너무 심해 믿음이 안 가는군.”

길게 이어진 말에 김보영이 조금 버벅였다. 하지만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었기에 김홍준은 그 질문에 대답 할 수 있었다.

“즉 이 이야기가 거짓말 일지도 모른다 이거군.”

경찰은 김보영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홍준은 경찰의 반응을 보며 쓴웃음을 흘렸다.

단호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이국의 경찰을 바라보며 김홍준은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렸다.

명함에는 클라렌스 스하프 라는 이름과 휴대폰 번호가 적혀 있었다.

명함을 들어 확인한 경찰은 번호를 가리키며 물었다.

“전화 해봐도 되겠냐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김홍준은 순간 뚱한 눈빛으로 김보영을 쳐다봤다.

김보영의 말 속에서 불신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속마음이 들켜서인지 김보영은 짧게 헛기침을 하곤 눈을 돌렸다.

김홍준은 김보영의 반응에 입맛을 다시며 경찰을 쳐다봤다.

짧은 영어라면 김홍준도 할 수 있었다.

“옛스으!”

경찰은 자신감 넘치는 김홍준의 대답에 곧장 휴대폰을 꺼내 번호를 눌렀다.

전화기 너머로 연결음이 들려왔다.

MR. 훅 이라는 한국 아이돌의 댄스곡이었다.

한동안 취조실을 가득 메웠던 노래 소리가 일순 뚝 끊겼다.

전화로 간단한 대화가 오고 갔다.

영어가 아니었기에 김보영도 통역 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통화가 끝나고 경찰은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사인을 지시하는 경찰의 손가락을 멀거니 바라보다 김홍준은 그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는 별 놈 다 본다는 표정으로 김홍준을 쳐다보고 있었다.

“정신 상태가 좀 불안하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폭행이나 난동을 부린 것도 아니니 이쯤에서 마무리 합시다. 승객분들도 별 피해가 없었으니 좋게 끝내 달라고 말하기도 했고... 라고 하네요. 휴~ 다행이에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김보영을 보며 김홍준은 그제야 긴장을 놓을 수 있었다.

경찰의 지시에 따라 김홍준은 서명란에 사인을 하고 경찰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섰다.

경찰이 먼저 문을 열고 뒤따라 김홍준과 김보영이 취조실 밖으로 나갔다.

긴 복도를 경찰의 등 뒤에서 따라 걸으며 김홍준은 건네받은 명함을 손으로 만졌다.

“그럼 여기서 헤어집시다. 미스 김의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경찰은 공항 터미널로 통하는 문을 열어주며 김홍준과 김보영을 배웅했다.

문 밖으로 김홍준이 발을 내딛을 때, 외국인 경찰이 몇 마디 덧붙였다.

“그리고 미스터 김, 3개월 체류한다고 했죠? 좋은 결과 내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여기서는 좀 조용히 지내요. 이곳에서까지 유튜브 스타가 될 필요는 없잖아요?”

김보영은 피식피식 웃으며 외국인 경찰의 말을 통역했다. 김홍준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 통역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떠나는 그들을 배웅한 후 경찰은 문을 닫고 돌아갔다. 그가 사라지고 나서야 김홍준은 길게 숨을 내쉴 수 있었다.

“보영씨였죠? 미안합니다. 괜히 저 때문에 시간만 잡아먹었네요.”

기내에서 김홍준의 발광에 눈물까지 흘렸던 김보영이었지만 지금은 김홍준을 보며 웃음이 흘러나오려는 걸 참고 있었다.

격변한 반응이었지만 그래도 마음의 위로가 되는 반응이었다.

그런 김보영을 보며 김홍준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공항 로비 중앙에 서서 김홍준과 김보영은 악수를 나눴다.

작별 인사를 나누며 김보영은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저기 괜찮으면 제 유럽 여행이 끝날 때, 한번 뵈어도 될까요?”

“예?”

“3개월은 머문다고 하셨잖아요. 저도 그때까지 유럽을 돌아 볼 생각이거든요.”

무슨 호기심이라도 발동 한 걸까?

김홍준은 저의를 알 수 없는 김보영의 제의에 가만히 그녀를 쳐다봤다.

악의나 조롱기가 엿보이지 않는 그녀의 눈빛을 보며 김홍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야 뭐... 괜찮습니다. 그럼 3개월 후에 뵙죠.”

서로 연락처를 교환하고 둘은 헤어졌다.

김홍준은 점차 멀어져 가는 그녀를 보며 가방을 짊어졌다.

인파에 가려 그녀가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김홍준은 케리어를 끌며 자리를 벗어났다.

옆길로 샛지만 이역만리 타국을 찾은 목적을 수행해야 할 때였다.

김홍준은 밖으로 나와 공항을 뒤로 했다.


작가의말

오타 및 오류 지적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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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5장 장유유서는 없다. (2) +6 14.09.20 8,983 20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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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4장 내 축구를 소개합니다. (2) +5 14.09.16 10,168 260 9쪽
12 4장 내 축구를 소개합니다. (1) +7 14.09.15 10,211 25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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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3장 어디에나 항구는 있다. (4) +5 14.09.13 9,274 241 7쪽
9 3장 어디에나 항구는 있다. (3) +4 14.09.12 9,871 223 9쪽
8 3장 어디에나 항구는 있다. (2) +5 14.09.11 10,271 250 8쪽
7 3장 어디에나 항구는 있다. (1) +8 14.09.10 9,785 228 8쪽
6 2장 lul (4) +13 14.09.09 10,414 253 11쪽
5 2장 lul (3) +6 14.09.08 12,134 276 10쪽
4 2장 lul (2) +8 14.09.07 11,866 262 7쪽
» 2장 lul (1) +7 14.09.06 12,396 276 6쪽
2 1장 사연 +16 14.09.06 13,158 292 16쪽
1 서장 +11 14.09.06 13,815 297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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