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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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건
작품등록일 :
2014.07.20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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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5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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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9.19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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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5장 장유유서는 없다. (1)

DUMMY

6월 중순 날씨는 우중충하고 바람은 짜다.

김홍준은 훈련장에 쭈그리고 앉아 선수들을 쳐다봤다. 1군 선수들이 2군 선수들과 뒤섞여 훈련을 받고 있었다. 그 안에는 얼마 전 연습경기에서 경기 내내 창 타오를 괴롭혔던 세르비아 국적의 미드필더, 스무살의 시드 마스렉도 있었다.

바로 그 옆에서는 AZ알크마르에서 임대 온 아프리카계 네덜란드인으로 우측 윙어 포지션을 맡고 있는 미하일 로쉐어블이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서로 다른 외모와 서로 다른 피부색을 하고 있었지만 김홍준은 이들을 본지 얼마 되지 않아 공통점을 알 수 있었다.

“싸가지 없는 시끼들.”

김홍준은 누구 듣는 사람도 없는데 한국어로 작게 중얼거렸다.

창 타오가 떠나고 없는 스톰포겔스 텔스타의 훈련장에서 김홍준은 불만 섞인 표정으로 이들을 쳐다봤다.

그때 그들 중 한 명인 미하일 로쉐어블이 김홍준에게로 다가왔다.

그는 아주 스스럼없는 성격으로 생전 처음 보는 사람과도 거리낌 없이 스킨쉽을 시도하는 인물이었다.

“헤이~, 김! 뭐해? 같이 훈련하자.”

퍽!

문제는 그의 스킨쉽이 김홍준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김홍준은 자신의 뒤통수를 아주 거리낌 없이 가격하는 미하일 로쉐어블에게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어.”

김홍준과 미하일 로쉐어블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시드 마스렉이 다가왔다.

무표정한 얼굴로 다가온 시드 마스렉은 김홍준과 로쉐어블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패스 연습인가?”

시드 마스렉은 허락을 구하지도 둘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았다. 그는 곧장 둘 사이에 뛰어들어 패스를 가로챘다.

흐름이 끊기자 김홍준은 순간 욱했다.

김홍준은 경찰 시험을 준비하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도 이런 녀석이 있었다.

면상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오직 불쾌한 녀석이라는 타이틀만으로 기억되는 그 녀석은 한창 공부에 집중하고 있을 때, 훅 끼어들어서 자기 할 질문만 하고 고맙다는 말도 없이 자기 자리로 돌아가고는 했다.

그때도 김홍준은 참았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창 타오가 떠나고 김홍준은 다시 홀로 남았다. 일주일이 지났을 때, 김홍준은 외국인의 바디 랭귀지를 인내심 있게 봐주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 누구도 창 타오 같지 않았다.

김홍준은 다시 외로워졌고 초조함을 느꼈다.

이제는 옆에서 그의 초조함을 지적해줄 사람도 없다.

대신 팀에 온지 얼마 안 된 망아지 같은 신입생들만이 같은 신세인 김홍준의 주변을 맴돌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 사실에 김홍준은 길게 한 숨을 내쉬었다.

빗맞은 미하일 로쉐어블의 패스가 딴 생각을 하고 있던 김홍준의 안면을 때렸다.

“억!”

쓰라린 고통을 느끼며 김홍준은 떠나간 님을 떠올렸다.

‘그립다. 창 타오.’



“요한 루이스가 임대를 거부했다고 했습니까?”

알빈 반 브링크는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며 스티비 포츠의 보고에 대답했다.

미세한 균열이 가기 시작한 알빈 반 브링크의 옆얼굴을 보며 스티비 포츠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정확하게는 루이스의 에이전트인 만다스가 문제인 것 같습니다.”

“만다스요?”

알빈 반 브링크는 만다스에 대한 풍문을 떠올렸다.

수많은 스타 선수를 손에 쥐고 축구계에서 왕처럼 군림한다고 했던가?

뒤이어 그에 대한 여러 소문을 떠올린 후 알빈 반 브링크는 불현 듯 한 소설을 떠올렸다.

한때 중국의 고전인 삼국지에 빠져 있었던 알빈 반 브링크는 그가 마치 조조 같다고 생각했다.

다만 현실에서 겪고 보니 소설에서 만큼 매력적인 인물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가 왜요?”

스티비 포츠는 곤란한 듯 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며 헛기침을 했다.

“그게... 우리 팀에 오면 선수 경력에 흠이 생긴다고..”

“흠이요?”

“예, 요한 루이스의 경력에 어디 박혀 있는지도 모를 클럽은 넣고 싶지 않다고 했답니다.”

알빈 반 브링크는 스티비 포츠의 대답에 한참 동안 말없이 서있었다.

직감적으로 그가 화가 났음을 알아챈 스티비 포츠는 급히 뒤로 한발자국 물러섰다.

거의 동시에 벤치 가까이에 있던 공 바구니가 큰 소리를 내며 넘어졌다.

선수 시절 못지않은 알빈 반 브링크의 킥력에 폭탄 터지듯 공이 사방으로 튀어 나갔다.

스티비 포츠는 찔끔한 표정으로 알빈 반 브링크의 표정을 살폈다.

화가 났음에도 창백하다 싶을 정도로 새하얀 피부는 여전했다.

알빈 반 브링크는 으드득 소리가 나도록 이를 갈았다.

새하얀 피부에 외부로 드러난 송곳니가 겹쳐져 그 모습이 마치 화난 짐승 같아보였다.

‘1년만 참자. 1년만 있으면 쥬필러 리그 감독이다.’

스티비 포츠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다스리기 위해 주문처럼 쥬필러 리그 중위권 클럽 구단주의 약속을 읊조렸다.

“이미 약속된 사안이라고 이야기 했습니까?”

질문에 스티비 포츠는 대답했다.

“당연히 이야기 했지요. 그런데 워낙 막무가내라..”

알빈 반 브링크는 이를 갈며 멀리서 삼각 패스를 하고 있는 무리를 쳐다봤다.

그 사이에 넋 나간 표정의 김홍준이 빨갛게 부은 코를 만지고 있었다.

“갑시다.”

“어디로 말입니까?”

“암스테르담이죠. 어디겠습니까?”

성큼성큼 훈련장을 떠나는 알빈 반 브링크의 뒤를 허둥지둥 스티비 포츠가 따랐다.

“가셔도 소용없을 겁니다.”

알빈 반 브링크는 성난 이리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사나운 미소가 입가에 걸렸다.

“제 인생이 어땠을 것 같습니까?”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스티비 포츠는 침을 삼키며 알빈 반 브링크의 선수 시절을 떠올렸다.

네덜란드 최고 명문인 아약스 출신으로 국가대표까지 발탁 된 적이 있는 엘리트.

선수 시절에는 화려한 이력에 영리한 플레이, 불같은 리더쉽까지 더해져 우두머리 늑대라는 별명으로까지 불리지 않았던가.

그게 알빈 반 브링크다.

감독이 되기 전까지 그는 실패라고는 모르는 남자였다.

“좋지 않았을까요?”

어정쩡한 대답이었다.

알빈 반 브링크는 그 어정쩡한 대답에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예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맞습니다. 좋았지요. 저는 제 감독 인생도 그때와 같은 좋은 인생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우선 해야 할 일이 있죠.”

“그게 뭡니까?”

으스스한 기분을 느끼며 스티비 포츠는 반사적으로 되물었다.

알빈 반 브링크는 클럽 하우스의 문을 열며 말했다.

“적이 주둥이를 털기 전에 혀를 뽑아 버리는 겁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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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장 장유유서는 없다. (1) +6 14.09.19 11,622 29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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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장 +11 14.09.06 13,815 297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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