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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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건
작품등록일 :
2014.07.20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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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5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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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9.16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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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내 축구를 소개합니다. (2)

DUMMY

그 구단 감독 사무실에 앉아 있는 자신의 모습이 그려졌다.

스티비 포츠는 입술을 깨물었다.

눈을 뜬 스티비 포츠는 망설임 없이 명단에 두 명의 이름을 적었다.



본격적인 프리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선수들은 팀대항전과 훈련을 통해 1차적으로 걸러진다.

떠나야 할 선수와 남아야 할 선수가 분류되며 이 시점에 인상을 못 남긴 선수들은 자신들의 진로에 대해 고민해야 했다.

창 타오는 연습경기가 시작되기 전 가벼운 훈련을 소화하며 관객석을 살폈다.

그곳에는 서포터들 외에 재능 있는 선수를 찾아 모여든 스카우터들이 드문드문 앉아 있었다.

그 중에는 리그 상대팀의 전력을 알아보고자 찾은 타팀 감독이나 코치들도 있을 것이다.

관객석에 목적 없는 사람은 없다.

창 타오는 그들, 목적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며 길게 심호흡을 했다.

긴장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소속팀 코치에게 인정받는 것만큼이나 관객석의 시선 역시 신경 써야 했다.

“잘들 몸을 풀어둬. 10분 후에 경기 시작이니까.”

코치 한 명이 손뼉을 치며 선수들의 긴장감을 끌어 올렸다.

한 명 한 명 긴장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속에서 창 타오는 반대편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 1군을 쳐다봤다.

활기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 그들은 감독인 알빈 반 브링크의 지시를 받으며 훈련을 소화하고 있었다.

그들의 탄탄한 근육과 숙련된 기술을 보며 창 타오는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과장일지 모르지만 용을 대면한 신출내기 용사가 느끼는 감정이 이러지 않을까 싶었다.

꾸물꾸물 기어오르는 어두운 감정을 억누르며 창 타오는 시선을 돌렸다.

시선의 끝에 김홍준이 있었다. 창 타오는 가벼운 스트레칭을 끝내고 김홍준에게로 다가갔다.

경기에 출전 할 선수의 명단은 오전에 이미 발표가 된 상태였다.

김홍준은 덤덤한 표정으로 훈련을 끝마친 후 벤치로 걸어가고 있었다.

“홍준, 실망하지마.”

옆으로 다가 선 창 타오의 말에 김홍준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별로, 교체 명단에 포함 된 것만으로도 내 입장에서는 장족의 발전이지.”

의외로 밝은 대답이었다.

몸짓 발짓이 섞여 우스꽝스럽기는 했지만 김홍준의 여유가 창 타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보다 너 오늘 선발이잖아? 긴장 안돼?”

창 타오는 김홍준의 질문에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 축구를 보여주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잖아?”

의미심장한 대답이었다.

농담이라도 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의 진지한 대답이라 김홍준은 달리 해야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뺨을 긁적여야 했다.

둘은 그대로 벤치로 걸어갔다.

벤치에 앉아 있는 수석코치 주변으로 선수들이 모였다.

수석코치는 팔짱을 낀채 입을 열었다.

“너희들 중에는 오늘이 스톰포겔스 텔스타에서 뛰는 마지막 날이 될 선수도 있다. 잘하면 1군으로 콜업 될 녀석도 있겠지. 경기가 끝난 후 너희들이 맞는 결말은 다르다. 하지만 결말이 달라도 이 경기가 갖는 의미는 같다. 기회를 썩히지 마라. 아마추어가 되지 마라. 최선을 다해라. 너희들을 증명해라.”

목소리는 높지 않았다.

강압적이지도 부드럽지도 않았다.

차분하게 흘러나온 수석코치의 일장연설에 창 타오는 심호흡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몸에 열기가 차오르는 걸 느끼며 창 타오는 경기장으로 걸어 나갔다.

동전이 떨어지고 축구공이 잔디밭을 굴렀다.

창 타오는 다리에 힘을 줬다.

경기의 시작이었다.



김홍준은 경기를 바라봤다.

시종일간 수비적인 자세를 취하는 2군을 상대로 1군은 강한 압박을 통한 공격 축구를 펼치고 있었다.

해일처럼 밀려오는 상대팀에 2군은 속수무책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전반 35분.

다행히 실점은 없었지만 골이 들어가는 건 시간문제처럼 보였다.

그 와중에 창 타오는 괜찮은 집중력을 보여주며 상대의 공격을 잘 차단해 내고 있었다.

“어..어어어어!”

김홍준은 신음을 내뱉다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돌파해 들어온 상대팀 측면 공격수의 쓰루 패스에 뒷공간이 노출되었다.

타이밍 좋게 달려 들어간 중앙 공격수에게 실점을 할 뻔한 위험한 순간이었다.

완전히 관전자의 입장이 되어버린 김홍준은 살 떨리는 경기양상에 호흡곤란에 빠질 것 같았다.

“저, 꼴통 자식.”

김홍준은 자신보다 족히 두 배는 될 법한 덩치 큰 흑인 수비형 미드필더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앞으로 튀어나온 수비수를 수비형 미드필더가 제대로 보조하지 못해 벌어진 참사였기 때문이었다.

영어 였다면 주변에서 주제 파악도 못 한다고 핀잔을 들었을 테지만 다행히도 김홍준은 영어가 서툰 토종 한국인이다.

아직 반사적으로 영어가 튀어 나올 만큼 외국물을 먹은 상태가 아니었기에 핀잔을 들을 일도 없었다.

흘러가는 경기 양상을 지켜보며 김홍준은 공격적으로 올라오는 1군의 미드필더를 바라봤다.

170 초반으로 짐작되는 단신에 동유럽계로 짐작되는 날카로운 외모의 소유자였다.

시종일관 변칙적인 움직임으로 2군 진영을 휘젓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그닥 수비에는 관심이 없는지 공격에 관여 하는 만큼 수비에 주의를 기울이지는 않는 듯 했다.

김홍준은 2군 수비형 미드필더와 자주 맞붙는 그를 주의 깊게 살폈다.

가끔 1,2군 합동 훈련이 있을 때, 몇 번 얼굴을 마주치기는 했지만 아직 이름까지는 몰랐다.

저 쪽은 1군 주전, 이쪽은 팀과 계약도 맺지 못한 어정쩡한 신세 였기에 통성명을 하기 애매했기 때문이었다.

볼을 잡고 종횡무진 움직이는 그를 보며 김홍준은 침을 삼켰다.

섣부른 걱정이었지만 교체 되었을 때, 저 선수를 막아 낼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걱정이 쌓이고 쌓이는 만큼 김홍준은 경기에 집중했다.

주변 상황이 잊혀 질 만큼 김홍준이 경기에 몰입해 있을 무렵, 벤치 앞에 서서 경기를 지켜보던 스티비 포츠의 시선이 김홍준에게로 향했다.



전반전이 끝나고 경기는 후반전에 접어들었다.

스티비 포츠는 경기를 지켜보며 입술을 물어뜯었다. 경기 내용은 완벽한 2군의 패배였다.

경기 내용에서는 패배했지만 스티비 포츠는 그 점에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그가 입술을 물어뜯으며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이유는 1군 감독인 알빈 반 브링크가 자신이 원하는 반응을 보여주고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경기 상황은 양팀 모두 실점 없이 0:0이었다. 공을 들여 최대한 수비적인 전술 운용을 한 보람이 있는 스코어 였지만 아직 안심 할 수는 없었다.

후반 25분.

경기 종료까지 20분 정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스티비 포츠는 눈동자만을 움직여 1군 벤치를 살폈다.

원하는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0:0으로 경기가 끝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결과다. 하지만 스티비 포츠는 그 이상을 원했다.

말라붙은 입술을 핥으며 스티비 포츠는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이제 후반 29분.

추가시간까지 생각하면 대충 18분 정도 남았을까?

시간을 확인한 스티비 포츠는 어깨 너머로 시선을 돌려 김홍준을 바라봤다.

표정 변화 없이 경기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다리가 떨리고 있는게 보였다.

따닥 따닥 바닥을 때리는 김홍준의 다리를 보며 스티비 포츠는 속으로 생각했다.

‘할 타이밍이잖아. 지금 해. 지금이 아니면 무슨 의미가 있어!?’

마치 기도하듯 속으로 끊임없이 중얼거린 보람이 있었는지 1군 벤치에서 변화가 생겼다.

벤치에 앉아 있던 1군 공격수가 윗옷을 벗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해 1군의 왼쪽 측면 수비수 역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번에 두 명이 교체되었다.

만신창이가 된 입술이 드디어 앞니로부터 해방되었다.

1군 선수 두 명이 교체되어 들어가는 걸 확인한 순간 스티비 포츠도 급히 두 선수에게 교체 준비를 시켰다.

두 명의 선수가 벤치에서 일어나 허둥지둥 윗옷을 벗었다.

코치의 지시에 따라 몸을 풀고 OK 사인이 떨어지자 스티비 포츠는 부심에게 교체 사실을 알렸다.

두 명의 선수가 라인 뒤에 섰다.

왼쪽 측면 공격수 한 명과 미드필더 한 명이었다.

정신없이 상대 공격을 막아내던 창 타오의 시선이 무심결에 교체 투입되는 두 선수에게로 향했다.

왼쪽 수비수에서 포지션 변경해 측면 공격수로 투입되는 멜빈과 흑인 덩치를 대신해 투입되는 동양인 선수가 보였다.

창 타오는 땀이 흘러내리는 얼굴로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스티비 포츠는 간결한 전술 지시를 내리기 위해 잡고 있던 아시아인 선수를 필드로 내보냈다.

김홍준의 발이 그라운드를 밟았다.

스티비 포츠는 경기장으로 걸어 들어가는 김홍준의 등을 보며 생각했다.

‘내 축구를 보여주지.’

포츠의 시선이 관객석을 향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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