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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건
작품등록일 :
2014.07.20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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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5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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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9.14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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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3장 어디에나 항구는 있다. (5)

DUMMY

현재 스코어는 4:3 스티비 포츠가 스톰포겔스 텔스타의 수석코치로 부임하고 처음 맞는 난타전이었다.



경기가 끝났다.

네덜란드에 도착하고 처음으로 김홍준은 외국인들의 호의적인 눈빛이라는 걸 경험 할 수 있었다.

경기 결과는 A팀의 5:4 패배 였고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김홍준의 경기력 역시 만족스러운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경기를 보거나 함께 한 선수들은 김홍준이 가진 재능의 편린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재능 있는 사람에게 사람들은 호의를 보인다.

그건 때때로 인종을 넘어서고 국가를 넘어서기도 한다.

2주일이 다 되어 가는 시점에서야 겨우 김홍준은 자신이 이곳에 있어야 할 이유를 증명한 것이다.

동료들의 인사를 뒤로 하고 라커룸을 나서며 김홍준은 앞서 자리를 뜬 창 타오를 찾았다.

창 타오는 멀지 않은 곳에서 앞서 걸어가고 있었다.

“창!”

김홍준이 부르자 창 타오는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밝은 표정의 김홍준을 보며 창 타오는 말없이 미소를 지으며 그가 걸어오기를 기다렸다.

창 타오에게 다가 선 김홍준은 자신의 뒷주머니를 툭툭 치며 말했다.

“밥! 같이! 먹어!?”

서투른 영어 였지만 의미는 바로 전달이 됐다.

창 타오는 흔쾌히 김홍준의 제의를 받아 들였다.

스톰포겔스 텔스타의 클럽 하우스를 나선 둘은 바닷가에서 가까운 펍으로 향했다.

아직 손님이 들기는 이른 시간인지 가게 안은 한산했다.

빈자리를 찾아 앉은 둘은 맥주 500cc 하나와 바비큐를 주문했다.

“고마워서! 오늘은! 내가! 삼!”

김홍준은 그렇게 말하며 그다지 두껍지 않은 지갑을 팡팡 두들겼다.

창 타오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주문한 술과 음식이 나오고 둘은 가벼운 대화를 시작했다.

김홍준이 영어가 서툰 관계로 그다지 밀도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었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서로의 신상이나 고향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네덜란드 생활에 대한 애환을 교류하다 둘은 이내 축구 이야기로 넘어갔다.

주제는 오늘 경기와 이틀 후 있을 1군 대 2군 경기에 대한 것이었다.

“홍준, 오늘 원터치 패스는 아주 기가 막혔어. 저번 첫 훈련 때도 느꼈지만 볼 터치가 아주 좋던데? 7년을 쉰 사람 같지가 않아.”

맥주를 홀짝이던 김홍준은 창 타오의 말에 뺨을 긁적이며 말했다.

“응? 아... 뭐. 제대로 훈련 받은 적은 없지만 공에서 발을 뗀 적은 별로 없어서 일거야. 이혼한 마누라가 들으면 노발대발 하겠지만 결혼 하고서도 몰래 공을 찼었거든. 조축은 아무래도 티가 나니까 못했지만. 벽 차기는 거의 매일 했을 거야.”

김홍준은 손짓발짓을 통해 대화를 진행시켜 나갔다. 창 타오는 용케 그 말을 알아듣고 말했다.

“벽 차기?”

“어. 벽 차기. 별거 아니고 언제 한 번 보여줄까? 여기는 적당한 공간을 못 찾아서 오고 나서는 한 번도 못했지만.”

창 타오는 흔한 벽 차기를 떠올렸다.

차고 차고 또 차고 의미 없는 훈련은 아니었지만 특별 할 것 없는 훈련이기도 했다.

몇 번 생각을 거듭하다 창 타오는 이내 생각을 그만뒀다.

어떻게 생각해봐도 별 특이 할 것 없는 훈련이었다.

“타지 생활은 이게 처음이야?”

창 타오는 다른 화제로 넘어갔다.

김홍준은 창 타오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외국 생활은 이게 처음이지. 아니 애초에 제주도 말고는 비행기를 타본 적도 없었어.”

순간 신혼여행의 추억이 떠올랐다.

생각해보면 인생에 큰 변화가 있을 때마다 비행기를 탄 격이 된다.

결혼 했을 때, 한 번. 이혼 했을 때, 한 번.

김홍준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맥주를 들이켰다.

표정을 보고 뭔가 느낀 건지 창 타오는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

한참을 묵묵히 맥주를 들이키며 바비큐를 씹어 먹던 중 창 타오가 불쑥 입을 열었다.

“이틀 후에 있을 연습경기. 어떻게 생각해?”

갑작스런 질문이었다.

김홍준은 입술에 맥주잔을 댄 채 곰곰이 생각했다.

“선발되면 좋겠지. 그 경기에서 선발되지 못하면 완전히 나가리 되는 거니까.”

“나가리?”

“끝난다고.. 피니쉬. 피니쉬.”

창 타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비형 미드필더 포지션에 대해 더 고민해 보는게 좋을 거야. 아무리 공격 전개에 도움이 되도 수비가 그래서는 써줄 곳이 없으니까.”

김홍준은 친절하게 몇 번이고 이야기 해주는 창 타오의 말에 고개를 주억였다.

그러며 평소 의문이었던 점을 질문했다.

“그런데 내가 꼭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어야 하는 이유가 있어? 공격력이 좋으면 좀 더 공격적으로 올려도 되잖아?”

김홍준의 말에 창 타오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 자리에서 더 올라가면 넌 공을 잡지도 못해. 전방에서 이뤄지는 압박은 상상이상이야. 어지간한 기술이나 신체능력이 아니면 버티지도 못한다고.”

창 타오의 표정에 김홍준은 찔끔하며 맥주를 홀짝였다.

“단 한 경기로 기고만장하면 안돼. 오늘이야 선수들이 너에 대해 잘 몰랐으니 적절한 대처를 못한 것뿐이지. 몇 번 부딪치고 나면 공략법도 생기게 될 거야.”

연이은 질책에 김홍준은 뒷목을 어루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창 타오의 말대로 였다.

아직 방심 할 순간은 아니었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 후 김홍준은 창 타오를 보며 문득 떠오른 질문을 했다.

“1년 넘게 네덜란드에서 살았다고 했지? 고향 생각 안나? 나는 고작 2주밖에 안됐는데도 가끔 생각나던데.”

김홍준의 짧은 영어와 바디 랭귀지를 간신히 해독한 창 타오는 잠시 창밖을 보다 입을 열었다.

“AZ에 있을 때는 많이 떠올랐는데 텔스타에 온 뒤로는 별로 생각 안나.”

“왜?”

“별 이유는 아니고 내 고향이 항주거든. 운하도 있고 항구도 있고... 비슷해.”

창 타오의 말을 귀 기울여 듣던 김홍준은 피식 웃으며 옛 생각을 떠올렸다.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사람의 말이었지만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걸 막아 낼 수는 없었다.

시X놈이 한 말이라도 좋은 말은 좋은 말인가 싶었다.

“잘 적응하는 사람은 타지에서도 자신의 고향을 찾아낸다고 했던가?”

“무슨 말이야?”

한국어로 중얼거린 말이었기에 창 타오는 알 수 없는 말이었다.

김홍준은 창가로 펼쳐진 바닷가 풍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디에나 항구는 있다는 말이야.”

알송달송한 말에 창 타오는 눈동자를 위로 올리며 맥주를 들이켰다.

그런 창 타오의 표정을 뒤로 하고 김홍준은 펍 내부를 둘러봤다. 검은머리의 외국인은 자신뿐이었지만 이전처럼 낯설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해가 저물지 않은 이른 시간 주정을 부리는 취객을 보며 김홍준은 서울을 떠올렸다.

묘한 편안함을 느끼며 김홍준은 의자에 몸을 기대며 맥주를 들이켰다.

이틀 후에 있을 경기가 기다려졌다.


작가의말

 다음주 내로 새로운 작품도 함께 연재 할 생각이니 시간 되시면 그 쪽에도 관심 가져주세요.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오류 및 오타 지적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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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장 어디에나 항구는 있다. (5) +9 14.09.14 9,146 232 7쪽
10 3장 어디에나 항구는 있다. (4) +5 14.09.13 9,274 24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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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3장 어디에나 항구는 있다. (1) +8 14.09.10 9,785 22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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