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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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건
작품등록일 :
2014.07.20 23:57
최근연재일 :
2015.10.05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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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9.07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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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2장 lul (2)

DUMMY

김홍준은 밖으로 나와 공항을 뒤로 했다.



클라렌스 스하프는 선수 시절 그렇게 잘 나가는 선수는 아니었다.

네덜란드 2부 리그인 쥬필러 리그에서 선수 인생의 절반 가까이를 보낸 그가 그나마 황금기라고 할 수 있는 시기를 보낸 건 프랑스 2부 리그로 이적하면서부터 였다.

쥬필러 리그에서 평범한 공격수에 불과 했던 그는 당시 프랑스 2부 리그 낭트FC의 감독이었던 미쉘 페로(전 서울 유나이티드 감독)를 만나 미드필더로 포지션을 바꿨다.

선수에게 있어 좋은 감독을 만난다는 것과 자신에게 맞는 옷을 찾는다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다.

클라렌스 스하프는 미쉘 페로 감독의 지도하에 프랑스 2부 리그 올해의 베스트 11에 뽑히는 영예를 안았다.

그때 클라렌스 스하프의 나이가 29살이었다.

이후 승승장구 할 것 같았던 클라렌스 스하프의 인생이 자빠진 건 흔히 그렇듯 부상 때문이었다.

1년의 재활 그리고 재발 또 다시 1년의 재활 클라렌스 스하프는 기껏 1부 리그로 승격한 소속팀에서 한 경기도 제대로 뛰어 보지 못하고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이후 그는 코치로 전직해 그를 아끼던 미쉘 페로 감독을 따라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

잉글랜드, 이탈리아, 브라질, 카타르, 중국을 거쳐 그는 한국에까지 도달했다.

한국에서 3년간 미쉘 페로 감독 밑에서 수석코치로 일하며 그는 슬슬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미쉘 페로 감독의 나이는 올해로 68세 자신의 나이는 올해로 42살이었다.

서울 유나이티드에서 감독직을 수행하며 미쉘 페로 감독은 누누이 이번 팀이 자기 인생의 마지막 팀이 될 것이라고 스하프에게 말해 왔었다.

그리고 정말 마지막이 다가 올 즈음 클라렌스 스하프는 경기장에 난입한 한 망나니를 봤다.

경기장을 가로질러 뛰어가는 움직임은 둔했고 수비수 사이에 섰을 때는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 연약해 보였다.

전형적인 일반인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순간 스하프는 망나니가 보여준 기적 같은 트래핑에 넋이 나갔다.

신체적인 능력도 움직임도 모든게 저질스런 수준이었지만 그 한 순간의 트래핑만큼은 놀라운 것이었다.

그건 단순히 훈련으로 쌓을 수 있는 종류의 자질이 아니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아스날에서 뛰었던 데니스 베르캄프의 마법 같은 기술을 떠올리게 하는 그 모습을 보며 클라렌스 스하프는 순간적으로 선수 시절의 자신을 떠올렸다.

모든 면에서 선수 시절의 클라렌스 스하프가 월등했다.

육체적인 능력, 기술, 전술적인 움직임 무엇 하나 일반인에게 뒤처지지 않는다.

다년간의 훈련으로 다져진 그의 축구 능력은 일반인은 범잡하지 못 할 수준에 이르러 있는 것이었다.

설사 그가 유럽 2부 리그에서만 뛰어봤다 하더라도 그 사실이 변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때 그 망나니의 트래핑을 본 순간 클라렌스 스하프는 불같은 열등감이 피어오르는 걸 느꼈다.

또한 그 불길 안에는 분노 역시 잠재되어 있었다. 왜 저런 재능을 지니고 있으면서 그냥 허송세월 했단 말인가!

클라렌스 스하프는 자신이 가지지 못한 재능을 가진 일반인을 보며 그런 분노를 느꼈다.

분노에 불을 지핀 망나니를 클라렌스 스하프가 다시 보게 된 것은 미쉘 페로 감독의 퇴임식 행사 때 였다.

검은 양복을 걸쳐 입고 문 앞에 서있는 그는 멀끔한 행색이었지만 음울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멀찍이서 그를 관찰하던 스하프는 이내 마음을 먹고 그에게 다가갔다.

3년간 한국어를 어느 정도 배웠기에 의사소통에 자신은 있었다.

“안뇨카세요.”

“예, 안녕하세요.”

그는 클라렌스 스하프의 어색한 인사에 정중하게 답례 했다.

그 모습에 자신감을 얻은 스하프는 주머니에서 명함을 주섬주섬 꺼내며 말했다.

“좜실에써 꽁 차신 분? 맞찌요?”

그 인사에 순간 김홍준은 인상을 찌푸렸다.

클라렌스 스하프는 낯선 한국어 구사에 집중하며 명함을 찾느라 미처 그 표정을 살피지 못했다.

“그렇습니다만?”

“꽌심 있습니다. 그쪽 짤합뉘다. 또 뽀고 싶습뉘다.”

“그래?”

“저 웃었습뉘다. 잘해서 웃겼습뉘다. 언제 또 봤으면 좋겠습뉘다.”

클라렌스 스하프는 자신이 아는 한국어 중 가장 긍정적인 표현만을 찾아 이야기 했다.

김홍준의 얼굴은 울그락 불그락 수시로 색깔을 바꿔갔다.

그런 변화를 미처 알아채지 못한 스하프는 겨우 상의에서 명함을 꺼내 김홍준에게 내밀었다.

김홍준은 명함을 받지 않았다.

클라렌스 스하프는 예상치 못한 반응에 고개를 들어 김홍준의 얼굴을 쳐다봤다.

바싹 구운 생선처럼 표정이 굳어버린 김홍준의 표정을 보며 스하프는 생각했다.

‘아, 갑작스런 제의에 놀란 건가?“

번지수를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지만 스하프는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가만히 서있는 김홍준의 양복에 명함을 찔러 넣었다.

그 순간 김홍준이 스하프의 멱살을 잡았다.

‘이 친구 참 뻔뻔하군.’

클라렌스 스하프는 그때의 기억을 상기하며 목을 만졌다.

벌써 몇 달 전 일이지만 아직도 목을 졸렸던 기억은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스하프는 그때의 기억에 헛웃음을 흘리며 자신의 눈앞에 커다란 가방을 짊어지고 서있는 김홍준을 쳐다봤다.

그는 명함을 내밀며 웃는 낯으로 짧은 영어를 계속해서 구사하고 있었다.

“테스트! 테스트! 트라이얼! 트라이얼! 암 굿! 암 베리 베리 굿!”

어디 원주민의 주문이라도 되는 것 같은 낯선 영어를 들으며 클라렌스 스하프는 클럽 로비에서 상기된 표정의 김홍준을 내려다봤다.

처음 그를 봤을 때, 스하프는 나름의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건 쉬이 찾아보기 힘든 재능에 대한 경의에서 비롯된 감정이었다.

하지만 퇴임식 행사장에서 목을 졸린 뒤 스하프의 생각은 좀 변해 있었다.

‘이 놈을 어떻게 키워보지.’

에서

‘이 놈을 어떻게 처리하지.’

클라렌스 스하프는 턱을 만지며 김홍준을 쳐다봤다. 두 번째 봤을 때와는 달리 의욕이 넘치는 표정이었지만 화가 났다고 생판 처음 보는 외국인의 목을 조르는 멘탈을 쉽게 거둬줄 생각은 없었다.

스하프는 말없이 김홍준을 쳐다보며 고민했다. 그때 한 사람이 클럽 로비를 걸어 들어오는 게 스하프의 눈에 띄었다.

순간 스하프는 생각했다.

‘호구가 오셨군.’

“여! 포츠!”

스하프는 밝게 웃으며 40년지기 부랄 친구를 불렀다.


작가의말

 명절 기간이라 많이 못 썼습니다.

 다음부터는 최대한 10장 이상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오류 및 오타 지적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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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5장 장유유서는 없다. (2) +6 14.09.20 8,983 20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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