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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건
작품등록일 :
2014.07.20 23:57
최근연재일 :
2015.10.05 00:51
연재수 :
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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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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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0,772

작성
14.09.1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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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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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
글자
8쪽

3장 어디에나 항구는 있다. (1)

DUMMY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항구도시 에이모이덴에 도착한지 4일이 지났다.

김홍준은 스톰포겔스 텔스타의 홈경기장인 타타 스틸 스타디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숙소를 잡고 매일 같이 훈련에 참가하고 있었다.

프로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과 함께 몸을 부딪치며 훈련을 하는 와중에 김홍준은 자신이 너무 안일하게 생각해왔다는 걸 깨달았다.

프로는 프로였다.

고등학교 시절 축구를 그만두고 생긴 7년의 공백은 쉽게 넘어 설 수 있는게 아니었다.

6월 중반 프리 시즌 훈련에 열을 올리는 선수들 속에서 김홍준은 너무도 연약한 존재였다.

1개월이 넘는 공백기간에 아직 제대로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았음에도 선수들의 신체적, 기술적 완성도에 김홍준은 속수무책이었다.

훈련 중 가벼운 연습경기에서 김홍준은 말 그대로 바람에 휘둘리는 갈대나 다름없었다.

해도 뜨지 않은 새벽부터 다다 스틸 스타디움의 홈구장 주변을 달리며 김홍준은 지난 4일간의 훈련결과로 인해 복잡해진 심사를 다스려야 했다.

30분가량 달렸을까?

가빠진 숨에 김홍준은 다리를 멈추고 숨을 골랐다. 호흡을 다스리며 김홍준은 내일 있을 1군 대 2군 연습경기를 생각했다.

프리 시즌 동안 있을 친선경기는 본격적인 시즌이 시작되었을 때, 주전과 비주전을 정하는 중요한 경기들이다.

그리고 이번 2주간 있을 연습경기는 그 프리 시즌 친선경기에서 주전으로 뛸 선수들을 선별하는 경기였다.

연습경기나 친선경기나 중요도로 따진다면 후자가 더 중요하지만 2주간의 기회만을 부여받은 김홍준 입장에서는 이번 2주간의 연습경기가 더 중요했다.

현재 2군과 유소년 선수들 사이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 김홍준은 감독인 알빈 반 브링크와 만날 일이 별로 없었다.

대부분의 시간 수석코치인 스티비 포츠가 훈련을 감독 했고 대부분의 지시 역시 포츠에게 받았다.

사실상 김홍준의 생사여탈권은 스티비 포츠에게 쥐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김홍준은 숨을 고르며 지난 4일간 스티비 포츠가 지시한 훈련 내용을 떠올렸다.

“축구 경력은 어디까지야? 축구! 경력! 그래, 축구 경력. 뭐 고등학교? 17세? 유소년 단계에서 끝났다는 이야기군. 훈련 받은 포지션은 뭐였어? 그러니까! 포지션! 포지션!”

김홍준은 스티비 포츠에게 자신의 축구 경력을 모두 말했다.

고교 1년까지 케이리그 클래식(구 케이리그) 구단 산하의 고등학교 유소년팀에서 훈련을 받았고 포지션은 수비수 였다는 이야기였다.

다행이라면 다행일지 스티비 포츠는 왜 그 시기에 축구를 그만뒀는지는 질문하지 않았다.

아마도 2주일만 보고 말 사이라 생각했기 때문인 듯싶었다.

김홍준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후 스티비 포츠는 우선 가벼운 미니 게임에서 수비수 역할을 맡게 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미니게임에서 김홍준은 실수를 연발했다.

경기가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 정도로 부실한 플레이였다. 스티비 포츠는 이틀째 되는 날 왼쪽 풀백으로 김홍준의 포지션을 변경했다.

왼발잡이라는 사실과 비교적 빈약한 피지컬을 배려해서 였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도 김홍준은 싹수를 보이지 못했다.

이틀 동안 풀백으로 뛰는 걸 본 후 스티비 포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고작 이틀이지만 어떻게 봐도 전문 수비수로 쓸 자질은 아니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4일째 되는 날 스티비 포츠는 김홍준을 4141의 수비형 미드필더 포지션에 대한 공부를 지시했다.

직감적으로 김홍준은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포지션 변화가 될 거라는 걸 깨달았다.

아직 일반인 틀을 벗지 못한 육체능력과 볼 다루는 기술등을 봤을 때, 스티비 포츠가 아닌 누구라도 김홍준을 중원 그 이상의 라인에 올릴 리가 없었다.

김홍준은 좀 차분해진 호흡으로 작은 건물들 사이로 엿보이는 타타 스틸 스타디움을 쳐다봤다.

이제 막 떠오르기 시작한 동틀 녘의 햇살을 받으며 경기장의 윤곽이 선명하게 다가왔다.

김홍준은 다시 달렸다.



“김홍준은 영어를 못한다. 네덜란드어도 못하지. 할 수 있는 말은 우리 중 누구도 모르는 한국어뿐이다. 그런 김이 오늘 너희들 앞에 선다.”

스티비 포츠는 2군팀의 수비진을 쳐다보며 말했다. 덩치 좋은 수비수들은 그런 포츠의 말에 김홍준을 쳐다봤다.

그런 그들의 시선에 김홍준은 호감을 사고자 방긋방긋 웃어보였다.

“정정하지. 멍청하게 웃는 것도 할 줄 안다.”

선수들이 포츠의 악의적인 농담에 실실 웃음을 흘렸다. 김홍준은 그런 그들의 반응에 더욱 밝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지난 3일간 김의 실력은 모두 확인 했을 거라 생각한다. 이번에 새로 포지션을 바꿨지만 크게 나아졌을 거라 기대하지 마라. 그냥 10명이서만 뛴다고 생각해. 평소보다 더 수비에 집중하란 말이다.”

“옙!”

선수들은 제각각 기합을 넣어 대답했다. 뒤늦게 김홍준도 그 대답에 합류했다.

“예입!”

늦된 반응에 선수들은 고개를 흔들며 웃었다. 그런 그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웃지 않는 선수가 있었다.

중국 축구협회의 해외 연수 지원을 받아 네덜란드에 온 중국 선수 창 타오였다.

191cm의 장신 수비수인 창 타오는 웃고 있는 김홍준을 보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경멸해서가 아니라 꽃피는 동병상련 때문이었다.

브리핑을 끝내고 하나둘 선수들이 빠져나갔다.

뒤에 남은 창 타오는 마지막까지 남아 있다 김홍준에게 다가갔다.

김홍준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거구의 중국인을 쳐다봤다.

“저 떼놈이 왜 내게 다가오지. 뜯어 먹을 것도 없는데?”

묘하게 불안한 마음이 들어 김홍준은 약간 경계하는 눈빛으로 창 타오를 쳐다봤다.

창 타오는 김홍준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

“홍준! 잘 들어. 2주 테스트를 받는다고 들었는데 오늘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네게 희망은 없어. 오늘 최대한 네게 볼을 연결시켜 줄 테니까. 뭐라도 해봐. 왼쪽에서 풀백으로 뛰는 멜빈이라는 녀석은 굉장히 공격적이니까. 최대한 그 녀석을 백업하면서 공을 연결시켜주라구. 알았지? 음.. 이건 못 알아들은 표정이군.”

창 타오는 자신을 바라보는 김홍준의 아리송한 표정을 쳐다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 자식 내게 시비 거는 건가?”

김홍준이 애먼 오해를 할 때, 한참 뭔가를 고민하던 창 타오는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파이팅! 힘내! 왼쪽! 왼쪽! 풀백! 어어 그래, 풀백! 공격적! 공격적! 어어 그러니까 뒤! 뒤를 잘 막아! 어 막으라구! 최대한 빠르게 왼쪽으로 볼 배급하고! 배급! 아니 음.. 연결! 볼 연결! 그래, 그래.”

온갖 몸짓을 동원해 창 타오는 자신의 의도를 김홍준에게 주입시켰다.

김홍준은 그런 그의 맞춤 교육에 호응해 창 타오의 의도를 대부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오케이, 오케이! 땡큐. 땡큐.”

창 타오는 묘하게 지친 얼굴로 김홍준의 감사 인사를 받고는 짧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다 시계를 확인하고는 김홍준에게 손짓하며 곧장 밖으로 나갔다.

훈련시간이었다.

김홍준은 앞서 뛰어가는 창 타오를 보며 생각했다.

‘나보다 네 살은 어린놈이 그래도 선배랍시고 명령 질이네?“

창 타오를 째려보며 김홍준은 그 뒤를 따랐다.

훈련장에 도착해 김홍준과 창 타오는 일렬로 서있는 선수들의 뒤로 가 섰다.

U-18 코치와 대화를 나누던 스티비 포츠는 곧 고개를 들어 선수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 연습경기에서 내일 있을 1군 대 2군 연습경기에 출전 할 선수를 뽑을 거야. 그러니.. 두 말은 안 할게. 그냥 잘해. 너희들 인생이 걸린 문제니까.”

모든 선수들이 진지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홍준도 그 대열 속에서 눈동자를 빛냈다.

불상사로 끝난 축구인생에 다시 불이 붙었다.

제대로 된 축구 경기는 7년, 경기장에서 공을 만져 보는 것은 3년만이었다.

김홍준은 흥분된 마음을 품고 포츠의 지시에 따라 자신의 위치로 이동했다.


작가의말

 오류 및 오타 지적 환영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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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8

  • 작성자
    Lv.29 글세포
    작성일
    14.09.10 18:44
    No. 1

    대책없이 달려들다가 좋은 꼴 본 적없으면서 버릇을 못고치는 김홍준...잘 보고 갑니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1 최지건
    작성일
    14.09.11 19:40
    No. 2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이충호
    작성일
    14.09.10 21:08
    No. 3

    잘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1 최지건
    작성일
    14.09.11 19:40
    No. 4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불나비12
    작성일
    14.10.07 23:24
    No. 5

    잘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5 목동냥냥이
    작성일
    14.11.17 20:25
    No. 6

    자아 ! 이제부터 시작이다 .
    정신차리고 노력하여 뛰고또뛰어 날아보자 ! 아자 아자 ! 홍준아 !
    즐독에 감사여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1 SilverLi..
    작성일
    15.09.20 02:01
    No. 7

    오늘날에는 저런 전형적인 '잘못한 것도 없는데 차별 받는 일'은 없어요. 오히려 마음에 안드는걸 억지로 좋아해야 한다는 또는 일자리 일정 비율을 억지로 유색인종에게 줘야 한다는 역차별이 심하지요. 오늘날은 백인으로 태어나면 억울한 세상이에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1 SilverLi..
    작성일
    15.09.20 02:02
    No. 8

    그리고 프로와 아마츄어의 차이는 운동신경과 재능 이전에 신체능력이지요. 근력과 체력. 특히 달리기나 줄넘기 같은 경우 아마츄어는 금방 지치는데 프로는 계속계속 오래 해낼 수 있는 신체능력이 있어요. 단시간에 좁히기 힘든 차이입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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