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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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건
작품등록일 :
2014.07.20 23:57
최근연재일 :
2015.10.05 00:51
연재수 :
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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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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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06
글자수 :
200,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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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9.06 19:52
조회
13,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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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
글자
4쪽

서장

DUMMY

서울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도심에서 쏟아지는 불빛을 받으며 착륙을 준비하고 있었다.

낯선 이국의 야경을 바라보며 창가에 앉아 있던 남자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장시간의 비행 때문인지 무척이나 지쳐 보였다.

그에 반해 바로 옆자리의 여성은 흥분한 표정으로 야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드디어 도착했네.”

환호성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흥분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에 자극을 받았는지 남자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배낭여행이라고 하셨죠?”

“예! 유럽일주요.”

활기찬 목소리에 남자는 음울하게 가라앉아 있던 기분을 일신하며 말했다.

“그럼 여기는 얼마 안 있다 떠나시겠군요?”

“4일 정도 돌아보고 가까운 영국으로 가볼 생각이에요.”

“재밌겠네요.”

축 늘어진 목소리 였지만 여자는 마냥 좋은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남자에게 질문을 해왔다.

“일 때문에 오신 거라고 했죠? 무슨 일 때문인가요?”

여자의 질문에 남자는 음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예... 뭐 프로 축구팀 입단 테스트 때문에요.”

“와! 그럼 프로 축구 선수세요? 유명하신 분인가?”

여행지에서의 혹시 모를 유명인과의 인연에 흥분한 여성의 목소리는 고조되어 갔다.

남자는 그런 여자의 질문에 썩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지금까지 프로 였던 적은 없습니다. 이번에 테스트에 합격하게 된다면 프로가 되는 거겠죠.”

맥없는 남자의 대답이었지만 그럼에도 여자의 기운은 줄어들지 않았다.

“대단하네요! 도전이잖아요! 저 그런 거 동경 했었거든요.”

“그런 거창한 건 아닌데...”

어떤 현실을 떠오르게 한 건지 남자의 목소리는 점차 미묘하게 힘을 잃어갔다.

“원래는 어떤 일을 하셨어요!?”

“예? 아... 지구대에서 순경으로 근무했습니다.”

여자는 손뼉을 치며 말했다.

“경찰이셨구나! 안정적인 직업이잖아요? 그런데 왜 그걸 포기하고 프로 축구 선수를?”

남자는 여자의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창문 너머로 펼쳐진 길다란 활주로를 한동안 바라봤다.

하지만 흥분한 여성은 침잠한 남자의 고민 따위 배려해주지 않았다.

“예? 왜 축구 선수가 되겠다고 결심 한 건가요?”

여자를 향한 것은 아니었다.

남자는 창가로 펼쳐진 풍경을 보며 이를 뿌드득 갈았다.

다행히 떠들썩한 기내 상황 때문에 여자는 남자의 이 가는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왜냐고?”

“예! 말씀해주세요!”

참으로 해맑은 여자였다.

남자는 입을 열었다.

“직장에서 잘리고 이혼까지 해서 입단 테스트 보러 간다!”

혼을 토해내는 듯한 외침이었다.

순간 떠들썩한 기내가 싸해졌다.

여자의 표정도 석상 마냥 굳어 버렸다.

그런 그들을 두고 남자는 고함을 질렀다.

“호적에 줄 긋고 모가지가 잘려서 여기 왔다고! 으아아아아아! 그 연놈들! 내가 그 연놈들 때문에! 으아아아!”

여자는 울먹이는 표정으로 남자를 올려다봤다. 착륙을 준비하고 있던 승무원은 벙찐 표정으로 남자를 쳐다봤다.

기겁한 표정들 사이에서 남자는 비행 내내 억눌렀던 분노를 터뜨렸다.

어린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고 어떤 중년 남성은 웃음을 터뜨렸다.

아비규환이 된 기내에서 한 노파는 억지로 시선을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고요한 이국의 야경이 점차 가까워졌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부드럽게 미끄러져 내려갔다.

25살 전직 순경 김홍준의 축구 인생은 그렇게 다시 시작되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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