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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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건
작품등록일 :
2014.07.20 23:57
최근연재일 :
2015.10.05 00:51
연재수 :
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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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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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06
글자수 :
200,772

작성
14.09.26 20:26
조회
8,752
추천
237
글자
8쪽

6장 당신이 잠든 사이에 (1)

DUMMY

재난은 전조 없이 찾아온다.

아니 전조가 있어도 둔감한 인간은 그걸 알아채지 못하고 그 재난을 직격으로 맞게 마련이다.

김홍준은 7월달에 접어들어 맞는 두 번째 친선경기에서 그 사실을 절감하고 있었다.

선수들의 침과 땀으로 범벅이 된 경기장을 뒹굴며 김홍준은 오만상을 찌푸렸다.

“bro~!"

멀리서 요한 루이스의 외침이 들려왔다.

김홍준은 바닥을 구르는 와중에도 그 외침에 몸서리를 쳤다.

“여기요. 여기! 김부터 치료해주세요.”

요한 루이스는 달려온 팀닥터를 억지로 잡아끌었다. 난감한 표정의 팀닥터가 주춤주춤 김홍준에게 다가왔다.

그때, 팀의 주전 우측 풀백인 안소니 꼬리아가 성큼성큼 팀닥터에게 걸어와 말했다.

“주장이 먼저지. 이런 아마추어가 먼접니까!?”

폴리네시아인 계통으로 짐작되는 동양적인 외모에 이름에서 비롯되는 한국적(?) 친근함 때문에 김홍준은 처음 1군과의 훈련에 합류 했을 때, 그와 친해 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게 착각에 불과 하다는 것은 머지않아 깨달을 수 있었다.

김홍준은 발목을 붙잡고 앓는 소리를 하며 안소니 꼬리아를 올려다봤다.

그는 아약스로 대변되는 ‘리얼 아약시드.’에 대한 동경이 맘속 깊이 자리 잡은 선수였다.

그 동경은 소톰포겔스 텔스타의 유소년팀 출신으로서 에이모이덴에 아약시드 정신을 재현하고 싶다는 욕망으로 발전했다.

텔스타에서 성장한 선수가 텔스타의 주축이 되어야 한다!

안소니 꼬리아는 훈련 시간만 되면 그 소리를 떠들고 다녔다.

“사이비 아약시드 놈이 뭔 헛소리야! 주장은 별로 다치지도 않았잖아! 저기 편하게 누워 있는 거 안보여? 여기 김은 발목 잡고 뒹굴고 있잖아!?”

요한 루이스는 언제나 선을 넘는 걸 즐겼다.

주둥이에 한계가 없는 성격은 훈련장에서나 경기장에서나 문제가 되었다.

팀에 합류한지 고작 2주일만에 본인은 물론 김홍준까지 1군 팀에서 고립시킬 정도였으니 더 말이 필요할까.

‘아이고, 의미 없다.’

김홍준은 얼얼한 고통 속에서도 요한 루이스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이 이상 주둥이를 털어서 자신에게 피해가 오는 걸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감정이 격해진 요한 루이스는 그런 김홍준의 손길을 뿌리쳤다.

“아시아인은 몸이 허약하니까! 더 많은 보살핌을 받아야 해!”

변호를 한답시고 같은 팀 디스까지 서슴치 않는 요한 루이스의 모습을 보며 김홍준은 발목이 아닌 골을 붙잡았다.

“이 망아지 같은 놈이! 넌 위아래도 없냐!? 팀에서 누가 더 중요한 존재인지 구분 할 머리도 없어!?”

‘이 땅에 장유유서가 있었나?’

김홍준은 골을 붙잡고 꼬리아의 말에 추임새를 넣었다.

안소니 꼬리아와 요한 루이스가 말다툼을 하는 사이 그들 주변으로 선수들이 모여 들었다.

요한 루이스의 뒤로는 신임 감독을 따라 영입된 시드 마스렉과 미하일 로쉐어블이 섰고 안소니 꼬리아의 뒤로는 몇 년간 팀에서 뛰어온 고참들이 섰다.

서로 눈을 부라리며 목청을 높였다.

경기 중이었던 상대팀은 스톰포겔스 텔스타의 내분을 보며 키득키득 웃고 있었다.

원정 경기를 찾은 서포터들은 야유를 보내고 장내 아나운서는 알아듣지도 못 할 네덜란드어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분열된 팀의 중앙에 누워 김홍준은 차라리 기절을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여기 의식이 없습니다! 벡 보드 가져와요!”

선수들이 신경전을 벌이는 사이 스톰포겔스 텔스타의 주장인 프랑크 코어페슈크를 보고 있던 팀닥터가 소리 높여 외쳤다.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사람들의 시선이 모였다. 스톰포겔스 텔스타의 로컬 스타이자 주장인 프랑크 코어페슈크가 죽은 듯이 누워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프랑크 코어페슈크에게 향한 사이 김홍준은 발목을 어루만졌다.

고통이 가시고 발목은 정상적으로 움직였다.

김홍준은 뻘줌함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나 선수들의 시선이 향한 쪽을 쳐다봤다.

그곳에 김홍준 자신과 경기 중 충돌했던 선수가 시체처럼 누워 있었다.

호흡이 맞지 않아 벌어진 참사였다.

김홍준은 충돌 순간 우지끈 하는 소리가 들렸던 걸 떠올렸다.

“빨리 병원으로 옮겨야겠습니다. 숨을 안 쉬어요!”

팀닥터는 벡 보드에 프랑크 코어페슈크를 싣고 급히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서포터석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

모두가 침묵하고 있을 때, 요한 루이스가 입술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김이 저렇게 되지 않아 다행이야.”

일순 모두의 시선이 김홍준에게로 향했다.

김홍준은 골을 붙잡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저 놈을 도와주는게 아니었어.”



안소니 꼬리아는 프랑크 코어페슈크를 좋아했다.

그가 단순히 주장이어서만은 아니었다.

자신보다 세 살이 어렸지만 프랑크 코어페슈크는 선수로서 인간으로서 존경 할 만 한 가치가 있는 인물이었다.

유망주 시절부터 주목 받던 재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프랑크 코어페슈크는 에레디비지에 팀들의 구애를 뿌리치고 팀에 남았다.

부와 명성이 보이는 길을 뿌리치고 페인트칠이 벗겨져도 제대로 보수도 못하는 가난한 팀에서 뛰길 선택했다.

23살에 주장이 되어 위태위태한 팀을 다잡았고 서포터들의 지지를 끌어내기도 했다.

그는 실력만큼이나 커다란 애정을 가지고 스톰포겔스 텔스타를 대했다.

그래서 안소니 꼬리아는 ‘리얼 아약시드’의 재현을 꿈꾼 것이다.

프랑크 코어페슈크가 중심이 되어 ‘우리들’의 팀을 만든다.

그게 서른 살 선수로서 황혼기에 다다른 안소니 꼬리아의 꿈이었다.

병원 대기실에 앉아 안소니 꼬리아는 치미는 화를 억누르려 노력했다.

아약스 레전드 출신의 감독이 왔을 때, 안소니 꼬리아는 흥분했다.

꿈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워졌다 여겼다.

하지만 팀에 헌신한 나이든 선수들을 보내고 새로운 선수들을 영입하는 모습을 보자 안소니 꼬리아는 그 흥분을 접었다.

더군다나 새로운 선수들이라는 게 네덜란드에서도 악명 자자한 악마 같은 꼬맹이와 천둥벌거숭이 둘이라니. 그 셋 덕에 좋던 팀 분위기는 엉망이 되었다.

스톰포겔스 텔스타는 점점 안소니 꼬리아가 꿈꾸던 팀과 멀어져갔다.

그리고 그 셋과 친하게 지내던(?) 동양인 녀석이 프랑크 코어페슈크를 기절시키기 까지 했다.

안소니 꼬리아는 이 시점에 이르러 어떤 음모론까지 떠올리기 시작했다.

말도 안 되는 가정이었지만 안소니 꼬리아는 치미는 화를 진정시키려 그 가정에 집중해야 했다.

안소니 꼬리아가 대기실 벤치에 앉아 다리를 떨며 분노를 삭이고 있을 때, 의사가 나왔다.

“경과를 지켜봐야겠습니다만... 지금 당장 깨어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몸에 큰 이상이 있는 건 아니니. 기다려보죠.”

무미건조한 말을 남기고 의사가 떠났다.

안소니 꼬리아는 머릿속을 맴도는 의사의 말에 분을 삭였다.

그때, 화장실에서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손에 묻은 물기를 화장지로 닦으며 김홍준은 대기실로 걸어왔다.

그 모습을 본 순간 안소니 꼬리아의 눈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스톰포겔스 텔스타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는 순간이었다.


작가의말

  개인의 성공이 아니라 팀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쓰고자 합니다. (그렇다고 주인공이 성공 못 한다는 건 아닙니다. ㅎㅎ)

 즐겁게 쓰고 있는 글이니 즐겁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오류 및 오타 지적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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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4장 내 축구를 소개합니다. (1) +7 14.09.15 10,211 256 9쪽
11 3장 어디에나 항구는 있다. (5) +9 14.09.14 9,145 232 7쪽
10 3장 어디에나 항구는 있다. (4) +5 14.09.13 9,274 241 7쪽
9 3장 어디에나 항구는 있다. (3) +4 14.09.12 9,871 223 9쪽
8 3장 어디에나 항구는 있다. (2) +5 14.09.11 10,271 250 8쪽
7 3장 어디에나 항구는 있다. (1) +8 14.09.10 9,785 228 8쪽
6 2장 lul (4) +13 14.09.09 10,414 253 11쪽
5 2장 lul (3) +6 14.09.08 12,134 276 10쪽
4 2장 lul (2) +8 14.09.07 11,866 262 7쪽
3 2장 lul (1) +7 14.09.06 12,395 276 6쪽
2 1장 사연 +16 14.09.06 13,158 292 16쪽
1 서장 +11 14.09.06 13,815 297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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