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최지건
작품등록일 :
2014.07.20 23:57
최근연재일 :
2015.10.05 00:51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388,772
추천수 :
9,206
글자수 :
200,772

작성
14.09.27 19:06
조회
9,147
추천
211
글자
7쪽

6장 당신이 잠든 사이에 (2)

DUMMY

그 모습을 본 순간 안소니 꼬리아의 눈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스톰포겔스 텔스타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는 순간이었다.



에이모이덴 지역 신문에 실린 사진을 보며 김홍준은 고개를 저었다.

고성을 지르는 두 집단 사이에서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일어서는 동양인 남성이 묘한 구도로 찍혀 있었다.

어떻게 봐도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찍은 사진이었다.

-파벌의 원인은 무명의 아시아인 선수?-

사진 위로 쓰여 진 헤드라인을 보며 김홍준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기사만 보면 꼭 자신이 지금 벌어진 사단의 원인 같아 보이지 않나.

골이 썩는 기사 제목을 보다 김홍준은 신문을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렸다.

시선이 자연스럽게 훈련장으로 향했다.

사단은 벌어졌다.

김홍준으로서는 이유를 짐작하기 힘든 사단이었다.

휑한 훈련장을 보며 김홍준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프랑크 코어페슈크가 병원에 입원하고 이틀이 지났다. 그 동안 성실히 훈련에 임하던 팀내 고참들이 갑자기 부상을 호소하며 훈련에서 이탈한 지도 딱 그 정도가 흘렀다.

풍문으로 들리는 소문에는 정신병을 호소하며 골포스트 위로 올라가 춤을 춘 선수도 있다고 했다.

서포터들은 코어페슈크시크에 질환이라 명명하며 농담거리로 삼기까지 했다.

그들에게는 농담이었지만 김홍준에게는 농담으로 들리지 않았다.

농담 속에 칼이 있다고 서포터들 역시 지금 벌어진 현상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는 것이다.

선수들의 부상 러쉬는 프랑크 코어페슈크의 입원과 동시에 시작 되었고 그 갈등의 축에는 요한 루이스와 안소니 꼬리아가 있다.

그리고 그런 요한 루이스의 곁에는 언제나(?) 한 아시아인 선수가 붙어 있다.

김홍준 역시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인과관계에 관해서는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다만 왜 그게 이런 집단 부상쇼로 이어져야 하는지는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안소니 꼬리아 일당의 요구 역시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들은 집단 부상 상태에 이르러 감독과 면담을 했다. 많은 이들이 그들의 요구에 주목했다.

아직 연습생 신분에 다름없는 김홍준은 더더욱 마른침을 삼켜야 했다.

그들이 김홍준의 퇴출이라도 요구한다면 아무리 요한 루이스가 거머리처럼 붙어 다닌다 해도 얄짤 없이 팀에서 잘려 나갈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그들이 요구한 것은 2주간의 친선경기 불참이었다.

‘그때쯤이면 부상이 나을 것 같다고 했던가?’

김홍준은 풍문으로 들은 그들의 요구를 떠올리며 혀를 찼다.

예측을 벗어나는 행동과 요구였기에 김홍준은 다음을 예상 할 수 없었다.

때때로 그런게 사람의 마음을 더 흔들기도 한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김홍준은 남은 2개월의 입단 테스트 기간 동안 어떻게 살아남을지 고민했다.

김홍준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을 때, 훈련장 한쪽에서 요한 루이스가 손을 흔들었다.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모습이 마치 삼도천 건너에 서있는 저승사자처럼 보였다.

김홍준은 소름 돋는 상상을 털어내며 요한 루이스를 쳐다봤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몰랐지만 일단은 저 놈부터 어떻게 해야 한다.

삼도천에 발을 디디며 김홍준은 그렇게 생각했다.



안소니 꼬리아는 불만이 있다고 주먹을 흔드는 타입은 아니었다.

그건 저열한 방법이다.

그리고 가장 멍청한 방법이기도 했다.

평소 경멸해 마지않는 그런 부류들의 방식을 안소니 꼬리아가 쓸리는 없었다.

그 대신 안소니 꼬리아는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고자 더 고차원적인 방법을 찾았다.

그건 자신을 따르는 선수들에게나 구단에게나 상처를 주지 않고 원만한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었다.

그게 꾀병과 2주간의 친선경기 불참 선언이었다.

유유자적 화장실을 걸어 나오는 김홍준을 보고 눈에 불길이 치솟은 사람치고는 꽤나 이성적인 방법이었다.

안소니 꼬리아는 감독의 개인 사무실 소파에 앉아 알빈 반 브링크를 쳐다봤다.

큰 덩치에 부리부리한 눈, 강인해 보이는 턱이 인상적인 인물이었다.

커피를 들이키며 티 나지 않게 마른침을 삼킨 안소니 꼬리아는 최대한 불손해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알빈 반 브링크에게 시선을 향했다.

“참 곤란하게 하는군.”

불쑥 튀어나온 발언에 커피잔이 흔들렸다.

책상 의자에 앉아 있는 알빈 반 브링크는 고압적인 시선으로 안소니 꼬리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차피 부상 때문에 저희는 뛰지도 못합니다.”

“뭐? 코어페슈크시크에 병 때문에 말인가?”

안소니 꼬리아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방침을 철회 할 생각도 없었다.

알빈 반 브링크의 강렬한 눈빛을 슬금슬금 피하며 안소니 꼬리아는 말했다.

“요한 루이스는 지나쳤습니다. 자기 멋대로에요. 자신이 누구 덕에 경기장에서 빛날 수 있는지 알아야 될 때도 되었습니다.”

“그렇군. 코어페슈크시크에 병에 걸린 기회에 요한 루이스의 버릇 좀 고쳐 주겠다 이거구만?”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안소니 꼬리아는 할 말을 찾아 눈동자를 굴렸다.

“저희 의사는 이미 일전에 전했습니다. 비꼬시기만 할 거라면 이만 가도 괜찮겠습니까?”

안소니 꼬리아는 최대한 공손한 어조로 말했다.

팀을 바꾸고 싶은 거지 떠나고 싶은 게 아니다.

결정권자에게 항명 하는 사태까지 가고 싶지는 않았다.

“비꼬는 거 아닐세. 코어페슈크시크에 병이라.. 누가 아나? 백과사전을 뒤져보면 정말 그런 병이 있을지? 자네 요구는 잘 알겠네. 하지만 훈련에는 참가해야 하네. 시즌 개막까지 얼마 안 남았고 준비는 해야 하니까.”

“그럼 저희 의도가...”

전해지지 않을텐데요 라고 말하려던 안소니 꼬리아의 입을 알빈 반 브링크가 손을 들어 막았다.

“아니, 자네들은 정말 코어페슈크시크에 병을 앓고 있는 거네. 다만 그게 신체적 부상이 아닌 정신적인 병인거지. 공을 30분 이상 차면 눈알이 튀어나온다거나 뭐 그런 병 말일세.”

안소니 꼬리아는 일순 멍청한 표정이 되어 알빈 반 브링크를 쳐다봤다.

“그게 무슨 소리이신지?”

“상부상조 하자는 거네.”

알빈 반 브링크는 예의 이리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팀을 길들여야 할 시기가 되었거든.”

으스스한 알빈 반 브링크의 미소를 보며 안소니 꼬리아는 생각했다.

인생은 생각대로 안 되며 때때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걸.

인간의 감정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한 방향으로 향하는 것 같아도 그 와중에 끊임없이 자기 위치를 바꿔나간다.

안소니 꼬리아의 순수한 열정이 만들어냈던 난장은 어느새 알빈 반 브링크의 손에 쥐어져 다른 형태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예측 할 수 없는 상황은 더 예측 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그 상황 속에서 안소니 꼬리아가 할 수 있는 일은 커피잔을 들고 눈알을 굴리는 것뿐이었다.


작가의말

 오류 및 오타 지적 환영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바퀴벌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5 6장 당신이 잠든 사이에 (4) +6 14.09.30 8,612 204 8쪽
24 6장 당신이 잠든 사이에 (3) +7 14.09.29 8,425 202 7쪽
» 6장 당신이 잠든 사이에 (2) +8 14.09.27 9,148 211 7쪽
22 6장 당신이 잠든 사이에 (1) +14 14.09.26 8,753 237 8쪽
21 5장 장유유서는 없다. (6) +12 14.09.25 8,941 228 8쪽
20 5장 장유유서는 없다. (5) +22 14.09.24 9,738 235 8쪽
19 5장 장유유서는 없다. (4) +10 14.09.23 9,914 218 7쪽
18 5장 장유유서는 없다. (3) +10 14.09.22 9,807 248 10쪽
17 5장 장유유서는 없다. (2) +6 14.09.20 8,983 208 8쪽
16 5장 장유유서는 없다. (1) +6 14.09.19 11,622 290 7쪽
15 4장 내 축구를 소개합니다. (4) +7 14.09.18 11,475 308 11쪽
14 4장 내 축구를 소개합니다. (3) +5 14.09.17 10,131 260 9쪽
13 4장 내 축구를 소개합니다. (2) +5 14.09.16 10,169 260 9쪽
12 4장 내 축구를 소개합니다. (1) +7 14.09.15 10,211 256 9쪽
11 3장 어디에나 항구는 있다. (5) +9 14.09.14 9,146 232 7쪽
10 3장 어디에나 항구는 있다. (4) +5 14.09.13 9,275 241 7쪽
9 3장 어디에나 항구는 있다. (3) +4 14.09.12 9,872 223 9쪽
8 3장 어디에나 항구는 있다. (2) +5 14.09.11 10,271 250 8쪽
7 3장 어디에나 항구는 있다. (1) +8 14.09.10 9,785 228 8쪽
6 2장 lul (4) +13 14.09.09 10,414 253 11쪽
5 2장 lul (3) +6 14.09.08 12,134 276 10쪽
4 2장 lul (2) +8 14.09.07 11,867 262 7쪽
3 2장 lul (1) +7 14.09.06 12,396 276 6쪽
2 1장 사연 +16 14.09.06 13,158 292 16쪽
1 서장 +11 14.09.06 13,816 297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