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이등병의 1차 대전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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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rhks404
작품등록일 :
2020.11.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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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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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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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죽음 앞에 짐승

DUMMY

한스가 루이스에게 소리쳤다.


“어짜피 포신이 망가진 전차다! 위협이 되지 못한다!”


그리고 손짓을 하며 외쳤다.


“빨리 전진! 전진해!”


슈톰트루퍼를 지원하려면 서둘러 가야 했기에 한스의 마음이 몹시 급해졌다. 한스의 티거는 포신이 망가진 스테판의 르노 전차를 무시하고 앞으로 전진했다.


프랑스 병사 스테판은 아버지, 할아버지가 대대로 군인이었던 집안에서 자라났다. 조종 실력이 좋기도 했지만, 이전 전투 경험이 없었음에도 르노 전차의 조종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스테판의 집안 덕택이었다. 하지만 같은 학교 아이들은 스테판의 집안이 좋던 말던, 스테판을 두들겨패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서 늘 쭈그러들어 있었고, 체격도 왜소했기 때문이다.


스테판은 엉엉 울면서 어머니에게 그 이야기를 하고는 엄마를 바라보았다. 스테판은 조만간 엄마가 자신을 안아주고 따뜻하게 위로를 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스테판의 어머니는 차갑게 아들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아버지가 장교인데 학교에서 얻어 맞기나 하다니! 부끄러운 줄 알려무나! 아버지에게는 그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다!”


그 다음 날 스테판은 여느 때처럼 자신을 괴롭히려는 덩치가 큰 얼간이한테 의자를 집어 던졌다. 그 얼간이는 스테판의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를 보고는 다시는 스테판을 건드리지 않았다. 그 이후 스테판은 친구는 없었지만 비교적 편안하게 학교를 다녔다.


그리고 스테판은 전차병이 되었다. 스테판은, 자신이 르노 전차를 이끌고 무인지대를 뚫고 지나가 전투를 승리로 이끌면, 그 차갑던 부모님도 자신을 인정해주리라고 생각했다.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대단한 군인이셨어! 나도 그 피를 이어 받아서 영웅이 될 수 있을 거야!’


프랑스 전차병 조종수들은 훈련병 시절에, 포탑이 없는 연습용 르노 전차의 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로 평평한 땅 위에서 주행을 연습했다. 스테판도 생각보다 전차 조종이 너무나 쉬웠기에, 자신이 전차 운전에 특별한 재능이 있다고 착각했다.


또한 르노 전차를 만든 기술자는 훈련병들에게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했다.


“영국놈들 전차는 일산화탄소와 열기 때문에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다네. 하지만 내 르노 전차는 엔진도 뒤에 빼두었고, 공기를 냉각시켜 엔진을 식히고 열기는 배출한다네. 자네들은 세계에서 가장 쾌적한 전차를 조종할걸세.”


그러나 실전에서 스테판은, 훈련 때 조종하던 것 보다 더 무거운 전차를, 여기 저기 포탄 구덩이가 파인 무인 지대에서 운전해야 했다. 평평한 땅에서 잘만 달리던 르노 전차가, 조금이라도 높은 곳으로 전진할 때는 이 정도로 속도가 느려지는지, 스테판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또한 전차를 고지대로 전진하다보면 지나치게 속도가 느려져서 아주 좋은 표적이 될 뿐더러, 저지대로 가다보면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려서 전차가 뒤집어지지 않을까 조마조마해야 했다.


스테판은 전차를 타고 첫 전투를 나갈 날을 손꼽아 기다려왔고, 자신이 영웅이 될 지도 모른다는 망상에 젖어 있었다.


‘첫 전투 때 훈장을 받으면 어쩌지? 너무 빨리 진급하면?’


스테판은 다른 보병이나 공군, 해군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기관총은 전차의 장갑을 뚫을 수 없지. 이 자랑스러운 르노 전차 안에서 나는 무적이 될거야!’


하지만 현실은 잔혹했다. 영국군의 전차를 노획한 저 뻔뻔한 독일놈들한테, 동료들의 르노 전차가 모두 격파된 것은 물론이고, 전차장도 즉사했다. 갑자기 튀어나온 독일 보병한테 주포가 고장났다. 사방에서는 포탄 소리와 기관총 소리만 들렸다. 방향을 분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체구가 작은 스테판에게조차 르노 전차는 빌어먹게도 크기가 작았다. 스테판 뒤에 있는 전차장은 스테판의 등과 어깨를 툭툭 발로 치면서 명령을 내리곤 했다. 하지만 포탄 파편을 맞고 죽은 전차장은 더 이상 스테판에게 명령을 내리지 못한다. 스테판이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악!!!”


스테판이 관측구로 바깥을 살펴보았다. 독일놈들의 전차와 보병들이 달려가고 있는 것을 보니, 저 쪽 방향이 아군의 참호인 것 같다.


‘이대로..끝이야?’


스테판의 르노 전차 근처에 포탄이 떨어졌다.


쿠과광!!


순간적으로 스테판의 고막이 손상되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무인지대 여기저기 포탄이 떨어졌고 그 때마다 흙먼지가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그 때, 한스의 마크 전차의 전차병들은 기관총의 위치를 발견했다. 프랑스 놈들의 기관총은 쉬지않고 불꽃을 내뿜고 있었다. 슈톰트루퍼들은 기관총 때문에 참호 구덩이에서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드드드득 드드드득


한스가 발로 헤이든의 등을 툭치면서 외쳤다.


“정지!!!”


마크 전차가 정지했다. 그리고 한스가 스페너로 전차를 캉캉치며 외쳤다.


“2시 방향! 기관총 쪽으로 발사!!”


우측 포를 담당하는 벤이 능숙하게 포를 장전했다.


“장전!!”


“발사!!!”


퍼엉!


쉬이익 쿠과광!!!


벤이 발사한 포는 정확히 프랑스군의 기관총을 박살냈다. 벤이 외쳤다.


“해냈어!!”


프랑스 놈들의 기관총이 박살나자, 슈톰트루퍼들이 포탄 구덩이에서 나와서 수류탄, 화염방사기, 기관단총을 들고 돌격하기 시작했다. 한스가 외쳤다.


“전진!! 다시 전진한다!!”


그 때 벤은 관측구로 포신이 망가진 르노 전차가 바그너 상병의 3호 전차로 돌진하는 것을 목격했다.


“저 자식 저거 포신도 망가졌는데 뭐 하는 거냐?”


그 때 한스는 10시 방향에 또 다른 기관총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저 기관총만 박살내면 된다!’


“루이스!! 10시 방향 포 발사!!!”


마크 전차의 좌측 포를 담당하는 루이스가 10시 방향으로 포를 발사했다.


퍼엉!


쉬이익 쿠과광!!!


주변에 흙과 파편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기관총은 모래 주머니로 치밀하게 엄폐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격파에 성공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좌측 포를 담당하는 루이스는 포수 출신의 벤보다는 실력이 다소 떨어졌기에 한스는 다시 루이스에게 명령했다.


“다시 발사!!!발사!!! 기다리지 말고 쏴!!!”


루이스가 다시 포를 장전했다.


“장전!!!발사!!!”


그 때 벤이 아연실색이 된 표정으로 한스에게 뭐라고 소리쳤다. 한스가 외쳤다.


“뭐라고?”


벤이 계속해서 자신의 관측창을 가리켰다. 루이스는 다시 포를 발사했다.


퍼엉!


포가 발사되는 소리 때문에 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한스는 불길한 예감에 해치를 열고 잠망경을 위로 내밀었다.


‘뭐야 별거 없는데?’


한스는 잠망경을 돌려보다가 포신이 망가진 르노 전차가 바그너 상병의 3호 전차쪽으로 바짝 붙는 것을 발견했다. 두 전차간의 거리는 고작 10m 였다.


루이스가 외쳤다.


“기관총 격파!!”


우측 포를 담당하는 벤이 르노 전차를 겨냥한채로 한스에게 물었다.


“발사할까요!!!”


하지만 아무리 벤이 정확히 발사한다고 할지라도 지금 거리에서는 르노 전차를 격파하면, 바그너 상병의 3호 전차에게까지 피해가 갈 수 있었다. 한스가 초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차피 포신이 망가졌으니 별 수 없을 거야!”


바그너 상병의 3호 전차는 교전 참호를 막아선 상태로 보병들을 위해 포를 지원하는 중대한 임무를 하고 있었다. 한스가 외쳤다.


“젠장!! 안돼!!!”


르노 전차는 자신보다 훨씬 커다란 마크 전차에 쾅하고 부딪쳤다. 그리고 부딪친 상태로 계속해서 무한궤도를 회전시켰다. 바그너 상병이 해치 밖으로 잠망경을 내미는 것이 보였다. 바그너 상병은 여태까지 르노 전차가 마크 전차 뒤에서 접근하는 것도 몰랐던 것 이다.


조종수 헤이든이 한스에게 외쳤다.


“어떻게 합니까!!!”


한스는 머리 속으로 불현듯 생각이 들었다.


‘보통 전차 안에는 수류탄이 있지···’


한스가 헤이든의 등에 발을 올려놓고 외쳤다.


“빨리 전진!!”


한스는 권총을 꺼내들었다. 방법은 하나 뿐이었다. 직접 르노 전차의 해치를 열고 그 안에 권총을 쏴야 한다. 하지만 한스는 여태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공포를 느꼈다. 한스는 권총을 든 자신의 손이 파들파들 떨리는 것을 눈으로 보았다. 손만 떨리는 것이 아니었다. 어깨에까지 근육경련이 오고 있었다.


‘르노 전차의 뚜껑을 열고 내가 총을 쏘면 된다!’


한스는 다짐했다. 하지만 어깨가 쇳덩이처럼 굳어져 버린 것 같았다.


‘별거 아니야. 여태 여러 번 해봤어.’


헤이든, 에밋, 거너는 한스의 명령대로 티거를 바그너 상병의 3호 전차 곁으로 운전하고 있었다. 르노 전차는 잠시 뒤로 갔다가 다시 바그너 상병의 3호 전차를 뒤에서 바짝 밀기 시작했다.


‘정신 나간 놈이군···’


저 르노 전차의 조종수는 아직 어떻게 해야 바그너 상병의 3호 전차를 파괴할 수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냥 무작정 포신이 망가진 전차를 가지고 분노를 표할 뿐이었다. 놈은 다행히도 수류탄을 써서 자폭하는 방법을 아직 모르고 있었다.


피셔 하사가 잠시 돌격을 멈추고 프랑스 르노 전차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스가 외쳤다.


“빨리! 빨리 전진해!!”


어느덧 한스의 마크 전차는 르노 전차로부터 거리 20m 쯤 되는 지점까지 도달했다. 한스는 외쳤다.


“정지해!”


한스는 권총을 들고 해치를 천천히 열었다. 그 때, 르노 전차의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수류탄을 든 스테판이 뛰쳐나오는 것을 목격했다.


“안돼!!!”


순간, 근처 포탄 구덩이에서 대기하고 있던 피셔 하사가 재빨리 뛰쳐나와 권총으로 스테판의 머리를 쏘았다.


타앙! 타앙!! 탕!!


스테판의 손에서 아직 안전핀을 뽑지 않은 파인애플 수류탄이 굴러 떨어졌다. 피셔 하사는 재빨리 참호 안으로 뛰어 들어가서 동료들에게 합류했다. 한스의 머리 위로 포탄 파편이 스쳐갔다.


쉬이익


한스는 재빨리 해치를 닫았다. 그리고 헤이든에게 외쳤다.


“전진해!!교전참호를 넘어 가서 지원참호에서 보병을 지원한다!!”


‘이 전투는 이긴거나 다름없어. 내가 여태까지 몇 대의 전차와 기관총을 격파했는데!’


어느덧 한스의 마크 전차는 교전참호에 다다랐다. 전차로 참호를 넘어가는 것은 언제나 아슬아슬한 일이었다. 한스가 말했다.


“건널 수 있다! 전진해! 지난 번에도 우린 잘 해냈어!”


그 때, 피셔 하사가 한스에게 달려오며 무언가로 외치고 있었다.


“뭐...뭐라고 하는 거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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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99 증오하는자
    작성일
    20.12.23 11:45
    No. 1

    정말 저 당시 교육은... 한스도 그렇고 스테판도 그렇고 모두 피해자죠 ㅜㅜ 전쟁 뿐만 아니라 잔혹한 시대죠. 스테판 모친도 아들 전사 소식에 슬퍼하겠죠? 근데 한스 아버지는 뭘할려나? 애국자인척하면서 징집 피하면서 살려나? 가능성 없으나 공적으로 한스가 신문에 나온다면 아주 좋아라 하겠네요! 그나저나 엄청나게 PTSD 걸릴텐데.... 저 시대에 인정 못받는 PTSD...... ㅜㅜ

    찬성: 3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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