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전차전
한스는 티거 위로 머리를 내밀고 프란츠가 보내는 신호에 맞춰서 천천히 앞으로 전진하였다.
“1단으로! 전진!”
프란츠는 손전등으로 여기저기 둘러보고 땅을 막대기로 꾹꾹 눌러보면서 전차가 지나가기 적합한 지형인지 확인하면서 티거를 유인했고, 나머지 전차들은 티거를 졸졸 따라갔다. 그 때, 프란츠가 돌에 걸려 넘어졌다.
쿵!
“으악!!”
해치 위로 상체를 내민 한스는 프란츠가 보이지 않았기에 티거는 계속 앞으로 전진했다. 프란츠는 3m 앞에서 온갖 이물질이 잔뜩 끼어있고, 수많은 적군을 밟아왔던 티거의 육중한 궤도가 자신을 향해 서서히 다가오는 것을 발견했다.
끼기긱 끼기기긱
“으아악!!아악!!”
프란츠는 자리에서 재빨리 일어나 허겁지겁 앞으로 달려갔다.
“젠장!!이러다 깔려 죽겠습니다!!”
한스는 엔진 소리 때문에 프란츠가 뭐라고 말하는지 달리지 않았다.
“뭐라고? 안 들려!!”
그렇게 천천히 나아가던 한스의 전차 중대는 L자로 꺾인 길의 바깥쪽 모서리에 수풀 속에 매복했다. 엔진을 끄고 남은 연료량을 확인한 전차병들이 속으로 생각했다.
‘여기까지 오는데도 기름 꽤 먹었네..’
‘설마 놈들이 여길 지나갈까?’
영국군의 전차 부대의 맨 뒤에 있는 차량까지 한스의 전차 중대의 사격권 안에 놓이면 신호탄과 함께 모두 다같이 포를 발사하라고 한스가 명령을 내려 놓았다. 그리고 이따가 적 전차부대에 밀리면 후퇴하는 경로와 집결 지점까지 미리 정해두었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반대편에 대전차 지뢰를 매설해뒀으면 좋았을텐데..’
겁이 많은 2소대장 슈테켄 소위는 이번 작전에 벌벌 떨기 시작했다.
‘보병, 포병 도움도 없이..이건 무리한 작전이다···’
‘설마 토미놈들도 지금과 같은 밤에 공격하진 않을 거다..’
몇 전차병들은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푸마의 바그너가 전차병들의 머리를 툭툭 치며 속삭였다.
“이봐! 졸지마!”
프란츠는 오줌이 마렵기 시작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해치를 열고 밖으로 나가 수풀 속에 오줌을 싸기 시작했다.
쉬이이
그 때 프란츠는 풀숲 사이로 작은 불빛이 여기저기서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다.
‘저..저건!!’
한스의 예상이 맞았던 것 이다. 영국군의 전차부대가 이 쪽으로 천천히 오고 있었다.
‘어..어두워서 어느 정도인지 안 보여!’
프란츠는 잽싸게 티거 안으로 들어가서 한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티거의 전차병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한스가 말했다.
“다른 전차들에도 이를 알리고 오게! 그리고 자전거병한테도 이 사실을 전달하라고 해!”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오토바이가 아닌 자전거를 받아서 다행이군..놈들에게 들키지 않고 갈 수 있겠어!’
프란츠는 잽싸게 이번에 새로 뽑힌 자전거병이 있는 마크 V 전차 야르트 안으로 들어가서 이를 알리고 자전거병 레어한테 알렸다.
“이를 빨리 전달하고 오게!”
레어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프란츠에게 말했다.
“나 말고 뵈트허한테 시키는 것은 어때?”
프란츠가 외쳤다.
“지금은 도망가는 것이 더 안전할 거야! 빨리 가!!”
뵈트허는 작은 손전등만 들고 잽싸게 자전거를 타고 밤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레어는 마을에서 자전거를 제일 잘 탔지만 손전등도 비추지 못하는 밤에, 그것도 도로로 만들어지지 않은 곳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은 미친 짓 이었다. 레어가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달려갔다.
‘으아악!!아아악!!’
울퉁불퉁한 돌에 자전거가 위로 들썩거렸다. 하지만 레어는 빨리 이 소식을 전달하기 위해 빠른 속도로 질주했다.
한편 영국군의 전차 부대가 이 쪽으로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전차병들은 식은 땀을 흘리며 놈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놈들의 병력은 어느 정도일까?’
엔진이 꺼진 전차의 내부는 꽤나 조용했다. 전차병들은 작은 관측창으로 바깥을 살폈지만 시커먼 어둠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프란츠가 잘못 본 것 아냐?’
‘그냥 녀석들 정찰병이 왔다 간 것 일수도 있잖아! 놈들도 설마 전차 부대를 이끌고 지금 왔겠어?’
그 때 전차병들은 미세한 진동을 느낄 수 있었다.
끼기긱 끼기기긱
부릉부릉
오토바이 부대가 전차 속도에 맞춰 천천히 앞으로 전진하는 소리, 그리고 땅을 통해 느껴지는 적 전차의 진동을 통해 중대원들은 영국놈들의 전차 부대가 생각보다 막강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며..몇 대나 온 거지? 젠장! 우리가 먼저 들키면!’
관측창으로 바깥을 살펴보던 헤이든은 놈들의 손전등 불빛을 보고 반사적으로 관측창에서 얼굴을 숙였다. 영국군들의 오토바이 부대는 앞으로 천천히 전진하며 손전등으로 구석구석을 살피고 있었다. 프란츠는 자신도 모르게 바지에 오줌을 지렸다.
‘제..젠장! 아까 엄폐 대충 했는데!’
아까 매복할 때 전차병들은 나뭇가지로 전차를 감추는 작업을 귀찮아서 대충 하다만 것 이었다. 만약 놈들한테 먼저 발견되면 끝이었다. 포수 벤이 속으로 생각했다.
‘들키면 우리 쪽에서 먼저 쏴야 한다! 놈들의 포가 더 강해!’
프란츠도 기관총을 붙들고 벌벌 떨고 있었다.
‘오..오토바이 부대는 내가 해치워야 하는 건가? 우릴 발견하면 놈들은 분명 수류탄을 던질 거야! 나 사격 잘 못하는데..’
하지만 한스는 아직 사격하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놈들의 마지막 차량까지 사격권 안에 들어왔을 때 한 번에 포를 쏴야 한다..’
각 전차들의 포수들은 빨리 포를 쏘고 싶어 안달이 났다.
‘으아아!!놈들이 우릴 먼저 발견할 거야!!’
‘이건 미친 짓이야!!뒤지기 싫으면 빨리 쏴야 한다!!’
끼기긱 끼기기긱
앞으로 천천히 전진하는 마크 V의 포신은 측면을 향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영국군은 독일군을 발견하는 즉시 측면 포로 독일군의 부실한 노획 마크 IV와 A7V를 박살낼 수 있었다. 벤은 뚫어지게 관측창을 바라보았다. 오토바이 부대가 맨 먼저 앞에 가더니 마크 V가 그 뒤를 따라갔다.
‘도대체 몇 대야..’
영어로 영국군이 떠들어대는 소리가 났다.
“잘 살펴봐!”
“놈들 정찰대가 있을 수 있다!”
“보슈놈들 보이면 즉시 쏴버려!!선 조치 후 보고해라!!”
몇 번인가 영국군의 손전등의 빛이 한스가 보고 있는 관측창 사이로 들어왔다. 그 때마다 한스는 공포에 겁에 질려있는 동료들의 얼굴을 언뜻 볼 수 있었다. 거너는 속으로 한스를 원망했다.
‘왜 하필 우리가 여기에 매복을!!중대장 때문에 우린 여기서 다 뒤질 거야!!’
전차병들의 이마에는 식은 땀이 흘렀다. 손전등이 일부러 이 쪽을 자꾸 비추는 것 같기도 했다.
끼기긱 끼기기긱
부릉부릉
저벅저벅
전차가 앞으로 전진하는 소리, 오토바이 소리, 군화 소리는 계속해서 들렸다. 뭔가 영어로 쑥덕대는 것도 같았다. 한스는 왼손으로는 상부 해치 손잡이, 오른손으로는 조명탄을 손에 들고 있었다.
‘발각되면 즉시 놈들에게 사격을 시작해야 한다..’
그 때, 한 영국 보병이 잠시 멈추더니 풀숲을 향해 오줌을 싸기 시작했다.
솨아아~
보병은 만족스럽게 오줌을 싼 이후에 담배를 입에 물고는 불을 켰다.
치익!
그 때 보병의 눈에는 얼핏 이상한 것이 보였다.
“저..저게 뭐지?”
보병은 담배를 물고 풀숲 속으로 좀 더 다가갔다. 순간, 해치가 열리는 소리와 함께 하늘에 붉은 조명탄이 쏘아 올려졌다.
퍼엉! 쉬이잇
시뻘건 조명탄이 하늘을 수놓으며 태양이 낙하하듯이 아주 천천히 떨어졌다.
“매복이다!!”
“매복이야!!”
영국 전차병들은 즉시 공격을 준비했지만 미리 장전을 하고 조준하고 있던 한스 전차부대의 포수들이 더 빨랐다.
펑! 슈웃 쿠과광!!콰광!!
L자 모양으로 된 길을 지나가고 있던 영국군의 전차, 오토바이, 장갑차가 포탄을 맞고 불타올랐다. 어찌나 폭발이 셌던지 그 반동과 충격이 한스의 전차부대 전차병들에게까지 느껴졌다. 그리고 영국군의 전차가 2차 폭발을 시작했다.
쿠광!!콰과광!!
육중한 마크 V전차와 롤스로이스 장갑차가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산산조각나며 사방팔방 폭발했다. 전차와 장갑차의 금속 파편이 날라가며 티거의 장갑을 때렸다.
캉!!
“으아악!!”
영국 전차, 장갑차의 파편은 푸마, 야르트, 브룸베어 등 독일 전차들의 장갑을 때리며 흠집을 냈다. 프란츠는 관측창으로 시뻘건 불꽃이 하늘로 솟아오르는 것을 발견하고 미친듯이 기관총을 긁었다.
“으아악!! 아아악!!”
드득 드드드득
영국 오토바이병의 뒷목에 기관총 총알이 박혔고 주인 잃은 오토바이는 나무에 거세게 부딪쳤다.
쿠광!!콰광!!
오토바이가 뒤집히며 시체가 하늘로 튀어 올랐다. 팔다리가 이리저리 균형을 잡지 못하고 허우적대는 것이 줄에 매달린 인형 같았다. 시뻘건 불길과 시꺼먼 연기 그 속에서 이리저리 휘날리는 먼지, 사방팔방 튀어오르는 금속 파편과 시체 조각, 철모 등이 마치 지옥을 연상시켰다. 불길은 근처에 있던 풀로 옮겨 붙기 시작했다. 한스가 일단 매복한 곳에서 후퇴하라는 뜻에서 초록색 조명탄을 쏘아 올렸다.
타앙!
한스가 중얼거렸다.
“젠장..”
새까맣게 어둠으로 덮여있던 곳이 조명탄과 이글거리며 사방을 휘감는 불길에 의해 어느 정도 밝아졌다. 한스는 그때서야 얼마나 영국의 전차부대가 강력하게 무장했는지 알 수 있었다. 동료 전차들을 잃고 분노 속에서 이 쪽을 향해 측면 포를 돌리는 나머지 마크 V들이 보였다. 한스가 벤에게 외쳤다.
“10시 방향! 적 전차!!거리 30m!!”
“조준 완료!!”
프란츠는 허겁지겁 철갑탄을 장전했다.
“우와와 장전 완료!!”
“빨리!!빨리!!”
쉬이잇 쿠광!!콰광!!
영국 전차의 포를 맞고 티거의 한 쪽 궤도가 툭, 끊어졌다. 단지 궤도가 끊어졌을 뿐이지만 전차병들은 엄청난 충격을 느꼈다. 에밋은 순간적으로 몸이 휩쓸리며 전차 장갑에 쿵, 머리를 박았다. 전차병들은 머리 위로 페인트 가루를 뒤집어쓰고 비명을 질렀다.
“아악!!으아악!!”
벤이 외쳤다.
“발사!!”
퍼엉! 쉬잇 쿠광!!콰광!!
한스가 외쳤다.
“계속 쏴!!계속 쏴!!”
프란츠도 허겁지겁 철갑탄을 장전했다. 한스는 관측창으로 정면을 바라보았다. 이미 영국 마크 V 전차 안에서 전차병들이 탈출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남아 있는 영국 전차들은 많이 있었다. 프란츠가 속으로 생각했다.
‘이러다 죽겠구나!’
그 순간, 앞에 포탄이 떨어졌다.
쉬잇 쿠과광!!콰광!!
이것은 독일 포병이 지원사격을 위해 발사한 포였다. 한스가 다시 초록색 조명탄을 쏘아올리며 외쳤다.
“후퇴!!후퇴한다!!”
쉬잇 콰광!! 쿠과광!!
다시 떨어진 포탄은 이미 박살나있던 롤스로이스 장갑차의 파편을 사방 50m 넘어서까지 튀게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해치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간 얼굴과 머리 사방에 파편이 박힌 채 죽을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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