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공기를 찢어발기는 프로펠러 소리가 슈타이너와 레온의 머리 바로 위를 스쳐 지나갔다.
위이잉 위이이잉
쿠과광!!콰광!!
조금만 늦게 고개를 숙였다면 프로펠러의 얼굴이 분쇄되었을 것이 분명했다. 레온은 똥오줌을 지린 채로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악!!”
슈타이너가 외쳤다.
“폭발한다!! 도망가!!”
슈타이너와 레온은 지그재그 형 참호를 있는 힘껏 달렸다. 레온이 외쳤다.
“폭발 안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기관총 가지러 가야 하는 것 아닙..”
쿠과광!!콰광!!
기관총 호 뒤에 쳐박힌 솝위드 카멜기가 폭발하며 시꺼먼 연기가 하늘로 솟아 올랐다. 슈타이너의 기관총도 완전히 박살이 났다.
한스는 후면 관측창으로 솝위드 카멜기 한 대가 추락한 것을 보았다.
‘솝위드 카멜기가 혼자 왔을 리 없다..중대가 밀집 대형으로 전진하다가 소형 폭탄 하나라도 떨어지면..’
“프란츠!! 산개하라고 신호 보내!!”
오줌을 지린 프란츠가 전차 내에서 신호기의 색상을 조작해서 산개하라고 신호를 보냈다. 프란츠는 관측 창으로 다른 전차들을 보았다.
‘알아들었겠지? 제발..’
만약 다른 전차들이 신호기를 못 보고 계속해서 밀집대형으로 간다면 프란츠가 직접 가서 이 내용을 전달해야 했다. 천만 다행히도 전차장들이 이 신호를 보았고 각 전차들은 멀찍이 산개하기 시작했다.
한편 영국군의 전차부대도 서로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며 전진했다. 하워드 대위가 출격 전에 자신의 중대원들에게 이야기했다.
“보슈 놈들의 전차 부대는 우리보다 수가 적다! 침착하게 한 대 씩 격파하면 된다!”
이 시각 한스는 상부 해치 위로 상체를 내밀고 있다가 티거 앞 20m 정도에 지름 6m, 깊이만 2m 넘는 거대한 포탄구덩이가 파인 것을 목격했다. 한스는 잽싸게 티거 안으로 들어간 후 헤이든의 왼쪽 어깨에 발을 올려놓으며 외쳤다.
“좌로 선회!! 좌로 선회!! 앞에 포탄구덩이!!”
그리고 한스는 프란츠에게 외쳤다.
“포탄구덩이 조심하라고 신호기 변경!!”
‘A7V 녀석들이 잘 피해가야 할 텐데..’
영국군의 중포탄이 형성한 거대한 포탄구덩이들은 마크 전차보다는 A7V에게 더 치명적이었던 것이, A7V는 무게중심이 위쪽에 있었기 때문에 옆으로 전복될 가능성도 높았다. 한스의 티거는 좌측으로 선회하면서 2개 분대는 족히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거대한 구덩이를 우회해서 전진했다.
한스는 해치 위로 상체를 내밀고 쌍안경으로 전방을 살펴보았다. 영국군 포병들이 뿌려준 거대한 연막 장막이 나타났다. 독일군은 손에 식은 땀을 흘리며 이 연막이 만들어낸 거대한 커튼을 바라보았다.
‘젠장! 포병 놈들 왜 우리 쪽에 연막을 안 뿌려주는 거야! 연막 뿌려서 수라도 많아 보여야 하는데!’
곧이어 영국군의 전차 중대가 연막 속에서 나타났다. 독일 전차 중대의 몇 조종수는 연막 속에서 다가오는 전차 중대를 보고 바지에 오줌을 지렸다.
“으아악!!다 죽을 거야!!”
한스가 헤이든에게 외쳤다.
“좌로 선회!!”
끼기긱 끼기기긱
한스는 좌측 포수 벤에게 외쳤다.
“목표 발견! 11시 방향! 적 전차거리 300!”
한스는 다른 곳에도 적 전차가 있는지 살펴보러 쌍안경을 들고 상부 해치 위로 머리를 내밀었다. 그 순간, 거대한 탄환이 한스의 머리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쉬이잇!
“아아악!!”
한스는 티거 상부 장갑 위에 쌍안경을 떨어트린 채로 잽싸게 티거 속으로 들어가서 해치를 닫았다.
“저격수다!!젠장!!”
프란츠가 외쳤다.
“철갑탄 장전 완료!!”
벤이 연막 속을 조준한 상태로 외쳤다.
“발사!!”
퍼엉!
한스가 외쳤다.
“계속 쏴!! 계속 발사!!”
한스는 다시 해치 위로 머리를 내밀지도 못하고 궤도로 절반쯤 가려진 관측창을 보며 상황을 파악하려고 애를 썼다.
‘탄약을 아껴야 하는데..’
“발사!!”
퍼엉!
그 때 기관총이 티거의 전면 장갑을 때렸다.
탕! 탕! 탕!
마치 폭우나 우박이 쏟아지는 것 같이 엄청난 소리가 났다.
“저 시발놈들!!”
한편 독일 포병들은 영국 전차 중대가 있는 쪽을 향해서 시한 포탄을 발사했다.
쉬잇 슈웃
근데 문제는 독일 포병들이 발사한 시한 포탄들은 전부 한참 높은 상공에서 폭발했다.
퍼엉! 펑! 퍼엉!
영국 전차 중대는 전혀 피해를 입지 않고 계속 독일군의 전차 중대를 향해 전진해왔다. 또한 영국 포병은 현재 독일군 전차 중대가 있는 곳을 향해 시한 포탄을 퍼부었다. 영국군 포병대가 발사한 시한 포탄은 적당한 높이에서 폭발했다.
쿠광!!콰과광!!
“으악!!아아아악!!”
푸마의 포수의 얼굴에 전차 내부 파편이 박혀서 순식간에 피로 뒤덮혔다. 바그너가 외쳤다.
“전진!! 계속 전진한다!!”
푸마 뿐 아니라 레오파드도 내부 볼트가 빠져서 이리저리 내부에서 튕기다가 한 전차병의 이빨을 부셨다.
“아악!!아악!!”
한스가 프란츠에게 외쳤다.
“계속 전진하라고 신호 보내!!”
한편 에밋과 거너가 담당한 탄약 수송차는 비교적 전차 중대의 뒤쪽에서 앞으로 전진하고 있었다.
‘제..젠장!! 시한 포탄이 우리 머리 위에서 폭발하면!’
거너가 외쳤다.
“우측!!우측으로 가!! 방금 저기서 포탄 터졌으니까 또 저기서 안 터질 거야!!”
한편 독일군 포병들은 여태까지 자신들이 잘못 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챘다.
“젠장!! 잘못 쏘고 있었어!!”
“빨리 돌려!! 빨리!!”
슐츠 중대의 저격수 맥스는 허리를 숙인 채로 청음 참호 쪽으로 달려갔다. 기관총 사수와 부사수가 엉금엉금 기어오고 있었다.
쉬이잇 쿠광!! 슈웃 콰광!!
포탄이 폭발할 때마다 기관총 사수들과 맥스에게는 흙덩이가 우수수 떨어졌다. 청음 참호에 도착해보니, 포탄에 망가진 기관총 한 정과 탄약 상자가 놓여 있었다. 상태를 보니 한 발도 안 쏘고 사수와 부사수가 같이 튄 것이 분명했다. 맥스는 잽싸게 자신의 저격총을 설치하고 연막으로 자욱한 적진을 바라보았다.
이 때, 영국 저격수 버나드는 마크 전차를 뒤따라가다가 적당한 포탄 구덩이 안에 자리를 잡았다.
‘여기가 좋겠군..’
앞서가던 마크 전차들이 하도 먼지를 많이 내뿜어서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적진을 향해 저격을 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앞서 가던 한 마크 전차 속에서 영국의 디킨스 소위가 해치 위로 머리를 내밀고 주변을 살펴보고 있었다. 버나드가 속으로 욕을 씨부렸다.
‘망할 전차병들..니들이 빨리 가야 내가 저격을..’
순간 바람이 거세게 불며 어느 정도 앞 쪽에 있는 먼지가 걷히는 것 같았다. 버나드가 전차장을 보며 욕을 퍼부었다.
“빨리 가라고!! 그래야 내가 저격을 할 수 있!”
타앙!
공기 속에서 회전하며 날아온 총알은 디킨스 소위의 쇄골 아랫쪽을 관통했다.
털썩!
디킨스 소위가 총알을 맞고 마크 V 전차 안으로 쓰러졌다. 버나드가 이 광경을 보고 사방을 살폈다.
‘저격수가!!어느 방향이지?’
지금 앞서 가는 마크 전차는 계속해서 먼지를 내뿜고 있었기 때문에 버나드로서는 도저히 독일군 저격수의 위치를 찾아낼 수 없었다. 버나드가 외쳤다.
“저격수가 있어!! 조심해!!”
디킨스 소위의 마크 V 전차는 포를 쏘기 위해 좌로 선회하였다. 마크 V를 뒤따라가던 영국 신병 올리버도 전차 뒤에 엄폐했다.
‘적군 전차는 보이지 않는데?’
그 때, 마크 V에서 포가 발사되었다.
퍼엉!
근처에서 포탄이 발사될 때의 충격에 군복이 펄럭거리며 올리버의 안경이 땅에 떨어졌다. 올리버는 자신의 뇌가 쉐이크처럼 흔들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버버 어버버”
올리버는 얼타느라 안경이 벗겨진 것 조차 모르고 있었다. 저격수 버나드가 올리버에게 외쳤다.
“엄폐해!! 엄폐하라고!!”
다시 공기를 가르고 오는 총알 소리가 들렸다.
쉬잇
퍽!
올리버가 팔에 총알을 맞고 쓰러졌다.
“으아악!!아악!!”
올리버는 바닥에 엎어진 채로 몸부림쳤다. 보병 찰스가 그 광경을 보고 도와주려 달려갔다.
“기다려!!”
버나드가 외쳤다.
“안돼!!”
쉬잇
퍽!!
찰스는 가슴팍에 총알을 맞고 즉사했다. 버나드가 욕을 퍼부었다.
“망할 보슈 새끼!!!”
독일 저격수의 솜씨는 굉장했고, 올리버의 가슴팍이나 머리가 아닌 팔을 겨냥한 것 또한 일부러 의도한 것이 분명해 보였다. 버나드는 독일 전차장보다 저격수를 먼저 헤치우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11시 방향..’
버나드는 조심스럽게 포탄구덩이 위로 머리를 내밀었으나 먼지 때문에 보이는 것은 없었다. 잽싸게 다시 고개를 숙이고 이마에 식은땀을 닦으며 중얼거렸다.
“망할..관측병도 없으니..”
한편 니클라스의 레오파드는 한 대의 마크 V 전차를 격파한 상태였다. 니클라스가 좌측 포수에게 외쳤다.
“목표 발견! 2시 방향! 적 전차 거리 200m!!”
“조준 완료!!”
“철갑탄 장전!!”
“발사!!”
퍼엉!
“계속 쏴!!”
그 때, 우측에서 포탄이 날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쉬잇!
쿠과광!콰광!!
덜컹!
포탄 폭발의 충격에 니클라스는 휘청거렸다.
“젠장!! 두 대가 동시에 노리고 있어!!”
쉬잇 쿠광!!
이번에는 좌측에서 폭발의 충격이 느껴졌다. 포수가 서둘러 조준한 다음 다시 외쳤다.
“발사!!”
퍼엉! 쉬잇 쿠과광!!
니클라스가 해치 위로 머리를 내밀고 외쳤다.
“명중!!”
니클라스는 잽싸게 다른 마크 V 전차의 위치를 확인하고 우측 포수에게 외쳤다.
“1시 방향 적 전차!! 빨리 쏴!! 자유 사격!!”
니클라스는 그렇게 외치고 다시 해치 위로 상체를 내밀었다. 그 순간, 공기를 가르고 날아온 저격수의 총알이 니클라스의 이마 뼈를 꿰뚫었다.
퍽!
니클라스는 휘청거리며 레오파드 안으로 쓰러졌다. 좌측 포수가 이것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
“으아악!!”
레오파드의 우측 포수가 포를 조준하고 1시 방향의 적을 향해 포를 조준하고 발사하려던 순간, 영국 마크 전차의 포신에서 먼저 불꽃을 내뿜었다.
퍼엉! 쉬잇
포신 속에서부터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날라온 철갑탄이 레오파드의 측면 장갑에 명중했다. 금속 장갑은 불꽃을 튀기며 사방으로 찢어졌고 철갑탄은 쑤욱, 레오파드 안으로 들어갔다. 금속 파편이 레오파드의 좌측 기관사의 얼굴에 꽂혔고 다른 파편은 좌측 포수의 목덜미에 꽂혔다. 흰색 페인트로 깔끔하게 칠해진 레오파드 내부가 피로 물들었다. 우측 포수가 울부짖으며 포를 발사했다.
“으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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