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점령
파리 전투 하루 전, 한스는 항공 정찰로 촬영된 파리의 사진을 보고 분석하면서 각 전차소대에게 경로와 집결지를 명확히 짚어 주었다. 또한 슈톰트루퍼가 표지판을 바꿔놓았으니 표지판이 아니라 에펠탑과 같은 커다란 지형지물을 이용하여 길을 찾으라고 명령했다.
“전차 여러 대가 한 개의 타겟을 동시에 노리면서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 마크, A7V 과 같은 중형 전차는 시가지 전투에 취약하니 무조건 큰 대로변으로 전진하며 시가지 교전은 피한다!!”
한스는 전차병들에게 불필요한 교전에 시간을 끌지 말고, 확실히 격파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닐 때는 괜히 먼저 포를 쏴서 발각되지 말고 일단 포위한 이후에 섬멸하라고 작전 계획을 지시했던 것 이다. 어느덧 티거는 개선문을 통과하고 있었다. 한스가 외쳤다.
“전진!! 계속 전진하라!!”
‘2중대 녀석들은 제대로 가고 있을까..’
1중대는 파리 서쪽, 2중대는 파리 동쪽 외곽의 큰 도로를 따라 빠른 속도로 전진하라고 한스는 명령을 내렸었다. 지금 시가지 내부에서는 치열한 백병전이 벌어지고 있어서 오토바이 병을 시켜서 2중대에 소식을 전달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한스는 좁은 관측창을 보며 주변을 살펴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빌어먹을..제대로 안 보이는데..’
상부 해치 위로 철모를 들어올리기만 해도 총알이 날라왔다. 지금 전령을 보내거나 프란츠에게 신호기 색을 바꾸라고 전차 밖으로 보내면 저격수들의 첫번째 타격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 때, 한스는 한 무리에 프랑스 보병을 목격했다.
“4시 방향!! 보병!! 자유 사격!!”
드르륵 드르르륵
프란츠가 프랑스 병사들을 향해 기관총을 긁어댔다.
한편 한스의 전차 대대에 어제 들어온 르노 FT 전차 2대는 오페라 가르니에 모퉁이에서 왔다갔다하면서 적 생샤몽을 향해 포를 발사했다.
퍼엉!
‘마···맞은건가?’
포를 발사하자마자 르노 FT의 조종수는 잽싸게 후진해서 가르니에 뒤에 엄폐했다. 순간, 생샤몽의 75mm 포신에서 불을 뿜었다.
퍼엉! 쉬잇 쿠과광!!콰광!!
“으아악!!”
다행히 엄폐해서 포탄에 맞지는 않았지만 그 충격은 작은 르노 전차 안으로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한편 뒤에 있는 르노 FT 전차의 전차장이 욕설을 퍼부었다.
“저 망할 새끼는 왜 가로막고 있어!! 내가 못 쏘잖아!!”
앞에 있는 르노 FT 전차의 전차장은 자기들 뒤에 숨어 있는 전차에게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망할 새끼! 우리 뒤에 숨어 있지만 말고 다른 곳으로 우회해서 놈을 공격해야지!!’
그 때 오스카 바르크만이 생샤몽의 뒤 쪽으로 은밀하게 접근해서 대전차 수류탄을 던지고 달아났다.
쿠과광!!콰광!!!
그제서야 오페라 가르니에 뒤에 모퉁이에서 숨어 있던 두 대의 르노 FT 전차가 눈치를 보며 기어 나왔다. 오스카 바르크만이 욕설을 퍼부었다.
“저 멍청한 새끼들!!”
그 때 동부전선 출신 정예병 필립이 오스카 바르크만에게 달려와서 외쳤다.
“저 쪽 길목에 놈들이 기관총을 설치해뒀습니다!!”
프랑스 보병은 한 건물의 반지하층 창문에 기관총을 설치해두고, 이 쪽으로 오는 독일 보병들을 향해 기관총을 긁어대고 있었다.
드르륵 드르르륵
‘망할 훈족 새끼들..모조리 긁어 주겠어!!’
오스카 바르크만 하사는 거울을 이용해서 슬쩍 프랑스 보병이 반지하에 설치한 기관총의 위치를 확인하였다. 오스카 바르크만이 있는 곳의 반대편에서는 브랜틀리, 칼로스가 건물 뒤에 서서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르크만이 수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브랜틀리는 기관총이 있는 방향을 향해 팔만 내밀고 MP18을 긁었다.
츠킁 츠킁 츠킁
MP18 소리가 들리자 마자, 반지하층에 숨어서 이 모습을 자세히 보고 있던 프랑스 기관총 사수가 브랜틀리가 팔을 내민 쪽을 향해 기관총을 긁어댔다.
드르륵 드르르륵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반대 쪽에 있던 바르크만 하사는 잽싸게 앞으로 나아가서 한 건물 안으로 숨어 들어갔다. 프랑스 기관총 부사수 로렁이 울부짖었다.
“저..저 새끼들 우리가 왼쪽을 긁는 틈에 오른쪽 건물로 전진해왔습니다!!”
사수 필리쁘가 이번에는 오른쪽 길가로 조준한 채로 중얼거렸다.
“앞으로 나오면 네 놈은 뒤진 목숨이다···”
그 순간 오른쪽 건물 쪽에서 뭔가가 튀어나오는 것이 보였고 필리쁘는 잽싸게 기관총을 긁어댔다.
드르륵 드르르륵
브랜틀리, 칼로스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잽싸게 앞으로 전진해서 한 건물 안으로 숨어 들어갔다. 로렁이 울부짖었다.
“노..놈들이 이 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기관총 사수 필리쁘는 왼쪽, 오른쪽 문을 번갈아 조준하며 손가락을 덜덜 떨었다.
“오..오기만 하면!!”
그 순간, 왼쪽 건물에서 수류탄 하나가 던져졌다.
“우..우왁!!”
필리쁘는 반사적으로 창문에서 얼굴을 때고 바닥에 엎드렸다.
쿠광!!콰과광!!
수류탄은 꽤 멀리서 터졌기 때문에 기관총은 무사했다. 하지만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오스카 바르크만이 밀즈 수류탄을 들고 이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밀즈 수류탄은 포물선을 그리며 기관총구가 내밀고 있는 창문 안으로 굴러들어갔다.
데구르르
쿠광!!콰과광!!!
한편 다른 쪽에서는 패배를 직감한 프랑스 보병들은 다리를 통해 센강을 건너고 있었다.
“후퇴!! 빨리 후퇴한다!!”
그 때 한 전투기가 놀라울 정도로 저공비행하며 프랑스 병사들이 건너는 다리를 향해 날라왔다.
위이이잉 위이잉
“전투기다!!”
“빨리!! 빨리 가!!”
탕탕탕탕 탕탕탕 탕탕탕
다리를 향해 기관총을 갈기며 저공비행하던 전투기는 다시 고도를 높였다. 조금만 늦게 고도를 높였어도 강에 쳐박힐 수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후고가 외쳤다.
“와우! 살았다!!”
그리고는 다시 방향을 바꾸고는 서서히 고도를 낮추며 다리를 건너는 프랑스 병사들을 향해 기관총을 긁었다.
탕탕탕 탕탕탕탕 탕탕
그리고 후고는 저공비행으로 추락하기 직전 재빨리 다시 고도를 올렸다.
위이이잉
저공 비행을 하며 기관총으로 적군을 사살하는 것은 죽음과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였다. 후고는 그렇게 센 강 위을 비행하며 자유를 만끽했다.
“와와오!!!!!!!!!!!!!”
후고는 다시 다리를 향해 선회하며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센강 시테섬에 있는 노르트담 대성당은 여전히 시뻘겋게 불타오르며 자욱한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후고가 생각했다.
‘저거 덕분에 길 잃을 걱정은 없겠군..’
그렇게 치열했던 전투 끝에 독일은 파리의 북부를 점령했다.
“우리가 해냈어!!”
“살았다!!!”
독일의 모든 병사들은 축제 분위기였다. 한스 또한 파리 북부 점령에 기뻐했다.
‘해..해냈다!!’
한스의 전차 대대는 2대의 르노 FT 전차가 격파되어 4명이 사망했고, 전부터 불안하던 A7V 하겐은 기동불가 되어서 전차병들이 자폭하고 탈출했고, 이 과정에서 병사 한 명이 사망했다. 한스는 이따가 보고서에 아군 인원 손실을 써야 한다는 상황에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그 때, 크라우제를 포함한 많은 전선기자들이 한스를 찾아와서 개선문을 통과하는 모습을 다시 촬영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한스가 당황했다.
“굳..굳이 다시 가야 합니까?”
크라우제가 싱글벙글 웃으며 외쳤다.
“온 독일 국민들이 독일이 승리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합니다!”
한스는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펴 보았다. 파리 곳곳에서는 병사들은 시체를 수습하고 있었다. 프랑스군, 독일군, 그 외 민간인들의 시체가 여기저기 무더기로 쌓여 있었다. 어떤 시체는 포격으로 완전히 녹아 내려서 뼈만 남아 있었고 양 팔을 x자로 가슴에 붙이고 있었다. 하지만 크라우제를 포함한 전선 기자들은 전부 한스를 기대에 가득찬 얼굴로 보고 있었다.
‘젠장..연료 아깝게..’
궤도나 전차의 수명을 생각하면 가능하면 쓸데없는 기동은 하지 않는 것이 좋았지만 한스는 어쩔 수 없이 전선기자들의 요청을 들어주었다. 그 때 크라우제가 외쳤다.
“그..그..취재를 위해서 전차를 타도 되겠습니까?”
크라우제를 포함한 전선 기자들은 티거 안에 탑승해서 내부를 영사기에 담았다. 한스는 상부에 해치를 열고 화약 냄새와 피비린내가 가시지 않은 파리를 바라보았다. 티거 상부 장갑 위에 걸터앉은 기자 또한 달리는 티거 위에서 이 모습을 영상으로 담았다. 그 기자가 한스에게 외쳤다.
“조만간 이 광경이 전세계에 보도될 겁니다!”
‘저..전세계?’
그 기자의 말에 한스의 모든 뇌세포가 굳어버리는 것을 느꼈다. 길 저편에서 포로가 된 프랑스 병사들이 폐허가 된 파리를 보면서 울부짖고 있었다.
“이..이게 전세계에 보도됩니까?”
기자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한스에게 답했다.
“모르셨습니까? 강철 사냥꾼, 그라프 한스 폰 파이퍼가 파리 점령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닌가로 전세계에서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스가 이마에서 식은 땀을 흘리며 억지로 태연한척 웃으며 말했다.
“저는 고작 대대장일 뿐입니다. 중요한 결정은 모두 위에서 하는 것 입니다.”
“하하 겸손하시군요!!”
한스는 손에 식은 땀이 나는 것을 느꼈다.
‘내..내 잘못이 아니다..내가 없었더라도 결과는 똑같았을 거다..’
기자가 말했다.
“백작님은 독일 뿐 아니라 모든 동맹국의 희망입니다!”
‘그..그 말은 협상국 쪽에서는..나를..’
잠시 뒤, 개선문을 통과하는 티거의 상부 해치 위로 몸을 내밀고 있는 한스를 찍기 위해 기자들이 자리를 잡았다.
“자 찍습니다!”
“긴장 푸셔도 됩니다!!”
한스는 머리 속이 새하얗게 되었다.
‘제..젠장 이렇게 사진 찍히면 외국에까지 보도된다고? 서..설마 얼굴은 잘 안나오겠지? 전차를 찍는 것일 거야!”
여기저기서 펑, 펑 플래쉬가 터졌다. 그 때 크라우제가 외쳤다.
“얼굴 잘 나오도록 다시 한 번 가겠습니다!”
펑!
사진 촬영이 끝나고 크라우제가 물었다.
“센강을 넘어서 파리 남쪽도 조만간 도달할 수 있겠지요?”
“그..그..”
한스는 이마에 식은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크라우제가 말했다.
“아, 물론 군사적 기밀이라 어쩔 수 없겠군요!”
그렇게 말하면서 크라우제는 이렇게 수첩에 적었다.
[그라프 한스 폰 파이퍼에 따르면 파리 완전 점령은 일주일 안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남부 진출이 머지 않았다!]
한스는 잠시 뒤 자신의 전차병들을 모으고 이번 전투에 대해 브리핑했다.
“시가지에서는 가능하면 빨리 건물 뒤에 자리를 잡아 엄폐해야 한다. 하지만 같은 모퉁이에 두 대의 전차가 몰려 있으면 안된다. 서로의 사각지대를 엄호해주되 적정 거리를 두어야 한다!”
그리고 한스는 각 소대의 소대장에게 말했다.
“모든 전차병들에게 종이를 나누어주고 전투 도중에 궁금사항, 건의사항이 있으면 적어서 익명으로 제출하도록 한다.”
전차병들이 이렇게 종이에 제출하는 아이디어 중에는 쓸만한 것이 많았다. 헤드라이트나 경적이 달려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그렇고 한스는 앞으로 이런 식의 익명 건의를 적극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한스가 말을 이었다.
“지금 이 곳에는 민간인들이 많이 있다. 그들에게 절대로 두려움을 줄만한 행동은 하지 않고, 민간인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철저하게 금지한다! 특히 여성 민간인에게는 절대로 피해를 주어서는 안된다!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현재 독일군이 점령한 파리, 센강 북쪽에는 수녀, 간호사들이 있었고 그들은 부상병들을 치료하고 있었다. 한스는 이 상황이 조금 우려스러웠지만 자신의 전차병들을 믿기로 했다. 전차병들은 주저 앉아서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바그너가 거너에게 말했다.
“이봐! 팔은 괜찮나?”
거너는 포탄 파편에 팔에 상처가 있었고 대충 구급 상자로 치료를 하기는 했지만 잔뜩 부어올라 있었고 의무병들은 중상자를 치료하느라 바쁜 상황이라 거너 같은 경상을 입은 부상병에게는 신경을 써주지 않았다.
“갈수록 부어오르는 것 같은데요..”
- 작가의말
공지에서 중요한 설문조사가 오늘까지 진행되고 있으니 댓글로 자유롭게 참여해주시면 앞으로 전개에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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