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이등병의 1차 대전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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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rhks404
작품등록일 :
2020.11.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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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04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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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장 한스

DUMMY

독일군 보병 레아는 의무병한테 치료를 받으며 멍한 눈빛으로 주변에 다른 부상병들을 바라보았다. 사방에서 피 냄새가 진동을 했고 군복에도 피 냄새가 벨 것 같았다. 며칠 전이었다면 눈을 질끈 감고 구역질을 했을 광경이었지만 지금 레아는 아무렇지도 않게 앉아 있었다. 의무병이 외쳤다.


“됐네! 며칠 뒤면 다시 총을 쏠 수 있을 걸세!”


레아는 붕대에 감긴 자신의 손을 바라보다가 의무병에게 말했다.


“저..저기..”


“응?”


“자꾸 제가 죽였던 녀석들이 떠오릅니다..”


“뭐라고?”


“이..이거 어떻게 잊어버릴 수는 없습니까?”


레아는 눈을 질끈 감고는 말을 이었다.


“기..기분이 너무 좆같습니다.”


무표정한 얼굴로 레아를 바라보던 의무병이 말했다.


“미안.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네. 처방해 줄 수 있는 약이 없네.”


“그..그렇다면..”


“평생 기억 나겠지.”


의무병은 말을 마치고 서둘러 다음 부상병을 보러 갔다.


한스는 이번 전투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전과 :

- 적 사살 다수

- 대전차포 9문 격파

- 중화기 다수 격파

- 영관급 장교 포함 다수의 포로 생포


아군 장비 손실 : 마크 V 전차 궤도 손상

아군 인원 손실 : 병 3명 중상, 병 4명 경상(부대 잔류)


부대에 잔류시킨 병사들도 가벼운 부상은 아니었지만 숙련된 전차병의 인력은 보충이 힘들기 때문에 한스는 잔류시키로 했다. 지금 3명의 중상자들 중 한 명, 하이에는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는 가족과 함께 농사를 짓는 농부였다. 한스는 자신의 보고서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사망자가 없는 것이 다행이군..’


하지만 지금은 중상자들을 안타까워하거나 위로할 시간도 없었다. 당장 내일 전투에 대한 전술을 짜야 했다.


‘지금 프랑스군 측에서는 파리를 뺏기지 않기 위해 모든 전력을 그 쪽으로 이동시키고 있을 것 이다..파리를 점령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냥 할만큼 해보고 휴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한스는 전차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전차병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요나스가 말했다.


“LK2 전차는 언제쯤 전선에서 운용 가능할 것 같나?”


한스가 말했다.


“완성되기까지는 시일이 좀 걸릴 것 같네.”


한스는 티거 안에 포탄 꽂아두는 구멍에 보관해둔 술병을 꺼내서 마시기 시작했다. 광기 어린 전차 중대가 질주했던 오늘 전투의 흥분은 아직 가라앉지 않았음에도, 독일군은 지금도 파리를 향해서 모든 포격을 쏟아붓고 있었다. 포탄이 터질 때마다 검은 하늘은 주황색으로 물들었다. 요나스가 말했다.


“한 번 승기를 잡았을 때 계속 가야지.”


쿠구궁!!쿠궁!!


먼 곳에서 울려 퍼지는 포격 소리는 마치 심장 소리 같았다.


쿵 쿵 쿵


아미앵 전투 때부터 한스는 자신이 뭔가 거대한 것을 바꾸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피를 들끓게했다.


‘나는 중대장일 뿐이다..신문에 내 이름이 나오는 것도 선전용일 뿐이야..지금 전투는 독일이 하는 거야..’


조만간 다시 치뤄질 전투를 예고하는 파리에 쏟아지는 엄청난 포격, 그것을 보는 한스의 심정은 미친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이건 장성급 장교들의 일이야..’


포격을 보는 한스의 입 안이 바싹바싹 말라갔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어짜피 지금 중대 전력으로는 파리를 점령하기는 불가능하다..그래도 이렇게 하면 유리한 위치에서 협상을 할 수는 있을 거야. 내가 원하는 것은 전차 개발을 할 수 있는 것, 그것 뿐이다!’


그 때, 한스 중대의 오토바이병 플로리안이 달려와서 외쳤다.


“노..노획 르..르노 FT-17전차 11대와 노획 마크 전차 8대가 우리 중대로 지원된다고 합니다!!”


한스는 먹던 술을 뱉어냈다.


“우픕픕 뭐라고?”


이 갑작스러운 소식에 전차병들은 모두 당황했다.


“뭐 뭐야 진짜야??”


“맨날 한 대도 지원 안해주던데?”


“그···그 뿐만이 아닙니다! A7V 2대에 지난 번에 노획한 롤스로이스 장갑차 1대도! 그리고 LK2 전차들도 완성되는 즉시 12대가 모두 지원된다고 합니다!”


막상 갑작스럽게 이런 지원을 받자 한스는 바짝 긴장되기 시작했다.


“그러면 대대급 전력 아닌가?”


“대대장으론 누가 오신대?”


“그..그라프 한스 폰 파이퍼 대위님이 소령으로 진급하고 전차 대대를 지휘하라는 명령이 내려왔습니다!”


“우와!!”


“푸읍!! 켁···켁..우웩..”


“대대장님!! 괜찮으십니까!”


“켁..켁..르..르노 전차들은 언제 온다고 하나?”


“오늘 밤에 도착합니다!!늦어도 새벽까지는 온다고 합니다!!”


잠시 뒤, 한스는 자신의 전차 대대를 보며 식은 땀을 흘렸다. 르노 전차들로 구성된 중대의 중대장 바이스 중위가 존경하는 눈빛으로 한스에게 말했다.


“여태까지 대대장님께서 써주신 전술 교본에 대해서 모두 빠짐없이 읽었습니다!”


한스는 여태까지 각 전차의 특성이라던가 효과적인 전차전 전술에 대해서 빼곡하게 메모를 해두었고 그것을 복사해서 배부해야 한다고 맨날 위에 올렸는데 그렇게 배부된 종이들은 병사들이 똥 닦고 버리는 용도로만 쓰였었다. 그렇기에 그것이 책으로까지 만들어져서 읽힐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것 이다.


새로 들어온 노획 르노 전차의 중대원들은 모두 한스를 동경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한스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대답했다.


“수..수고했네.”


밤이라서 한스가 벌벌 떠는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 다행이었다. 한스는 부담감에 토할 것 같았다.


‘시발 왜 이렇게 갑자기..’


군사학교를 졸업한 바이스 중위는 앞으로 전투에 대해 잔뜩 기대감에 부푼 표정으로 말했다.


“파이퍼 대대장님이 지휘하셨던 모든 전투에 대해서 죄다 암기했습니다!”


“그..그런가..”


바이스 중위가 기대하는 눈빛으로 한스에게 물었다.


“그러면 이번 전투에서는 어떤 전술을!!”


한스가 말했다.


“긴 거리를 달려왔으니 일단 연료를 체크하고 전차 보수하게!!”


“넵!!”


새로 들어온 중대원들은 모두 기대감에 차서 수근거렸다.


“우리 대대가 파리를 며칠 만에 점령할 것 같은가?”


“조만간 노획 마크 전차 중대도 올 테니 일주일은 기다려야 하지 않겠나?”


“아닐세! 파이퍼 대대장님이 있으니 어쩌면 더 빨리 가능할 수도 있어!”


시퍼렇게 얼굴이 질린 한스는 어떻게던 전술을 쥐어짜내고자 아무도 없는 빈 방으로 들어가서 지도를 살펴 보았다. 하지만 지도를 봐도 아무 전술도 떠오르지 않았다.


‘시발!!!지원해달라고 할 때는 안해주더니!!!’


쿠구궁 쿠궁


포격 소리는 한스가 머문 장교 대피소까지 들려왔다. 한스는 왔다갔다하면서 머리를 쥐어짰다.


‘생각해야 해..생각해야 한다..’


그 때 오토바이병 플로리안이 들이닥쳤다.


“대대장님!! 지금 르노 FT, 생샤몽, 슈네데르 CA로 구성된 프랑스 전차 대대들이 파리 쪽으로 집결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뭐..뭐라고??”


“총 4 전차 대대들이 이 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바이스 중위, 바그너, 요나스, 슈테켄, 레마르크도 들이닥쳤다. 바이스 중위가 외쳤다.


“대대장님! 전차 정비를 모두 마쳤습니다! 모두 기동 가능합니다!”


바이스 중위는 혹시나 한스가 지도에 전술에 대해서 메모해둔 것이 있을까봐 궁금해서 열심히 지도를 살펴보았다.


슈네데르 CA는 그 특유의 우스꽝스러운 형태 때문에 대전차호에 곧잘 쳐박히곤 했다. 생샤몽 전차도 말 그대로 명품 전차이지만 밑에 궤도가 짧아서 포탄구덩이에 쉽게 쳐박히곤 했다. 하지만 조만간 있을 파리에서의 전투에서는 슈네데르 CA와 생샤몽이 상당히 유리할 것이 분명했다.


슈네데르 CA는 장갑이 제법 두꺼웠다. 또한 슈네데르 CA와 생샤몽 전차는 75미리 주포로 무장하고 있었고, 이는 A7V나 마크 전차의 57미리보다 훨씬 강한 화력을 자랑했다. 한스는 등줄기에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슈네데르 CA나 생샤몽은 포 화력이 좋지만 대전차호를 잘 못 건넌다는 단점이 있었는데 지금은 놈들이 방어 쪽인 이상..’


건물 모퉁이에서 미리 자리를 잡아 둔 슈네데르 CA나 생샤몽의 75미리 주포에서 불을 뿜는다면 그 위력은 상상 이상일 것이 분명했다. 그 때 오토바이병 펠릭스가 달려왔다.


“프랑스 군 영국 군, 미군 쪽에서 대대장님을 무조건 사살하라는 명령이 내려왔다고 합니다!”


이 말에 한스는 참지 못하고 외쳤다.


“뭐라고? 내가 뭘 잘못 했다고!”


다들 벙찐 얼굴로 한스를 쳐다 보았다. 한스 스스로도 자신의 말이 어처구니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다들 나가 있게.”


창 밖에서는 계속해서 포격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쿵! 쿠궁!! 콰광!! 쿠과광!!


한스는 충혈된 눈으로 주황빛으로 물드는 검은 하늘을 바라 보았다. 심장은 점점 세게 뛰었지만 기분은 점점 차분해졌다.


‘왜 신을 믿는 것인지 알 것 같군..’


한편 한스의 아버지 요제프 파이퍼는 공장에서 술에 취해 동료를 두들겨팼고 이 일로 상사한테 불려갔다. 상사가 말했다.


“자네 능력 때문에 이번 일 까지는 봐주는 걸세. 하지만 앞으로 한 번만 더 이런 일이 발생하면..”


기술자로 일하는 요제프 파이퍼는 자신이 그린 설계도들을 제값도 받지 못하고 모조리 회사에 빼앗기고 있었다. 요제프 파이퍼가 내뱉었다.


“필요없수다. 내가 나가겠소.”


“뭐..뭐라고?? 자네 미쳤나?”


요제프 파이퍼는 씨부렁거리며 공장을 나왔다.


“내 아들 녀석이 전쟁 영웅인데 이 따위 공장에 계속 있을 필요는 없어..”


요제프 파이퍼는 신문 한 부를 사서 읽으며 집으로 걸어갔다. 신문에는 커다랗게 한스의 얼굴이 인쇄되어 있었다.


‘배은망덕한 놈 같으니라고..집에 돈도 안 보내? 그 후레자식이 전사라도 하면 보상금은 혹시..’


[그라프 한스 폰 파이퍼의 장인, 하인리히 뮐러씨 그의 획기적인..]


요제프는 집으로 들어가서는 신문을 꼼꼼히 읽었다. 그 날 저녁, 공장에서 일을 마친 엠마가 들어왔다.


“요제프?”


부모님 장례식 때조차 양복을 입은 적이 없던 요제프가 양복점에서 새로 맞춘 양복을 입고 있었다.


“베를린으로 가야겠네.”


요제프는 짐을 싸고 자신의 책상 속에 있던 설계도들을 모조리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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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피로 물든 센강 +21 21.04.09 1,303 41 11쪽
222 맥아더 +26 21.04.08 1,348 47 11쪽
221 평범한 일상 +47 21.04.07 1,397 42 11쪽
220 파리 점령 +20 21.04.07 1,337 44 12쪽
219 파리 북부 +33 21.04.06 1,310 49 11쪽
218 사냥꾼 파이퍼 +34 21.04.05 1,355 44 11쪽
» 대대장 한스 +34 21.04.04 1,428 44 11쪽
216 파리 근처까지 +17 21.04.03 1,252 43 11쪽
215 참호 점령 +20 21.04.02 1,242 42 11쪽
214 흉흉한 소문 +23 21.04.01 1,228 38 11쪽
213 서커스단 +25 21.03.31 1,291 46 11쪽
212 그로스캄프바겐, 백작 작위 수여 +27 21.03.30 1,368 51 11쪽
211 영웅이 된 한스 +30 21.03.29 1,430 49 11쪽
210 2부 스포) 2차대전 동부전선 이야기 +19 21.03.28 1,330 43 11쪽
209 정신병동 +21 21.03.28 1,180 43 11쪽
208 아미앵 전투 II +29 21.03.27 1,186 42 11쪽
207 아미앵 전투 +13 21.03.26 1,191 42 11쪽
206 마크 VIII 인터내셔널 +17 21.03.25 1,189 41 11쪽
205 크라우제 소위 +10 21.03.25 1,128 41 11쪽
204 빼꼼 +13 21.03.24 1,146 44 11쪽
203 수류탄 챔피언 +17 21.03.23 1,145 45 11쪽
202 특공 +7 21.03.22 1,190 47 11쪽
201 외전) 왕따 고딩 1차 대전 게임 속으로 +12 21.03.21 1,170 33 11쪽
200 최후의 결전을 앞두고 +25 21.03.21 1,197 48 11쪽
199 한스 중대, 오토바이를 받다 +17 21.03.20 1,228 49 12쪽
198 복수 +18 21.03.19 1,200 48 11쪽
197 폭우 +13 21.03.18 1,191 43 11쪽
196 탄약 수송 차량 +14 21.03.17 1,182 47 11쪽
195 저격 +17 21.03.16 1,152 5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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