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월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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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최근연재일 :
2024.09.19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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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2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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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180. 버리고 싶지 않은 것

DUMMY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었다.

저것은.. 위험하다.

당장 감당할 만한 능력이 없다.

...도망가야 한다.

근데.. 어디로..?

-거대한 마나가 감지되었다네. 혹시 자네들은 저걸 막을 방도가 있는가?

지금까지 작전에 방해되지 않도록 조용히 있던 메이크가 처음으로 인이어를 통해 연락을 해왔다.

곧이어 사라와 메이크가 전체적인 작전에 관해 대화하기 시작한다.

-아니요. 저건 저희 계획에 없던 내용입니다. 메이크님 혹시 아시는 거라도..?

-으음.. 전혀 없다네. 다만 최후의 작전 결정권은 나에게 있지 않은가. 지금이 그 상황이 아닌가 싶네만..

최후의 작전.

준비했던 모든 작전 중에 한가지라도 실패해 인류가 위험해진다면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만큼 살려서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대피하는 것이다.

이것은 최후의 최후에 선택할 수단이며, 만약 앨리스나 아리나 둘 중 한 명이 실패했더라면 작전을 실행하기도 전에 모두가 죽을 테니 정말 만에 하나의 수로 생각해두었던 작전이었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인이어에서 끔찍한 말이 들려왔다.

-사라. 시작하게.

-네. 모든 모험가에게 전달하겠습니다.

춘향의 눈이 흔들린다.

그토록 최선을 다해서 지켜왔는데..

결국, 마지막에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와서 결국 지구를 버려야 되는 건가..?

하늘을 올려다본다.

점점 태양이 정체 모를 거대한 우주선에 가려지고 있다.

저만큼 거대한 우주선에 저만큼이나 강력한 마나..

하지만 처음 보는 마나의 종류는 아니다.

우주의 대공방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관찰하면서 놀았던 춘향은 알 수 있었다.

저만한 크기의 우주선은 평범한 외계인이 아니다.

저만한 양의 마나를 모을 수 있는 것 또한 평범한 외계인이 아니다.

저것은..

레베른이다.

“ 아아.. 진짜.. 누구 말대로 피아만큼 질기네..!! 앨리스!! 제발..! 제발 일어나봐!!! “

춘향은 자신의 등에 업혀있는 앨리스를 불러보지만, 답이 있을 리가 없다.

“ 이런... 저걸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앨리스뿐인데..! “

아니.. 앨리스도 가능할지 모르겠다.

앨리스와 콩나물 3번의 합작이라면... 음.. 한 번의 공격은 막아낼 수 있을법한 수준의 거대한 마나다.

저 마나가.. 고스란히 지구에 꽂힌다면..

-빠드득..

춘향의 이가 갈리는 소리가 들린다.

“ 내가.. 검은 마나만 아니었더라면... 나도 앨리스만큼 강한 마나를 가지고 있었을 텐데... 그랬다면.. 막아낼 수 있었을 텐데.... “

처음이다.

자신의 검은 마나가 끔찍하게 싫다.

이 검은 마나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

심지어 외부의 마나를 활용한 공격도 할 수 없다.

꾸준히 연구하고 반복해서 노력하면 조금은 쓸 수 있지만.. 전투에 사용할 수준도 안 된다.

정말 사랑하는 땅이었는데..

정말 지키고 싶은 세계인데..

그 어떤 식으로 생각해도 지킬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 좋아... 좋아 좋아.. 그래.. 좋아... 니자식들도 어떻게든 부숴주겠어.. 언젠간.. 반드시..!!! “

춘향은 앨리스를 업은 채로 메이크의 공방 지하시설에 숨겨둔 함선을 향해 최대한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 빨리 들어와요!! “

“ 안쪽으로 빠르게 들어가 주세요!! “

메이크 공방의 직원들이 이 지하시설에 모인 모험가들을 차례차례 우주선 안으로 들여보내고 있다.

들어오는 입구는 좁은데 사람은 많다 보니 메이크가 준비해온 우주선뿐만 아니라 앨리스가 주문한 라티안 일행만을 위한 함선에도 사람들을 태우고 있었다.

“ 아 쫌 비켜봐 이 자식들아!! 이 우주선 우리꺼거든?!! 나와!! “

춘향이 열심히 소리친 덕분에 앞에서 사람들을 관리하던 레일리가 춘향을 알아보고는 길을 터주기 시작했다.

“ 앨리스..! 주.. 죽은 거 아니지..?! “

“ 그딴 재수 없는 말 할래?! 빨리 얘 어디다 두면 돼?! 빨리 말해!! 구해야 할 사람이 한가득이야!! “

“ 안쪽 두번ㅉ.. “

레일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춘향은 앨리스를 업은 채로 복도를 뛰어나갔다.

-쾅!!!!

문을 밀어서 여는 것도, 옆으로 여는 것도 아닌

그냥 부숴버리고 앨리스를 급하게 방으로 던져넣었다.

누가 있는 줄은 생각 못 했던지라 이미 자고 있던 피렌의 위에 던져버렸지만.. 뭐 지금은 중요치 않지.

춘향은 당장 방에서 튀어나와 다시 한번 레일리를 붙잡는다.

“ 애들은? 복귀 안 한 애들 있어? “

“ 깜짝이야.. 라티안이 아ㅈ.. “

이번에도 춘향은 레일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앞사람을 밀쳐내고 함선에서 뛰어내렸다.


수많은 사람이 우주선과 함선 쪽으로 향하는 가운데 춘향만이 유일하게 반대로 움직이면서 앨리스가 만들어준 팔찌에 마나를 흘려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라티안은 마나를 흘려놓고 있지 않았는지 위치를 찾을 수 없었다.

“ 으으.. 따로 떨어져 있으면 마나를 흘려보내라고 그렇게 열심히 말했는데..!! 야 사라! 빨리 그.. 그 뭐냐..! 라티안! 그래! 라티안 마지막 위치 좀 전송해! “

매번 콩나물이라 불러대다 이름을 부르니 조금 어색한 감이 있었다.

-아직도 안 왔어?! 이런..! 기다려봐!

춘향은 그 즉시 달려가며 메이크에서 만들어준 태블릿을 꺼내 정보를 받는다.

..마지막 위치는.. 사막이다.

아마.. 저기서 쓰러졌거나 저쪽에서 함선 방향으로 오는 길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겠지.

차라리 쓰러져있는 편이 옮기는 게 좋으니 제발 그 자리에 있어라..!




하늘은 마치 밤이 찾아온 것처럼 어두웠다.

하지만 이것은 밤이 아니다.

레베른의 우주선에 의해 태양이 가려졌을 뿐이다.

그 함선에 모여들던 심상치 않은 마나는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한 느낌을 준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겠지..

춘향은 그렇게 하늘과 정면을 번갈아 가며 바라보다 쓰러져있는 라티안을 발견한다.

“ 야 콩나물!!! “

억지로 몸을 일으켜 숨을 쉬는지 확인해보자..

다행히도 아직 숨은 쉬고 있다.

춘향은 아주 가볍게 힘 조절해서 멍이 들 정도로만 라티안의 뺨을 마구잡이로 때린다.

“ 야야! 정신 차려! 아직 안 죽었잖아!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 “

“ 윽.. 으윽.. 그.. 그만.. “

마나로 인한 성장을 꾸준히 해도 결국 라티안과 피렌, 아리나는 지구인이자 붉은 피가 흐르는 인간이다.

아무래도 라티안의 몸 상태를 보건대 피를 너무 많이 흘린 모양이다.

물론 라티안이 조치를 잘 취한 덕분에 죽지는 않을 것 같지만..

충분히 현기증으로 인해 움직이지 못할 수준은 되는듯하다.

주위를 둘러보던 춘향은 바로 옆에 동그랗게 뭉쳐서 떠 있는 마나를 붙잡는다.

어째서 여기에 이 정도의 마나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이걸 먹이면 라티안은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될 것이다.

“ 야 입 벌려! “

“ ..안돼.. “

하지만.. 라티안은 억지로 거부한다.

“ 왜 이래! 빨리 입 벌려!! 니가 움직여야 다른 사람들도 구할 거 아냐!! “

“ 그.. 거... 앨리스... 랑.. 피렌.. 꺼.. “

이대로 있다간 레베른의 공격으로 인해 지가 죽을만한 상황에서도 동료를 지키는 것이 딱 콩나물.. 아니 짐덩이 수준의 생각이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는.. 싫진 않다.

“ 으..! 진짜 나도 여자애인데 남자애를 업고 달려야 한다니..! 빨리 업혀!! “

말은 그렇게 했어도 움직이지 못하는 라티안을 직접 손으로 들어 업고 다시 함선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이 정도 시간이 흘렀으면 아마 춘향이 라티안을 함선에 밀어 넣고 출발하면 될 정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단순히 우주선에 탑승만 하면 되는 것이니까.

다리만 움직일 줄 알면 단순한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 아니.. 왜.. 다들 안타고 이러고있는거야?!! “

심지어는 화를 내며 내리는 사람까지도 생겼다.

화가 난 춘향이 라티안을 업은 채로 도약해 사람들의 어깨와 머리를 밟아가며 앞으로 나아가 강제로 함선에 탑승한다.

그리고 인이어를 통해 모두에게 상황을 물어본다.

“ 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지금 다 탔어야 하는 거 아니야?! “

-하아.. 사람들이 탑승을 거부하고 있어.

사라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한숨과 함께 춘향의 귀에 들려온다.

“ ..뭐? “

두 번째 방에 라티안을 던져넣고 마나를 꺼내 피렌에게 먹이던 손이 멈춘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우리들의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던 모양이야. 우주로 나가는 걸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어. 심지어는.. 우리도 외계인이 아니냐면서 한통속이라며 공격하려는 사람들까지 있어..

“ 어떻게든 살려준다는데도.. 살고 싶지 않다는 거야? “

-그게 아냐.. 우주로 나가는 게 사는 길이라는 것을 머리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거야. 사실.. 나도.. 잘 모르겠어. 그냥 너희를 믿을 뿐이지.

답답하다.

이것이..

2800년간의 공백인가..

그 안에 벨라가 지구를 점령하고 자신이 외계에서 왔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우주에 대한 모든 상식을 조금도 공유하지 않은 탓에 사람들이 지구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어느 것이 살아남는 길인지 전혀 인지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제는 출발 해야 하네. 마나 측정기로도 더는 측정할 수 없는 등급까지 솟아올랐어.

메이크의 매정한 말이 춘향의 가슴을 찌른다.

“ ..안돼.. 사람들을 다 버리고 가자는거냐?!!! 그게 인간들이 할 짓이야?! “

-그럼 여기서 다 죽자는 거야?! 우리도 얼마나 노력했는데!! 근데 안가겠다잖아!! 죽겠다잖아!!

춘향의 말에 아리나도 화를 내며 말하기 시작했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본인도 굉장히 분한 모양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리나도 춘향과 앨리스처럼 마나를 잘 느끼게 되었으니 저 우주에 떠 있는 레베른의 함선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 최대한 살려야 될 거 아냐!! 그게 너가 해야 할 일 아니야?! 그런데 포기하고 가자고 말하는 게 말이 돼?! “

-시간은 없어. 사람들은 저 위험한 마나를 감지하지도 못해. 오히려 우릴 외계인 취급하고 죽이려고까지 했어..! 할 만큼 다 했다고.. 지금 타고 있는 사람들만이라도 살려야 된다고..!!

-빨리 출발해!! 저 우주선에서 마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메이크의 강렬한 외침에 아리나가 함선에 마나를 집어넣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동시에 춘향은 피렌에게 먹이던 마나도 내버려 두고 곧장 밖을 향해 달려나갔다.

-쿠구구구구구....

“ 안돼.. 안돼!!! 멈춰!! 지금 출발하면 안 돼!! “

“ 너야말로 어딜 가려고!! 안돼!! “

레일리가 함선 밖으로 튀어 나가는 춘향을 억지로 붙잡자 춘향이 낫을 만들어 레일리의 팔에 내려칠 듯이 손을 휘두른다.

“ 죽고 싶지 않으면 건들지 마. “

그대로 춘향은 닫혀버린 문을 부숴버리고 함선을 뛰어내렸다.

“ 진짜 정신 나갔냐..?! 야! 춘향이 뛰어내렸어!! “

-아니 진짜 제정신이야..?!

-읏..! 이게 다 무슨 상황이야..!

“ 피렌! 빨리 이쪽으로 지원 와줘! 춘향이 사람을 더 태우려고 뛰어 내려버렸어!! “





춘향은 귀에서 자꾸 울려대는 짜증 나는 인이어를 뽑아다 바닥에 집어 던지고 이 구역을 나가고 있는 모험가들의 앞길을 틀어막았다.

“ 빨리!! 지금도 늦지 않았어!! 당장 우주선에 올라타!!! “

“ ..넌 뭐야?! “

“ 뭐냐 외계인 자식.. 우릴 어디로 데려가려는 거냐..! “

“ 너나 빨리 우리 땅에서 꺼져!! “

답답하다..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진화를 거듭해오면서 체내의 마나량은 늘어난 주제에 주위의 마나를 볼 줄 아는 눈도 키우지 않고, 우주라는 미지의 세계에 대해 관심도 가지지 않고..

오직 벨라가 시키는 대로만 망령과의 전투에서 이기는 것도 아닌, 버티면서 살아남기만 해온 멍청한 인간들의 결말이 자신이 곧 죽는지도 모르고 반항하다 죽는 거라니..

“ 제발.. 제발 올라타..! 제발!! 이대로 너희를 죽게 두고 싶지 않아..!!! “

-쿠구구구구......

함선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우주선의 마나석에서도 푸른빛을 내뿜기 시작한다.

“ 하아.. 진짜.. 지금부터라도 달리면.. 어떻게든 탈 수 있을 텐데... 안타겠다는 거지....? “

춘향은.. 자신의 마나로 검은 토끼들을 만들어내며, 낫을 양손으로 쥐었다.

“ 마.. 망령...?! “

“ 역시 외계인 자식..! 저 자식을 믿어선 안 됐어!! “

“ 죽여!! 이 자식은 대체 어떻게 살아남은 거야!! “

춘향은 자신의 최고속도로 달려나가며 사람들의 목을..

정확히는 뒷목을 강하게 후려쳐 기절시키기 시작한다.

검은 토끼들이 입구를 막고, 억지로 달라붙어 사람들을, 모험가들을 무력화시킨다.

“ 이거 놔..! 이거 놔!!! 억... “

“ 흐아아아압!! 닿아라!!!!!! “

쓰러져가는 한 사람의 옷을 붙잡고 춘향이 온 힘을 다해 함선 위로 던져버린다.

“ 저런 미친..! 망령이 사람을 납치한다!! 조심해!! “

그렇게 춘향은 한 사람씩 최대한 빠르게 기절시키면서 함선을 향해 던지기를 반복하다 함선이 떠오르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는 이를 악물었다.

“ 안돼..!! 벌써 뜨면 안 된다고!!!! “

억지로 기절시킨 두 사람의 멱살을 움켜쥐고 공중으로 도약해 함선 위로 올라탄다.

춘향이 함선 위로 올라가자 그 앞에는 피렌, 사라, 레일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 다시 아래로 내려가!! 아직 더 태울 수 있잖아!!! “

“ ..그래. 더 태울 순 있지. 하지만 안돼. 이젠 진짜 죽어. “

그때 사람을 가득 태운 메이크의 우주선이 함선을 지나 우주로 날아간다.

“ 안돼.. 안돼..!! 저기도 한참 더 탈 수 있는데..!!!! “

“ 사라! “

피렌의 말에 사라가 채찍을 휘둘러 춘향을 묶어버린다.

그리고 그 위를 레일리와 피렌이 덮쳐 춘향을 움직이지 못하게 막는다.

“ 놔..! 놔!!!!! 더 구할 수 있단 말이야!!! “

“ 제발 가만히 있어 이 자식아..!!! “

“ 큭..! 제발 얌전히 좀 있어..! “

춘향은 이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낫을 만들어 최대한 손목을 움직여가며 손에 잡히는 무엇이든 베어버리기 위해 발버둥 친다.

피렌의 허벅지가 긁히고, 레일리의 옆구리에 상처가 난다.

사라의 채찍도 점점 잘려나가기 시작한다.

“ 놔!! 이거 놔!! 언제는 나보고 사람을 죽이지 말라고 해놓고!! 사람을 구하겠다는데 말리는 건 뭐 하자는 건데!!!! “

“ 지금은.. 큭..! 모두가 죽잖아..! 제발 정신 좀 차려봐..!! “

춘향의 사고는 여기 있는 사람들보다 매우 빠르고 정확하다.

그 계산이 이미 이 속박에서 벗어난다고 해도 단 한 사람도 살릴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도 어떻게든.. 기적이라도 일으켜서 살리고 싶다.

자신이 만든 세계에서 뛰어노는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단 한 명이라도 더 지키고 싶다.

점점 가속도가 붙은 함선은 빠르게 대기권을 벗어나 우주로 나아갔다.

지구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지구는 그대로 폭발해버린다.

우주에는 공기가 없어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덕분에 마치 헛것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낸 듯한,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그런 느낌을 받는다.

몸부림치던 춘향의 움직임이 없어졌다.

“ ..거짓말이지..? “

피렌이 다친 허벅지를 감싸 쥐며 춘향을 놔준다.

“ 웃기지 마.. 행성이 고작 우주선의 공격으로 폭발한다는 게 말이 돼..? “

온몸으로 춘향을 누르고 있던 레일리도 옆으로 비켜선다.

“ 이거다.. 장난치는 거지..? 나 생일 아닌데.. 깜짝 파티 같은 거 재미없는데.. “

폭발하는 지구와 함선 사이에 거대한 마나가 지나간 흔적이 진하게 남아있다.

“ ...내 세계만 날려버리면 됐잖아.. 왜.. 사람들까지.. 죽여야 했는데.. “

지금까지 했던 모든 행동이..

인간들이 지구를 파괴하지 못하도록 인구를 줄이고, 발전속도를 조절하고, 망령들에 대한 주의를 주고..

지구를 지키기 위해 망령과 싸우고, 벨라와 싸우고, 네이엘레케와 싸우고, 크람과 싸우고..

모든 노력들이, 추억들이 쓸모없는 것이었다는 것처럼..

레베른은 그렇게 나타나자마자 아주 간단하게 하나의 행성을 부숴버렸다.


작가의말

뭐..

어떻게 됐든간에..

누가 부쉈든간에...

적월미화 1화가 올라가기 전부터 계획했던 지구폭파는 어찌저찌 이뤄지긴 했네요.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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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201. 은하의 중심부 23.06.12 258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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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195. 신의 연극 23.06.06 257 1 13쪽
201 194. 최초의 신과 신의 대리인 23.06.05 255 1 12쪽
200 193. 헤브나 탈출 작전 23.06.04 255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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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 189. 매달린 사람 23.05.31 256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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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187.5 먼저 떠난 별을 위한 기도 23.05.30 256 1 14쪽
193 187. 우주와 은하 그리고 레베른 23.05.29 254 1 13쪽
192 186. 단 한명을 위한 섬 23.05.28 257 1 13쪽
191 185. 수상한 섬 수상한 아이 23.05.27 254 1 13쪽
190 184. 은하수 23.05.26 255 1 13쪽
189 183. 단 한 사람의 영향력 23.05.25 256 1 15쪽
188 182. 끔찍하게도 네가 절실히 필요해 23.05.24 255 1 14쪽
187 181. 우리는 모든것을 잃어버렸다. 23.05.23 256 1 13쪽
» 180. 버리고 싶지 않은 것 23.05.22 258 1 16쪽
185 179. 끝나지 않은 전쟁 23.05.21 258 1 12쪽
184 178. 전쟁의 결말 23.05.20 257 1 15쪽
183 177. 삼파전 23.05.19 256 1 16쪽
182 176. 빛의 제자들 23.05.18 260 1 12쪽
181 175. 시작되는 전쟁 23.05.17 257 1 12쪽
180 174. 모두의 작전과 둘만의 작전 23.05.16 256 1 13쪽
179 173. 반격의 시작 23.05.15 256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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