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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0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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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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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화 몸에 새겨진 비서(秘書)

DUMMY

217화 몸에 새겨진 비서(秘書)



별채를 나오자 시운화는 즉시 시운룡을 찾았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 모여서 별채에 들었는지 궁금했을 것이니 멀리 있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별채를 나오자 순식간에 별채에서 떨어지는 시운룡을 시운화가 보고 따라갔던 것이다.


“달아나기는 그럴 거면 뭐 하러 별채를 기웃거린 것이야?”


“달아나기는 언제 달아났다는 게냐? 지나는 길이었다 그리고 일이 있어 가려 한 것이고.”


“증 낭자와 무슨 말이 오갔는지 듣기 싫으면 말고.”


“말해 보거라.”


“이런 중대한 말을 그냥 하라고요?”


“무슨 말이기에 그러느냐?”


“중매를 서려 했더니 이렇게 나오시겠다···.”


“형수님이 아니라 네가?”


“오라버니들은 아직도 소매가 애로 여겨지시오?”


“아니면 시집이라도 가려느냐?”


“오라버니,

소매 나이는 아시오?”


“와~ 이런 벌써 노처녀가 다 되었구나. 우리 막내가 이리 커 버린 걸 어찌 몰랐을까?”


“운남에 가면 공주 대접을 받을 건데 여기서는 하녀나 다름없으니.”


“그야 네가 원해서지 않느냐?”


“정말 이렇게 나오실 거예요?”


“알았다 네 소원 하나 들어주마. 뭐가 그리 중한 말이었는지 들어 보자.”


“작은 오라버니가 허언은 않는 사람이니 믿고 말할 것이오.”


“······.”


“증 대부인도 작은 오라버니가 마음에 든다 하셨오.”


“증 대부인?”


“왜 증 낭자가 아니어서 섭섭하시오?”


“섭섭할 게 있겠느냐?”


“오늘은 너무 속 보이니 그렇고 내일쯤 별채로 찾아가 보세요. 증 낭자에게도 말 못 할 사정은 있더군요. 언니들과 듣고 나왔지만 직접 들으시는 게 좋지 않겠어요?”


“소원도 반만 들어주면 되겠구나.”


“일구이언하시겠다. 작은 오라버니가 이런 사람이라는 걸 증 낭자가 알아야 할 텐데, 다시 들어가 말해야 하나 모르겠네.”


“알겠으니 말해 보거라.”


“직접 들으세요. 오작교를 놔 줬으면 알아서 건너야지 업어 건네 달라니 어이가 없네요.”


“내일 찾아가면 되는 것이냐?”


“가면 반길 것이니 놀라지나 마세요.”


“소원이 뭐더냐?”


“이제부터 오라버니께서 설호를 맡으세요.”


“그건 너무 과한 것 아니냐?”


“오 년을 소매가 가르쳤으면 되는 것 아니에요?”


“형님께 말씀드려야겠구나.”


“그래 주시면 좋고요. 큰 오라버니 허락이 없어도 가끔씩 가르쳐 주세요.”


“알겠다. 설호 실력이 제법인 게지.”


“머지않아 작은 오리버니를 넘어설걸요. 대충 봐주려 했다가는 오히려 배우게 될지 모르니 알아서 하세요.”


“하긴 쌍웅채에서 하는 꼴이 제법이긴 하더구나.

다른 말은 없었느냐?”


“여인들 속사정도 말해야 하오?”


“아니다 그만하면 됐으니 설호에게나 가 보거라.”


“오라버니께서 가시지요.”


“당장 말이더냐?”


“아니면 언제 가르치시려 그러시오?”


“시전에 나가 네 노리개라도 사 오려 했더니 안 되겠구나. 설호 놈이 연무장에 있다는 말이렷다.”


“흥~ 소매 노리개요? 증 낭자 노리개가 아니고? 얼른 연무장으로 가 보세요. 노리개는 언니들과 나가 사 올 것이니.”


시운화가 내전으로 가 당소소에게 시운룡이 노리개를 사려 했다고 전하자, 당소소와 팽하린은 배를 잡고 뒹굴 정도로 웃음이 터져 버렸다.


“호호호

그래 운화 아가씨가 사 오신다 했단 말씀이지요?”


“소소 언니께서는 아직 한 번도 안 나가 보셨지요?”


“초란아.”


“예, 마님.”


“가서 당 총관에게 시전에 다녀올 것이라 이르고 준비하라 하거라.”


“예, 마님.”


“당 총관님,

초란입니다.”


“무슨 일로 왔느냐?”


“마님께서 시전에 나가신다시며 준비하라셨습니다.”


“시전에는 무슨 일로?”


“운화 아가씨께서 사실 물건이 있다고 나가신다 하시니 마님과 팽가 아가씨께서도 함께 가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래 팽 낭자께서 타고 오신 마차가 있으니 그걸 내오면 되겠구나. 너도 가야겠지?”


“그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 우칠이에게 마차를 몰라 하면 되겠구나. 서둘러 준비할 것이니 돌아가 알리거라.”


“예, 총관님.”


신야현은 작은 현이었다. 시전도 작아 잠시 돌아보는 것이 다였지만, 오랜만에 시전에 나온 세 여인은 이것저것 사들일 것이 많았다. 먼저 방물점에 들려 시운룡이 말한 노리개를 샀는데, 서로 보는 것과 생각하는 것이 달라 결국 다섯 개를 사고서야 방물점을 나올 수 있었다.


옷점에 들려서는 걸려 있던 옷을 다 입어 보고서야 간신히 사기는 했지만, 당가와 팽가 사람들이니 늘 최고로 좋은 옷만 입었는데, 신야처럼 작은 현의 옷점에서 마음에 드는 옷이 있을 리 없었다.


시운화만 경장 세 벌과 화의 한 벌을 거침없이 골라 들고, 당소소와 팽하린이 옷을 고르기까지 한참을 기다려서야 옷점을 나올 수 있었다. 그래도 워낙 출중한 미모를 지닌 세 사람이었으니, 점주는 그저 보고만 있어도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사들인 옷가지를 우칠에게 건네 마차에 실으라 하고는 객점으로 들어갔다. 천하절색이라 해야 마땅할 세 여인의 모습에 모두의 눈길이 모여졌고, 여인들만 온 것을 알고 헛소리를 하며 다가서던 공자가 시운화의 가벼운 손짓에 멀리 떨어지고 시운화가 눈을 부릅뜨고 모두를 돌아보자 고개를 돌렸지만 잠시뿐이었다.


시운화의 시위에 두려운지 주춤거리며 다가온 점소이에게 시운화는 묻지도 않고 주문을 넣었다.


“삼품 냉채 하나, 동파육 두 근, 검난춘 한 단지, 우육탕 넷 아니 다섯, 만두 한 접시, 고추잡채 하나, 고노육 한 접시 내오거라.”


시운화가 주문을 하고 팽하린을 바라보자 팽하린은 왜 바라보는지 모르는 듯했고, 당소소가 미소 지으며 은자 한 냥을 꺼내 주자 시운화가 말했다.


“동전이 없으신가 보다 숙수와 나누거라.”


점소이는 은자를 받아 넣으며 연신 허리를 숙여 감사했다. 숙수와 나누라 했지만 그래도 은자 반 냥이면 심부름 값으로는 많았다.


“뭘 그리 많이 시켰어요?”


“맛은 어떨지 모르지만 운남에서 먹던 것을 시켜 봤어요.”


“아까도 음식 맛이 없다고 숙수를 탓하더니 이제 된 것이에요?”


“맛을 탓한 게 아니고 늘 같은 음식에 질렸던 거예요.”


“돌아가면 바로 말씀드려야겠네요?”


“큰 오라버니께서는 벽곡단만 드시면서도 몇 달씩 견디시는 분이시니 강하게 말씀하셔야 할 거예요. 아니면 언니가 입맛이 없다 맛있는 음식이 먹고 싶다 하셔도 들어주실지 모르지요.”


“호호호

어디 그래 볼까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언니 말씀은 들어주시지 않을까요?”


점소이가 음식들을 들고 오자 시운화가 말했다.


“초란아 가서 우칠이에게 들어오라 하거라.”


“마차에 물건은 어찌하고요?”


“그러면 우육탕하고 만두를 갖다 주거라.”


“예, 아가씨.”


당소소나 팽하린은 아래 사람들이 다 챙겨줘 왔기에 시운화가 하는 모습이 낯설었지만,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기는 당가도 팽가도 아닌 식솔이 몇 되지 않는 수천문이었으니 더는 실수하지 않아야 했다.


나온 음식들은 대체로 맛이 있었다. 늘 가볍게 먹고 지내서인지 모처럼 만에 먹는 외식이어서인지는 알 수 없어도 동파육 한 점에 검난춘 한 잔을 마시고 나니 기분도 좋아지는 것 같았다.


별채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다시 거론하고 시운룡이 보인 행동에 또 한 번 웃음이 터져 나왔다. 조금은 소란스러웠는지 모르나 천향지색의 미인들의 교소는 모든 사람들을 미소 짓게 했다.


모처럼의 나들이를 즐기고 돌아와 노리개 다섯 개를 내보이며 고르라고 하자, 시운룡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가장 평범해 보이는 노리개를 골라 품에 넣고 나갔다.


다음날 별채를 찾은 시운룡은 증 대부인에게 증가 의방 이야기를 들었다. 어제 세 여인에게 한 말과 다를 것 없었지만, 시운룡에게 말하는 것은 증평평을 내주겠다는 말이었으니 여간 조심스럽지 않았다.


더구나 증평평의 몸에 새겨진 증가 의방의 비서는 두 사람이 한 몸이 되어야 나타난다 했으니 부부의 연을 맺어야 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시운룡에게서 증평평을 사모하는 마음이 있다 하지만 염려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으니 말은 길어졌다.


시운룡은 증 대부인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아무 말 없이 들고 있었어도 양가 의방에 대한 분노도 일었고, 증평평을 아끼고자 하는 마음도 더 커져 갔다. 증 대부인의 허락을 얻어 증평평과 수천문 주위를 둘러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시운룡은 증평평을 별채로 들이고 나자 바로 대전으로 향했다. 대전에는 시운학과 당소소, 팽하린, 시운화와 설호도 있었지만, 대전에 들자 바로 말했다.


“형님,

증 낭자와 나들이 다녀왔습니다.”


“마음을 정했더냐?”


“예, 형님.”


“노리개에 뭐라 적어 건넸더냐?”


“어찌 아셨습니까?”


“화려한 것이 아니라 평범한 무늬 없는 것을 골랐다고 들었다. 마음을 전하려면 그대로 내주지는 않았을 것 아니더냐?”


“끝까지 지켜 주겠다 적었습니다.”


“초연지종연(初戀之終戀)이라 적었다는 말이렷다.”


시운룡의 얼굴은 더할 것 없이 붉어졌다. 시운화가 킥킥거렸고 팽하린은 아련한 눈빛으로 시운학을 바라보는데 당소소는 시운룡에게 저런 면이 있었나 싶은지 시운룡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모두 모시고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오거라. 인륜지대사가 아니더냐 마음을 정했다 하나 부모님의 허락은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 혼례는 다녀와서 치르든지 아니면 운남에서 치르든지 알아서 정하거라.”


“노부인의 몸이 아직 회복되지 않아 먼 길을 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시운룡은 탁자 서랍에서 목함을 꺼내더니 환단 하나를 꺼내 주며 말했다.


“설삼환이다. 너도 먹어 봐서 알 것이나 그것이면 다녀오는 데 문제없을 테니 서둘러 다녀오거라.”


시운룡은 설삼환을 받아 품에 넣었다. 시운화는 시운룡이 이미 설삼환을 먹은 것을 알고 심통 맞게 말했다.


“큰 오라버니,

소매에게는 왜 안 주신 겁니까?”


“뭐라 했느냐? 네게 왜 설삼환이 필요하느냐?”


“수련하다 보면 기력도 달리고 먹으면 좋은 거 아니에요?”


“운룡 아우는 독지에서 나와 기력이 쇠잔해서 내준 것이다만, 네 기력이 달리는 것은 수련이 모자라 그런 것 아니더냐?”


“살심이 보인다시며 수련을 멈추라시지 않으셨어요?”


“이런 그게 어디 수련을 멈추라는 말이더냐? 살심을 가라앉히도록 운기조식에 더욱 힘쓰라는 말이었지.”


“그런 것이었어요?”


“아직 그것도 모르니 벽이 그리 두터운 것이다. 내공이 이미 삼 갑자에 이르고도 수양이 모자라 벽을 넘지 못하는 것을 반성해야 할 것이야.”


시운학은 시운화에게도 설삼환 한 알을 내주며 말을 이어 갔다.


“네 스스로 필요한 때를 알게 될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운남으로 보내 수련하게 하고 싶지만, 이곳에 사람이 없어 보내지 않는 것이니 그리 알고 수련에 힘써야 할 것이야.”


“때가 되면 알게 된다 하셨지요?”


“그래 때가 되면 절로 알게 된다. 그렇다고 갖고 있지만 말고 필요한 일이 생기면 쓰거라. 올바른 곳에 썼다면 다시 내줄 것이다.”


“알았어요.”


당소소가 바라보자 시운학이 미소 지으며 물었다.


“부인도 필요하시오?”


“호호호

아니어요. 필요하면 내주시지 않으시겠어요. 그보다 사람이 너무 없어서 불편합니다.”


“조금만 참으세요. 머지않아 들어올 겁니다.”


“어디서 누가 온다 하시는 말씀이신지요?”


“당장 오는 것은 아니어도 머지않아 오기는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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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 210화 쌍웅채 (4) +1 24.08.08 482 11 13쪽
209 209화 쌍웅채 (3) +1 24.08.07 490 11 11쪽
208 208화 쌍웅채 (2) +1 24.08.06 499 12 12쪽
207 207화 쌍웅채 (1) +1 24.08.05 530 10 17쪽
206 206화 각각의 사정 (2) +1 24.08.04 550 10 14쪽
205 205화 각각의 사정 (1) +2 24.08.03 563 10 13쪽
204 204화 혼돈 강호 +1 24.08.02 568 10 13쪽
203 203화 사해방 (5) +1 24.08.01 576 12 13쪽
202 202화 사해방 (4) +1 24.07.31 583 12 12쪽
201 201화 사해방 (3) +1 24.07.30 606 13 12쪽
200 200화 사해방 (2) +1 24.07.29 684 9 12쪽
199 199화 사해방 (1) +2 24.07.28 720 13 12쪽
198 198화 나가다 +2 24.07.27 736 14 13쪽
197 197화 소림 하산 (4) +2 24.07.26 756 13 13쪽
196 196화 소림 하산 (3) +2 24.07.25 745 13 13쪽
195 195화 소림 하산 (2) +2 24.07.24 749 12 12쪽
194 194화 소림 하산 (1) +2 24.07.23 801 14 13쪽
193 193화 투량환주(偸梁換柱) (7) +2 24.07.22 641 14 12쪽
192 192화 투량환주(偸梁換柱) (6) +1 24.07.21 621 11 12쪽
191 191화 투량환주(偸梁換柱) (5) +1 24.07.20 642 15 14쪽
190 190화 투량환주(偸梁換柱) (4) +1 24.07.19 714 16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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