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자 출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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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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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0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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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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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화 몸에 새겨진 비서(秘書)

DUMMY

218화 몸에 새겨진 비서(秘書)



시운룡은 대전을 나오자 바로 별채로 향했다. 아직 말조차 나눠 보지 못한 증평평이었지만, 증 대부인의 허락의 말이 있었고, 형 시운학이 운남으로 가 부모님의 허락을 받으라는 말에 마음은 하늘을 날고 있었다.


별채 월동문 앞에 서자 안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흠흠,

소생 시운룡이올시다.”


월동문이 열리며 노복 여태가 시운룡이 다시 온 것을 보고 물었다.


“이 공자님,

무슨 일이신지요?”


“증 대부인을 뵙고 드릴 말씀이 있어 왔네.”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그러겠네.”


노복 여태는 방문 앞에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


“노마님,

이 공자께서 오셔서 뵙기를 청하십니다.”


증 대부인은 시운룡에게 증평평을 거둬 줄 것을 허락했지만, 늦은 시간에 다시 찾은 것에 의아하면서도 조금은 불쾌했다. 이리 늦은 시간에 다시 찾은 의도가 달리 있겠는가 싶어 사람을 잘못 본 것 아닌가 불안하기도 했다.


증 대부인이 증평평을 살펴보자 증평평의 안색에도 불안해하는 것이 드러나 보이자 하녀 월천에게 말했다.


“평아를 침실로 들이거라. 허락이 있기 전에는 나오지 말고.”


“예, 노마님.”


“여 마름.

거기 있느냐?”


“예, 노마님.”


“이 공자를 안으로 모시게.”


“예, 노마님.”


노복 여태는 증 대부인의 말이 있자 시운룡에게 돌아와 말을 전했다.


“대부인께서 안으로 드시라 하십니다.”


시운룡은 노복 여태가 앞서자 뒤를 따라가 노복 여태가 방문을 열어 주자 안으로 들었다. 방 안으로 들어 얼른 증평평을 찾아 돌아봤지만 보이지 않자 잠시 실망했어도, 해야 할 일이 있어 왔으니 그것이 먼저였다.


“증 대부인,

늦은 시간에 찾게 되어 죄송합니다. 대부인께서 허락이 있으셨다고 형님께 말씀드리니, 형님께서 운남에 계시는 부모님께도 허락을 얻으라 하셨습니다.”


증 대부인은 자신이 생각했던 일이 아닌 것은 참으로 다행이라 여기면서도, 운남으로 가 시운룡 부모님의 허락을 받으라 했다고 하자, 증평평을 운남까지 딸려 보내야 하나 걱정이 앞섰다.


“노구가 평아를 공자께 맡기겠노라 말씀드렸으니 그게 도리에 맞는 일이기는 하나, 평아는 아직 홀로 먼 길을 나선 일이 없어서 걱정이외다. 물론 공자께 함께하시며 돌봐 주시기야 하시겠지만 늙은이라서인지 걱정이 앞섭니다.”


“소생도 형님께 증 대부인께서 아직 회복이 안 되셔서 먼 길을 가시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형님께서 설삼환을 내주시며 복용하시면 기력을 회복하실 것이라 하셨습니다. 소생도 몸을 상했을 때 설삼환을 먹고 회복했으니 드셔 보십시오.”


시운룡은 품에서 설삼환을 꺼내 증 대부인에게 건넸다. 증 대부인은 시운룡이 건네주자 얼떨결에 받아 들었지만, 손에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진한 향이 나는 것이 예사로운 물건이 아니라 여겨졌다.


증 대부인도 증가 의방 사람이니 운남 설산에서 난다는 설삼이 명약이라는 것이야 알고는 있었고, 직접 눈으로 보지는 못했어도 증가 의방에서도 취급했었던 것으로 기억했다.


“설삼환이라시면 운남 설산에서 나는 영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까?”


“예, 그렇게 들었습니다. 본 문에 우환이 있었을 때 형님께서 설산에 오르시어 직접 구하신 인형설삼과 청홍쌍두사로 빚은 환이라 하셨습니다.”


시운룡의 말에 증 대부인은 크게 놀랐다. 설삼도 귀하지만 인형설삼은 하늘이 내지 않고는 구하지 못한다는 귀물이었고 거기에 청홍쌍두사를 섞어 만든 환단이라는 말이었다.


“인형설삼에 청홍쌍두사로 빚었다 하셨습니까?”


“하하하

소생도 그렇게만 알고 있을 뿐 더는 아는 것이 없습니다. 드셔 보시지요. 드시고 나면 소생이 잠시 지켜보고 도움이 필요하면 돕겠습니다.”


시운룡은 무인이 설삼환을 먹고 나면 내공이 크게 늘어나 주화입마에 빠지는 경우가 있어, 누군가 곁에서 지켜보고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야 했기에, 증 대부인이 설삼환을 먹고 나서 있을지 모를 일에 대비하고자 한 말이었다.


시운룡이 한 말을 잠시 생각하던 증 대부인은 설삼환을 입에 넣었다. 설삼환은 입안에서 눈이 녹듯 녹아내려 삼켜졌다. 이미 삼켜져 흔적도 남지 않았지만 입안 가득 설삼의 향이 가득했다.


시운룡은 증 대부인이 설삼환을 먹고도 일각이 지나도 별다른 이상 반응이 없자, 증 대부인의 몸이 잘 받아들인 것으로 알고 말했다.


“다행히도 잘 받아들이신 것 같습니다. 소생은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특이한 증세가 나타나시면 언제라도 소생을 찾아 주십시오.”


시운룡은 증 대부인에게 인사하고 별채를 나왔다. 시운룡이 별채를 나가자 증평평이 침실에서 나와 증 대부인을 살펴보며 말했다.


“할머니,

안색이 붉습니다. 괜찮으신 거예요?”


“괜찮다. 한결 편안하다마는 귀한 환단의 약효가 이것뿐이겠느냐? 조금 이르다마는 잠자리에 들어 약효를 받아들여야 할 것 같구나.”


“예, 할머니.”


증평평은 증 대부인을 침실로 모시고 증 대부인이 잠드는 것을 보고서야 나왔다. 자리에 눕자 바로 잠든 증 대부인의 곁에 있으니 증 대부인의 숨결에서도 풍겨지는 설삼의 향이 느껴지자, 증 대부인이 먹은 환단이 대단한 귀물이라고 여겨졌다.


침실 안에 있었다 하여도 어찌 마음이 놓였겠는가? 증평평과 월천은 무슨 말이 오가는지 마음을 졸이며 방문에 귀를 대고 들었었다.


운남으로 허락을 구하러 가야 한다 했을 때는 더럭 겁도 났었지만, 우려했던 말은 없이 할머니께 설삼환이라는 환단을 내주며 기력에 효험이 있을 것이라고만 했다. 청홍쌍두사는 몰랐어도 인형설삼은 모를 수 없었다.


잔잔한 감동이 밀려들고 굳게 닫힌 마음이 녹아내리는 듯싶자 증평평은 어찌하여 가슴이 두근거리는지 알지 못했다. 다음 날 새벽 눈을 뜬 증 대부인은 당장이라도 쏟아져 나오려는 듯한 배를 움켜잡고 서둘러 측간으로 향했다.


측간을 나오는 증 대부인에게서 피로에 찌들었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설삼환을 먹고 온몸에 가득했던 노폐물이 잠시 전 모두 뽑아져 나왔던 것이다. 들어갈 때 의문이 들기도 했었지만 나올 때는 날아갈 듯 기쁘기만 했다.


하녀 월천을 깨워 땀 냄새가 찌든 침구를 벗겨 내라 이르고 수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고 나자 날이 밝아 왔다. 몸이 회복되자 증가 의방을 떠나 수천문에 들기까지의 일들이 새록새록 떠올랐고, 가슴을 짓누르던 손녀의 일도 전화위복이 되었으니 꿈인가 싶고 저승의 부군이 도운 것이라 여겨지기도 했다.


‘혹시나 비서를 노려 도운 것이라 의심했던 것이 민망하기 짝이 없게 되었구나.’

‘인형설삼에 청홍쌍두사로 빚어낸 환단이라 했지.’

‘본 가의 보기환이나 보혈환은 효험이 좋다 한들 그저 상비약일 뿐이거늘.’

‘운남에 계시다는 어른들께서 들으시면 비웃지나 않으실지 모르겠구나.’

‘수천문이라?’

‘의가이지만 강호를 모르는 것도 아닌데, 어찌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것일까?’

‘내전 마님의 말씀을 제대로 들었어야 했거늘 다 늙어 가지고 의심만 늘어서는···.’

‘떠나기 전에 남겨 둬야 하나.’


그동안 입맛이 없어 거르다시피 하던 식사를 순식간에 비워 내자 증평평은 놀라 바라봤다. 자신은 입안이 깔끄러워 아직 반도 먹지 못했는데 늘 식사를 물리던 할머니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그릇을 비워 내니 놀랐던 것이다.


“어제 시 공자께서 주신 설삼환이 영약은 영약인가 보구나. 기력도 넘치고 이렇게 식욕이 솟는구나.”


“더 드릴까요?”


“아니다 뭐든 과해 좋을 것이 있겠느냐? 너도 들었을 것이나 운남 어른들께 인사드리러 가는 일을 어찌 생각하느냐?”


“할머니께서 정하신 일에 소녀가 무슨 생각이 있겠습니까?”


“네가 복이 있어 시 공자와 인연이 닿았지 싶구나. 내전 마님의 말씀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수천문은 우리가 모르고 있었지만 대단한 곳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네 마음이 먼저 아니겠느냐?”


“소녀는 할머니 뜻에 따르겠습니다.”


“호호호

너도 마음에 있기는 한 모양이로구나. 오늘 밤이라도 함께 있으라 하고 싶지만 오히려 시 공자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구나. 좋은 인연이라 여겨지는구나. 지금이야 어색하겠지만 운남으로 가는 동안이라도 서로 알아 가도록 하거라.”


증평평은 붉어질 대로 붉어진 얼굴을 들지도 못하고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예, 할머니.”


시운룡은 이른 시간에 별채로 찾아갔다. 노복 여태가 그런 시운룡을 반겨 맞으며 말했다.


“시 공자님,

어서 오십시오. 그렇지 않아도 노마님께서 공자님이 드시기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바로 모시겠습니다.”


“노마님,

시 공자님 드셨습니다.”


노복 여태가 안에 고하자 즉시 하녀 월천이 방문을 열었다. 시운룡이 안으로 들어서자 환한 미소를 지으며 증 대부인이 반겼고, 그 곁에는 증평평도 수줍게 고개 숙인 채 함께 있었다.


“몸은 좀 어떠신지요?”


“영험한 환단이어서인지 날아갈 것만 같소이다. 뭐라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소이다.”


“몸을 회복하셨다니 참으로 잘 되었습니다. 혹시나 싶어 밤새 고심했었는데 참으로 다행입니다.”


“언제 가시렵니까?”


“이제 회복되셨으니 며칠 더 추스르시고 가시지요?”


“노구를 걱정하셔서 하시는 말씀이시라면 더는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될 듯싶소이다. 살아오며 어느 때보다 몸이 가벼우니 염려하지 마시라는 말씀이외다.”


시운룡은 증 대부인의 말씀을 들으며 증평평을 살펴봤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 얼굴을 바로 보지는 못했지만 전과 달리 걱정을 덜어 냈는지 수줍은 미소를 띠고 있는 것이 너무 보기 좋았다.


“그러시다면 형님께 말씀드리고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하십시오.”


별채를 나온 시운룡은 서둘러 대전으로 갔다. 대전에는 조찬을 마친 식구들이 모두 모여 차를 마시고 있었다.


“형님,

증 대부인께서 쾌차하셨습니다. 언제라도 떠나도 된다 하셨고요.”


“그리 좋으냐? 오늘 하루 더 지켜보고 내일 출발하도록 하거라. 달리 준비할 것은 없을 것이고 잊지 말고 아보네 객잔에 들려 동파육과 검난춘만 넉넉하게 사 가면 될 것이다.”


“형님,

비서는 어찌해야 하는지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나 증가 의방으로서는 중한 물건이 아니더냐? 어찌 발현될지는 모르나 증 낭자와 미리 상의해서 정하면 되지 않겠느냐?”


웃어서는 될 일이 아니지만 당소소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호호호

신방에 지필묵이라니 더구나 환하게 불도 밝혀야 하지 않겠어요?”


당소소의 말에 팽하린도 민망해하며 입을 가리고 웃었고 시운화는 배를 잡고 굴렀다. 시운학은 뭐라 하지도 못하고 얼굴만 붉히는 시운룡에게 말했다.


“증가 의방의 어른께서 그리 생각 없으신 분은 아니실 것이야. 그리고 말하지 않았더냐 비서는 우리에게 그리 중한 것이 아니라고, 그러니 다른 것에는 신경 쓰지 말고 부부의 첫 연에 정성을 다하면 될 것이야.


강호의 온갖 신기묘산에 밝으신 분이 관 노사님이시니 미리 여쭤보는 것도 한 방편이지 싶구나. 어렵게 여길 것 없이 지필묵을 준비해 둔다 한들 그게 무슨 문제가 되겠느냐?”


시운룡은 그제서야 안심이 되는지 세 여인을 노려보고는 대전을 나갔다. 시운화는 노려본 것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놀리듯 말했다.


“나온 지 얼마나 됐다고 그새 또 별채로 가세요?”


“마차를 살피러 간다. 별채가 아니고.”


오랜만에 웃음꽃이 가득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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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 210화 쌍웅채 (4) +1 24.08.08 482 11 13쪽
209 209화 쌍웅채 (3) +1 24.08.07 490 11 11쪽
208 208화 쌍웅채 (2) +1 24.08.06 499 12 12쪽
207 207화 쌍웅채 (1) +1 24.08.05 530 10 17쪽
206 206화 각각의 사정 (2) +1 24.08.04 550 10 14쪽
205 205화 각각의 사정 (1) +2 24.08.03 563 10 13쪽
204 204화 혼돈 강호 +1 24.08.02 568 10 13쪽
203 203화 사해방 (5) +1 24.08.01 576 12 13쪽
202 202화 사해방 (4) +1 24.07.31 583 12 12쪽
201 201화 사해방 (3) +1 24.07.30 606 13 12쪽
200 200화 사해방 (2) +1 24.07.29 684 9 12쪽
199 199화 사해방 (1) +2 24.07.28 720 13 12쪽
198 198화 나가다 +2 24.07.27 736 14 13쪽
197 197화 소림 하산 (4) +2 24.07.26 756 13 13쪽
196 196화 소림 하산 (3) +2 24.07.25 745 13 13쪽
195 195화 소림 하산 (2) +2 24.07.24 750 12 12쪽
194 194화 소림 하산 (1) +2 24.07.23 802 14 13쪽
193 193화 투량환주(偸梁換柱) (7) +2 24.07.22 642 14 12쪽
192 192화 투량환주(偸梁換柱) (6) +1 24.07.21 622 11 12쪽
191 191화 투량환주(偸梁換柱) (5) +1 24.07.20 643 15 14쪽
190 190화 투량환주(偸梁換柱) (4) +1 24.07.19 715 16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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