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단장이 민주정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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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3.11.2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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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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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7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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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화

DUMMY

10월 5일.


에디는 감옥에 갇혀 있었다.


튜릭 성의 지하 비밀감옥.

이곳은 영주에게 반역을 꾀한 정치범들이 갇히는 공간이었다.


영주 클라이드의 뜻에 거스른 자들은 쥐도새도 모르게 튜릭성의 지하 비밀감옥에 갇혀서 비밀리에 처형당하는 것이다.


에디는 여지껏 튜릭성의 지하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


에디는 곰팡내 나는 좁은 지하 독방에서 자조적으로 웃었다.


“내가 어리석었다. 클라이드는 그저 사리사욕에 사로잡힌 야심가에 불과했어.

그의 사상이라는 건 단지 그가 왕좌를 찬탈하는 데 쓰일 도구에 지나지 않았던 거야."


에디는 믿었다.

클라이드의 밑에서 계속 싸워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 올 것이라고.

하지만 자신이 사람을 잘못 본 것이다.


클라이드의 인자한 미소는 추악한 욕망을 감추기 위한 가면이었다.

신분을 차별하지 않고 사람을 등용한 것은 단지 쓰기 좋은 장기말들을 선별하기 위함이었다.

부하들을 아끼던 모습은 단지 도구를 아껴 쓰는 절약정신에 다름아니었다.


그리고 평화로운 세상을 원한다던 그의 사상은 단지 왕을 몰아내고 자신이 새로운 왕이 되기 위한 명분에 불과했다.


“클라이드···.”


에디는 주먹을 꽉 쥐었다.

몸속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러면 뭐 하랴.

자신은 내일 정오에 교수형을 당할 운명이었다.


자신은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했다.

나는 능력이 있다.

나야말로 전란의 세상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것이다.


결과는 지하 감옥에서 교수형을 기다리는 신세다.

누구보다 능력 있다고 생각한 자신은 그저 클라이드의 손바닥 위에서 춤추는 광대였을 뿐이다.


“가능하면 죽기 전에 클라이드의 얼굴에 한 대 주먹을 꽂아주고 싶었다.”


에디는 벽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뚜벅뚜벅.


발소리가 들렸다


‘뭐지? 간수가 올 시간은 아닌데.'


에디의 감옥 철창 앞에선 사람은 예상 밖의 인물이었다.


“여, 에디. 다행히 아직 살아있구나.”

"네가 뭐 하러 왔지? 설마 날 비웃으려고 여기까지 오진 않았을텐데."

"그런소리 말라고. 널 여기서 꺼내주려고 온 거니까."


-철컥. 끼익.


어디서 열쇠를 구했는지 철창의 문을 열었다.

에디는 혼란스러웠다. 며칠만에 이렇게 태도를 바꾼다고?


“이런짓을 하면 너도 똑같이 반역죄일 텐데?”


에디의 물음에 그 사람은 씩 웃어넘겼다.


“일단 나가자고. 안 잡히고 나갈 샛길을 봐 뒀으니까.”


눈앞의 녀석은 믿을만한 놈은 아니었다.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또 어딘가에 자신을 이용해먹을 생각이겠지.

그래도 뭐가됐든 지하감옥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나을 터였다.


에디는 일어서서 그 인물을 따라서 지하 비밀감옥을 나섰다.


1.


7월 23일.


에디는 기사단의 집무실에서 잡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벌써 해가 질 시간이 되어 주변이 붉은 노을빛에 휩싸였다.


슬슬 일을 마무리 지을 시간이었다.

병장기의 점검을 오늘 안으로 마무리 지으려 적룡 기사단 사람들은 분주히 움직였다.

에디는 사무실에서 부단장 폴 코백과 남은 잡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일주일 전 스콧 영지의 피아몬테 성관 (castle)이 왕제(王弟)파에 속한 케인 가문의 공격을 받아서 점령당했다.

피아몬테 주변의 여러 마을들이 케인의 손아귀에 들어간 것이나 다름없었다.


영주 클라이드는 진노했고 피아몬테 성관은 물론 100년 전에 빼앗긴 폴리나 성관까지 되찾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그 때문에 병장기의 점검 태세를 내일까지 보고해야 했다.


“계십니까.”


부단장 폴이 일어나서 사무실 문 쪽으로 갔다.


“이블린 아가씨의 하녀라는데요?”


폴이 ‘어쩔까요?’ 하는 표정으로 에디를 향해 물었다.


'이블린 아가씨가?'


이블린은 영주 클라이드의 둘째 딸이었다. 하녀라고는 하지만 영애의 측근이니 소홀하게 대할 수는 없었다.

무슨 용건일지 짐작도 안 갔다.

이블린이 자신을 찾을 일이 있을까?


“들어오라고 하게.”


하녀는 사무실로 들어와 앉지도 않고 용건을 전달했다.


“이블린 아가씨께서 단장님께 하실 말씀이 있다고 전하라셨습니다. 저녁에 시간이 되시면 말씀을 나누고 싶다고 하십니다.”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으나 영애의 부탁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


“그럼 제가 저녁에 찾아가면 되겠습니까?”

“아닙니다. 아가씨께서 직접 단장님을 찾겠다고 하십니다. 어디가 편하십니까?”


“그렇다면 여기 사무실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하녀는 돌아갔다.


“이블린 아가씨가 무슨 일일까요?”

“글쎄 낸들 아나.”


폴의 물음에 에디도 할 말이 없었다.

이블린이 자신을 찾을 이유가 뭘까?


“뭐, 얘기를 들어보면 알겠지. 다들 먼저 들어가게.”


에디는 이참에 남은 서류나 마저 처리할 생각이었다.

부하들이 돌아가고 8시쯤 된 시각.

한 사람이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에디 단장 계신가요?”


이블린이었다.


“아가씨. 들어오시죠.”


에디는 이블린을 사무실 안 쪽의 응접실로 안내했다.

응접실이라고는 해도 조악한 나무 탁자와 의자가 있을 뿐인 지저분한 공간이었다.

영주의 영애인 이블린에게는 너무나 안 어울리는 공간이었다.


“이거 죄송합니다. 소파 같은 것도 없어서.”


“아니에요. 갑자기 찾아 뵌 제가 실례지요. 신경 쓰지 마세요.”


이블린은 의외로 아무렇지도 않게 손수건을 꺼내 의자의 윗 부분에 묻은 먼지를 닦아내고 앉았다. 에디는 청소를 게을리한 부단장 폴을 내일 문책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맞은 편에 앉았다.


“무슨 일로 찾으셨는지요?”

“사실은 단장님께 부탁드릴 일이 있어요.

며칠 뒤에 잠시 튜린을 떠날 일이 있는데 그때 적룡기사단에서 절 호위해 주셨으면 해요.”

“그걸 왜 저희 적룡기사단에··· 귀족 분들의 호위는 청룡기사단에서 맡는 일이지 않습니까?”


에디의 물음에 이블린 고개를 저었다.


“청룡기사단장은 못 가겠다고 하더군요.”

“클렉이 못 간다고 했다고요? 어디로 가시는데요?”

“피아몬테요.”

“피아몬테요?”


이블린의 말에 에디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피아몬테는 지금 케인 가문의 지배하에 있었다. 말하자면 적지다.

에디는 혹시나 이블린이 정말 모르고 있나 해서 물었다.


“지금 피아몬테 성채의 주인이 어딘지는 알고 계십니까?”

“케인 가문이죠.”


이블린이 담담하게 말했다.

현 상황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피아몬테에 가겠다고?

에디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가씨. 이 시기에 피아몬테로 가는 건 너무 위험합니다.

그곳은 전투가 벌어진 지 얼마 안 되는 적지 한 가운데에요.”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피아몬테로 가는 것은 안 될 일이었다.

청룡기사단장 클렉은 당연히 안 된다고 했을 것이다.

에디 자신도 같은 생각이니까.

이블린의 표정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며칠 후면 저희 어머니의 기일이에요.

어머니는 피아몬테 쪽에 묻혀 계세요.

그쪽 출신이라서 유언으로 고향 땅에 묻히고 싶어 하셨거든요.”

“아.”


이블린의 생모는 그녀가 어렸을 때 일찍 돌아가셨다고 들었다.

에디 역시 전쟁 통에 어린 시절 양친을 잃었으므로 그녀가 어머니의 기일을 챙기고 싶은 마음은 충분하게 이해가 갔다.

그러나 하필이면 그곳은 지금 한창 위험한 곳이었다.


“영주님께서는 뭐라고 하십니까?”

“안 된다고만 하세요. 아버님께서는 어머니에 대해서는 신경도 안 쓰세요.

그럴 만하죠 신분 낮은 천한 첩 중에 하나 였으니까.”


이블린이 쓴 것을 삼키듯이 내뱉었다.


“에디 단장. 어떻게 안 될까요. 저는 꼭 어머니의 묘소에 갔다 오고 싶어요.”


이블린의 눈동자에는 간절함이 엿보였다. 에디도 안 된다고 말하기가 힘들었다.


“아가씨. 안타깝지만 지금 피아몬테는 너무 위험합니다.

내년 기일을 기다리시지요.

그때 쯤이면 우리 기사단이 피아몬테를 수복해서 안전하게 방문하실 수 있을 겁니다.”


에디는 이블린을 설득하려고 했다.


“죄송합니다. 에디 단장을 곤란하게 만들어 버렸네요.

신경 쓰지 마세요. 저 혼자서 갈 테니까요.”


이블린이 감정적으로 내쏘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몸을 돌려 나가려는 이블린을 에디가 잡아 세웠다.


“아가씨. 혼자서는 절대 안 됩니다.

성묘는 내년에 가시면 되지 않습니까?”


에디의 말에 이블린이 휙 돌아봤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있었다.


“내년에요? 에디 단장은 저 멀리 콤스톡 가문과 동맹을 맺을 거라는 걸 알고 있나요?”


콤스톡 가문.

멀리 떨어진 리구리아 지방의 영주 가문이었다. 같은 국왕파 소속으로 좋은 방향으로 교류하는 건 알고 있었다.


“이번 년도 말에는 콤스톡 가문과 동맹을 맺을 거에요.

그럼 딸들 중 누구 하나는 콤스톡 가문에 시집을 가게 될거에요.

저는 혼기가 다 찬 처녀니까 십중팔구 제가 될거에요.

그리고 멀리 리구리아로 가서 다시는 라티나로 돌아오지 못하겠죠.

아시겠어요? 이번이 마지막 성묘일 수 있어요. 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어머니의 묘에 가야겠어요.”


이블린의 표정에서는 깊은 분노와 체념 그리고 슬픔이 묻어나왔다.


“죄송해요. 에디 단장 입장에서는 당연한 건데 너무 제 사정만 쏟아냈네요. 잊어주세요.”


이블린은 고개를 숙이고 뒤돌아서 나가려고 했다.


“잠깐 기다리세요, 전혀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에디의 말에 이블린이 걸음을 멈추고 돌아봤다.


“다만 마차로 편하게 여행하시는 건 포기하셔야 합니다."

“무슨 말씀 이시죠?”

“귀족적으로 편하게 여행하는 게 아니라면 방법이 없지는 않다는 뜻입니다. 아가씨 말은 탈 줄 아십니까?”


에디의 물음에 이블린은 고개를 저었다.


“그럼 저와 같이 말을 타고 가실 수 있겠습니까?"

“갈 수만 있다면 좋아요.”


이블린이 결연하게 말했다.


"오래 타면 엉덩이가 많이 아플겁니다.”

“상관없어요.”

“옷도 허름한 옷으로 갈아입고 가셔야 합니다.”

“옷을요?”


이블린이 생각 외라는 표정으로 물었다.


“지금 차림 그대로 여행한다면 나 귀족이라고 써놓고 다니는 꼴입니다.

성하 마을에 평범한 처녀가 입는 옷을 착용하셔야 안전할 겁니다. 화장도 지우셔야 하고요.”

“그, 그렇군요. 거기까지는 생각 못 해봤어요. 뭐든지 상관 없어요.”


이블린의 결연한 의지에 에디도 고개를 끄덕였다.


“피아몬테는 용병 시절에 제가 주로 활동했던 곳입니다.

그 주변의 샛길과 산길은 제 손에 환합니다.

샛길을 사용해서 가면 케인 가문의 눈을 피해서 들어갔다 나올 수 있을 겁니다.”


에디의 말에 이블린이 눈물을 글썽였다.


“에디 단장. 정말 고마워요.”

“저는 영주님에게 은혜를 입고 발탁된 몸입니다. 따님인 이블린 아가씨를 돕는 것은 당연합니다. 마음 쓰지 마세요.”

“아니에요. 정말 정말 고마워요.”


이블린은 울음에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



며칠 후.


에디는 이틀의 휴가를 내고 튜릭의 성하 마을에 내려와 있었다. 마구간에서 빌린 덩치 큰 말을 끌고 이블린을 기다리고 있었다.


“에디 단장.”


후드를 뒤집어쓴 평범해 보이는 처녀가 에디를 불러세웠다.


“아. 설마 이블린 아가씨입니까?”


이블린이 살짝 후드를 걷으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왜요? 화장을 지우니 너무 못난이가 되어서 못 알아봤나요?”

“그, 그럴 리가 있습니까?”


실제로도 이블린의 외모는 화장을 했을때와 별 차이 없이 아름다웠다. 되려 화장했을 때와 다른 풋풋한 매력이 더 느껴졌다.


“이 정도면 평범한 마을 처녀로 보이나요?”


이블린이 자신의 옷차림을 들춰 보이며 물었다.


“예. 이정도면 아마 문제 없을 겁니다.”


에디가 커다란 덩치의 말을 끌며 이블린에게 보여줬다.


“이 녀석을 타고 갈 겁니다.

마굿간에서 제일 큰 녀석을 골라 왔으니 저와 이블린 아가씨가 같이 타도 괜찮을 겁니다.”

“전 말을 처음 타 봐서 좀 무섭네요.”


이블린이 거대한 말에 약간 겁먹은 듯했다.


“익숙해 지면 말은 아주 얌전하답니다.”


에디가 웃으며 말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연재합니다~. 본 글은 타 플랫폼에 자유연재 했던 글로 30화 정도 되는 분량인데 스피디 하게 한 번에 2화씩 연재 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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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23.12.18 16 0 9쪽
21 21화 23.12.17 25 0 9쪽
20 20화 23.12.16 22 0 9쪽
19 19화 23.12.15 18 0 9쪽
18 18화 23.12.14 21 0 9쪽
17 17화 23.12.13 20 0 9쪽
16 16화 23.12.12 20 0 10쪽
15 15화 23.12.11 22 0 10쪽
14 14화 23.12.10 22 0 10쪽
13 13화 23.12.09 24 0 9쪽
12 12화 23.12.08 25 0 9쪽
11 11화 23.12.07 28 0 9쪽
10 10화 23.12.06 29 0 18쪽
9 9화 23.12.05 28 0 18쪽
8 8화 23.12.04 29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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