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단장이 민주정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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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3.11.2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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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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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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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DUMMY

“교수님께서 바로 마음을 정하지 못하시는 것도 이해합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지요. 그렇지만 민주정을 세울 수 있는 영주로 교수님이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에디의 말에 앨빈은 자신에게 에디와 같은 용기와 과단성이 없다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일세. 내가 영주가 되어서 입헌군주제를 시행하겠다고 주장하더라도 가문의 중신들과 인척들이 그걸 받아들이겠는가?”

앨빈의 말은 지당했다.

아무리 영주가 영지의 지배자라고 하지만 대대로 섬겨온 중신들과 가문의 인척들의 주장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가문을 움직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평소대로라면 그렇겠지요. 그래서 제가 지금이 둘도 없는 기회라고 말한 것입니다.”

에디는 태연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린가?”

“지금 케인 가문은 멸망 직전입니다. 그런 상태로 만든 자들이 누굽니까? 권력을 쥔 중신들과 인척들입니다. 이 상황에서 앨빈 교수님과 저 두 사람이 주축이 되어서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면 그들이 우리의 결정을 반대할 수 있겠습니까?”

앨빈은 말이 막혔다. 상황을 역에서 역으로 뒤집는 말도 안 될 정도로 대담한 발상이다.

앨빈에게는 다른 것은 몰라도 전장에서 에디의 지략만큼은 상당한 수준일 거라는 믿음이 싹트고 있었다.

“중신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민주정을 시행한다고 해보세. 그 뒤는 어찌할 것인가? 내가 다스려서는 군주제의 연장선에 지나지 않을 것이네.”

“일단은 우리가 직접 시민의 대표로 나서야 겠지요. 민주정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시민들 중에서 싹수가 괜찮은 친구들을 귀천의 구분 없이 뽑아서 가르칠 생각입니다. 당분간은 민주정을 하려고 해도 민주정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저와 교수님을 주축으로 엘리트 중심의 과두 공화제 정치를 시행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러나 계속 시간을 들여서 인재를 기르고 민주정을 가르치다보면 언젠가 제대로 된 민주정을 하게 될 때가 올겁니다.”

“허···”

앨빈은 놀라움을 느꼈다.

에디의 말은 절대로 하루 아침에 생각해서 나올 만한 것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이 문제에 대해 고심해서 생각한 것이 엿보였다.

“놀랍구만 이제는 자네가 나보다 더 민주정에 대해서 정통해진 것 같네.”

허허롭게 웃는 앨빈을 보며 에디도 미소지었다.

“무슨 소리십니까. 다 이전에 강의 중에 교수님이 알려주신 것들 아닙니까? 저는 그것을 현실에 어떻게 접목할지 생각했을 따름입니다.”

겸손하게 말하는 에디에게 앨빈이 손을 저었다.

“아니네. 말과 논리로만 이루어진 사상을 현실에 어떻게 적용할 지 생각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라네. 불과 몇 개월만에 자네의 공부가 크게 진전된 것 같네.”

앨빈은 정말로 몇 개월 만에 학문적으로 크게 성장한 제자가 대견스럽게 느껴졌다.

“그래, 내가 결정을 내린다면 무슨 방식으로 전세를 뒤집을 생각인가?”

앨빈의 물음에 에디는 다시 엄격한 얼굴로 돌아왔다.

“제가 먼저 교수님에게 말씀드린 것처럼 제가 제안드린 것은 거래입니다. 교수님께서 제 제안을 받으신다면 방법을 알려드릴 겁니다.”

에디의 말에 앨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몇 개월 동안 겪어 본 바로 에디가 없는 말을 허투로 할 사람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던 것이다.

“자네도 알다시피 나도 시간이 별로 많지는 않다네. 이번 주까지는 결정을 내리겠네.”

“잘 생각하셨습니다.”


에디가 앨빈의 저택을 방문한지 3일이 지난 오후.

앨빈의 집사 다니엘이 에디가 빌리고 있는 여관방으로 방문했다.

“도련님께 에디 씨를 모셔오라는 분부를 받았습니다.”

집사 다니엘이 자신을 부르러 왔다는 것에서 에디는 앨빈이 결정을 했구나 하고 느꼈다.


집사가 미리 준비해둔 마차를 타고 앨빈의 저택으로 향했다.

앨빈은 저택 1층 응접실에 미리 나와 앉아 에디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결정은 내리셨습니까?”

에디가 인사하며 물었다.

“일단 앉아서 얘기하지.”

앨빈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권했다.

“우선은 자네의 전공과 평판에 대해서 좀 알아봤네.”

자리에 앉자 앨빈이 먼저 입을 땠다.

“어땠습니까?”

에디의 물음에 앨빈이 씩 웃었다.

“자신이 넘칠만 하더군. 평민 출신의 용병이 기사로 발탁된지 얼마 안 되어서 전공을 세우고 새로 생긴 기사단의 단장까지 올라갔으니 놀라운 일이지. 게다가 전쟁에서도 큰 공을 여러 개 세웠더군.”

말하는 앨빈의 표정은 좀 자조적이었다.

에디가 큰 공을 세우면서 전장에서 박살낸 상대가 다름아닌 케인 가문이었기 때문이다.

“자네가 실력이 있다는 건 인정하겠네.”

앨빈의 말에 에디는 몸을 앞으로 숙였다.

“저를 부르신 이유는 결정을 내리신 겁니까?”

앨빈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자네의 제안은 나로서도 거절하기 힘든 좋은 제안이지. 자네 말처럼 잘만 된다면 영주의 아들로서 가문을 지키는 동시에 학자로서 민주정을 시험해 볼 수 있지 않겠나.”

앨빈이 옅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 거래가 성사되었다고 봐도 되겠습니까?”

에디의 말에 앨빈도 진지한 얼굴로 바뀌어 한마디 덧붙였다.

“다만 우리의 거래가 한 가지 바뀌어야 할 부분이 있네.”

“바뀌어야 할 부분이요?”

“현실에서 민주정을 실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네. 중간에 위기도 많을 것이고. 자네는 우리의 관계를 거래라고 말했지만 단순한 거래 관계인 사이로는 험한 위기가 닥쳤을때 버텨낼 수 없을 것이네. 그래서 나는 우리의 관계는 동지적인 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네. 어떤가?”

앨빈의 말에 에디는 조금 주저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클라이드 스콧을 평생 충성을 바쳐서 섬기려 했었다. 하지만 결국 그에게 배반 당하고 버려진 에디였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 결심하고 앨빈과도 피상적인 거래관계로 민주정을 도입하는 일을 시작하려고 했다.

그래야 앨빈에게 혹여 배신당하더라도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앨빈의 말처럼 위기가 닥쳤을때 과연 그런 느슨하고 약한 거래 관계로 묶인 사람들이 한데 뭉쳐서 위기를 해쳐나갈 수 있을까?

답은 아니었다.

서로를 온전히 신뢰하지 못 한다면 연대는 금방 깨어질 것이었다.

‘나도 모르게 겁내고 있었나 보군. 또다시 믿었던 사람한테 배반당하는 것을···’

겁내고만 있어서는 앞으로 전진할 수 없다.

용병 시절 숱하게 배웠던 것이었다.

에디도 결심을 굳혔다.

“교수님 말이 맞습니다. 동지가 되어서 한데 뭉치지 않으면 민주정을 세울 수 없을 겁니다.”

“그럼 내 제안에 응하는 걸로 봐도 되겠나?”

앨빈이 손을 내밀며 물었다.

에디는 그 손을 굳게 맞잡았다.

“좋아. 우리 한 번 해보세.”

“잘 부탁드립니다.”

두 사람은 굳게 맞잡은 악수를 통해서 전란의 시대에 민주정을 세울 동지로서 맺어졌다.

바로 그날 저녁부터 두 사람은 밤 늦게까지 세부적인 전략을 세우는데 밤을 지샜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라티나 지방.


앙코나 성관.

앙코나 성관은 케인 가문의 수도 벤폴로 가는 길목을 지키는 최후의 요새였다.

그 앙코나 성관이 스콧 가문의 군대에 사방이 포위된 채로 벌써 일주일 가까이 지나고 있었다.

성관의 성주 톰마소는 가까스로 버티고 있었지만 한계에 다다랐다고 느꼈다.

어제 저녁부터 군량이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앞으로 며칠은 죽이라도 끓여서 병사들을 먹일 수 있겠지만 오래 버틸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수도에서 원군이 올 희망도 없었다.

보름 전 그란디 평원의 회전에서 케인 가문은 크게 패하고 군대는 괴멸적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영주가 중상을 입고 가문의 적장자가 전사할 정도로 치명적인 패배였다.

때문에 케인 가문이 불과 보름만에 군대를 추슬러서 앙코나 성관으로 원군을 보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걸 알기 때문에 성주 톰마소는 더 버텨봤자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케인 가문에 대한 충의 때문에 버텼던 톰마소였지만 더이상의 농성은 단지 애꿎은 병사들만 죽이게 될 터였다.

‘하루. 앞으로 하루만 더 기다려 보자.’

이미 튜릭에는 몇 차례나 원군을 요청하는 사자를 보낸 터였다.

내일 아침까지 원군이 오지 않는다면 톰마소는 백기를 올리고 성문을 열어 줄 생각이었다.

자신의 알량한 충심을 지키기 위해서 직업 군인도 아니고 강제로 끌어와 갑옷만 입힌 근처 마을의 농민들을 사지로 몰아넣을 수는 없었다.

다만 톰마소를 비롯한 기사들까지 살아남을 생각은 아니었다.

자신을 비롯한 결사대가 성문을 열고 돌격해서 산화한 후에 백기를 올리게 할 생각이었다.


오후 1시.

스콧 가문의 병사들은 점심을 먹고 힘을 쓰려는 듯 압박이 거세지고 있었다.

온갖 욕설로 케인 가문을 매도하며 지금 성문을 열지 않으면 모두 성관 안에서 아사할 거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고는 30분도 지나지 않아 교대하듯 다른 장교가 앞으로 나와 밤중에 몰래 투항하면 반역에 가담한 죄를 묻지않고 고향으로 돌려보내 주겠다며 부드러운 태도로 앙코나 성관을 지키는 병사들을 회유하려 했다.

이미 그 회유에 넘어가 밤 중에 몰래 성관에서 도망친 병사가 몇십 명에 달했다.

“아, 아마 오늘을 온전히 버티기 힘들겠구나···”

성주 톰마소는 결사대로 나가 산화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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