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단장이 민주정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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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3.11.27 13:48
최근연재일 :
2023.12.2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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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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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DUMMY

“아무래도 가문의 상황이 많이 어려워진 것 같네. 두 형도 없고 아버지마저 중상이라고 하니··· 아버지는 아무래도 살아나실 가망이 없는 모양이야. 그래서 집사 다니엘이 나를 모셔오기 위해서 이곳까지 온 것일세. 적자계승으로 따진다면 삼남인 내가 다음 순위니까.”

“케인 가문으로 돌아가실 생각입니까?”

에디의 질문에 앨빈은 말이 없었다. 어째야할지 결정을 못내린듯 했다.

“가문이 위기니 외면할 수는 없지만 나는 평생을 학자로 살기로 마음을 정했다네. 이제와서 다시 가문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내가 그 사나운 스콧 가문의 군대를 상대로 제대로 병사들을 지휘할 수 있겠나? 내가 볼때 우리 가문이 망하는 것은 이미 결정 된 사실인듯하네.”

에디는 앨빈의 말이 일리있다고 생각했다.

영주와 두 아들을 제외하면 군대 생활을 해본 인물은 없다고 알고있었다.

그 세사람이 케인 가문의 주축이라고 볼 수 있었는데 3명이 모조리 제거 된 상황이었다.

게다가 그 정도의 패배를 겪었으니 케인 가문은 곧 멸망할 것이 누구의 눈에도 훤한 상황이었다.

“미안하군. 상황이 이리 되어서 아무래도 오늘은 강의를 하지 못할 것 같네. 아무래도 가문의 일이 눈에 밟혀서 어쩔 수가 없군.”

앨빈이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에디를 쳐다봤다.

“그런건 신경쓰지 마십시오. 심려가 크실텐데 오늘은 이만 쉬시지요.”

“그리해야겠네.”

그날은 그렇게 자리가 정리되었다.


그로부터 사흘이 지났지만 앨빈은 아직 결정을 못내리고 끙끙앓고 있는 듯했다.

에디는 오전에 군사학 강의를 듣고 남는 시간에는 검을 휘두르며 보냈지만 그 역시 공부에 집중을 못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한가지 생각이 뇌리에 스쳤기 때문이다.

‘앨빈은 돌아가면 케인 가문의 영주가 될 것이다.’

수도 벤폴을 비롯해서 라티나 지방을 양분하는 커다란 케인 가문의 영지는 원래라면 문약한 앨빈같은 인물이 차지할 수 없을 터였다.

하지만 운명은 공교롭게도 가장 영주에 어울리지 않는 권력욕이 없는 앨빈에게 영주의 자리를 주려 하고 있었다.

‘앨빈···’

에디는 앨빈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외곯수로 학문만 파는 학자였지만 그는 진실성이 있고 정이 있는 사람이었다.

야망이 넘치고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고 혈안이었던 전 주군 클라이드와는 정 반대의 사람이었다.

하지만.

‘앨빈을 수장으로 해서는 전쟁은 이길 수가 없다.’

에디는 그렇게 생각했다.

오랜시간 전장을 전전한 에디로서는 느낄 수 있었다.

앨빈에게 학문적인 재능은 있겠지만 한 영지의 수장으로서 늑대같이 거칠고 노련한 클라이드의 상대를 할만한 강단이 없었다.

‘하지만 평화로운 시대의 영주라면··· 그만한 사람도 없다.’

덕이있고 정이있으면서도 엄격한 면이 있었다.

중앙집권제, 공화정, 민주정. 이런 정치제도를 떠나서 앨빈이라면 백성들이 고통받지 않는 치세를 할 것 같았다.

법이 없어도 살 사람.

앨빈을 가장 잘 나타낼 듯한 말이었다.

그때문에 에디는 고심하고 있었다.

‘앨빈을 평화로운 시대의 영주로 만들어보고 싶다.’

앨빈이라면 민주정을 현실에서 실현할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 오히려 앨빈 뿐인듯 했다. 민주정이라는 것은 군주의 권력을 빼앗아서 일반 백성에게 줘야 하는 일.

하지만 군주가 잠자코 권력을 내놓을리 없었다.

군주에 어울리는 사람은 늑대같이 거칠고 노련한 자들이다.

그리고 그런 자들은 절대로 자신의 것을 남에게 내주지 않는 자들이었다.


에디는 지난날 강의시간에 앨빈과 나눈 문답을 떠올렸다.

“민주정 제도가 굉장히 완성도 높은 정치체제라는 것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온 세상은 황제의 땅이고 그 아래로는 왕이 있고 더 밑에는 영주들이 한치의 짜투리도 없이 땅을 나눠가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대체 어디에서 민주정을 시행할 땅을 구할 수 있겠습니까?

영주들이 자신의 권력을 내놓을리 만무한데 민주정을 새롭게 시작할 방법이 있겠습니까?”

앨빈은 에디의 물음에 적확한 지적이라고 기꺼워 하면서 입을 열었다.

“그때문에 대다수의 민주정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시민들이 혁명을 일으키지 않으면 민주정을 도입하는 것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네.”

“혁명이라면··· 반역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영주의 땅은 영주가 차지하고 있지만 영주의 것이 아니다. 브리아 왕국의 왕이 하사한 봉토인 것이고 왕의 땅은 더 나아가서 황제가 맡긴 것에 지나지 않는다.

비록 현실적으로는 각 영주가 자신의 영지를 소유하고 있고 왕은 수도 덴블란쉬 주위의 직할지만을 다스리지만 개념적으로는 영주의 땅은 곧 왕의 땅이었다.

그러므로 영주의 땅을 혁명으로 찬탈한다는 것은 곧 왕의 땅을 도적질 하려는 반역자가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반역자는 사형뿐이다.

“나는 무력으로 피를 흘려야만 민주정이 도입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지만 대다수 급직적인 학자들은 가장 현실적인 모습으로 혁명을 거론하고 있는 실정이지. 그때문에 민주정을 연구하는 것은 곧 반역을 위한 학문을 연구하는 것 아니냐는 공격을 받는 실정이네.”

왕립 아카데미는 학문에 있어서는 다른 곳의 간섭을 받지 않고 순수하게 학문만을 연구할 수 있게 만들어진 기관이었지만 왕립으로 지어져 왕실의 원조를 받는 이상 왕실의 눈치를 아예 안 보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민주정을 연구하는 학자가 별로 없는 것이리라.

“그럼 교수님은 혁명말고 어떤 방법이 있다고 보십니까?”

“입헌군주제도라는 것이 있네. 왕이 소유하고 군림하되 지배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지.”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군림을 하는데 지배하지 않다니요?”

“국가의 지배자는 왕이지만 나라의 중요한 정책은 민주정의 방식으로 백성들이 의견을 모아서 결정하는 것이지. 백성들은 왕을 공경하고 경애해야하지만 왕이 멋대로 백성들을 다스릴 수 없고 백성들이 의견을 모아 선출한 대신이 마찬가지로 백성들의 의견을 모아 만든 법에 따라 다스리는 제도라네.”

또 아리송한 새로운 정치체제가 나와서 에디는 흥미롭게 앨빈의 말을 들었다.

“그건, 다시 말하자면 지금의 에드워드 전하마냥 왕을 꼭두각시로 만들고 권력은 왕비를 비롯한 외척들이 쥐는 것과 다르지 않지 않습니까?”

에디의 지적에 앨빈은 쓰게 웃었다.

“말하자면 비슷하지. 하지만 왕비를 비롯해 외척들은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르고 다스리지만 입헌군주제에서는 모든 정치적 의사결정이 법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차이가 있지. 요는 백성들이 고통받지 않고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도와준다는 걸세.”

앨빈의 보충설명에 에디도 이해가 되었다.

“그렇군요. 중앙집권제도도 좋은 영주를 만난다면 오랜 세월 태평성대를 누리겠지만, 클라이드같은 폭군을 만난다면 끔찍한 세상을 만들겠지요.”

“그렇네. 민주정을 시행하더라도 백성들을 달콤한 말로 현혹시켜서 인기만 얻으려하고 실속은 없는 자를 대신으로 삼는다면 좋은 왕이 다스리는 전제정보다도 어지러운 세상이 만들어 질 것이네. 가장 중요한 것은 다스리는 사람이지. 하나 전제정보다 민주정이 낫다고 주장하는 것은 민주정이 전제정보다 더 세상이 어지러워질 요소를 낮추고 안전장치를 만들었다는 데 있다네.”

“흠. 아무리 난폭한 폭군의 중앙집권제라도 무법천지인 전란의 세상보다는 낫다는 것과 같은 이치군요.”

“그렇네. 가장 안좋은 상황을 비교해 볼 때 그나마 나은 차악을 선택해야 한다는 말이네.”

그날의 대화는 이렇게 끝맺음 되었다.


에디는 다시 지금의 상황을 생각해 보았다.

앨빈이 고향으로 돌아간다면 아마도 케인 가문을 상속하게 되리라.

하지만 스콧가문과의 전쟁에서 져서 앨빈은 가문과 함께 멸망의 운명을 맞이하게 될 터였다.

“하지만··· 만약 케인 가문이 전쟁에 이길 수만 있다면···”

전쟁의 위기 상황을 넘겨서 앨빈이 온전한 형태의 가문을 상속 받을 수 있다면···.

‘민주정을 케인 영지에서 시험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에디의 욕심은 그것이었다.

민주정치를 현실에서 실현해보고 싶다.

어쩌면 유사이래로 가장 민주정을 실현하기 좋은 타이밍이 도래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에디 자신은 전투의 전문가였다. 십년 가까운 세월을 용병으로 또 기사단장으로 전쟁터에서 굴렀다.

케인 가문과 스콧 가문의 싸움.

들은 바로는 전황은 케인 가문에 많이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전쟁의 전문가인 에디가 보기에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충분히 전황을 뒤집을 요인은 몇가지가 있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자신이 전권을 쥔다면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앨빈이 영주가 된 뒤에 권력을 내어놓을 생각이 있는지 진의를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케인 가문의 전쟁에 관한 전권을 자신에게 위임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한다.’

이 두 가지만 충족된다면 에디가 염원하던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구축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생각에 에디는 흥분되는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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