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단장이 민주정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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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3.11.27 13:48
최근연재일 :
2023.12.2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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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6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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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10화

DUMMY

밖으로 나와보니 에디의 짐작대로 캄캄한 밤이었다.

다행히 달이 밝아서 몰래 도망가기에는 시야 확보가 잘 되어서 좋았다.

“나만 따라오라고. 쭉가면 튜릭 정문을 통하지 않고도 성채 바깥으로 나가는 개구멍이 있으니까.”

폴이 익숙한 발걸음으로 걸음을 옮겼다.

“용케도 이런 길을 잘 아네.”

에디의 물음에 폴이 별 것 아니라는 듯이 받았다.

“단장도 잘 알잖아? 마을 부랑아 애들한테 푼돈 좀 쥐어주면 이런건 금방 찾아. 걔네들은 이런 길에는 빠삭하니까.”

폴에대한 감정은 최악으로 치달은 상태였지만 인정할 건 해야했다.

이녀석은 쓸만하다. 적으로 돌리면 피곤해지는 녀석이다.

“아쉽군. 너랑은 앞으로 좋은 얼굴로 다시 보진 못한다는 게.”

에디의 말에 폴이 피식 웃었다.

“그건 피차 일반이라고. 단장때문에 몇년동안 만들던 사람좋은 이미지가 가짜라는 게 다 탄로났으니까. 다신 보지 말자고.”

폴이 우뚝서며 말했다.

어느새 튜릭 성채의 바깥쪽까지 나온 모양이었다.

과연 성벽의 구석에 수풀이 우거진 곳이 보였다.

고개를 수그리고 수풀 안쪽으로 들어가보니 성인 남성이 기어서 겨우 통과할 만한 작은 구멍이 보였다.

마을 부랑자 애들이 성문이 닫힌 이후에도 성채마을 안쪽으로 드나들려고 몰래 뚫어 논 개구멍인듯했다.

“이거 받아. 동화 10닢 은화 10닢 정도 들어있으니까 근처 역참에서 말을 빌려서 도망가는데는 충분할거야.”

에디는 폴이 내민 동전주머니를 받아서 허리춤에 찼다.

“왜 날 도와준 건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고맙다. 덕분에 살았어.”

에디가 폴을 향해서 말했다.

“됐어. 나도 양심이 좀 찔렸는데 덕분에 오늘 밤은 다리 뻗고 자겠네. 조심하라고 단장.”

에디는 조금 고개를 끄덕인 후 기어서 개구멍 바깥으로 나갔다.

주변 풍경으로 보건데 에디가 빠져나온 곳은 튜릭 성채도시의 동쪽 방향인 것 같았다.

‘근처 역참에서 말을 빌려도 되겠지만···.’

에디는 조심하는 차원에서 튜릭에서 조금 더 멀리 떨어진 케인 영지 부근의 역참에서 말을 빌리기로 했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다행히 아직 하늘이 어둑어둑해서 주변에는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었다.

혼자서 걸어다니는 에디를 수상히 여길 만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룻밤을 꼬박 걸어서 에디는 케인 영지와 가까운 이너스 마을에 도착했다.

몸은 피곤했지만 긴장때문에 여관을 빌려 잠을 잘 생각은 들지 않았다.

에디는 바로 역참으로 향했다.

말을 빌리고 싶다고 말하자 주인은 별다른 신분 확인도 없이 돈만 받고 말을 내주었다.

튜릭 근처의 역참이었다면 신분 확인을 할 수도 있었지만 역시 생각대로 변경 마을의 역참은 좀 느슨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이럇!”

에디는 말을 달려서 라티나 지방을 빠져나갔다.

라티나 지방을 나오기만 하면 클라이드가 군대를 동원해서 자신을 잡으러 오는 건 불가능했다.

에디는 수도 덴블란쉬를 향해서 말을 몰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열흘가까이 걸릴 수도 있는 여정이었지만 긴 용병 생활과 기사 생활로 단련된 에디는 쉬지않고 말을 몰아서 닷새만에 수도까지 닿을 수 있었다.


브리아 왕국의 수도 덴블란쉬.

과연 한 왕국의 수도답게 화려했다.

좁은 골목길이 사방 팔방으로 뻗어있는 도시에 직사각형의 집들이 성냥갑처럼 늘어서 있었다. 그 가옥들은 하나같이 허니스톤이라고 불리는 벌꿀색으로 칠한 석회암으로 지어져서 밝고 경쾌한 노란빛을 띄었다.

무엇보다도 라티나지방의 튜릭과 비교해서 샐수도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도시를 가득 메우고 돌아다니는 것이 놀라웠다.

에디는 태어나서 한번도 이렇게 사람이 많은 도시를 방문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활기차고 경쾌한 샛노란색으로 칠해진 도시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사람들은 어딘가 피곤하고 생활에 쩔어있어 보였다.

‘에드워드 전하가 어린 걸 빌미로 외척들이 나라를 쥐고 흔들어서 일테지···’

힘들어 하는 수도 백성들의 모습에 에디의 마음도 무거워졌다.

에디는 두리번 거리며 도시를 돌아다녔다.

브리아 왕립 아카데미를 찾아야 했다. 그러나 한참을 돌아다녔지만 도시가 워낙 미로처럼 복잡하고 또 넓어서 혼자서는 도저히 아카데미를 찾을 수 없을 거 같았다.

“저기 길 좀 물읍시다.”

에디는 길가에서 샌드위치와 소세지를 구워 파는 노점상에게 길을 물었다.

“아카데미라면 여기서 북서쪽으로 올라가면 금방 찾을거에요. 커다랗고 새하얀 건물이라 싫어도 눈에 띌 수 밖에 없으니까요.”

에디는 아침 요기도 할겸 노점상에서 소시지 샌드위치를 하나 사서 우물거리면서 북서쪽으로 길을 잡았다.

과연 얼마쯤 걸어가자 하얀 석회암으로 지어진 거대한 건물이 보였다.

새하얀 아카데미 건물은 아침햇살을 반사하면서 아름다움을 뽐냈다.

“과연 화려한 건물이군. 이게 수도의 왕립 아카데미인가···’

에디는 아카데미 정문으로 향했다.

아카데미는 본교 건물을 비롯해서 여러 건물이 있었고 넒은 정원에서 여러 학생들이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거나 분수 앞에 앉아 토론을 하고 있었다.

아카데미 교정의 총 크기는 35만평이나 되었다.

“아카데미라는 게 이렇게 넓었구나···.”

에디는 감탄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이러면 사람을 찾는게 더 복잡할 수도 있겠는데?’

에디는 약간 주눅이 들면서 본교건물 안쪽으로 향했다.

에디는 아카데미에 대해서 아는게 없었다.

다만 클라이드에 의해서 알게된 중앙집권제도를 연구하는 학자를 찾아가서 배울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걸 연구하는 학자가 누구인지 아는 건 하나도 없었다.

단지 나라에서 제일 큰 아카데미인 만큼 중앙집권제를 연구하는 학자도 당연히 있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누구 한 사람을 잡고 물어볼 생각이었다.

에디가 누구한테 물어볼까 아카데미 건물 현관에서 기웃거리고 있었는데 옆에서 불쑥 누가 튀어나왔다.

“뭐 찾으시는 게 있습니까?”

서글서글하게 생긴 친절해 보이는 청년이었다.

안경 낀 얼굴에 긴 머리칼, 선이 얇아보이는게 한눈에 봐도 아카데미의 생도 같아 보였다.

“아, 저는 중앙집권제도를 연구하는 교수님을 찾고 있는 사람입니다.”

“중앙집권제도요? 아카데미에서도 몇명 계시는데 어떤 교수님을 찾아오셨습니까?”

학생의 물음에 에디는 잠시 당황했다.

“저, 딱히 어느 한 분을 찾아왔다기 보다는 중앙집권제도에 관해서 깊게 연구하신 분에게 좀 자세히 배우고 싶다는 마음으로 찾아온 겁니다.”

“음? 입학 희망이신가요?”

학생이 희한하다는 듯 물어봤다.

아무리 봐도 에디가 아카데미에 입학을 원하는 사람치고는 나이가 많아 보였기 때문이다.

간혹 나이가 차서 아카데미에 배우러 오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개는 어린 학생들이 많았다.

그리고 학생이 봤을때 에디는 근육질에 명백하게 전장에서 생긴 상처가 팔뚝에 여럿있는 게 먼 시골에서 공부하러 수도까지 온 만학도같지는 않았던 것이다.

“아니요. 아카데미에서 정식으로 배울생각으로 온 건 아닙니다. 다만 몇 달간 좀더 체계적인 학문이 어떤건지 경험하고 싶은 마음에 무작정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에디의 말에 학생은 어떻게 해야할지 약간 고민하는 얼굴을 했다.

“특정한 교수님을 찾아온 건 아니시라고요. 그럼 마침 잘됐네요. 제 지도교수님도 중앙집권제도를 연구하시는 분이거든요. 안톤 버냉키 교수님입니다. 정치학의 권위자시죠.”

생도의 말에 에디의 얼굴이 환해졌다.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지금 찾아 뵐 수 있을까요?”

“원래는 미리 약속을 잡으셔야 하지만 저희 교수님은 번잡스러운 일에 크게 구애받지 않은 분이라서요. 아마 환영해 주실 겁니다. 저도 마침 연구실에 볼일이 있는데 같이 가시죠.”

생도가 앞장섰다.

에디는 생도를 따라서 건물 밖으로 나왔다.

“이 건물이 아카데미가 아닙니까?”

에디의 물음에 연구원이 웃으면서 답했다.

“이곳은 아카데미의 사무업무를 맏고있는 사람들과 학장님이 있는 본관 건물이고 교수님들의 연구동은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제대로 학교를 다녀본 적이 없는 에디로서는 신기할 뿐이었다.

‘이건 숫제 학교가 아니라 작은 성채도시 정도의 규모는 될 법 한데.’

아카데미의 본관 건물 자체로 하나의 작은 성관이라고 해도 될 법한 큰 크기였다.

게다가 넓은 정원부지는 작은 영주의 영토라고 해도 될 정도로 넓었다.

“아무래도 왕국 제일의 규모를 자랑하는 아카데미니까요. 저도 시골 출신이라 처음 이곳에 와서 커다란 규모에 상당히 놀랐습니다.”

생도는 웃으면서 이런저런 건물과 아카데미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학생들이 한데 모여서 공부만 한다는 것에 에디는 신기할 따름이었다.

에디를 비롯해서 평민의 자식들은 글을 모르는 경우도 부지기 수였다.

에디만 해도 15세까지 겨우 자기 이름만 쓸 줄 알다가 일하는데는 아무래도 글을 배워두는 게 편하겠다는 생각에 거진 독학으로 겨우 글을 배웠던 것이다.

“다 왔습니다. 저쪽에 보이는 건물이 연구동입니다.”

15분정도를 걸은 후에야 드디어 교수들의 연구실이 모여 있다는 연구동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2.


에디는 생도의 뒤를 따라서 연구동 건물 안쪽으로 들어갔다.

확실히 연구동은 본관 건물에 비해서 규모도 작고 소박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연구에 몰두하기에는 좋은 환경같아 보였다.

생도는 앞장서서 비좁은 나선계단을 한참 올라갔다.

건물은 6층 정도로 꽤나 높은 구조로 이루어진듯 보였다.

-똑똑.

“교수님 앨빈입니다.”

“음, 들어오게.”

교수의 허락이 떨어지자 엘빈이 “교수님한테 말씀드릴테니 잠시 기다려주세요.” 말하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얼마쯤 기다리자 엘빈이 들어오라고 안내해줬다.

교수의 연구실로 들어가자 예순살은 넘어보이는 백발의 왜소한 노인이 소파에서 일어서며 에디를 맞았다.

“오. 자네가 중앙집권제도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는 손님이구만 않게.”

노 교수가 자리를 권했다.

“있는게 말차밖에 없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차라도 내오려는듯 생도가 에디를 향해 물어왔다.

“아무거나 괜찮습니다.”

“앨빈이 끓인 말차는 꽤나 괜찮아. 저놈은 학자가 안 됐으면 아마 다인(茶人)이 됐을거야.”

교수가 후덕하게 웃었다.

“나는 왕립 아카데미에서 정치학을 가르치는 안톤 버냉키라네. 자네는 어디서 온 누구신가?”

교수의 물음에 에디는 최대한 공손해 보이도록 자세를 고쳐 않으며 답했다.

“저는 라티나 지방에서 온 에디 켄트라고 합니다. 교수님이 연구하시는 중앙집권제도에 대해서 궁금한 걸 여쭤보려고 찾아왔습니다.”

에디의 답변에 교수의 눈에서 호기심이 드러났다.

“가끔 지방 학자들이 배움을 얻으러 수도의 아카데미에 방문하는 일은 있었지만 자네는 좀 다른거 같군. 불쾌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자네는 학문을 할 거 처럼 보이진 않네만. 어떤 연유에서 중앙집권제도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나?”

노교수의 말에 에디는 딱히 기분이 나쁘거나 하지는 않았다.

평생 용병으로 기사로서 전장에서 살았던 에디였다.

상대가 그런 의문을 표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듯 싶었다.

“저는 전쟁고아 출신입니다. 그래서 어릴적부터 이 세상에서 전쟁이라는 것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용병으로 살던 어느날 저는 지방영주의 연설에서 지금 브리아 왕국이 전란에 휩싸여 있는 건 국왕이신 에드워드 전하께서 나이가 어려 제후들을 손아귀에 쥐고 다스리지 못하고 제후들이 마치 자신이 왕인양 영토다툼을 하기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 그 영주가 한 말에 따르면 군주가 큰 힘을 가지고 제후들을 꼼짝 못하게 완전히 다스린다면 전쟁이 일어날 수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최근까지 그 영주의 말을 믿고 그 아래에서 싸워왔습니다.”

노교수는 잠자코 에디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로서도 에디의 남다른 인생사가 흥미로웠다.

“그러나 최근들어서 과연 영주의 말이 옳은 것인가 회의가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영주의 아래에서 나와서 중앙집권제가 정말로 평화로운 세상으로 가는 옳은 길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교수님을 이렇게 찾아오게 된 겁니다.”

“평화로운 세상이라··· 솔직히 조금 당황스럽군. 흥미롭기도 하고.”

“예?”

교수의 반응에 에디가 당황했다.

“자네가 실망할지도 모르겠네만 나는 중앙집권제를 연구하면서 평화로운 세상이라던지 백성들의 삶을 나아지게 한다든지 하는 이상을 생각해 본적이 없다네. 다만 내 관심은 봉건제와 다른 정치체제가 어떻게 권력을 강화하고 그로 인해 어떤 파급효과가 생기는 지만 연구했을 따름이네. 그렇기 때문에 내 연구성과를 자네에게 설명한다고 해도 그게 평화로운 세상을 바라는 자네의 목표에는 별 도움이 안 될듯 하군.”

“그렇습니까···.”

노교수의 말에 에디는 실망의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방문한 왕립 아카데미에서도 자신이 찾던 답을 구할 수 없다면 어딜가도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알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만 자네에게 더 적합해 보이는 학문을 하는 학자를 소개해줄 수는 있을 거 같은데···”

노교수의 말에 에디의 눈이 다시 빛났다.

“전혀 듣도보도 못한 새로운 정치 학문을 연구하는 친구네. 너무 급진적인 사상이라 주류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는데 내가 보기에는 자네가 원하는 답을 그 학문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그 학문이라는 것은 어떤 것이고 연구하시는 분은 대체 누굽니까?”

“그 학문은 공화정제도라고 하네.”

“공화정이요?”

처음 듣는 단어에 에디가 반문하자 노교수가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

“지금의 군주제처럼 한사람의 군주가 아닌 여러사람이 의사 결정을 하는 정치 체제를 공화정이라고 하네.”

교수의 말에 에디는 당혹스러웠다.

“그렇다면 중앙집권제도와는 전혀 반대되는 방향이지 않습니까?”

“그렇게도 볼 수 있겠지. 하지만 평화로운 세상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다수가 권력을 가져서 전란의 세상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반대로 한 사람의 권력자가 폭정을 할 경우 백성들이 힘들어 질 수도 있다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나라가 여러개로 쪼개져서 지금처럼 몇년동안 전쟁의 소용돌이에 온 나라가 빠지는 경우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에디의 말에 노교수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가 말하고 싶은 바는 아네. 최악보다는 차악을 선택하겠다는 이야기지. 다만 이 공화정제는 중앙집권제도보다도 더 부작용이 적은 정치제도라네. 여러 사람이 의사결정을 한다고 해도 지금 우리 나라의 상황처럼 폭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무정부적 상황이 아니라 정확한 법과 원칙에 따라서 여러명이 결정하고 그에 따르는 방식이니까.”

에디는 노교수의 말을 듣다보니 공화정제도라는 새 학문이 들을수록 신박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좋은 제도를 왜 이제서야 연구하게 되었습니까?”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네. 이 공화정 제도도 고대 도시국가에서 나타났다가 한 번 실패했던 제도라네.”

“먼 옛날에 한번 실패했던 제도라고요? 근데 왜 이제와서···’

“지금 연구되고 있는 공화정은 예전의 것과 기본골자는 같지만 더 세련되고 안정적으로 다듬고 있는 제도라네. 특히 내가 소개해줄 사람이 연구하고 있는 학문은 그 공화정에서 좀 더 나아간 민주정이라는 제도라네. 너무 급진적이여서 공화정보다도 더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지만 내가 볼때는 앞으로 가장 이상적인 정치체제가 될 가능성을 품고 있는 제도지.”

“민주정이요?”

“말 그대로 백성들이 스스로 나라의 방향을 결정하는 정치 제도를 뜻하네.”

“백성들 하나 하나가 군주가 되어서 정치를 한다고요? 그게 말이 됩니까?”

에디는 어이가 없었다.

지금처럼 수십명의 영주들이 나라를 다스린 결과 나라가 개판이 났는데 수천 수만의 백성들이 지금의 영주들 처럼 나라를 다스리겠다니? 나라가 완전 콩가루처럼 박살나지 않겠는가?

“음. 기본 개념은 그렇기는 한데. 자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불안정한 부분을 보완해줄 여러가지 제도적 장치들을 연구하고 있다네. 아, 마침 저기 민주정의 권위자 선생께서 오셨구만. 자세한건 저 친구에게 물어보게.”

민주정의 권위자가 왔다는 말에 에디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말차 세 잔을 끓여온 생도 앨빈이었다.

영문을 몰라 노교수를 바라보는 에디를 보고 노교수가 흘흘 하고 웃었다.

“저 친구가 어리게 보이지만 아카데미를 조기 졸업하고 내 밑에서 조교수를 하고 있다네. 그리고 방금 말한 것처럼 민주정을 연구하는 분야에 있어서는 가장 선단을 달리는 연구자이기도 하다네.”

노교수의 말에 에디는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잘못이었다.

용병의 세계에서도 첫째 원칙이 겉모습으로 적의 강약을 판단하지 않는 것이었다. 방심은 곧 죽음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에디는 곧바로 앨빈을 향해서 고개를 숙였다.

“교수님인지 몰라뵀습니다. 교수님에게 가르침을 청하고 싶습니다.”

“하하하. 제가 좀 어리숙하게 보여서 생도인줄 착각하시는 분이 많긴 합니다. 일단 앉아주세요. 말차가 맛있게 끓여졌습니다.”

앨빈이 탁자에 말차를 놓으며 웃음지었다.

“저는 에디 켄트라고 합니다. 괜찮으시다면 한동안 교수님 밑에서 민주정에 대해서 공부하고 싶습니다.”

에디가 앉아서 자세를 바로하고 앨빈을 향해서 고개를 숙였다.

“하하 그렇게 격식 차릴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안톤 교수님 밑에서 연구하고 있는 앨빈 케인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케인이요?”

에디가 약간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앨빈을 쳐다봤다.

“왜 그러신지?”

앨빈의 물음에 에디 대신 노교수 안톤이 받았다.

“아, 그러고 보니 이 친구도 라티나 지방에서 왔다더군. 앨빈 자네와 같은 고향이니 이것도 인연 아니겠나?”

안톤의 말에 에디의 눈이 커졌다.

“라티나 지방 출신의 케인 성씨를 쓰신다면 혹시···?”

앨빈이 겸연쩍게 웃었다.

“라티나 지방에서 오셨다면 케인 성씨를 모르실 수는 없겠지요. 맞습니다. 저는 케인 가문의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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