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단장이 민주정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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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3.11.27 13:48
최근연재일 :
2023.12.2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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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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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DUMMY

퍽 퍽 퍽!

한동안 에디의 발길질이 이어졌다.

“크허억···!”

생전 처음 당해보는 구타에 랠프는 저도 모르게 신음을 내뱉었다.

이윽고 에디가 발길질을 멈췄다.

“아프냐?”

“이, 이 버러지 같은 놈···!”

“이건 그동안 너한테 당했던 괴롭힘을 갚아준 거다.”

에디의 말에 랠프의 얼굴에는 황당함과 분노가 깃들었다.

랠프는 기억 못 하겠지만 에디는 스콧 가문을 섬길 시절에 랠프에게 당한 것이 많았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채 했지만 그 굴욕을 잊을 수 있을리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이렇게 굴욕적인 일을 많이 당하게 될 거다. 그래도 스콧 가문을 지켜 나갈 수 있겠느냐?”

에디의 물음에 랠프가 무슨 말이냐는 듯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싸우는 것만이 가문을 지키는 길은 아니다. 케인 가문의 명령에 따른다면 자치를 허용해 줄 수도 있다.”

에디의 말에 랠프가 표정을 구겼다.

“나한테 치욕적인 항복을 하라는 거냐?”

“내 제안을 거절한다면 넌 명예를 지킨채 죽을 수 있겠지. 하지만 스콧 가문의 친인척들, 그리고 귀족들 모두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다만 항복하겠다면 군사와 외교를 제외한 부분에서 자치를 인정해 줄 수도 있다.”

랠프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표정만 봐서는 바로 거부하고 죽겠다고 할까봐 우려 되었지만 아무래도 그 이후의 사태를 생각해서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에디는 그것으로 되었다고 생각했다.

랠프가 당장 결정 못하고 고민하게 된다면 결국에는 어느쪽이 더 유리한 선택인지 깨닫게 될 터였다.


전쟁에서 이기는 것만으로 끝이 아니었다. 점령한 이후에도 스콧 영지의 백성들이 케인 가문의 지배를 인정하고 반항할 생각을 품지 못하게 하는 게 더 중요했다.

그러자면 스콧 가문의 귀족들을 모조리 제거하기 보다는 회유해서 아군으로 삼는게 중요했다. 대대로 섬겨왔던 귀족들에 대한 영지 백성들의 충성과 존경은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스콧 가문의 총대장 랠프를 포박했다! 모두 검을 거두어라! 전투는 끝났다!”

에디가 크게 외쳤다.

에디의 외침을 들은 알도가 먼저 크게 함성을 질렀다.

“승리다!”

그 소리를 들은 케인 가문 병사들이 여기저기서 승리의 함성을 터뜨렸다.

“이겼다!”

“와!”

에디는 사로잡은 랠프를 아래로 끌고내려가며 소리쳤다.

“싸움은 끝났다! 스콧 가문의 병사들은 검을 내려라!”

에디에게 사로잡힌 랠프의 모습을 본 스콧 가문의 병사들은 하나둘 전의를 잃고 검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스콧 사택의 친위병들은 전부 검을 내려놓고 항복하게 되었다.

에디는 랠프를 알도에게 맡기고 다시 말 위에 올랐다.

‘이블린··· 그녀는 무사할까.’

전투의 끝이 보이자 이블린의 안위가 걱정되었다.

이블린은 튜릭 외곽의 저택에서 따로 떨어져 살고 있었다. 에디는 그곳으로 말을 몰았다.

사전에 튜릭 백성들에게 심한짓을 하지 말라고 엄히 병사들을 단속했지만 전투 중에는 예상치 못한 사고가 생기는 법이었다.

튜릭 시내 곳곳에는 쓰러져 죽은 병사들의 사체가 보였다. 그 사이사이. 많지는 않았지만 민간인들의 사체가 섞여 있었다.

‘...크윽···’

에디는 속에서 쓴 것이 올라오는 듯했다.

병사들에게 백성들을 건드리지 말라고 했지만 전투중에 일반 백성들까지 휘말려드는 걸 모두 막을 수는 없었다.

‘그토록 막으려고 하던 전쟁의 모습이건만···’

자신이 이 참상을 일으킨 장본인이라고 생각하자 에디는 가슴에 납덩이를 올려놓은 듯했다.

에디는 이를 악물었다.

‘이런 참혹한 전쟁은 오늘로서 끝내고야 말겠다.’

앞으로는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창칼 없는 투쟁을 벌여야만 한다.

에디는 굳게 다짐하며 말을 몰았다.


이블린의 사택이 멀리서 보이기 시작했다.

‘아닛···!’

사택의 한 귀퉁이에서 연기가 올라오는게 보였다. 크지는 않았지만 불이 나고 있다는 증거였다.

에디는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서둘러야겠다···!’

에디는 말에 박차를 가했다.


*


사택에 있던 이블린은 충차가 성문을 부수는 소리를 듣고 전투가 시작 되었음을 알았다. 곧 전투가 시작될 거라는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바깥이 소란스러워지자 두려움이 밀려왔다.

“아가씨. 케인 가문의 병사들이 쳐들어 왔나봐요.”

같이 살며 생활을 봐주는 중년의 하녀가 겁먹은 얼굴로 이블린의 방으로 찾아왔다.

“괜찮아. 여기 숨어있으면 별 일은 없을거야. 저택 입구는 적룡기사단에서 보내준 병사들이 지켜주잖아.”

이블린은 자신도 불안했지만 하녀를 안심시키려고 그렇게 말했다.


이블린은 소란스러운 바깥 소리를 차단하기 위해 창문을 닫고 방 구석에 몸을 웅크렸다.

‘튜릭은··· 아버님은 어떻게 되는 걸까···?’

자세한 상황은 몰랐지만 스콧 가문이 많이 불리한 듯했다. 이블린은 오늘을 기점으로 자신의 운명이 크게 변할까봐 두려웠다.

창문을 닫고 있어도 바깥의 소리가 새어들어 왔다.

비명소리 활을 쏘는 소리. 매캐한 연기의 냄새. 가끔씩 저택을 진동시키는 투석의 충격.

어쩌면 오늘이 인생에서 마지막 날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에디 단장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분이 날 구해주러 오신다면···’

하지만 곧 이블린은 고개를 저었다.

우스운 일이었다. 그 에디 단장이야 말로 적의 총사령관으로서 튜릭을 공격하고 있는 장본인인데.

게다가 자신은 에디를 죽이려 한 클라이드의 딸.

에디가 자신을 구해주러 올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이블린은 에디의 생각이 났다.

그가 자신의 곁에 있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이 내 손을 잡아준다면 무섭지 않을텐데···’

작년 7월의 성묘 때 일이 떠올랐다.

케인 가문의 병사들에게 붙들려 죽을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에디가 곁에 있었기에 그때의 기억은 두려운 기억이 아니라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아련한 기억이 되었다.

‘이렇게 무서운 기억도 에디 님이 곁에 있다면 그리운 기억으로 변할 수 있을까.’

이블린은 희미하게 웃었다.

전쟁의 한 가운데서 이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너무 유치한 것 같았다.

‘이 나이가 되서 동화 속 왕자님을 기다리고 있구나.’


어느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바깥의 전투 소리가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전투가 끝나가는 걸까?’

이블린은 조심스레 창문 밖을 내다보았다. 곳곳에서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사이사이 엿보이는 골목길에는 병사들의 시체가 널부러져 있었다.

어제 만해도 평화로웠던 튜릭이 하루아침에 지옥이 된 것 같았다.

그때 저택 아래쪽이 수선스러워 졌다.

‘무슨 일이지?’

이블린이 방에서 나와 아래 쪽을 쳐다보는데 경비병들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계속해서 장검을 들고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아!’

이블린은 두려워져서 방으로 도망치려 하였다.

“아가씨!”

이블린은 자신을 불러세우는 소리에 몸이 뻗뻗하게 굳어버렸다.

계단 아래에서 올라오고 있는 것은 온몸에 피를 묻힌 클렉이었다.

“크, 클렉 단장···?”

이블린은 클렉을 보았다. 클렉의 눈에는 귀기가 서려있었다.

“어떻게 된 건가요? 어째서 이곳에···?”

이블린은 왠지 클렉의 눈빛이 무서워서 뒷 걸음질 쳤다.

클렉이 이블린의 손목을 거칠게 잡았다.

“꺄, 무슨짓이에요?!”

이블린은 클렉을 뿌리치려고 했지만 여자의 힘으로 뿌리칠 수가 없었다.

“너도 알고 있잖아.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에요! 이거 놔요!”

하지만 클렉은 이블린을 억지로 방 안으로 끌고가 침대 쪽으로 넘어뜨렸다.

“넌, 넌 내 마음을 알면서도 에디 녀석만을 바라봤어. 명문 귀족인 나를 제쳐두고···”

이블린은 머리가 하예지는 것 같았다. 클렉의 눈빛에서 그가 강제로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고 하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클렉이 이블린의 입술에 자기 입을 가져다 댔다.

탁.

이블린이 온 힘을 다해서 클렉을 밀쳤다.

예상치 못한 클렉은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클렉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이, 이 년이···! 왜 날 거부하는 거냐!”

“꺄아!”

클렉이 이블린에게 달려들어 이블린의 드레스를 난폭하게 찢기 시작했다.

드레스 안 쪽의 하얀 속살이 드러났다.

그 모습을 보고 클렉의 물건이 부풀어 올랐다.

클렉이 부드러운 어투로 이블린의 귀에 속삭였다.

“잘 생각해 봐. 내가 그 미천한 용병보다 못 한게 뭔지. 밤일만 해도 내가 그녀석 보다 월등할 거야. 케케케.”

이블린은 위기의 순간 일수록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맘처럼 되지 않았다.

가까스로 두 손을 꽉 쥐고 독기어린 눈빛으로 클렉을 노려봤다.

“...당신이 그 잘난 가문 말고 에디 단장보다 나은 게 대체 뭐가 있다는 거죠? 에디 단장은 당신 처럼 여자를 물건 같이 다루지 않아요!”

클렉이 이블린의 뺨을 쓰다듬었다.

“이미 스콧 가문은 끝이야. 마지막으로 같이 재미 좀 보자고. 죽기 전에 말야. 크크크.”

클렉의 눈빛에는 절망과 분노 그리고 음욕이 얼룩져서 끔찍한 안광을 발하고 있었다.

이블린은 마치 독사 앞에선 개구리 마냥 움직이지 못하고 떨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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