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단장이 민주정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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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3.11.2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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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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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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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DUMMY

놀라서 입을 다물 줄 모르는 중신들을 한 번 둘러본 뒤 앨빈이 말을 이었다.

“전쟁에서 에디와 맞섰던 기사들은 알 겁니다. 에디가 얼마나 유능한 기사단장이었는지. 그리고 덴블란쉬에서 학문에만 전념할 생각이었던 내가 케인 가문으로 돌아올 결심을 한 데에는 에디의 설득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에디는 아카데미에서 나와 같이 공부한 동료이자 내가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얼마 전까지 적이었던 자에게 전쟁의 전권을 주신다니요?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원로원장 피에르가 반대하며 나섰다.

“제가 영주님에게 전쟁의 전권을 달라고 했던 것은 제가 지휘한다면 전쟁에서 이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에디가 나서자 중신들의 이목이 에디에게 집중되었다.

“이미 전세가 스콧 가문에 많이 기울었는데 용병대가 가세해서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우리가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대체 어떤 작전이 있다는 겁니까?”

콘돌기사단장이 못 믿겠다는 얼굴로 물었다.

“여러분들께 지금 모든 것을 다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저는 얼마 전까지 스콧 가문의 기사단장으로 있었습니다. 바꿔 말하면 스콧 가문에 대해서 저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다는 뜻이죠. 스콧 가문의 모든 진형과 전법을 아는 저에게는 그 진형의 약점과 파훼법도 손바닥 보듯이 훤합니다. 단언드리자면 스콧 가문과의 전쟁에서 반드시 이길 자신이 있습니다.”

에디의 단언에 중신들은 숨죽이고 에디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에디의 태도가 건방지고 허황되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스콧 가문과 싸워 절대 승리를 자신하는 에디의 태도에 거부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누구보다도 전쟁의 승리를 갈망하고 있던 건 다름 아닌 케인 가문의 중신들이었다.

“하지만 전쟁의 승리를 위해서는 군대가 위에서 아래 말단 병사에 이르기까지 제 전략 전술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받아 실행해야 합니다. 여러분 말씀처럼 전황은 케인 가문에 불리합니다. 조금의 오차라도 생긴다면 전쟁에서 이길 가망은 전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앨빈 영주님께 전권을 요구드린 겁니다. 전 권력에 대해 아무 욕심이 없습니다. 총사령관 자리는 전쟁이 승리로 끝난다면 미련 없이 사임할 생각입니다.”

에디의 말에 중신들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에디의 말은 이치에 맞았다. 다만 얼마전까지 적이었던 자를 갑자기 상관으로 모시고 전쟁을 치르라니··· 감정적으로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만약 저에게 전권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저는 미련없이 케인 가문을 떠날 생각입니다. 물론 제가 계약한 용병대도 같이 덴블란쉬로 돌아갈 겁니다.”

에디의 마지막 말은 숫제 협박이었다.

기껏 용병대가 와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용병대를 데리고 돌아가겠다니. 망하란 말이 아닌가? 중신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다들 조용히 눈치만 보면서 반론을 말하지 못했다.

“다들 이견은 없는 것 같군.”

앨빈이 중신들을 쓱 둘러보며 말했다.

“그렇다면 에디를 총사령관으로 임명하겠소. 에디, 나를 대신해서 스콧 가문으로부터 영지를 지켜 주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편 앙코나 성관을 함락하지 못하고 스콧 가문의 수도 튜릭으로 돌아온 청룡기사단장 클렉은 영주 클라이드에게 불려갔다.

“이 머저리 같은 놈! 몇 배의 병력을 가지고 허수아비나 다름없는 앙코나 성관을 함락 시키지 못했단 말이냐!”

클라이드는 집무실에 클렉이 들어오자마자 호통부터 쳤다.

“영주님. 변명하려는 것은 아니나 뜻밖의 일이 벌어져서 포위를 풀고 군대를 물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클라이드가 생각해보니 클렉이 아무리 능력이 없어도 지원병도 없고 보급품도 없는 앙코나 성관을 함락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은 안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대체 무슨 일인지 궁금해졌다.

“저희가 앙코나 성관을 물샐틈 없이 포위하고 곧 함락이 될 듯 했습니다. 그런데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케인 가문의 원군이 나타나서 우리 군의 측면을 기습공격했습니다.”

“원군이 나타났다고? 케인 가문은 분명 원군을 낼 정도의 여력이 남아있지 않을 텐데?”

클라이드가 괴이쩍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헌데 그 군대의 복장이 통일되지 않으면서 전투에는 능숙한 것으로 보아 용병을 사서 구원병으로 사용한 듯 합니다.”

“용병이라고?”

“예, 그 수가 어림잡아도 2만명은 되어 보이는 대군이었습니다. 그래서 용감히 싸웠지만 중과부적으로 하는 수 없이 철수하게 된 겁니다.”

클렉은 적의 수를 부풀려 말해서 최대한 자신의 실책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포장하려 했다.

클렉의 말을 들은 클라이드의 머릿 속은 복잡해졌다.

클라이드의 정보에 따르면 케인 가문은 현재 용병을 살만한 현금이 남아 있지 않을 터였다. 땅이나 채권을 팔 수도 있었지만 단기간에 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내 정보가 잘못 되었나?’

클라이드는 그렇게 의심해 봤지만 그럴리는 없었다. 클라이드가 정보를 얻고있는 소스는 케인 가문의 고위급 간부였다.

‘그놈은 일부러 나한테 거짓 정보를 흘릴만큼 영리한 놈은 아닌데.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이유야 어찌 되었건 케인 가문 녀석들이 큰 규모의 용병단과 계약한 것은 사실인 듯했다. 손 안에 다 들어왔던 앙코나 성관을 놓친것은 뼈아픈 실책이었다.

“다시 가서 어떻게든 앙코나 성관을 손에 넣어라!”

클라이드가 소리쳤지만 클렉은 대답하지 못 했다.

이번에 병사들이 크게 줄어든 대다가 케인 가문이 용병들과 함께 방비를 철저히 해서 앙코나 성관을 수성한다면 성관을 함락시킬 방법이 없어보였기 때문이다.

“왜 대답이 없느냐!”

클라이드가 다그쳤다.

“영주님. 아시다시피 공성전으로 수성에 전념하는 적을 쓰러뜨리려면 병사가 적어도 적의 3배는 되어야 한다는 것이 병법의 상식입니다. 게다가 이번에 녀석들은 제대로 보급을 받고 침략에 대비하고 있을테니 정면으로 싸워서는 우리쪽도 손해가 막심할 겁니다.”

평소답지 않은 클렉의 논리 정연한 설명에 클라이드도 말이 막혔다. 매번 큰소리치는 것에 비해서 사실 병법에 대해서는 그리 조예가 깊지 않았던 것이다. 전문가인 클렉이 근거를 들어서 하나 씩 설명하자 더 다그칠 수 없었다.

“그럼 어쩌자는 거냐?”

“정면에서 칠 수 없다면 측면이나 배면에서 쳐야지요. 앙코나 성관 내부의 병사들을 하나 씩 회유하고 주변의 보급로를 하나둘 차단한 다음 다시 천천히 포위해서 옥죄면 우리측의 피해 없이 성관을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클렉이 헤헤 웃으면서 클라이드를 설득했다.

하지만 클라이드의 표정은 펴지지 않았다.

“이 멍청한 녀석! 언제 그렇게 준비가 다 갖춰진단 말이냐! 그때 쯤 되면 케인 가문의 군대도 다 전열을 회복하지 않겠느냐!”

클라이드의 호통에 클렉은 땀을 뻘뻘 흘리며 답변했다.

“그, 그렇게 안 되도록 여러 방면으로 케인 가문을 압박해 들어가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자는 말이냐?”

“그것은··· 이제부터 천천히 생각해 봐야 하겠지요.”

클렉이 자신없는 표정으로 답했다.

“됐다. 널 믿은 내가 바보지. 물러가라.”

클라이드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클렉에게 물러가라고 손을 저었다.

“빠른 시일 안에 작전을 짜 보겠습니다.”

클렉은 자신을 무시하는 클라이드의 태도에 화가 났지만 더 호통을 들을까봐 가만히 물러났다.

클라이드는 울화통이 터졌다.

‘대대로 명문 중신의 후손이라 기사단장을 시켰더니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구나.’

클라이드는 문득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에디 녀석이라면 깔끔하게 처리했을 텐데···.”

클렉이 실패를 거듭할 수록 에디가 생각났다. 군사적 실력에서부터 여러가지 잡다한 일들까지 클렉은 에디와 비할 바가 못 되게 처지는 자였다. 에디였다면 이렇게 쉽게 앙코나 성관에서 물러나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그놈이 건방지게 내 말에 거역만 안 했어도···’

한 달전에 교수형에 처한 에디가 아까워졌다.

“에이, 이미 죽은 놈 생각해서 뭐 하냐.”

게다가 자신의 명령에 거역한 놈은 얼마나 공이 있던 살려 둘 수 없었다. 그것이 클라이드의 철칙이었다. 그리고 다시는 후회하거나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유진이 미묘한 표정으로 에디의 시체를 확인하겠냐는 질문에도 그냥 적당히 묻어버리라고 말하고 잊었던 것이다.

‘전쟁에 재능이 있다고 해도 결국 평민 출신의 용병일 뿐이다. 그런 놈 하나 없어도 내가 라티나 지방, 아니 전 브리아 왕국을 지배하는데는 아무 지장도 없다!’

클라이드는 머릿 속의 잡념을 털어내고 어떻게 하면 케인 가문을 집어삼킬 수 있을지 생각을 집중하기로 했다.

한참을 고민하던 클라이드의 뇌리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결국 케인 가문 놈들이 다시 힘을 얻은 건 용병대가 합류했기 때문이다. 그 놈들만 때어내면 케인 가문은 별 것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자 길이 보일 것도 같았다. 용병들은 결국 돈으로 고용된 청부업자. 돈만 좀 쓴다면 배신하게 만드는 것은 쉬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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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화 23.12.16 22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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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23.12.14 21 0 9쪽
» 17화 23.12.13 20 0 9쪽
16 16화 23.12.12 20 0 10쪽
15 15화 23.12.11 2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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