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단장이 민주정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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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3.11.27 13:48
최근연재일 :
2023.12.2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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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4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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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DUMMY

유진이 악마 같은 얼굴로 마을 사람들에게 일갈한 후에 뒤돌아서 연단에서 내려왔다.그러고는 창백한 얼굴로 질려있는 에디를 향해서 흘흘 웃으면서 다가왔다.


“에디 단장님. 다음 마을로 출발하시죠.”

“다른 마을에서도 똑같이 이런 살육을 반복할 것이오?”


에디가 경멸스런 눈초리로 유진을 내려다봤다.


“단장님도 마을 사람들의 얼굴을 보시지 않았습니까?

한번 제대로 겁을 먹었으니 영주님께 거역할 마음을 다시는 품지 않을 것입니다.”

“정확히 반대요. 당신이야말로 마을 사람들의 얼굴을 보지 못했소?

오늘 일로 마을 사람들은 영주님을 두려워하고 원망하게 될 거요.

영주님은 민심을 잃게 되실 거요.”


유진이 에디를 답답하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단장님은 용병대 출신이라고 들어서 좀 다를 줄 알았는데 실망입니다.

귀족 기사들 같은 말씀을 하시네요.”

“귀족이고 평민이고 그런 문제가 아니요.

이 미친 짓을 계속하겠다면 힘으로라도 말리겠소.”


에디가 허리춤에 찬 장검을 약간 뽑으면서 말했다. 마치 말을 듣지 않으면 베어버리겠다는 듯한 기세였다.

유진이 양손을 들며 진정하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이건 영주님의 명령을 거역하겠다는 겁니다.”


살짝 나온 에디의 장검이 차갑게 빛났다.


“이런 행동이 영주님에게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하느냐!

내가 직접 만나 뵙고 말씀드리겠다. 순순히 따라오겠느냐.”

“좋습니다. 에디 단장님께서는 이 활동의 의의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으니 어쩔 수 없군요. 스피처 성관으로 돌아갑시다.”


살짝 보인 에디의 장검이 효과를 발휘했는지 유진은 별 말없이 스피처 성관으로 돌아가는 데 합의했다.


스피처 성관으로 돌아간 에디에게 유진이 경멸스런 비웃음을 흘렸다.


“이 일은 성주님께 자세히 말씀드려야 할 것입니다.”

“잔말 말고 집무실로 올라가자.”


영주님을 가까이서 보좌하는 시종에게 말을 하고 집무실 안으로 들어가자 클라이드가 기분 나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이 시간에 돌아왔다는 것은 임무를 제대로 완수하지 못했구만.”

“영주님···!”


에디의 말을 클라이드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됐네. 자네 얼굴만 봐도 무슨 사태인지 알 듯하니.

유진. 자네한테는 다른 기사단을 붙여주지.”

“알겠습니다. 영주님. 작업은 그 이후에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클라이드는 고개를 끄덕인 후 나가라는 듯 손을 저었다.

유진은 클라이드에게 인사하고 방을 나갔다.


“영주님. 언제부터 저런 자를 가까이 두셨습니까?”


에디가 밖으로 나가는 유진을 더러운 것이라도 보듯이 하며 말했다.


“자네는 잘 모르겠지만 저 친구는 나름대로 민심을 이용하는데 능력이 있는 자라네.

얼핏 보기에는 일을 거칠게 처리하는 듯 보일 수도 있지만 지금은 전란의 시대.

깨끗한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는 법이네.

그런데 머리가 굳은 샌퍼드 같은 귀족 기사들은 저 친구의 방식을 이해 못 하고 노발대발하더군.

자네는 좀 더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졌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망이네.”

“유연한 사고방식이라고요? 그것은 제가 귀족이 아니라 용병 출신의 평민이기 때문입니까?”


에디가 차가운 어조로 반문했다.


“그렇네. 샌퍼드는 자네보다 더했지.

하지만 전략적인 차원에서 앞으로 여러 성관들을 뺏고 뺏기게 될 텐데 그때마다 마을 주민들이 오락가락해서는 안 될 일이네.

확실하게 우리 가문에 복종하게 해야 해.”


클라이드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다만 그것은 탁상에서 서류만 볼때에만 가지는 논리였다.


“영주님은 유진이 하는 일을 직접 나가서 보신 일이 있습니까?”


에디의 말에 클라이드가 코웃음 쳤다.


“흥, 내가 그리 한가한 줄 아는가? 그래도 유진에게 자세한 보고서를 올리라고 해서 다 파악하고 있어.”


클라이드는 아무것도 몰랐다. 단지 글자들로만, 숫자들로만 나열한 문서는 아무 의미도 없다. 마을 사람들의 절망과 공포에 질린 표정.

그것을 보지 않은 이상 아무것도 안다고 할 수 없었다.


“영주님. 지금 유진을 이용해서 하고 계신 일은 단지 공포로 마을 사람들을 옭아매는 일일 뿐입니다.

결국에는 그자들은 영주님이 케인보다 약하다고 판단되면 주저 없이 등을 돌릴 것입니다.”

“그런 설교는 그만두게. 반대로 우리 가문이 가장 강하고 두렵다면 백성들은 우리 가문에 저항할 생각을 하지 못할 걸세.”

“힘으로 계속 찍어 누르신다는 말입니까?”

“백성들은 무지하고 어리석네. 물론 그들을 가르치고 교화시키는 것이 가장 좋다는 걸 누가 모르겠나.

그러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야.

힘으로라도 옳은 방향으로 강제할 필요가 있는 것이네.”


에디는 어린 시절 자신이 마을에서 겪었던 광경을 떠올렸다.

오늘 갔던 마을에서 마을 사람들이 겪었던 충격과 공포는 어린 시절 자신이 겪었던 것보다 적었을까?

아니었다.

자신은 사람들이 그런 잔인한 일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애써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오히려 자신이 가해자가 되어서 끔찍한 일들을 벌이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에디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 환멸이 났다.


“영주님의 사상은 결국 생각이 다른 자들을 힘으로 찍어 누르고 쓰러진 자의 등을 밟고 올라서야만 평화가 이루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것이 진정한 평화일까요?”

“그게 무슨 소리냐?”

“영주님이 계속 백성들을 처형하시겠다면 저는 더 이상 영주님의 밑에 있지 못하겠습니다.

지금껏 감사했습니다.”


에디는 클라이드를 향해 깊숙이 고개를 숙이고 집무실에서 나갔다.

집무실에서 클라이드가 에디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에디는 무시했다.


“아··· 내가 사람을 잘못 봤구나.”


에디는 씁쓸한 심정으로 스피처 성관을 터덜터덜 걸어 나왔다.

클라이드의 사상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건 아니었다.

구조적으로 현 상황의 잘못을 정확히 짚어내고 나름의 방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에디가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아무리 훌륭하고 혁신적인 이론이라도 결국을 그것을 실행하는 것은 사람이다.


실행하는 사람이 사심을 가지고 이론을 그저 도구화해서 자신에 입맛에 맞게 변형한다면 아무리 좋은 이론과 사상이라도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었다.


에디는 백성들을 대하는 클라이드의 덕 없고 근시안적인 태도에 깊은 환멸과 후회를 느꼈다.

더이상 클라이드의 밑에서 일할 아무 의욕도 의미도 찾을 수 없었다.


‘떠나자. 더 이상 여기 있어도 의미가 없겠다.’


에디는 속으로 이미 결정을 내렸다.


적룡기사단이 사용하고 있는 사무실로 들어서자 폴 코백에 허겁지겁 달려왔다.


“단장님. 어찌 된 겁니까? 단장님이 영주님 집무실에서 큰 사고를 쳤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에디는 지친 눈으로 폴을 바라보았다.


“그 말이 사실이네. 폴 지금까지 고마웠네. 난 떠나야겠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에디는 폴의 어깨를 툭 치고는 기사단 집무실에 있는 자신의 숙소로 들어갔다.

어차피 짐은 많지 않았다.

평생을 떠돌이 용병으로 살아온 에디였다.

에디에게는 어느 곳에 정착한다는 인식이 희박했다.

그렇기에 개인의 물건을 많이 사들이거나 애착을 갖지 않았다.


‘이대로 떠나도 상관없을 것이다.’


금화를 조금 챙기고 떠날 생각이었다.

이 방이나 튜릭에 있는 집에 있는 물건 중에 딱히 애착을 가지고 있는 물건을 없었다.

다만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이블린이었다.


아무리 정략적인 결혼이라곤 하지만 약혼까지 한 여성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떠난다는 것은 마음에 걸렸다.

에디는 책상에 앉아서 그 자리에서 이블린에게 남길 편지를 써 내려갔다.


[이블린에게.


나는 더 이상 영주님을 섬길 수 없게 되었소.

그래서 떠나려고 하오.

다만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그대요.


약혼까지 하고 그대에게 제대로 설명도 못 하고 떠나는 나를 이해해 주오.

그대가 나를 저버리고 약혼을 무효로 한다고 해도 나는 두말을 하지 않겠소.


항상 건강하시오.

에디가.]


간단하지만 현재 에디의 심정이 그대로 담긴 글이었다.

애초에 주저리 자신의 말을 글로 쓰는 것은 서툴렀다.

에디가 평민의 자식으로 글을 어느 정도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높은 지식을 가졌다고 볼 수 있었다.


에디는 편지를 봉투에 넣고 실링왁스로 밀봉했다.


간단하게 짐을 싸고 편지를 한 손에 들고 밖으로 나오니 폴이 상황을 다 파악 못 하고 당황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폴 내 부탁 하나만 하지.”

“부탁이오?”

“이 편지를 이블린 아가씨에게 전해주게.”


폴은 편지를 받아 들고 당혹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짐을 그렇게 싸 들고 어디로 가시려는 겁니까?”

“나도 잘 모르겠네 다만 더 이상 영주님 밑에서 싸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네.”

“단장님···”


폴이 걱정스런 얼굴로 에디를 바라봤다.


“폴, 적룡 기사단을 부탁하겠네.”


에디는 폴에게서 고개를 돌려 기사단 바깥으로 나섰다.

적룡기사단 사람들은 나서는 에디를 망연히 지켜보고 있었다.


2.

에디는 피아몬테 성관 근처의 마을 안텔라오에 머물렀다.적당히 커다란 마을로 떠돌이 모험자들을 위한 여관도 여럿 있었다.


에디는 적당해 보이는 여관에 짐을 풀고 침대에 드러누웠다.


“하아··· 난 뭘 하고 있었던 거지.”


자신에 대한 후회와 혐오감으로 아무것도 할 의욕이 일지 않았다.

벌써 삼 일째 여관에서 밥이나 축내면서 뒹굴거리고 있었다.


삶에 아무 미련도 없었으나 단 하나.

어릴 적 실종된 형 앨리엇의 생사라도 확인해야 한다는 일념이 에디를 붙잡고 있었다.


-똑똑.


누군가가 에디가 묶고 있는 방문을 두드렸다.

방세는 미리 일주일 치를 미리 지불한 터였다.


‘누구지?’


자신을 찾을 사람은 없어 보였다.

에디는 느릿느릿 일어나서 문을 열었다.

문 앞에 서 있는 건 여관주인이었다.


“손님, 1층에 손님을 찾아온 사람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를 찾아 왔다고?”

“예. 에디 켄트라는 분이 이 여관에 묶고 있지 않냐면서···”


스콧 가문에서 자신을 잡으려고 사람을 보낸 것일까?

생각나는 건 그 외에 없었다.

그래도 3일 전까지 녹을 먹었던 가문의 전령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이제와서 스콧 가문으로 돌아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만 에디는 1층의 접객실로 내려가 보기로 했다.


“단장님. 며칠 만에 뵙는군요.”


적룡기사단 부단장 폴 코백이었다.


“자네가 웬일인가? 내가 여기 있는 건 또 어찌 알았고?”


미심쩍은 얼굴로 묻는 에디에게 폴은 여상한 태도로 답했다.


“가문의 첩자들을 풀으면 단장님을 찾는 건 일도 아닙니다.

영주님께서 단장님을 직접 찾아오셨습니다. 같이 가시죠.”

“영주님이 직접 오셨단 말인가?”


클라이드가 자신을 만나러 직접 왔단 말인가?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래도 자신이 섬기던 영주였다. 직접 행차했다는 데 나가보지 않는 건 너무 매정한 처사인 것 같았다.


“좋아. 가지. 앞장서게.”


에디는 폴을 따라서 밖으로 나갔다.


“가문에서 나가서 어떠십니까? 얼굴은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데.”


가는 도중 폴이 물어왔다.


“글세.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계획은 없네.”

“그럼 가문에서 나갈 필요도 없지 않습니까?”

“앞으로의 계획은 확실하지 않지만 스콧 가문에서 계속 있을 수 없다는 것만은 확실하다네.”


폴이 한숨을 내쉬며 쓰게 웃었다.


“단장님은 스콧 가문으로 돌아올 생각이 아예 없으시군요.”

“그렇네.”

“단장님은 예전부터 한번 정하면 남의 말을 안 듣는 측면이 있었지요.

아십니까? 지금 단장님의 독단 때문에 적룡기사단의 입지가 많이 안 좋아졌습니다.”


힐난하는 어조의 말에 에디는 묵묵부답이었다.


“뭐 단장님을 원망하려고 하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알 건 아셔야 할 거 같기에 드린 말씀이었습니다.”


폴이 약간 표정을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기사단 동료들에게는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네.”


이윽고 두 사람은 마을에서 꽤 큰 규모의 여관에 도착했다.


“영주님은 위쪽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폴을 따라서 영주가 머물고 있는 방으로 향했다.

방 안쪽에서는 클라이드가 앉아있었다.


“에디 며칠만이군.”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클라이드가 에디의 인사를 받으며 자리를 권했다.


“그래, 아직도 화가 다 안 풀렸는가?”


에디가 대답이 없자 클라이드가 다시 은근한 어조로 에디를 달랬다.


“이제 케인 가문 녀석들과 제대로 된 전쟁이 벌어질 텐데. 자네가 없으면 우리 군이 어찌 되겠는가? 내 저번에도 말했지만 내가 믿을 만한 기사단장은 에디 자네뿐일세. 다시 군으로 돌아와 주게.”

“영주님. 저는 이미 스콧 가문에서 나오기로 마음을 정했습니다.”

“알겠네. 유진 그자에게 앞으로 함부로 백성들을 처형하지 못하도록 하겠네. 그래도 불만인가?”


클라이드는 어지간히도 에디를 다시 휘하로 끌어들이고 싶은 듯 보였다.

그러면서도 유진을 내치겠다는 소리는 하지 않는 것이 클라이드의 얕은 속내가 보이는 듯했다.

혼자서 여관에 박혀있는 동안 에디는 여러 생각을 했다.

유진의 일건만이 아니라 전쟁을 통해서 평화로운 세상을 구축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옳은 일이 아닐듯한 생각이 든 것이다.

정확히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는 아직 명확하게 떠오르지 않았지만 클라이드의 밑에서 계속 전쟁을 하는 건 잘못되었다고 여겨졌다.


“영주님이 계속 케인 가문과 전쟁을 하겠다고 하신다면 저는 돌아가지 않을 생각입니다.”


에디의 말에 클라이드가 콧방귀를 꼈다.


“전쟁이 없다면 대체 자네가 왜 필요하겠는가?”

“일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영주님을 섬겨왔습니다.

다만 이제는 영주님을 섬기는 것이 제 목표를 향한 길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을 따름입니다.”


담담한 에디의 대답에 클라이드는 더 말해봐야 소용없겠다고 느꼈다.

평소에는 유순하게 말을 듣는 에디였지만 그 속에서 고집스러운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느껴왔던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 다시 떠돌이 같은 용병생활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냐?

그렇게 해서 네가 말하는 평화로운 세상이 오겠느냐?”


클라이드는 에디를 회유하려는 듯 부드러운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일전에도 말했듯이 전란의 세상에 종지부를 찍으려면 강력한 힘만이 답이다.

나의 힘과 너의 전쟁 재능이 합쳐지면 우리 가문은 라티나 지방을 통일할 것이다.

아니, 그것보다도 더 나아갈 것이다.”

“더 나아간다니 무슨 말씀입니까?”


에디가 관심을 보이자 클라이드는 자신의 계획을 떠벌리기 시작했다.


“지금의 왕께서는 어리셔서 정치를 모르신다.

지금도 수도에서는 어중이 떠중이들이 모여서 왕을 체쳐놓고 맘대로 나라를 주무르지 않더냐?

그들이 황제로부터 대대로 임명되는 고귀한 자들이더냐?

아니다.

지금은 귀족 행세를 하고 있지만 시간을 백 년만 거슬러도 뭘 하고 살았는지도 불분명한 불한당들의 자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한들 안 될 게 무엇이겠느냐?”


클라이드의 말에서는 노골적인 야심이 드러났다.


“중앙으로 진출하셔서 그자들을 대신해서 나라를 다스리겠다는 겁니까?

왕은 제쳐놓고?”

“왕이라고 해봐야. 정치라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가 아니냐?

내가 다스린다면 이 나라를 100배는 더 좋게 만들 자신이 있다.

이 나라를 위해서도 백성들을 위해서도 그것이 더 좋은 길이 아니겠느냐!”


에디는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클라이드에 대한 기대를 접은 지금은 선명하게 보였다.

클라이드는 평화로운 세상 따위에는 관심이 없어졌다.

그저 자신의 사사로운 권력욕을 위해서 전쟁을 일으킬 따름이었다.


“내가 중앙 권력을 쥐는 날에는 에디 너를 대장군으로 삼으마 어떠냐?”


클라이드의 눈에서는 욕망이 번들거렸다.

에디는 더 이상 클라이드와 대화를 나눌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영주님의 말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더는 사관할 생각이 없습니다.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에디를 향해 클라이드가 진노하며 말했다.


“에디! 감히 나를 배신하겠다는 말이냐? 후회하게 될 거다.”


에디는 꾸벅 숙이고는 클라이드의 방에서 나왔다.

방 밖에서는 폴 코백이 기다리고 있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얘기가 잘 안 풀린듯 하군요.”


폴이 쓰게 웃으며 말했다.


“폴. 적룡기사단을 잘 부탁한다.”

“걱정 마십시오. 단장님 하나 없다고 흔들릴 기사단으로 키우진 않았으니까.”


말에 뼈가 있었지만 에디가 뭐라고 할 일은 아니었다.

에디는 자신이 묶고 있는 여관으로 돌아왔다.


잠깐 나갔다 왔을 뿐인데도 몸이 무거웠다.

정신적으로 지쳤기 때문인듯했다.


잠시 누웠던 다시 벌떡 일어났다.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렇게 누워만 있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에디의 머리를 스친 생각이 있었다.

클라이드의 사상은 결국 잘못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역시나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상을 배우지 않고서는 안 되는 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왕립 브리아 아카데미.

그곳은 왕국 내에서 가장 학식 있고 저명한 학자들이 가장 똑똑한 학생들을 가르치는 왕국 최고의 교육기관이었다.


그곳에서는 혹시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사상이 있지 않을까

에디는 마지막 희망을 왕립 아카데미에 걸고 있었다.


평민에 용병 출신에다가 일자무식인 그가 아카데미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아카데미의 저명한 교수들의 강의를 잠깐이라도 들을 기회가 있다면 무언가 앞으로의 방향성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카데미라···”


아카데미는 수도 덴블란쉬에 위치했다.

라티나 지방에서는 꽤나 멀리 떨어진 거리였다.

마차를 타고 가면 사흘은 걸릴 것이다.


에디는 자신의 금화 주머니를 열어보았다.

그래도 몇 년간 스콧 영지에서 기사단장을 하면서 모은 돈이 꽤 있었다.

튜릭에 있는 집을 팔고 은행에 맡긴 돈을 전부 인출한다면 반년 정도 덴블란쉬에서 사는 것은 어렵지 않을 듯했다.


“한번 가 볼까···. 아카데미.”


에디는 금화주머니를 꽉 쥐면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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