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단장이 민주정을 세운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대체역사

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3.11.27 13:48
최근연재일 :
2023.12.25 22:00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799
추천수 :
1
글자수 :
160,464

작성
23.11.30 22:05
조회
35
추천
0
글자
19쪽

4화

DUMMY

캐넌이 케인 가문의 기사 우고에게 쓰러지자 클렉은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딕 캐넌 마저 당하다니. 저 괴물 같은 놈.”

“단장님. 일단 몸을 피신하셔야 합니다. 여긴 너무 위험합니다!”


호위 기사가 클렉의 말의 고삐를 쥐며 뒤쪽으로 이끌었다.


우고는 화려한 푸른색 갑주를 입은 기사들에 둘러싸여서 뒤쪽으로 도망가는 클렉을 보았다.


“저놈이 대장이구나.”


우고는 말의 등자를 박차며 클렉이 있는 쪽으로 돌진해 갔다.


“막아라!”

“단장님을 지켜라!”


클렉의 호위 기사들이 우고에게 덤벼들었지만 상대가 되지 못했다. 몇 합 겨루지 못하고 우고의 철퇴에 맞아서 말에 떨어지고 죽었다.


우고는 클렉이 도망간 곳을 바라봤다. 약간 멀리 떨어져 있지만 무리해서 추격한다면 못 잡을 것도 없는 거리였다.


“한 번 해 볼까.”


적의 선봉대장을 사로잡는다면 적의 사기가 크게 떨어질 터였다.

우고가 등자를 박차며 클렉을 추격하려던 찰나 휘하의 기사가 다급하게 우고를 불렀다.


“큰일 났습니다. 서문 쪽에도 스콧 가문의 부대가 있습니다. 충차로 서문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뭐라고!”


‘양동작전이었나?’


급한 대로 정문에 병력을 모아서 스콧 가문을 격퇴해 내긴 했지만 서문이 뚫린다면 말짱 도루묵이었다.


“부관! 이곳은 맡긴다. 1중대와 3중대는 정문을 엄중히 방어하도록. 2중대는 나를 따라라 서문으로 간다!”



***


굳게 닫힌 서문 앞으로 적룡기사단의 충차가 밀어닥치고 있었다.

정문으로 병력을 급하게 이동시키느라 서문 쪽에는 케인 가문의 병사가 평소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다급하게 화살을 내쏘았지만 일사분란한 적룡기사단 방패병의 벽에 부딫혀서 충차까지 화살이 닿지 않았다.


“돌격!”


부단장 폴 코백의 명령에 따라 충차가 서문을 향해서 진격했다.

좌우로 10명의 사람이 끄는 거대한 충차가 쿵쿵 하고 성의 서문을 가격하기를 몇 번째.

쿠콰쾅하는 굉음과 함께 폴리나 성의 정문이 박살 났다.

여세를 몰아서 스콧 가문의 병사들이 폴리나 성 안쪽으로 들이닥쳤다.


“마, 막아라! 막아야 한다.”


서문의 방어를 담당하고 있던 케인 가문의 기사는 사색이 되어서 장창을 꼬나쥐고 부서진 서문으로 밀어닥치는 적룡기사단을 막아섰다.


하지만 중과부적이었다.

잘 훈련된 적룡기사단의 맹공을 이기지 못하고 케인 가문의 기사들은 성 안쪽으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좋아! 다 됐다. 밀어부쳐라!”


부단장의 명령에 따라서 계속해서 적룡기사단이 성관 안쪽으로 몰려 들어갔다.

서문을 지키는 케인 가문의 병사들이 하나둘 겁을 먹고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성 안쪽에서 거구의 기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앞으로는 못 지나간다!”


키가 3미터는 됨 직한 거구의 기사가 쇠망치를 휘두르며 성 안으로 진입하려는 적룡기사단의 병사들을 박살 냈다.

십여 명이 넘는 적룡기사단의 병사들이 순식간에 거구의 기사 앞에 피떡이 되어 쓰러졌다.


“미친 곰 우고다!”

“도, 도망쳐!”


우고는 스콧 가문의 병사들 사이에서는 사신과도 같은 악명을 떨치고 있는 케인 가문의 기사였다.


“겨우 이정도냐! 너무 약해서 하품이 나는구만!”


우고는 도망가는 스콧 가문의 사병들을 개미 짓 이기듯이 죽여버렸다. 마구잡이로 날뛰는 우고를 보고 적룡기사단에서도 기사들이 나왔다.


“우고. 각오해라 나는 스콧 가문 적룡기사단 기사 베이···”


선두에 나온 적룡기사단의 기사는 제 이름을 다 말하기도 전에 우고의 철퇴에 맞고 얼굴이 뭉개져서 절명했다.


“아, 아···”


뒤 따르던 기사는 말 머리를 돌려 도망치려고 했다. 그러나 우고의 철퇴를 피할 수는 없었다.


푸직.


마치 개미가 으깨지듯이 스콧 가문의 기사는 우고의 철퇴에 피떡이 되어서 사망했다.


“크크크크. 너무 약하군.”


우고는 얼굴에 튄 기사의 피를 핥으며 비릿하게 웃었다.

전장에 우고의 상대가 될 만한 기사는 없어 보였다.


우고의 등장으로 금방이라도 서문을 점령할 것 같던 적룡기사단의 기세가 주춤하기 시작했다.


“스콧 가문의 기사들은 전부 겁쟁이 밖에 없냐!”


우고의 도발에도 우고와 맞상대 하려 나서는 기사는 한 명도 없었다.


그때 스콧 가문의 진영에서 한명의 기사가 나타났다.

호리호리한 체격이지만 다부진 근육이 엿보이는 기사. 에디였다.

에디의 손에는 기다란 장도가 쥐어져 있었다.


“흠? 스콧 가문에도 용기가 있는 놈이 하나 있구나? 이름이 뭐냐?”

“에디 켄트다.”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이었다. 검속이 빨라 눈에 보이지도 않는 다 해서 섬광의 이명을 가진 스콧 영지의 적룡기사단장.


“섬광의 에디인가? 마침 잘 만났다. 오늘 쳐 죽여 주마!”


하지만 자신의 상대는 될 수 없다. 우고는 오늘 가장 맛있어 보이는 먹이감을 눈으로 핥았다.


"흐아압!"


우고의 강격이 에디의 몸을 향해 쏟아졌다.


카앙 카앙.


어디서 힘이 나는지 에디는 호리호리한 몸을 가지고 사람보다 곰에 더 가까운 체격을 가진 우고의 공격을 손쉽게 막아내고 있었다.


“거창한 별명에 맞는 실력은 있는 것 같구나!”

“미친 곰 우고. 넌 내 상대가 못 돼.”

“뭐라고?”


에디의 장검이 번쩍이더니 순식간에 우고의 목이 머리와 분리되어 날아갔다.

두 사람의 싸움을 지켜보던 스콧 영지의 병사들이 환호성 했다.


“와아아!”

“미친 곰 우고를 이겼다!”


반면 케인 영지의 병사들은 사기가 바닥까지 떨어져서 도망가기 시작했다.


‘이겼다.’


에디는 도망가는 케인 영지의 병사를 보며 숨을 가다듬었다.


“단장님 무사하십니까?”


적룡 기사단의 부단장 폴 코백이 단장인 에디에게 다가왔다.


“부하들은 어떤가?”

“베이크가 전사했습니다. 랜디는 좀 다쳤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어 보입니다.”


폴의 말에 에디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베이크는 지난 몇 년간 기사단에서 함께한 부하였다.


“언제까지 전쟁이 이어질까요.”


폴이 착잡한 표정으로 결착이 지어진 전장을 둘러보며 읆조렸다.

폴리나 성은 정문과 서문이 파괴되고 곳곳에 시체들이 쌓여있었다.

요 몇년 사이에 자주 보게 되었지만 볼 때마다 끔찍한 풍경이었다.


“영주님께서 케인 가문을 정벌하시면 끝날 전쟁이다. 우리 적룡 기사단이 더 힘내야지.”


에디가 씁쓸한 표정으로 전장을 둘러보며 말했다.



***


그날 저녁.


폴리나 성관 공방전에서 승리해서 케인가문의 성을 빼앗은 스콧 가문은 축제 분위기였다.

되찾은 폴리나 성관의 중앙 정원에 간이 텐트를 설치하고 연회를 벌였다.


“크하하하! 선대에 빼앗겼던 영지를 되찾은 기쁜 날이다. 모두들 정말 수고 많았다.”


스콧 가문의 영주 클라이드 스콧이 샴폐인을 터뜨리며 즐거워했다.


“에디, 특히 너의 공이 컸다. 케인의 기사 우고를 쓰러뜨렸다지?”


클라이드가 에디에게 샴폐인을 따라주며 말했다. 에디는 두 손으로 공손하게 잔을 받았다.


“어떠냐 에디? 큰 공을 세웠는데 원하는 것이 없느냐? 뭐든지 상으로 주겠다.”

“저는 원하는 것이 없습니다 영주님.”


에디의 말에 클라이드가 신기한 생물이라도 보는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원하는 게 없다고? 하하하 욕심 많은 친구 같으니. 이렇게 큰 공을 세웠는데 내가 아무 상도 안 줄 수는 없지 않겠느냐.

이리 말하면 내가 더 큰 상을 내리리라는 걸 아는 녀석이! ”


클라이드가 짐짓 화난 표정을 하다가 이내 표정을 풀고 에디의 등을 팡팡 치면서 웃어 제꼈다.



***


자정이 다 되도록 폴리나성의 연회는 끝날 줄을 몰랐다.

말술인 클라이드가 곯아떨어지지 않는 이상 부하들은 계속 자리에 앉아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연회에 익숙한 에디는 대충 눈치를 봐서 밖으로 나왔다.

사람이 많은 축제 자리는 고아로 고독하게 자란 에디에게 어색했다.

그리고 오늘 죽은 부하 베이크의 얼굴이 떠올라서 순수하게 축제를 즐길 수가 없었다.


달이 밝은 밤이어서 성의 중앙 정원은 거닐기에 어둡지 않고 좋았다.


‘언제까지 전쟁이 계속될까?’


에디는 곱씹어 보았다.

에디는 전쟁 때문에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형은 생사를 알 수 없었다.

전쟁을 막기 위해 스스로 전쟁을 벌이는 모순된 자신에 자조 섞인 비웃음이 지어졌다.


2년 전 국왕파와 왕제파가 격돌한 쌍룡전쟁은 3달 만에 끝이났다.

그러나 전쟁에서 진 왕제 라울 공작은 큰 타격을 받지 않고 북쪽의 롬바디아에서 웅크린 채 병력을 모으고 있었다.


반면에 10살의 국왕 에드워드2세는 도망간 왕제를 토벌하러 병사를 일으켜야 할 시기에 사치와 향락을 일삼아 나라를 기울게 하고 있었다.


야심을 가지고 있던 지방 영주들은 국왕파와 왕제파로 반쪽으로 갈라져서 서로의 영토를 먹기 위해서 전쟁을 시작했다.

지난 2년간 라티나 지방에는 스콧 가문과 케인 가문의 소규모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스콧 가문이 두 가문 사이의 요충지이자 100년 동안 서로 차지하기 위해 다투던 폴리나 성을 점령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클라이드 영주가 신난 것도 이해가 되는 상황이었다.


‘전쟁을 빨리 끝낼 방법은 단 하나다.’


에디가 항상 생각해 온 결론.

그것은 라티나 지방이 하루빨리 스콧 가문에 의해 통일되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 에디는 몸을 바쳐서 선두에서 싸워 왔다.


이번 승리로 전황은 스콧 가문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그만큼 나폴리 성의 전략적 가치는 상당한 것이었다.

에디가 밤의 분수 앞 벤치에 앉아 상념에 젖어있을 때 발소리가 들렸다.


‘나 말고 누가 또 이런 곳에 온 거지?’


고개를 돌려보니 긴 갈색 머리의 아름다운 처녀가 분수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이블린 아가씨.”


에디가 일어나서 고개를 숙였다. 클라이드 영주의 둘째 딸 이블린 스콧이었다.



2.


“에디 단장. 분수를 보고 있었나요?”


이블린이 가볍게 목례하며 물었다.


“예, 아무래도 저는 사람이 북적이는 건 체질상 맞지 않아서 잠시 나와서 바람을 쐬고 있었습니다.”

“그랬군요. 저도 마음이 심란해서 잠시 바람을 쐬러 나왔어요.

하지만 얄궂네요. 하필이면 에디 단장과 마주칠 줄이야.”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블린이 씁쓸하게 웃었다.


“아버님께서 이번에 에디 단장이 큰 공을 세웠다고 큰 선물을 줘야겠다고 난리세요.

선물이 뭘 꺼 같으세요?”

“선물이요?”


에디가 당혹스런 표정으로 되물어 봤다. 자신이 알 턱이 없었다.


“저에요. 절 에디 단장에게 선물로 주신다고 하셨어요.”


이블린의 말에 에디는 말을 잊었다. 클라이드는 자신을 사위로 삼겠다는 것이다.


“좋으시겠어요. 이제 진짜 귀족이 되시잖아요.”


이블린의 말에는 가시가 느껴졌다.


“아니, 저는···”

“죄송해요 비꼬려던 건 아니었어요.

다만 물건처럼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선물로 내려지는 제 처지가 우스워서 좀 날카로워 졌나봐요.”


당황한 표정의 에디를 향해 이블린이 사과했다


“아닙니다. 저도 이해합니다.”

“네?”

“저도 아가씨와 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으니까요. 이 시대에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멋대로 사는 사람은 아버님 정도겠지요.”


이블린에 말에 에디가 쓰게 웃었다.


“영주님의 어깨에는 라티나 지방 수천 명의 사람들이 짊어져 있습니다.

쉬운 자리는 아니지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제 눈에는 아버지는 자기 야심에 눈이 멀어 영민들을 죽음의 구렁텅이에 몰아넣고 있는 거 같은데요?”


이블린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영주님이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다 알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영주님께서 라티나 지방을 통일하시면 전쟁은 사라지게 될 겁니다.”

“글쎄요. 어쨌든 아버님은 라티나 지방을 통일하시겠죠.

에디 단장이 있으니까요.”


에디가 고개를 저었다.


“저는 큰 역할이 못됩니다.”

“겸손하시군요. 오늘 폴리나 성을 함락한 것도 다 에디 단장의 공이잖아요?”


누가 봐도 오늘의 전공은 적룡기사단이 오롯이 가질만한 것이었다.


“곧 아버님한테서 부름이 있을 거에요. 에디 단장은 어떠세요 저로 괜찮으세요?”

“저한테는 과분한 영광입니다.”


용병 출신으로 클라이드에게 발탁된 에디로서는 귀족에 편입될 수 있는 큰 기회였다.

게다가 신분에 관한 것이 아니더라도 이블린은 스콧 영지에서 제일가는 미모로 평판이 자자했다.


“기분 나쁘지는 않으세요? 둘째 딸이라고는 해도 첩의 자식.

다른 딸들에 비해서 처진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전혀요. 그런 생각은 해본 적도 없습니다.”


에디의 표정은 거짓이 아니어 보였다.

실제로도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영지 제일의 미인이라고 칭송받는 아가씨와 맺어질 수 있다면 무한한 영광일 겁니다.”


에디의 진실 된 말에 이블린도 작게 미소 지었다.


“고마워요. 에디 단장. 다만 아버님을 조심하세요.”

“네?”

“아버님이 그냥 호의로 에디 단장을 사위로 삼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아버님은 아마 에디 단장의 등골까지 다 뽑아 먹으려고 하실 거에요.

모든 인간관계를 자신에게 도움이 되고 안 되고로 판단하시는 분이니까요.

심지어 본인의 친자식들까지 말이에요.”


이블린의 표정은 진지했다. 에디는 뭐라고 답해야 할지 난처했다.


“저는 영주님에게 충성을 맹세한 기사입니다. 영주님이 원하신다면 목숨을 바쳐 싸울 겁니다.”



***



다음날


에디에게 폴리나 성 영주의 서재로 오라는 명을 내렸다.

서재는 현재 클라이드가 집무실로 쓰고 있었다.


“오 에디 왔느냐? 내가 지난 밤 널 위해서 어떤 선물을 줄지 고민하다 가장 값진 선물을 준비했다. 뭘지 궁금하지 않느냐?”


과장되게 반기는 클라이드에게 에디는 그저 담담히 웃을 뿐이었다.


“놀라지 마라. 내 딸 이블린을 너에게 주겠다.

넌 이제부터 스콧 가문의 일원이 되는 거야.”

“분에 넘치는 영광입니다.”


에디가 무릎을 꿇어서 예를 표했다.

생각 보다 놀라지 않는 에디를 보고 클라이드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놀랍지 않느냐? 마치 다 알고 있었다는 표정이구나.”

“실은 어제 분수를 구경하다 이블린 님과 우연히 마주쳤습니다.”


에디의 말에 클라이드가 기꺼워하며 웃었다.


“이블린, 촉새 같은 아이가 금세 제 낭군에게 나불거렸구나.

좋다. 결혼 전부터 둘이 사이가 좋으니 너희 둘은 백년해로 하겠구나.

내가 사람을 잘 봤어.”


클라이드는 에디의 어깨에 손을 얹고 말했다.


“내가 믿을 수 있는 오른팔은 너뿐이다. 에디. 앞으로는 스콧 가문의 일원으로 가문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싸워주길 바란다.”

“예. 영주님. 맡겨주십시오.”


에디의 말에 클라이드는 크게 만족해했다.


두 사람은 얼마간 전쟁에 관한 실무적인 얘기를 나누었다.

주로 적룡기사단의 전투 태세를 점검하는 질문을 받고 에디가 답하는 식이었다.


실무적인 것들을 모두 보고하고 에디가 나가려는데 클라이드가 깜빡했다는 듯이 에디를 불러세웠다.


“튜린으로 돌아가면 승리를 기념하는 파티를 성대하게 열 것이다.

거기에 이블린을 에스코트해서 참석해라.

이제 스콧 가문의 일원이니 사교계의 예절도 차차 알아가야지.”


귀족의 예절을 익히라는 것인가? 에디는 내키지 않았지만 클라이드의 말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


“예. 알겠습니다.”


클라이드의 집무실을 나와서 관사로 돌아가려는 에디의 앞을 한 남자가 막아섰다. 클라이드의 장남 랠프였다.


“도련님.”


에디가 꾸벅 인사했다.


“에디. 너무 들뜨지 마라. 아버님이 잘 봐주시니 위 아래도 없지? “

“그렇지 않습니다. 도련님.”


에디는 반듯한 자세로 대답했다. 랠프는 다른 사람과 달리 자신의 앞에서 전혀 주눅 들거나 아부하려는 기색이 없는 에디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버지가 널 예뻐하신다고 하지만 기껏해야 잘 드는 칼을 아끼는 마음에 불과한 것이다.

네가 적룡 기사단장이 되었다고 해서 네 속에 천민의 피가 흐른다는 사실은 변함없다는 사실을 새겨 둬. ”


“잊지 않고 있습니다. 충고 감사합니다.”


에디는 으르렁대는 랠프에게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대꾸한 후 꾸벅 인사하고 지나쳤다.


“쳇. 건방진 놈.”


랠프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혀를 찼지만 아버지가 총애하는 에디를 건드릴 만큼 겁이 없진 않았다.



***



에디는 적룡기사단의 막사로 돌아왔다.


“단장, 영주님이 어떤 선물을 주신답니까?”


부딘장인 폴 뿐 아니라 다른 단원들도 다들 궁금한 눈치였다.


“이블린 아가씨와 결혼을 얘기하셨다.”


에디의 말에 다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렇다면 영주님께서 단장을 문중의 일원으로 받아들이신다는 말 아닙니까! 경축드립니다.”


폴을 비롯한 단원들이 다들 한마디씩 축하한다고 들썩거렸다.


“아직 정식으로 발표된 일이 아니니 혹여나 싸게 입을 놀리진 말아라 너희들이니까 말해주는 거야.”

“여부가 있겠습니까.”


에디는 기뻐하는 단원들을 보니 덩달아 자신도 기분이 좋아졌다. 기사단이라고는 하지만 적룡기사단은 다른 기사단에 비해서 신분이 낮은 사람들로 구성되었다.


귀족이 아니라면 될 수 없는 기사를 클라이드는 전례를 무시하고 실력 위주로 사람들을 기용했다. 우려하는 중신들의 목소리가 많았으나.


“전쟁을 신분으로 한다는 말이냐? 병사들을 이끌 기사들은 무조건 실력 위주로 선발하겠다!”


클라이드는 주위의 반대를 묵살하고 신분을 무시하고 실력 위주로 기사들을 발탁했다. 다만 기존의 귀족 출신 기사들이 신분이 낮은 자들과 같이 섞이기를 결사 반대해서 적룡기사단에는 자연히 신분이 미천한 자들만 모이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맘 고생이 많았을 것이다.’


에디는 알고 있었다. 아무리 클라이드의 비호를 받고있는 적룡기사단이지만 귀족 출신의 기사들로부터 알게 모르게 차별을 받고 울분이 쌓여있는 부하들이었다.


귀족으로 편입된다는 것은 그리 기쁘지 않았으나 자신이 스콧 가문의 일원이 된다면 다른 기사들이 함부로 부하들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이 기뻤다.



***



며칠 후.


폴리나 성 방위대를 제외한 스콧 영지의 기사들은 주성이 있는 수도 ‘튜린’으로 돌아왔다. 영민들이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온 영주와 군대를 반겼다.


다음 날 저녁.


에디는 연회장의 문 앞에서 이블린을 에스코트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뭐야, 에디. 여기는 너 같은 평민이 자리할 곳이 아닌데? 부하들이랑 같이 럼주나 마시러 가야 하지 않나?”


깐죽거리며 나타난 놈은 랠프의 오른팔처럼 행동하는 청룡기사단장 클렉이었다.


“오늘은 나도 무도회에 참석하기 위해서 나왔다.”

“넌 평민 출신이잖아. 아니, 신분도 모르는 고아라고 했나? 천민의 핏줄일 지도 모르지. 흐흐.”


클렉이 노골적으로 시비를 걸었다.


“꺼져. 좋은 날 싸우고 싶지 않다.”

“헤에~ 그러셔? 어쩌나 난 널 피떡으로 만들어 주고 싶은데.”


클렉이 에디의 코 앞까지 얼굴을 들이밀었다.


“치워. 입 냄새난다.”

“뭐, 뭐야?”


에디의 말에 클렉이 주춤했다. 실제로 입 냄새는 클렉의 컴플렉스였다.


“하~하~”


클렉은 냄새가 나는지 맡아본 후 입에다 향취제를 뿌렸다.



“두 분 무슨 얘기를 나누시는 건가요?”


에디와 클렉이 돌아보니 우아한 드레스를 차려입은 이블린이 서 있었다.


“이, 이블린 아가씨.”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기사단장이 민주정을 세운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9 29화 (완결) 23.12.25 17 0 10쪽
28 28화 23.12.24 13 0 9쪽
27 27화 23.12.23 16 0 9쪽
26 26화 23.12.22 23 0 9쪽
25 25화 23.12.21 19 0 10쪽
24 24화 23.12.20 19 0 9쪽
23 23화 23.12.19 20 0 9쪽
22 22화 23.12.18 15 0 9쪽
21 21화 23.12.17 24 0 9쪽
20 20화 23.12.16 21 0 9쪽
19 19화 23.12.15 17 0 9쪽
18 18화 23.12.14 20 0 9쪽
17 17화 23.12.13 19 0 9쪽
16 16화 23.12.12 19 0 10쪽
15 15화 23.12.11 21 0 10쪽
14 14화 23.12.10 22 0 10쪽
13 13화 23.12.09 23 0 9쪽
12 12화 23.12.08 25 0 9쪽
11 11화 23.12.07 28 0 9쪽
10 10화 23.12.06 29 0 18쪽
9 9화 23.12.05 27 0 18쪽
8 8화 23.12.04 29 0 18쪽
7 7화 23.12.03 32 0 18쪽
6 6화 23.12.02 31 0 18쪽
5 5화 23.12.01 35 0 18쪽
» 4화 23.11.30 36 0 19쪽
3 3화 23.11.29 48 0 18쪽
2 2화 23.11.28 60 0 18쪽
1 1화 23.11.27 92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