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단장이 민주정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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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3.11.27 13:48
최근연재일 :
2023.12.2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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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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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DUMMY

저녁이었지만 에디는 빨리 결론을 짓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앨빈을 만나서 그가 케인 가문에 민주정을 도입할 생각이 있는지 알아야했다.

에디는 앨빈의 사택으로 향했다.


앨빈의 사택은 아카데미 부지에서 좀 떨어진 고급 주택가에 위치해 있었다.

일반적인 초임 교수들은 아카데미 내부에서 제공해주는 기숙사에 머무르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앨빈처럼 고위 귀족의 자제들은 따로 사택에 사는 경우도 있었다.

“당신은 일전에 뵈었던?”

대문 앞에서 벨을 울리자 일전에 앨빈과 얘기를 나누는걸 보았던 다니엘이라는 집사가 에디를 맞았다.

“늦은 시간이라 실례인 걸 알면서도 앨빈 교수님과 긴히 나눌 이야기가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 안쪽 응접실에 앉아서 잠시만 기다려 주시지요. 도련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집사는 과연 명문귀족 가문의 집사답게 절제되면서도 예의바른 모습으로 에디를 안내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앨빈이 응접실로 나왔다.

“이 밤중에 무슨 일인가?”

에디는 먼저 한 밤중에 찾아와서 미안하다고 운을 땐 뒤에 물었다.

“교수님께서는 고향으로 돌아갈 결심이 서셨습니까?”

“음. 역시 그 문제가 신경쓰였나 보군.”

앨빈이 축 처지는 몸짓으로 집사가 내온 홍차를 홀짝이면서 말을 골랐다.

“나야 계속 아카데미에서 학문에 전념하고 싶은 마음이네. 하지만 가문의 상황이 좋지 않으니 돌아가지 않을 수 없겠지. 가문의 위기를 모른 척하고 먼 수도에서 학문을 한다고 해도 집중해서 전념할 수도 없을 듯하네. 또 가문으로 돌아가서 어떻게 위기를 넘기게 된다면 행방불명된 둘째 형님이 돌아오실 수도 있는 노릇이고···”

앨빈은 그렇게 말했지만 자신도 별로 케인 가문이 전쟁 위기를 넘기고 둘째 형이 돌아올 거라고 믿는 눈치는 아니었다.

“교수님께서 이번에 케인 가문으로 돌아가신다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울 겁니다. 저는 전쟁에 대해서 잘 압니다. 10년 가까운 세월동안 전쟁터에서 지냈으니까요. 케인 가문은 스콧 가문에게 멸망할 겁니다.”

가문이 망할거라는 에디의 폭언에도 앨빈은 어두운 표정으로 허허롭게 웃을 따름이었다.

“지금까지 가문의 은혜로 일도 안하고 한가롭게 지냈으니 가문이 멸망할 때는 나도 운명을 같이 해야하지 않겠는가. 크게 괘념치 않네.”

앨빈의 태도는 사(私)를 버리고 공(公)을 취하는 귀족정신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에디가 보기에는 그냥 자포자기한 것처럼 보였다.

“교수님께서는 전쟁에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에 따르시겠습니까?”

에디의 말에 앨빈의 눈빛에 호기심이 서렸다.

“케인 가문이 스콧 가문의 마수에서 벗어날 방법이 있다는 말인가”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전쟁에 관해서는 전문가 입니다. 지금 케인 가문의 상황이 어렵다고는 하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저라면 이 상황을 뒤집을 자신이 있습니다.’

에디의 말에 앨빈의 눈이 커졌다.

“그, 그게 정말인가? 가문을 살릴 방법이 있다고?”

“그렇습니다. 다만 교수님께서 제가 드리는 제안을 받아주신다면 저도 케인 가문이 멸망하지 않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에디가 조금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앨빈은 에디의 그런 진지한 표정을 처음보는 듯했다.

“뜸들이지 말고 그 제안이라는게 뭔지 말해보게. 하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나는 별 재산도 없는 학자일 따름이네. 뭘 원하는 건가.”

에디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지금은 아무것도 없으시지만 곧 케인 가문의 모든 것을 소유하는 영주가 되실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에디의 말에 앨빈의 표정도 조금 굳어졌다.

“원하는 게 뭔가?”

“교수님께서 케인 가문의 영주가 되시되 권력을 포기하기를 원합니다.”

“...권력을 포기하라?”

앨빈은 에디의 말을 이해 못 하고 무슨 뜻인지 유추하기 위해 노력했다.

“일전에 교수님이 말씀해 주시지 않았습니까. 민주정을 현실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군주가 권력을 민중에게 양도하는 입헌군주제가 필요하다고. 저는 앨빈 교수님이 케인 가문의 영주가 되어 입헌군주제도를 케인 가문의 영지에서 시행하기를 원합니다.”

앨빈은 에디의 말에 깜짝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케인 가문에서 입헌 군주제를 시도하겠다? 그것이 자네가 내게 원하는 조건이라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그것이 첫 번째 조건이고 두 번째 조건은 저한테 케인 가문의 전시 작전을 총괄할 수 있는 자격을 주시는 겁니다. 이 두 번째 조건은 케인 가문이 전쟁의 위기에서 벗어나는데 필요한 절대적인 조건입니다.”

앨빈이 보기에 에디는 자신이 전쟁을 지휘하면 스콧 가문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한치의 의심도 없이 믿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자네가 전쟁을 지휘한다고 해서 우리 가문이 스콧 가문을 이길 수 있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단 말인가?”

당연한 의문이었다.

앨빈도 에디가 오랜 세월 용병으로 또 기사단장으로 전장에서 살아왔다는 걸 들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다 기울어가는 전쟁을 뒤집을 정도의 실력이 있다고 덮어놓고 믿을 순 없는 것이다.

“저는 얼마전까지 스콧 가문의 적룡기사단장으로 있었습니다. 적룡기사단은 스콧 가문의 핵심 중의 핵심을 담당했던 기사단입니다. 다른 가문과 전쟁을 한다면 저도 이처럼 자신있게 말씀드리진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스콧 가문의 군대라면 제 손바닥을 보듯 훤하게 알고 있습니다. 스콧 군대의 핵심 간부였기 때문에 스콧 군대의 전략, 전술, 진법에 이르기 까지 제가 모르는 부분은 없습니다. 못 믿으시겠다면 사람을 풀어서 알아보십시오. 적룡기사단장 에디 켄트가 어느정도의 기사단장이었는지.”

실적이 뒷받침 되기에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이었다.

에디가 이렇게까지 말하자 앨빈도 조금은 마음이 움직였다.

“한 번 알아봐야겠네. 자네가 말한 것이 어느정도 사실인지는 나도 확인해봐야 하니까.”

“지당한 말씀입니다. 결정은 제 평판을 조사해 보신 후에 내리시죠.”

“전쟁에 관한 일은 그렇다고 치고 자네는 어째서 나한테 입헌군주제를 하라고 원하는 건가?”

이제부터가 본론이다.

에디는 자신의 생각을 앨빈에게 온전히 전하기 위해 단어를 조심스럽게 골라가며 말하기 시작했다.

“일전에 말했듯이 저는 전란의 세상을 끝내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제 일생을 바칠 결심을 한 사람입니다. 저의 의지는 앨빈 교수님이 학문에 한 몸 다 바칠 결심을 한 것과 같은 것이니 이해해 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에디의 말에 앨빈도 수긍했다.

남들은 다 이해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적용 될 일이 생애 없을거라고 여겨지는 민주정을 연구하는데 자신의 인생을 바칠 결심을 한 앨빈이었다.

남들은 에디의 열정을 정신나간 것으로 치부할 지 몰라도 자신만큼은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에디의 목표를 이해할 수 있었다.

“저는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세상의 어느 군주보다도 교수님은 민주정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계십니다. 교수님이 민주정으로 영지를 다스리지 못한다면 민주정은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지 않겠습니까?”

앨빈은 에디의 말을 이해했다.

가장 민주정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이 영주가 될 기회를 얻었다.

그러니 자연히 케인 영지에서 민주정을 시험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든 것이다.

사실은 누구보다도 앨빈 자신이 현실에서 민주정이 실현되는 모습을 보고싶어 했었다.

자신이 온갖 열과 성의를 바쳐서 연구한 학문.

그것이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어떠한 반응을 불러오는지를 두 눈으로 보고싶다.

누구보다 더 간절하게 바랬다.

그러나 앨빈이 원했던 것은 다른 영지의 영주가 민주정을 시행하는 것을 보면서 학자로서 민주정의 장점과 단점이 현실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연구하는 것이지 자신이 직접 군주가 되어서 민주정을 실천하는 것이 아니었다.

애당초 자신은 영주로서의 자질이 절망적으로 부족하다.

권력자가 되기위한 최소한의 자질.

그것은 끝없이 권력을 탐욕하는 권력욕이다.

권력욕 자체는 좋고 나쁨이 없다.

권력을 가지고 사리사욕을 차지하려는 자가 가지면 나쁜 것이지만 좋은 정치를 하려는 자가 권력욕을 가진다면 좋게 발현된다.

반대로 말하면 아무리 좋은 뜻과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도 권력욕이 없다면 세상을 바꿀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앨빈 자신에게는 그 권력욕이라는 게 애초부터 없었다.

어차피 승계와는 거리가 먼 세 번째 아들.

앨빈은 그래도 상관 없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지금 눈 앞의 에디는 자신에게 영주의 자리에 앉으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나는··· 나는 영주가 될 자질도 자신도 없다네.”

앨빈이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

앨빈 자신도 알았다.

에디의 제안은 터무니 없지만 가능성이 있는 계획이었다.

터무니 없어 보이는 것은 단지 앞서서 해볼 엄두를 낸 사람이 없어서 그렇게 보일 뿐이었다.

에디의 말처럼 민주정을 실현하기에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일 것이다.

다만 그 도전을 위해서는 에디와 앨빈 두 사람의 인생을 불사를 정도의 각오가 필요할 따름이었다.

앨빈은 그것이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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