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단장이 민주정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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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3.11.2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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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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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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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DUMMY

폴리나 성관 성주의방.

창밖에는 이미 어둠이 내린 후였다.

에디는 이곳에 거주하며 튜릭 공략을 위한 작전을 짜는데 여념이 없었다.

끼익.

문을 열고 시종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입니까?”

“총대장님 앞으로 서신이 왔습니다.”

시종은 공손하게 편지를 에디에게 건넨 후 방에서 나갔다.

‘편지? 누구지?’

전쟁 고아로 살아온 에디에게는 가족이 없었다. 용병시절 남을 믿지 않고 전쟁에만 몰두했기에 딱히 자신을 찾을 전우가 있을 거 같지도 않았다.

에디는 편지에 보낸 사람이 누군지 살펴보았다. 발신인은 ‘전우(戰友)’라고 적혀있었다.

‘전우라고?’

자신의 이름이 드러나는 걸 꺼려하는 자가 보낸 듯했다.

[이틀 후. 베르난 마을의 여관 ‘반딧불이의 둥지’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전우가.]

편지의 내용은 짧은 한 줄이 전부였다.

그러나 전우라고 자신을 소개한 발신인. 그리고 베르난 마을에서 만나고 싶다고 한 것이 걸렸다.

베르난 마을. 그곳은 에디의 고향이었다. 에디는 아무에게나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지 않았다.자신이 베르난 마을 출신이라는 걸 안다는 것은 자신과 꽤나 관계가 깊은 사람이라는 거다.

튜릭 공략 준비로 바쁜 와중이었지만 가지 않을 수 없을듯했다.


이틀 후. 베르난 마을.

10여 년 만에 돌아온 고향은 많이 변해 있었다. 곳곳에 번화가가 생기고 여관이나 큰 상점, 술집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과거의 아픈 기억 때문에 찾아보지 않은 지 오래 지났지만 베르난은 과거 전쟁의 상처를 이겨내고 다시 부흥을 이뤄낸 듯 보였다.

에디는 여관 ‘반딧불이의 둥지’를 찾았다. 마을에서 제일 큰 여관이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베르난 제일의 여관답게 마을에서 제일 고급진 식사와 숙박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여러개의 방들이 있어 비밀스런 만남의 장소로도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에디는 편지에서 지정된 방으로 올라갔다.

방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은 폴 코백. 그리고 이블린이었다.

“폴··· 아가씨. 어떻게 된 겁니까.”

“에디 단장님. 오랜만에 뵙는군요.”

어리둥절한 표정의 에디를 향해 이블린이 인사했다.

“네가 전우였냐?”

에디가 폴을 보며 말했다. 한때는 폴에게 잡혀서 지하감옥에 갇혔던 에디였지만 그 덕분에 탈옥하기도 했던 에디였다. 감옥에 있을 때와는 달리 날카로운 눈빛은 아니었지만 아직 폴을 완전히 신용할 마음도 들지 않았기에 차가운 눈빛으로 폴을 바라봤다.

“단장님. 케인 가문에서 상당히 출세하신 모양이더군요. 과거의 전우들과 검을 맞대면서까지 하면서 성관을 벌서 두 개나 함락시키셨구요. 역시 대단하십니다.”

폴이 약간 비아냥거리는 투로 말했다.

“오늘은 영주님의 명으로 온 겁니다. 영주님의 사자인 이블린 아가씨를 호위하는게 제 입무입니다.”

“영주? 클라이드의 사자라고?”

“그럼 두 분 이야기 나누시죠.”

폴이 여관방 밖으로 나가자 에디는 이블린과 둘 만 남게 되었다.

“이블린···”

“앉으시죠.”

이블린이 방 중앙에 놓인 탁자에 앉으며 에디에게 맞은 편 자리를 권했다.

탁자 위에는 와인잔이 두 잔 놓여 있었다.

“클라이드가 나에게 전하라는 말이 뭐요?”

“그것보다도 어째서 케인 가문으로 가신 건가요?”

이블린이 우수에 찬 눈빛으로 물었다.

“전에도 말했을거요. 나는 전란의 세상이 지긋지긋하다고. 전란을 끝내기 위해서는 케인 가문이 라티나 지방을 통일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을 따름이오.”

“스콧 가문이 라티나 지방을 통일해서는 안 되는 건가요?”

이블린의 물음에 에디는 고개를 저었다.

“당신은 모르겠지만, 클라이드와 나는 이미 한 하늘을 지고 살아갈 수 없는 사이가 되었소.”

“아버지가 당신을 배신하고 죽이려 했기 때문인가요?”

이블린의 말에 에디는 답하기가 주저되었다. 이미 클라이드와는 생사결을 해야 할 원수 사이였지만 클라이드는 그녀의 아버지였다.

“그대도 내가 잡혀가는 걸 봤으니 어느정도 짐작은 하겠지만. 나도 배신당하고 가만히 참고 있을 호인은 아니요.”

에디의 단호한 말에 이블린은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아버님은 저에게 다시 에디 님과 혼인을 하라고 하셨어요. 스콧 가문의 사위가 되면 가문을 에디 님에게 물려준다고 전하라셨어요.”

“뭐, 뭐라고?!”

에디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손이 부르르 떨렸다. 또 다시 이블린을 정략의 도구로 이용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그대는 그 뜻을 알고도 나한테 전하러 온 것이오? 누구보다 도구로 쓰이는 걸 싫어했던 당신이···”

“어쩔 수 없지 않나요. 전란의 시대에 여성은 도구로서 쓰일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저는···”

이블린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아버님에게 버림 받는게 두려워요.”

에디는 화가났다. 자신의 친 딸에게 클라이드의 처사는 너무 잔인하고 무정했다.

“이블린···”

울음을 터뜨리는 이블린을 에디가 다가가 가만히 안아주었다. 이블린은 에디의 품속에서 숨죽여 울었다.

“좀 진정 되었소?”

얼마간 울던 이블린의 울음은 점차 그쳤다. 에디는 이블린을 자상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보지 말아주세요. 화장이 번져서···”

이블린이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

“그렇지 않소. 그대는 지금도 여전히 아름답소.”

이블린은 에디의 품에서 빠져나와 고개를 저었다.

“말씀만이라도 고맙네요. 하지만 잠시 실례하겠어요.”

이블린은 잠시 나갔다 화장을 고치고 돌아왔다.

‘역시 기가 센 여인이군.’

에디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시 돌아온 이블린을 보며 쓰게 웃었다.

“에디님 스콧 가문으로 돌아와 주실 순 없나요? 아버님의 제안대로라면 나쁘지 않은 것 아닌가요?”

“물론 그 제안이 그대로 이루어 진다면 그렇겠죠. 하지만 당신 아버지가 그 약속을 지키겠소?”

에디의 말에 이블린은 할 말이 없었다.

에디의 말처럼 클라이드는 벌써부터 에디를 속일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케인 가문의 영주를 배반할 수 없소.”

덴블란쉬를 떠나기 전에 앨빈과 약속했었다. 단순한 거래가 아닌 동지로서 민주정을 케인 가문에서 실현시키겠다고.

설령 클라이드가 정말로 자신을 스콧 가문의 차기 영주로 삼는다고 해도 에디는 앨빈을 배신할 생각이 없었다.

“그렇군요... 에디 님이라면 그렇게 말하실 줄 알았어요.”

잠시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던 이블린이 미소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블린···”

“에디 님이 바라는 평화로운 세상이 꼭 왔으면 좋겠어요. 에디 님이라면 할 수 있을 거에요.”

“아마 스콧 가문은 멸망하게 될 거요. 미리 몸을 피하시오.”

에디는 이블린이 안쓰러웠다. 하지만 적이 된 입장에서 더 말해봤자 가식적으로 들릴거라는 생각에 말을 아꼈다.

“에디 님. 아버지를 조심하세요. 몰려 있다가도 꾀를 내어서 상대 목덜미를 물어뜯는 분이니까요.”

“어째서 내 걱정을 해 주는 거요. 난 당신의 적인데.”

에디의 말에 이블린은 잠시 생각을 고르다 말했다.

“정략결혼의 상대였지만 저는 에디 님이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작년 7월에 성묘하러 갈때 아무 이유없이 절 도와주셨잖아요. 그런 사람을 적이 됐다고 싫어할 수 있나요?”

이블린이 처량하게 웃으면서 방 밖으로 나갔다.


에디는 씁쓸한 기분이었다.

원수의 딸이자 적국의 영애로서 대치하고 있는 사이였지만 인간적으로는 그녀가 좋았다. 당당하게 행동하면서도 내면에 아픔을 간직한 여인.

서로 적으로 대치하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그녀의 상처를 보듬어 주고 싶었다.

그때 끼익 문이 열리며 폴이 방으로 들어왔다.

“협상은 결렬 됐나 보군요.”

“클라이드가 나한테 제안한 내용을 알고 있었나?”

“대충은요. 짐작은 가죠. 다시 스콧 가문으로 돌아오라고 한 거죠?”

에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폴이 쓰게 웃으며 말했다.

“영주님은 머리는 비상하게 잘 돌아가면서 결정적으로 놓치는 게 있죠. 사람의 마음. 사람들은 자신과는 달리 감정적으로 행동할 때가 있다는 걸 계산에 넣지 않아요.”

에디가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말했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있나? 나는 자네와 더 할 말이 없을 거 같은데?”

폴이 탁자에 앉아 입도 안 댄 와인을 한 잔 마시며 입을 열었다.

“하나 알려드려야 할 게 있는 거 같아서요.”

“무슨 말이지?”

“궁금하지 않아요? 내가 왜 당신을 탈옥하게 해줬는지?”

에디도 다시 자리에 앉아서 폴과 마주보았다.

“그때 너는 나한테 빛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풀어줬다고 했지. 하지만 이해계산이 빠른 네녀석이 고작 그런 이유로 날 도와줬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무슨 연유로 날 돕게 된 거지?”

“그때 단장이 잡혀갈때 이블린 아가씨도 그 자리에 있었잖아요. 나중에 따로 날 찾아왔어요. 그리고 단장이 지하감옥에 갇힌 걸 알고 도와달라고 하더라고요.”

“뭐, 뭐라고?!”

에디는 깜짝 놀랐다. 폴 코백에게 자신을 탈옥하게 도우라고 사주한 사람이 이블린이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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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화 23.12.13 19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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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23.12.11 21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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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화 23.12.08 24 0 9쪽
11 11화 23.12.07 27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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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화 23.12.02 31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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