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단장이 민주정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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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3.11.2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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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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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2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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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DUMMY

하루아침에 전쟁에 반대하던 학자와 기자, 재야 지식인들이 한꺼번에 잡혀들어가자 스콧 영지 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적룡기사단이 수도 튜릭 곳곳에 무장을 한채 지키고 있어서 큰 소요 사태는 없었다.

그러나 지식인들이 모인 술자리에서는 적룡기사단과 단장 에디 켄트는 영주 클라이드만큼이나 큰 욕을 먹고 있었다.


적룡기사단 사무실.

업무를 보고 있는 에디를 향해서 부단장 폴이 씁쓸한 얼굴로 걸어와 신문 기사를 보이며 말했다.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군요.

간신 에디를 처벌하라고 아카데미 생도들이 탄원서를 제출했답니다.”

“아카데미 생도들이?”

“자기들한테 인기 좋던 아카데미 교수를 막 잡아갔다고 난리 났나 봅니다.

무슨 데모도 한다던데요.”

“그럼 막아야지.”


에디가 살펴보던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그나저나 이거 된통 당한 거 아닙니까?”


폴의 말에 에디가 고개를 들어서 폴을 보았다.


“무슨 소리야?”

“영주님이 반대파들을 전부 잡아넣고 애꿎은 우리 적룡기사단이 욕먹게 만든 모양새에요.

시중에서는 단장님이랑 우리 적룡기사단을 거의 나라 말아먹은 카르타 오적(五敵)과 같은 취급을 하고 있어요."


카르타 오적은 300년 전 나라를 팔아먹은 5명의 간신들로 대대로 욕을먹는 자들이었다.


"게다가 우리 적룡기사단은 신분이 천하지 않습니까?

역시 천한 백정 놈들은 어쩔 수 없다고 신분 차별 발언까지 서슴지 않고 있답니다.

영주님도 우리 적룡기사단이 천한 신분이라고 이런 지저분한 일을 시키신 거 아닙니까?”


폴이 분한 듯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전쟁 중에 반란자 색출은 꼭 필요한 일이란 걸 모르진 않겠지.

어차피 해야 할 일인데 네 기사단 중 우리가 한다고 해서 그게 불평할 일인가?”


에디의 훈계에도 폴은 마땅찮다는 듯 말을 이었다.


“이번 한 번이면 다행입니다만 앞으로도 계속 이런 짓궂은 일들만 시키진 않을지 걱정입니다.

단장님을 사위로 삼겠다는 것도 불만을 가질까 봐 미리 당근을 먹인 것은 아닌지.”

“거기까지 하게.

수도 치안 유지에 곧 있을 케인 가문과의 전쟁 준비만 해도 할 일이 많아.”


에디가 노골적으로 불쾌한 얼굴을 하자 폴도 자신이 너무 푸념만 늘어놓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폴은 에디를 향해 경례를 올려붙이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업무를 보았다.


에디는 언짢은 표정으로 자리로 돌아가는 폴을 바라보았다.

폴은 머리가 좋았다.

그렇기에 자신도 폴을 부단장으로서 중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머리가 좋은 사람이 가지는 태생적인 문제로 사태를 너무 비판적으로만 해석하려고 드는 것이 문제였다.


에디는 기사란 때론 머리로 생각하는 것보다 내려진 명령을 저돌적으로 수행해야 할 때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케인 가문과 전쟁 중인 지금이 바로 그 시기였다.


폴리나 성관을 빼앗긴 케인 가문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케인 가문으로서도 이번 기회에 스콧 가문을 뿌리 뽑고 라티나 지방의 패권을 쥐고 싶은 마음이리라.


지난 100년간 케인 가문과 스콧 가문의 전력은 백중세였다.

작은 성관이나 마을들을 뺏고 다시 빼앗기며 지도상에는 큰 변화가 없이 양 진영의 돈과 인력만을 소모시키는 지루한 싸움이 이어졌다.


하지만 클라이드에게는 이 상황을 미리 꿰뚫어 본 전략이 있었다.

멀리 콤스톡 가문과 동맹으로 라티나 지방에서 생산되지 않는 무기를 손에 넣는다.

또한 케인 가문 북쪽에 영지를 가진 잭슨 가문과는 군사동맹을 맺었다.


케인 가문이 쳐들어올 때는 잭슨에서 케인 영지로 군사를 보내고 반대로 스콧 가문이 케인 가문의 영지에 쳐들어갈 때는 같이 공격하기로 약조를 해 두었던 것이다.


클라이드는 이번에 케인 가문에게 빼앗긴 피아몬테 성관을 되찾기로 하였다.

당연히 케인 가문에서도 증원군이 와서 피아몬테 성관을 지키려 할 것이다.

그때 잭슨 가문의 군대가 케인 가문의 수도를 공격하면 케인 가문의 증원군은 별수 없이 피아몬테 성관을 포기하고 수도를 지키기 위해 철수할 거라는 게 클라이드의 노림수였다.


지난번 폴리나 성관을 빼앗을 때와는 달리 한낮에 당당하게 행군했다.

이미 한번 기습공격을 당해서 방비가 예민해져 있을 터여서 기습 공격이 별 효과가 없다고 판단 한 것이다.


클라이드는 휘하의 네 기사단을 거느리고 피아몬테 성관 500미터 앞까지 근접했다.

수가 적인 피아몬테 성관의 케인 병사들은 평지에서 맞서 싸우길 포기하고 농성전으로 들어가기로 한 듯 움직임이 없었다.


“여기서 더 가까이 다가가면 화살이 쏟아질 겁니다.”


에디가 클라이드의 옆으로 말을 몰며 충고했다.


“그럼 어떻해야 좋겠느냐?”

“어차피 적들의 증원군이 못 온다고 하면 방패병들을 전면에 내세워서 적들의 화살을 소비시키다가 성을 둘러싸고 포위전을 하는 게 좋겠습니다.

한계까지 적을 몰아붙이고 그 후의 항복을 하라고 하면 거절하기 힘들 겁니다.”


에디의 말은 흠잡을 때 없는 정공법이었다.

클라이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에디의 제안에 찬성하려고 하자 청룡기사단장 클렉이 나섰다.


“그렇게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겠습니까?

혹시라도 잭슨이 군을 늦게 보내거나 적게 보낸다면 케인의 원군이 피아몬테 성에 도착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제가 볼 때는 오히려 지금이 기횝니다.

적들이 겁을 집어먹고 성에서 나오지 않고 있을 때 성의 사방을 막고 거세게 쳐들어가면 퇴로가 없는 적들은 오래 버티지 못할 것입니다.

오히려 피해를 적게 하겠다고 포위를 하다가 시간을 끌다가 적의 원군이 도착하기라도 하면 좋은 기회를 놓치는 꼴이 될 겁니다.”


클렉의 말에 클라이드가 에디를 쳐다보았다.


“클렉 단장의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잭슨 가문이 원군을 보낸다고 확답을 준 상황입니다.

아군의 실수를 염려해서 작전을 짠다면 어떤 작전도 수행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수성하는 적을 공격으로 함락시키려면 적어도 3배의 병력 차가 나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 병력과 케인 가문의 병력 차가 그 정도로 나지는 않습니다.

싸우게 된다면 아군의 피해도 상당할 것입니다.

포위전으로 가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클라이드는 잠시 고민하다가 결정을 내렸다.


“포위전으로 간다.

다들 이에 대해서 더 말하지 말도록.”


스콧 가문의 병력들은 방패병을 앞세워서 천천히 피아몬테 성관을 포위해 갔다.

피아몬테 성관에서도 화살을 쏘며 응전했지만 크게 싸울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지리한 공방전이 이어졌다.


8일째 되던 아침.

주변의 동정을 살피던 척후병이 스콧 가문의 지휘소로 달려왔다.


“케인 가문에서 원군을 보낸듯 합니다.

피아몬테 성관으로 기사단 3개 정도의 병력이 오고 있다고 합니다.”

“뭐라고? 그게 정말이냐!”


클라이드가 놀라 외쳤다.


“그것 보십시오.

잭슨 놈들이 시간을 제대로 못 맞춘 것입니다.

이제 피아몬테 성관 안쪽의 병력과 합치면 5개 기사단 병력이 될 텐데 오히려 우리가 수적으로 열세에 처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 당장 피아몬테 성관의 포위를 풀고 야전에서 적의 증원군을 쳐부숴야 합니다.”


클렉이 에디를 노려본 후에 클라이드를 향해서 진언했다.


“안 됩니다.

제가 보낸 첩자가 전해온 정보에 따르면 잭슨 가문의 병력은 이미 케인 가문의 영지를 향해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이 사태는 단순히 케인 가문의 정보 전달력이 떨어져서 생긴 문제입니다.

여기서 포위를 계속하면서 버티면 케인 가문의 병사들은 저절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에디의 말에 클렉이 지휘소 탁자를 쾅 치면서 자리에서 일어서며 삿대질했다.


“에디 단장! 지금 적이 막 쳐들어오려고 하는 상황에서 아직도 그런 소리가 나오나!”

“오히려 지금 포위 병력을 물린다면 피아몬테 성관에 있는 적에게 후방을 공격당할 우려도 있습니다.

괜히 우왕좌왕하다가 더 큰 피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좀 더 기다려 보시죠.”


에디는 클렉은 아예 무시하고 클라이드를 향해서 말했다.


“에, 에디··· 날 무시하는 것이냐!”


그런 클렉을 향해서 클라이드의 호통이 떨어졌다.


“클렉! 지금 내 앞에서 큰소리를 치려는 것이냐? 당장 자리에 앉아라.”

“여, 영주님. 하지만 지금 상황이···”


클라이드는 척후병에게 물었다.


“적이 피아몬테 까지 도착하려면 얼마나 걸리겠느냐?”

“예. 늦어도 이틀 후 저녁이면 도착할 것 같습니다.”


클라이드는 에디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틀 낮까지는 기다려 보자.

에디의 정보가 맞다면 잭슨 가문의 공격을 막기 위해 녀석들이 돌아가지 않겠느냐.

다른 단장들도 다들 척후를 더 풀어서 정보를 모으도록!

과거와는 다르게 정보가 중요한 세상이 되었는데 에디 말고는 제대로 척후병을 낸 자들이 없다는 말이냐!”


클라이드의 호통에 에디를 제외한 3명의 단장들은 할 말이 없었다.


‘큭. 미리 척후병을 풀어서 정보를 모았어야 했는데···’


클렉은 이런 간단한 전략도 진언 못 한 참모를 자를 생각을 하고 있었다.



2.


이틀 후 저녁 무렵.


케인 가문의 병사들이 피아몬테 성관 5km 근방까지 진군했다는 보고가 날아들었다.


“그것 보십시오!

제가 여기서 시간만 끌고 있다가는 큰일 난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피아몬테 성관의 포위를 풀고 야전에서 케인 가문의 원군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합니다.”


클렉이 지휘소에서 큰소리를 쳤다.

클라이드가 에디를 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포위 병력의 3할 정도를 떼어서 유격대를 편성해서 적의 진군 속도를 늦추는 것이 좋겠습니다.

지금쯤 잭슨 가문의 병력이 케인 가문의 수도 벤폴을 공격하고 있을 테니 조금 시간을 끌다 보면 적은 알아서 돌아갈 겁니다.”

“영주님. 에디만 믿다가는 전군이 전멸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당장 전군을 동원해서 케인 가문의 군대를 각개격파 하는 길만이 상책입니다.”

“둘 다 시끄럽다!”


일방적으로 클렉만이 시끄러운 상황이었지만 클라이드는 그렇게 호통쳤다.


“적의 병력은 어느 정도냐?”

“아군 병력의 7할 정도 되는 듯 합니다.”


척후병이 클라이드의 질문에 답했다.


“눈속임으로 3할의 병력만 남기고 나머지 병사들로 케인 가문의 응원군을 치러가겠다.”

“하지만 영주님.

그렇게 되면 피아몬테에 남겨둔 3할의 병력이 위험해집니다.”


에디가 반대하고 나섰다.

적도 바보가 아니다.

바로 포위 병력이 줄어든 것을 눈치채고 성관에서 나와서 싸우려 할 것이다.


“병사의 수 차이에서는 별 차이가 없지만 성관을 뒷배로 두고 싸우는 피아몬테 수비군이 몇 배는 유리한 싸움입니다.

그리고 야전에서 적과 동등한 병력으로 싸우는 것은 너무 위험부담이 큽니다.

잘못하면 우리 군이 각개격파 당하는 꼴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에디가 그렇게 말렸으나 클라이드는 듣지 않았다.


“그렇다고 적이 코앞에 들이닥쳤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

적과 병력 차가 똑같다면 더 단련된 우리 병사들이 이기지 않겠느냐?

자신이 없느냐 에디?”


클라이드의 말에 에디는 반박할 말이 많았지만 하지 않았다.

오래 모셔 오면서 클라이드가 한 번 결정하면 다른 의견을 안 받아들인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좋은 쪽으로 발휘되면 강한 추진력을 발휘할 때가 있었지만 이번 같은 경우에는 큰 흠결로 작용 될 듯했다.


“클렉, 결전 군은 너에게 맡기겠다. 이길 자신 있느냐?”


클렉이 가슴을 탕탕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영주님 맡겨만 주십시오. 겁쟁이 에디 단장과는 다르다는 걸 보여드리겠습니다.”

“음 좋아. 에디는 클렉 옆에서 보좌역을 맡도록.”

“...존명.”


할 수 없었다.

한 번 이렇게 정해진 이상 클렉 옆에서 최대한 손실을 안 보고 싸울 수 있도록 조언하는 수밖에 없었다.

클렉이 자신의 말을 안 들을 확률이 더 높았지만 말이다.


클렉이 이끄는 청룡기사단과 적룡기사단을 주축으로 7할의 병력이 포위를 풀고 케인 가문의 원군을 격파하러 피아몬테 평지 쪽으로 빠졌다.

백룡, 황룡 두 기사단은 나머지 3할의 병력을 가지고 피아몬테 성관을 계속 포위하고 있었다.


에디는 클렉에게 조언하기 위해서 말머리를 가까이했다.


“분명 지금쯤 잭슨 가문의 군대가 벤폴을 공격하고 있을 걸세.

너무 전면전으로 치닫지 말고 노려보며 견제로 시간을 끌면 적은 곧 철수할 거야.”


하지만 소귀에 경 읽기 였다.


“시끄럽다! 적이 코앞에 들이닥쳤는데 그런 잔재주나 피우게 생겼냐! 무조건 돌격이다!”

“아, 안돼! 그러다가는 우리 쪽 피해도 커져!”

“이 결전군의 지휘관은 나다! 내 말을 안 듣겠다면 명령 불복종 죄로 집어넣어 버리겠다!”


으르렁거리는 클렉에게 더 이상 말해봤자 소용없어 보였다.


“하다못해 적과 대치하기 전에 병력을 좀 쉬게 하자.

어차피 그쪽에서 이리로 올 텐데 우리가 미리 돌격해서 힘 뺄 건 없잖아.”


클렉은 얼굴을 찌푸렸지만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평야에서 결전을 앞두고 있는 상황인데 조금이라도 쉬어두는 편이 좋을 것이다.

상대는 위기에 빠진 성관을 구원하기 위해 계속 행군했을 병력이므로 한 군데에서 성을 포위하면서 쉬던 자신의 병력보다 더 지쳐있을 것이었지만 만전을 기해 나쁠 건 없었다.


“나도 미리 생각하고 있던 작전이다.

네 말을 듣고 따르는 게 아니니까 착각하지 말라고.”

“그래 그래.”

“전군. 적을 기다리며 휴식을 취한다. 진형은 흐트러트리지 말고 장구류를 착용한 채 앉아서 휴식을 취한다!”


클렉의 명령에 따라서 스콧 가문의 병사들은 휴식을 취했다.


몇 시간 뒤.


멀리서 흙먼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적이다! 전투준비!”


기사들의 호령에 따라서 휴식을 취하던 병사들이 일어나서 병장기를 들고 진형을 갖추었다.

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적이 1km 정도 떨어진 곳까지 접근해 왔다.

하지만.


“응···? 왜 더 안 오지?”


케인 가문의 군대는 1km쯤 떨어진 곳에서 스콧 가문의 군대를 발견하고는 노려보기만 할 뿐 접근하지 않고 있었다.


“저놈들이 왜 더 안 오는 걸까요?”


부단장 폴 코백이 에디에게 물었다.


“글쎄. 아무래도 신중할 수밖에 없겠지.”


청룡기사단의 지휘소에서도 적이 가만히 있는 걸 보고 이론이 오가고 있었다.


“저놈들이 왜 가만히 노려보고만 있는 거냐?”


클렉이 휘하 기사들에게 물었다.


“아무래도 상대는 우리가 수적으로 우세하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피아몬테 성관의 포위를 풀고 총 병력으로 영격하러 나왔다고 보는 거겠지요. 그렇다면 우리의 전력과 비교하면 7할 정도의 적은 병력이니 섣불리 다가오지 못하는 겁니다.”


클렉의 참모 격인 기사가 나름대로 상황을 분석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적이 움츠러들었으니 역시 공격하기 좋은 기회인 듯합니다.

방패병을 앞세워 접근한 다음 움직임이 빠른 기마병으로 적의 진형을 휘젓는다면 쉽게 격파할 수 있습니다.”


참모가 자신 있게 말했다.


“좋다. 전군 진격 준비!”


클렉의 지시에 따라 청룡기사단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약간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던 폴과 에디에게도 진격 준비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클렉은 먼저 치고 들어가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음. 우리 입장에서는 한동안 이렇게 견제하면서 시간을 끄는 게 좋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클렉이 나선다면 할 수 없지. 우리도 나가서 청룡기사단을 엄호한다.”


청룡기사단이 선두에 서고 조금 떨어진 왼쪽에서 적룡기사단이 진을 짜고 전진했다.

백룡, 황룡 두 기사단에서 차출된 응원 병력은 후방을 맡아서 뒤쪽에서 따라갔다.


300미터 앞까지 전진하자 케인 가문의 진영에서 화살이 비처럼 날아왔다.


“방패병!”


방패병들이 커다란 방패를 위로 치켜들며 일렬로 서서 방패의 벽을 만들었다.

투다다다 하는 소리와 함께 방패병들의 방패 위로 화살들이 무수히 꽃혔다.


“이제 다 끝났나?”


한동안 이어진 화살 세례가 조금 잦아들자 클렉은 다시 전진을 시도하려고 했다.

그러나 케인 쪽에서 다시 한 차례 성대한 화살비를 쏘아대기 시작했다.


“아니, 견제를 계속한다고?”


얼마 남지 않은 거리를 두고 스콧 가문의 병사들은 적의 화살 세례에 전진하기가 힘들었다.


“저놈들은 이번 전투에서 화살을 다 소모할 생각인가?”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무수히 많은 화살이 날아들고 있었다.


“안 되겠습니다. 방패병들이 막는 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도 가져온 화살로 응사해야 겠습니다.”


참모의 말에 클렉도 동의했다.

벌써 몇몇 방패병들이 화살에 맞아서 쓰러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대로 방패병이 몇명 더 쓰러졌다가는 진형이 흐트러지고 큰 피해가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좋다. 준비해!”


궁수대가 방패병의 바로 뒤에서 화살을 매긴 뒤 적의 화살 공세가 약해졌을 틈을 타 앞으로 나섰다.


-슈슈슈슈슝!


무수한 화살 세례가 케인 진영에 쏟아졌다.

화살을 맞고 케인군의 궁수들이 여럿 쓰러졌다.


“좋다! 기회는 지금이다. 전군 돌격!”


우와와아! 하는 함성을 지르며 스콧 군이 돌격했다.

기마병이 앞서 나와서 케인 군의 진형을 흐트러뜨리려고 했다.


그때 케인 군에서 은백색으로 빛나는 판금갑옷을 입은 한 무리의 기사단이 말을 끌고 나왔다.

수는 12명 정도로 적었으나 무술실력이 출중한 자들이었다.


50명은 넘는 청룡기사단의 기마 돌격대가 좀처럼 그 기사단의 방어를 뚫고 적의 진영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형국이었다.


“저 은백색 갑옷의 기사들이 보통이 아닌 것 같은데 대체 누구냐?”


클렉의 물음에 참모가 답했다.


“아무래도 솔개 기사단인 것 같습니다. 은백색 갑옷이 특징적이라는데 케인 가문의 기사들 중에서도 특히 강한 자들을 모아놓았다고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안 되겠다. 일시 후퇴다!”


기마 돌격대 대장이 솔개 기사단을 상대하지 못하고 말머리를 스콧 진영 쪽으로 돌려서 후퇴를 명했다.


솔개 기사단은 승기를 잡았으나 깊게 쫒지 않고 적들을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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