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빼앗긴 인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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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우꾸우
작품등록일 :
2024.01.02 21:58
최근연재일 :
2024.02.14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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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6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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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씨

DUMMY

#1 (S사이트 삼각산, 호의)


가족 단위로 보이는 두 가정이 산을 오르고 있다. 앞장서고 있는 가족은 4인 가족. 마흔 정도 되어 보이는 아빠와 엄마, 그리고 청년으로 보이는 건장한 체격의 형과 열 살 정도로 보이는 남동생이 보인다. 그 뒤로는 3인 가족으로 아직 어린 딸 아이를 업고 오르는 부부다.

그들은 많이 지쳤는지 말 한마디 없이 거친 숨소리만을 이끌고 산을 오른다. 그러다 가장 앞선에 서 있던 형으로 보이는 호이라는 청년이 소리친다.


“보여요! 저기가 ‘삼각사’인가 봐요!”

“어어. 그러네. 여보 이제 다 왔어.”


딸 아이를 업고 산을 오르던 부부도 손을 맞잡고 좋아한다. 조금은 요란해진 소리에 어린 딸도 눈을 떠 칭얼거린다.


“으아아앙!”

“괜찮아. 괜찮아. 우리 백설이 고생 많았어. 이제 따뜻한 데서 자자.”


다소 멀리 보이는 절을 향해 두 가족은 힘차게 걸어 나아간다.

절과 조금씩 가까워질수록 마당을 쓸고 있는 머리를 바짝 민 스님들이 보인다. 앞장서서 걷던 가족 중 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 코이가 달려나간다.


“우와. 아빠! 진짜 스님···.”


먼저 달려나가던 코이가 한 노인에게 붙잡힌다. 노인은 코이의 입을 틀어막는다. 노인 뒤로는 8명의 건장한 사내가 뒤따른다. 노인이 붙잡은 아이를 인질로 그들은 두 가족에게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두 가족은 말없이 고개만을 끄덕인다. 노인은 코이를 붙잡고 따라오라는 신호를 보낸다. 두 가족은 무리의 뒤를 따른다. 그러다 뒤에 있던 백설이란 딸을 안고 있던 부부는 서로 눈을 맞추며 속삭인다.


“(속삭이며) 여보. 신호 주면 뒤돌아서 절로 뛰어요.”

“(속삭이며) 그러면 코이네 가족은 어쩌고요?”

“(속삭이며) 몰라. 난 당신하고 백설이만 지키면 돼.”


아내는 남편을 보며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때, 백설이가 울며 칭얼거리기 시작한다.


“아빠아아아. 나 배고파!”

“지금!”


백설이가 우는 소리에 맞춰 남편은 아내의 손을 붙잡고 얼마 남지 않은 거리에 삼각사로 달리기 시작한다. 아이를 붙잡은 무리가 급하게 손을 뻗지만 백설이네 가족은 도망치는 데 성공한다.

달려오는 가족을 빗자루질하던 스님 둘이 멍하니 바라본다.


“살려주세요! 스님. 괴한이 쫓아옵니다. 살려···.”


스님이 빗자루의 머리를 잡아 빼니 거기서 긴 칼이 나온다. 칼을 든 두 스님은 백설이의 엄마, 아빠를 베어버린다. 그러곤 살아남은 백설이를 안아서 들어 올린다. 백설이의 두 눈의 초점은 사라져 버렸고 어린아이는 상황을 인지하는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다른 한 스님은 아직 죽지 않은 엄마, 아빠를 번갈아 푹푹 쑤시며 남은 숨을 끊어낸다. 그리곤 킬킬 웃으며 말한다.


“킬킬. 이게 웬 떡이냐? 오늘을 폭식하겠는데?”

“어,엄마. 아빠. 엄마, 아빠아아아!”


코이를 붙들고 있는 노인은 그 모습을 멀리서 안타깝게 쳐다본다. 아이의 입을 틀어막은 손을 덜덜 떨며 노인은 혼잣말한다.


“···또, 또 저놈들에게 아까운 생명을.”


무리에게 붙잡힌 코이네 가족들은 노인 옆에서 당혹스러운 얼굴로 백설이네 가족의 죽음을 목격한다. 그들은 잔악한 스님들의 모습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혹여 자신들의 당황하는 소리가 새나갈까 두 손으로 입을 꽉 틀어막는다.

백설이의 울음소리만이 희망으로 빛나던 절의 모습을 절망스럽게 보이게끔 만든다.


# (무등산, 협력)


아침이 밝았다. 여전히 크낙새의 울음소리는 무등산을 가득 메운다. 새의 지저귐이 커지고 있긴 하나 아직 새벽의 으스스함에 막사 안에 병사들은 기상할 생각이 없다.

눈을 뜨고 있는 것은 오직 은고페페뿐. 야영지를 벗어나 조금 높은 정상에 올라선 은고페페는 주변을 살핀다. 그러고는 휘파람 소리를 크게 낸다.


“휘이-!”


휘파람 소리에 멀리서 크낙새 한 마리가 날아든다. 크낙새가 안착할 수 있게끔 은고페페는 손목을 높게 치켜든다. 우아하게 날아온 크낙새는 은고페페의 손목에 앉아 운다.


클락, 클락-.


은고페페는 주머니에서 작은 쪽지를 꺼내 크낙새의 다리에 묶는다. 그리곤 손목에 앉은 크낙새의 머리를 두어 번 쓰다듬은 뒤 날려 보낸다.

크낙새는 우아하게 날아간다.

멀리 날아가는 모습을 다 확인한 뒤, 은고페페는 기지개를 켜고 산 아래로 달려간다.


#3 (무등산, 협력)


“중대장님!”


타다다닥-.


멀리서 들려오는 왕위의 목소리에 막사 안에 인원들이 슬슬 기어 나오기 시작한다.

망태와 이 찬은 이미 복장을 다 갖춘 채 서 있다. 그런 그들 앞으로 왕위가 도착한다. 왕위는 망태와 이 찬에게 웃는 표정으로 무슨 말을 전한다.

산꼭대기에서 내려오던 은고페페가 그 모습을 보고 묻는다.


“연락이 도착한 겁니까?”


그 셋은 고개를 돌려 산에서 내려오는 은고페페를 본다. 이 찬은 살짝 의심스럽다는 표정으로 은고페페에게 묻는다.


“이른 아침부터 어딜 갔다 오십니까?”

“산 정상을 찍고 왔습니다. 그저 아침 운동일 뿐입니다.”


망태는 왕위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한다.


“직접 전달하게.”

“네! 독립군 5중대 2소대장 왕위, 견백님의 말씀을 전합니다. 은고페페님을 비롯한 크낙새 부대 대원들을 안전하게 모시고 오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은고페페는 그 소식에 환하게 웃는다. 검은 피부에 하얀 이가 그를 참으로 순수하게 보이게끔 만든다. 크낙새 부대 병사들도 환호하며 좋아한다.

망태는 소리를 높여 외친다.


“전 병력 짐 싸라. 집으로 돌아간다.”

“독립!”


크낙새 부대와 인간의 섬 부대는 너나 할 거 없이 대답하며 짐을 싸기 시작한다. 그런 모습에 왕위는 당황하며 이 찬에게 묻는다.


“언제 이렇게 친해졌답니까?”

“몰라. 어휴. 난 그냥 좀 불안하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견백님이 언제 틀린 거 보셨습니까?”

“그래. 견백님 뜻이라면 뭐.”


이 찬은 고개를 끄덕이고 걸어간다.

망태와 은고페페는 서로를 보며 흐뭇하게 웃는다.


#(무등산 입구, 협력)


4중대와 5중대 더불어 크낙새 부대의 5중대까지 합쳐지니 그 인원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200명이 넘어가는 인간들이 뭉쳐서 산 아래로 내려온다.

산의 입구에 다다르니 좁은 골목이 나온다. 이 찬의 부대가 가장 앞장서 걷고 있다. 줄지어 걷는 골목 옆으로는 지금은 자연과 하나가 된 작은 마을이 보인다. 콘크리트 골조만은 유지하고 있는 몇몇 건물들이 보인다. 색이 많이 바랜 적고 벽돌이 세월의 흔적을 담아낸다.


야옹, 야옹-.


추위를 피해 건물로 숨어든 고양이들의 울음소리가 어쩐지 이 마을을 스산하게 만든다. 이 찬은 고양이 소리가 나는 방향들을 주시하며 걷는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좁은 골목을 벗어나니 넓은 공터가 나온다. 시멘트 바닥은 쩍쩍 갈라져 있고 갈라진 틈으로 풀들이 비좁게 올라와 있다. 공터를 감싼 폐가들이 보인다.

앞장서던 이 찬의 표정이 어쩐지 좋지가 않다. 이 찬은 손을 높게 들어 병력을 멈춘다.

뒤에 따라오던 망태는 앞으로 나와 이 찬에게 묻는다.


“무슨 일인가? 아직 쉬려면 조금 더 걸어야 하네.”


이 찬은 넉살스럽게 웃으며 망태와 어깨동무를 한다.


“아휴. 중대장님. 이리 넓은 곳에서 좀 쉬었다 가시죠?”


망태는 이 찬의 행동이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이 찬은 얼굴을 망태에게 더 가까이하며 속삭인다.


“다섯 시, 한 시, 열한 시, 아홉 시 방향 집들 주변에 풀들이 전부 깔끔하게 베어져 있습니다.”

“뭐라고?”

“매복인 듯싶습니다. 퇴로는 6시뿐입니다.”

“이런! 모두에게 알려야 하는데.”


이 찬은 가슴에서 빨간색 풍경을 꺼내 든다.


“퇴각 명령을 내릴 테니. 5중대 인원들을 데리고 6시 방향 산으로 달리십시오.”

“하지만 크낙새 부대 인원들은 우리 퇴각 신호를 모를 텐데?”

“중대장님. 지금 저자들을 믿습니까?”

“동족이지 않나?”

“오늘 새벽, 은고페페 저자가 새 한 마리에 쪽지를 날려 보내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럴 리가. 일단은 좀 상황을 보고···.”

“중대장님! 시간 없습니다. 모두 죽이실 셈입니까? 분명 제가 목격했습니다.”


망태는 이 찬의 말에 멀리 떨어져 있는 은고페페를 바라본다.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왜 안가냐는 몸짓을 취한다.


“좀 쉬었다 갈까 하네!”


멀리 보이는 은고페페에게 그리 말하고 망태는 다시 이 찬을 바라본다.

은고페페는 그 모습에 자신의 대원들에게 휴식을 취하라는 명령을 한다.

그 순간, 이 찬은 꺼내든 빨간 풍경을 높게 든다. 같이 휴식을 취하려던 인간의 섬 독립군 병사들은 풍경을 보고 앉으려다 말고 벌떡 일어난다.

은고페페는 그 모습이 수상한 듯 몸을 살짝 일으킨다.

망태는 눈을 내리깔고 땅만을 바라본다.

이 찬은 높게 든 빨간색 풍경을 세차게 흔들기 시작한다.


짤랑, 짤랑, 짤랑-!


“전 대원 6시!”


망태가 고개를 들고 소리친다. 우렁찬 소리에 4중대와 5중대는 6시 도풍산 입구로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한다. 은고페페와 그 부하들은 달려가는 그들을 보며 당황한다.


“망, 망태 중대장님!”


은고페페는 망태를 향해 소리친다.

그 순간, 양옆에 포진되어 있던 폐가에서 아이언스들이 쏟아져 나온다. 모두 도망치고 남은 자리에 크낙새 부대 5중대 대원들만 당황하며 머뭇거린다. 은고페페는 자신의 검을 뽑아 들며 소리친다.


“5중대 전투태세!”


그 울려 퍼지는 명령에 왕위는 달리던 발을 멈추고 뒤를 돌아본다.

서른 명쯤 보이는 아이언스들이 크낙새 부대와 맞붙어 싸움을 시작한다. 서른 명의 아이언스들은 무지막지하게 빠른 속도로 은고페페의 대원들을 제압해 나간다. 왕위는 걱정되는 눈으로 그들을 바라본다. 그리곤 앞서 달리는 망태에게 소리친다.


“중대장님!”

“2소대장. 뭐해? 달려!”


망태는 돌아서서 왕위를 보고 소리친다. 왕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손가락으로 크낙새 부대를 가리킨다. 크낙새 부대 50명은 아이언스 30명에게 처참하게 깨져 나간다.

망태 역시 도풍산 입구에 발이 묶여 버렸다. 다른 독립군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린다. 어느새 산 중턱까지 올라가 이 찬은 고개를 돌려 망태와 왕위를 바라본다. 이 찬의 눈에는 높게 솟은 나무들 때문에 크낙새 부대의 상황이 보이지 않는다. 답답한 마음에 이 찬은 망태에게 소리친다.


“5중대장님! 뭐 하십니까?”


망태는 다시 고개를 돌려 이 찬을 본다.

이 찬은 독립군에 입소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런 표정의 망태를 본 적이 없다. 아니, 살며 그런 표정을 지은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삶을 포기한 자의 얼굴. 죽음을 각오한 자의 얼굴. 그러나 단언컨대 희망으로 가득한 얼굴. 결단한 자의 얼굴. 그런 이중적인 표정을 이 찬은 살며 본적이 없다.

망태는 앞에 있는 왕위에게 무어라 이야기한다.

왕위는 망태의 팔목을 붙잡으며 고개를 세차게 흔든다.

그런 왕위를 보며 망태는 소리친다.


“왕위! 어서!”


망태는 왕위의 손을 뿌리친다. 그러곤 등에 있는 거대한 도끼를 꺼내 들고 뒤를 돌아 달려나간다. 달려가는 망태를 보며 이 찬은 소리친다.


“중대장님!”


왕위는 뒤를 돌아 빠르게 뛰어 올라온다. 왕위는 단숨에 이 찬 앞에 선다. 이 찬은 왕위를 붙잡고 소리친다.


“중대장님은? 어르신은 왜 안 올라오시냐 말이다!”

“이 말 꼭 전하라 하셨습니다. 제발 나의 중대원들을 부탁한다. 찬아.”


왕위는 말을 마치고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눈물을 쏟는다.

이 찬은 보이지 않는 입구를 바라보며 눈을 질끈 감는다. 그리곤 왕위의 팔을 붙잡고 산 위로 달리기 시작한다.


산 아래, 도끼를 휘두르는 망태의 기합 소리가 도풍산과 무등산 꼭대기까지 울려 퍼진다.


“으랏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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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인간 말살 작전(2/12) 24.02.08 8 0 13쪽
45 인간 말살 작전(1/12) 24.02.07 9 0 13쪽
44 죽음 24.02.06 7 0 13쪽
43 독립군 24.02.05 12 0 13쪽
42 운명 24.02.04 6 0 12쪽
41 전보 24.02.03 8 1 13쪽
40 씨앗 24.02.02 8 1 13쪽
39 작전 24.02.01 8 1 13쪽
38 전쟁 준비 24.01.31 9 1 13쪽
37 우물 24.01.30 8 1 13쪽
36 짐승 24.01.29 8 1 12쪽
35 협력 24.01.28 11 1 12쪽
34 화양연화 24.01.27 9 1 12쪽
» 불씨 24.01.26 12 1 12쪽
32 동족 24.01.25 17 1 11쪽
31 바알 24.01.24 9 1 13쪽
30 미산트라 24.01.23 12 1 12쪽
29 정착 24.01.22 13 1 13쪽
28 미래 24.01.18 15 1 14쪽
27 승리 24.01.17 11 1 12쪽
26 전쟁(2/2) 24.01.16 17 2 13쪽
25 전쟁(1/2) 24.01.15 15 2 12쪽
24 조우 24.01.14 9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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