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빼앗긴 인간은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드라마, 전쟁·밀리터리

꾸우꾸우
작품등록일 :
2024.01.02 21:58
최근연재일 :
2024.02.14 21:25
연재수 :
52 회
조회수 :
768
추천수 :
67
글자수 :
291,223

작성
24.02.05 21:37
조회
12
추천
0
글자
13쪽

독립군

DUMMY

#1 (J사이트 땅거북 대대 기지, 회의)


철컥-.


문이 열린다. 문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금발의 큰 키가 눈에 띄는 세레나이다. 40이 넘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훈련과 운동으로 인해 그녀는 20대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젊다. 또한, 군복 사이로 얼핏 비추는 그녀의 근육들은 독립군 K사이트 사자대대의 대장 자리를 맡기에 부족함이 없음을 알려준다.

회의실 자리를 정리하던 은고페페와 그의 부하들은 세레나를 보고 경례를 한다.


“독립!”

“독립.”


세레나는 가볍게 경례를 받은 뒤, 주변을 살핀다. 자리마다 대장들 이름이 적힌 푯말이 놓여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자리에 없다. 세레나는 눈썹을 치켜들며 은고페페에게 묻는다.


“전보로는 분명 사안이 시급하다 들었는데?”

“네. 그렇습니다.”

“근데 왜 아직 아무도 자리에 없는거지?”

“크낙새 대대 대장님과 땅거북 대대 대장님은 오셔서 망우초를 태우고 계십니다.”

“흥. 더러운 냄새가 진동하겠네.”

까칠하게 말하고 지나치는 세레나에게는 좋은 향기가 퍼진다. 은고페페는 자신보다도 5cm는 큰 세레나를 보며 동경과 설렘 어딘가의 있는 감정을 품는다.

세레나의 말을 들은 것인지 비아냥거리며 골리앗이 들어온다.


“댁이 뿌리고 다니는 그 더러운 계집 향만 할까? 5대대 대장 자리는 잘빠진 몸매로 차지했다는 게 사실인가 본데? 으하하.”


골리앗. 이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드워프처럼 생긴 난쟁이. 그는 땅거북 대대 대장이다. 땅거북 대대는 전투에서 가장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독립군 부대다. 이 대대의 특징은 모두가 이 골리앗과 같은 모히칸 머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 여를 불문하고 같은 머리를 하는 이 대대는 보이는 모습처럼 손발이 잘 맞기로 유명하다. 그렇기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부대이다.

그런 골리앗의 더러운 언행에 세레나는 기분이 언짢다. 그녀는 다리를 꼬며 몸을 돌리고 도발하듯 골리앗에게 대답한다.


“주둥이만 놀리는 놈들의 더러운 혀를 잘라가며 이 자리에 앉았지. 어떻게 소원이라면 네 놈의 혀도 잘라줄까?”

“그대가 원한다면 그 제안은 제가 받겠습니다. 그렇게라도 함께할 시간이 주어진다면 영광입니다.”


골리앗의 앞을 가로막으며 나타난 남자는 크낙새 대대 대장 말루보. 은고페페는 대장을 보고 반듯하게 선다. 늘 성실하고 반듯해 보이는 은고페페와는 다르게 어딘가 퇴폐적인 모습의 남성이다. 반듯하게 쓸어올린 머리, 다부진 체형, 50대라고 하기엔 깨끗하고 하얀 피부.

그는 느끼한 표정으로 무릎 하나를 굽혀 세레나에게 고백하듯 쳐다본다. 세레나는 눈썹을 치켜들며 그에게 귓속말한다.


“입에서 더러운 냄새가 진동한다. 꺼져.”


세레나는 날카로운 송곳을 말루보의 가슴에 들이민다. 말루보는 양손을 들며 능글맞게 물러난다.


철컹-.


문이 또 열리고 다른 대장들도 들어온다.

땅거북 대대 대장인 골리앗은 다른 대장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총 일곱 개 부대의 대장들이 들어온다. 대장들은 각자의 이름이 적힌 푯말에 가서 앉는다. 한 명, 한 명의 모습이 압도적인 인상을 풍긴다. 그런 그들의 인상을 비웃듯 마지막 인물이 들어온다.


철컹-.

끼이이익-.


문이 열리고 양쪽에 두 명의 호위병이 그를 보좌한다. 자리에 있는 대장들이 일어나 그에게 경례한다.

경례에 화답하듯 간단한 목례하고 그는 가운데 자리에 앉는다. 그 자리 옆으로 호위병 두 명이 양쪽에 선다. 호위병 둘은 양아, 량량 형제다. 190cm 큰 키의 쌍둥이 형제. 이 둘은 긴 머리를 묶고 있다. 둘을 구분할 방법은 무기 뿐이다.

이 둘의 호위를 받는 남자는 단상에 서 있는 크낙새 대장 말루보를 본다.

말루보는 은고페페에게 종이를 건네받는다. 말루보는 헛기침을 한 뒤, 크게 심호흡을 하고 이야기를 꺼낸다.


“일단 이야기 시작 전에 앞서 독립군 의례를 진행···.”

“됐네. 얼핏 듣긴 했지만, 사안이 심각하다 들었네. 조잡스러운 의례는 생략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지.”


가운데 자리에 앉아 말을 끊는 남자의 이름은 강 충헌. 독립군 총대장. S사이트 아이언스 기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신고산에 자리 잡은 총대장이다. 185cm의 큰 키. 검은 머리들 사이로 희끗희끗 보이는 하얀 머리. 그리고 견백만큼 깊고 강인한 검은 눈.

그 깊은 눈을 바라보는 말루보는 세레나에게 보이던 느끼한 모습은 사라지고 바짝 긴장한 훈련병 같은 모습을 보인다.


“그럼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모두가 전보를 받아 알고 계실 겁니다. 자신들이 독립군이라 주장하는 새로운 세력이 나타났습니다. 그들은 비봉산에 자리 잡았으며 그 인구는 우리 독립군 전체를 합친 것에 두 배인 일만 명입니다.”

“그게 사실이라고?”

“전보를 잘못 친 거 아니었어?”

“그 인원이 살아있는데 아이언스가 가만히 있다는 게 말이 되나?”


다른 대장들이 시끄러워진다. 강 충헌은 아무 말 없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작은 탄식을 내뱉는다.


“흠···.”


모두가 귀를 열고 강 충헌의 탄식을 듣는다. 대장들은 하나같이 따지며 묻는 소리를 삼킨다. 뒤를 돌아보지 않지만, 총대장에게서 나오는 불편한 분위기를 눈치챈다.

그저 눈치없는 땅딸보. 골리앗만이 소리를 높여가며 떠든다.


“아니, 이보게. 말루보. 잘 좀 설명해봐. 그게 어떻게 가능한···.”

“땅거북.”


강 충헌은 낮고 작은 소리로 골리앗을 부른다. 골리앗은 그 소리에 바짝 긴장하며 고개를 돌려 충헌을 본다.


“일단 듣지.”

“죄송합니다. 총대장님.”


골리앗은 폼나게 솟아 있는 모히칸 머리를 긁적이며 눈치를 본다.

충헌은 다시 말루보에게 집중한다. 충헌의 눈길을 받은 말루보는 말을 이어나간다.


“믿기 힘드시겠지만, 사실입니다. 다만 그 모두가 우리처럼 전투 부족은 아닙니다. 전투가 가능한 군사들은 대략 1000명 남짓으로 판단됩니다. 그 외에는 곡식을 키우고 적당한 일을 하는 인간들이라 합니다. 1000명의 보호를 받는 인간들입니다.”

“모두 전투 가능한 병사로 바꾸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1년 정도면 충분할 거 같습니다.”

“만 명의 병력이 생기게 되겠군.”

“허나 문제가 두 가지가 있습니다.”


문제라는 단어에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귀 기울인다.


“하나는 비봉산에 자리 잡은 그들은 우리의 밑으로 들어올 생각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건방진.”


모두가 입을 닫는 그때 분노에 차서 입을 연 것은 다름 아닌 충헌의 동생 강 충인이다. 그는 총대장 강 충헌과 비슷한 이목구비와 똑같은 머리 색을 가졌다. 다만, 다른 점은 형보다는 좀 더 정리되지 않고 자유분방해 보이는 머리와 복장이다.

그가 대장으로 있는 부대는 매머드 부대. 그의 부대는 S사이트 신고산에 자리한다. 총대장 강 충헌과 같은 곳에서 그를 지키며 살아가는 군대다. 그렇게 형에 대한 충심으로만 이루어진 그에게 비봉산의 독립군은 그를 분노하게 했다.


“감히 우리에게 반기를 들겠다는 건가?”

“정확하게는 아직 결정을 안 한 상태입니다. 우리가 본인들보다 강하다면 언제는 밑으로 들어오겠다는 듯이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건방진 새끼들이 갈수록 가관이네. 형님. 당장 전 병력을 이끌고 그깟 비봉산 놈들 씨를 말려버리시죠. 어차피 전투 인원 1000명이면 반나절이면 밀어버릴 수 있습니다.”

“자중해라. 매머드.”


충인은 형의 명령에 바로 입을 다문다.

말루보는 바로 말을 잇는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들이 우리 소속이 되는 것을 거절했다는 것이 아닙니다.”


말루보는 은고페페를 한번 쳐다본다. 은고페페는 고개를 끄덕인다. 말루보는 한숨을 팍 쉬면서 잘 꾸민 머리를 헝클어뜨리고 말한다.


“모두 흥분하지 말고 들으십시오. 우리가 쳐들어간다 해도 그들을 이길 가능성이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탕-.


눈치 없는 골리앗을 시작으로 세레나, 그리고 모든 대장은 흥분하며 일어난다. 그렇다. 흥분하지 않을 수 없다. 긴 세월 아이언스의 눈을 피해 살아남은 그들이다. 정확하게는 아이언스를 사냥하며 500년 동안 그들에게 대항해 온 민족이다.

그 긴 시간, 인간의 뿌리를 잊지 않고 살아온 민족이다. 그런 그들이 고작 숨어 살던 민족에게 질지도 모른다니.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단어였다.

말루보는 은고페페에게 손을 뻗는다. 은고페페는 말루보에게 총을 건넨다. 그리고 시끄럽게 떠드는 그들 머리 위로 총을 발사한다.


탕-!


총소리가 방이 터지듯이 울린다. 머리 위에 조명은 박살이 나서 바닥으로 떨어진다.

충헌의 호위병 량아는 사신 낫을, 량현은 애각창을 들고 자세를 잡는다.

자리에 있던 대장들도 무기를 꺼내 말루보에게 겨눈다.

말루보는 총을 높게 들며 말한다.


“나무로 만든 이 작은 무기가 그들의 주무기입니다. 아이언스의 방패를 뚫고 한발에 즉사하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살상력을 지닌 이 무기가. 그들의 주무기란 말입니다. 그들의 전투병 1000명이 한발씩만 갈겨도 우리 전체 민족의 5분의 1이 죽어 나갑니다.”


대장들은 멍하니 무기를 내린다.

량아, 량량 형제만이 여전히 긴장하며 무기를 내려놓지 않는다.

충헌은 그들에게 무기를 거두라고 손짓한 뒤 몸을 살짝 앞으로 일으키며 묻는다.


“대단해. 그들이 그런 것을 1000개나 가지고 있다고?”

“정확히 몇 개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5중대장 은고페페가 용케도 하나를 훔쳐 나왔습니다.”


충헌은 일으킨 몸을 자리로 가져가며 고민에 빠진다. 그의 머릿속에는 한가지 생각만이 가득하다.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저들의 무기를 뺏을 수 있지?’

그 순간, 회의실 문이 열린다. 크낙새 부대, 하사 한 명이 들어온다. 하사는 회의실 분위기에 압도당한다.

말루보는 그를 보며 꾸짖는다.


“황 하사! 지금 이곳이 어디라고 함부로 들어오는가?”

“아, 죄송합니다. 지금 J사이트에 있는 김 은태 소대장으로부터 전보가 왔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좀 심각해서 급하게 들어왔습니다. 회의 끝나고 보고하겠습니다.”

“아니, 아니야. 들어와. 무슨 전보지?”


충헌은 손짓한다. 황 하사는 달려와 충헌 앞에 선다.

황 하사를 량아가 가로막는다. 량현은 황 하사에게 눈짓으로 말루보에게 가라고 신호한다.

황 하사는 고개를 끄덕인 뒤 앞으로 달려나가 전보를 말루보에게 전달한다.

말루보의 표정이 급격하게 굳는다. 말루보는 은고페페를 보고 묻는다.


“이게 무슨 소리야? 아이언스 3000명? 전쟁이라니?”

“네?”


은고페페는 말루보에게 쪽지를 건네받는다. 전보에는 휘갈겨 쓴 글씨로 낙서처럼 적혀 있다.


-중대장님. 죄송합니다. 잡혔습니다. 우리가 본 아이언스는 3000명. 모두 비봉산으로 향한답니다. 전쟁입니다. 비봉산이 위험합니다.


은고페페는 쪽지를 들고 대장들을 쳐다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이곳에 오기 전 무한산에서 아이언스 무리를 보았습니다. 그 무리가 모인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김 은태 소대장이 뒤를 쫓았습니다. 근데 그 3000명의 아이언스가 모인 이유가 비봉산의 인간을 모두 말살하기 위해서인 거 같습니다.”

“휴우. 그럼 다행 아닌가? 어찌 됐든 우리에게 위협이 될지도 모를 인간들을 아이언스가 처리해주는 거잖아?”


골리앗은 자신의 머리를 긁적이며 말한다.

세레나는 한심하단 듯 골리앗을 보며 대꾸한다.


“이 멍청한 거북아. 잘 생각해. 자그마치 일만 명이다. 우리 편으로 만든다면 정말 아이언스를 이 땅에서 사라지게 만들지도 모를 병력이란 말이다.”

“하하. 이렇게 하늘이 돕는구나.”


모두가 심각한 그때, 유일하게 강 충헌만이 함박웃음을 짓는다. 근엄하고 무게 있던 그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그는 말한다.


“모든 병력 전쟁을 준비해라. 우리는 비봉산을 돕는다.”


500년을 살아남은 인간의 수장은 다시 긴 세월을 살아남을 방법을 찾았다.

이전 세대와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피식자가 아닌, 포식자로 살아남을 방법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지구를 빼앗긴 인간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시간은 오후 9시 30분으로 변경합니다. 24.01.02 10 0 -
52 인간 말살 작전(8/12) 24.02.14 7 0 13쪽
51 인간 말살 작전(7/12) 24.02.13 7 0 13쪽
50 인간 말살 작전(6/12) 24.02.12 6 0 13쪽
49 인간 말살 작전(5/12) 24.02.11 9 0 12쪽
48 인간 말살 작전(4/12) 24.02.10 9 0 12쪽
47 인간 말살 작전(3/12) 24.02.09 10 0 13쪽
46 인간 말살 작전(2/12) 24.02.08 8 0 13쪽
45 인간 말살 작전(1/12) 24.02.07 9 0 13쪽
44 죽음 24.02.06 7 0 13쪽
» 독립군 24.02.05 13 0 13쪽
42 운명 24.02.04 6 0 12쪽
41 전보 24.02.03 8 1 13쪽
40 씨앗 24.02.02 8 1 13쪽
39 작전 24.02.01 8 1 13쪽
38 전쟁 준비 24.01.31 9 1 13쪽
37 우물 24.01.30 8 1 13쪽
36 짐승 24.01.29 8 1 12쪽
35 협력 24.01.28 11 1 12쪽
34 화양연화 24.01.27 9 1 12쪽
33 불씨 24.01.26 12 1 12쪽
32 동족 24.01.25 17 1 11쪽
31 바알 24.01.24 9 1 13쪽
30 미산트라 24.01.23 12 1 12쪽
29 정착 24.01.22 13 1 13쪽
28 미래 24.01.18 15 1 14쪽
27 승리 24.01.17 11 1 12쪽
26 전쟁(2/2) 24.01.16 17 2 13쪽
25 전쟁(1/2) 24.01.15 15 2 12쪽
24 조우 24.01.14 9 2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